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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수컷 개구리들이 일시에 들썩이기 시작한다. 개구리 왕국의 올림픽, 일명 ‘개굴림픽’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올해 개굴림픽 우승자에게는 공주와 혼인할 기회가 주어진다니 신분상승을 꿈꾸는 개구리들이 인생을 걸고 도전할 만하다. 그러나 공주 재키는 자유를 꿈꾸는 말괄량이다. 자신을 두고 개구리들이 경기를 펼치는 것이 영 못마땅했던 재키는 개굴림픽에 직접 참가해 우승 자리를 꿰차기로 한다. 그래야 정략결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콧수염을 그려넣는 게 다지만 나름 남장도 했다. 한편 시장에서 곤충을 구워 팔던 평범한 청년 프레디는 자신의 친구인 파리를 지키려다 엉겁결에 경기에 참가하게 된다. 뱀 마왕은 개구리 왕국을 통째로 삼킬 야욕으로 애꾸눈을 경기에 출전시킨다.
중국에서 제작된 <개구리 왕국>은 의인화를 바탕으로 인간 세상을 풍자하거나 교훈을 주는 기본 본령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이다. 파리-개구리-뱀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먹이사슬 역시 충실하게 반영
‘개굴림픽’에 출전한 말괄량이 개구리 공주 <개구리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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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에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울림이 있다. 그것은 보편적이면서도 유일하다. <세컨드 마더>는 13년째 남처럼 떨어져 살았던 엄마와 딸이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부유한 가정집의 하우스 메이드로 일하는 발(헤지나 카제)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라곤 하지만 딸과 소원해진 상태다. 어느 날 딸 제시카(카밀라 마르질라)가 대학 입시를 위해 주인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발은 자유분방한 카밀라의 태도가 불편하고, 카밀라는 매사 집주인의 눈치를 살피는 엄마가 답답하다. 발은 타인보다 멀어진 친딸과 딸보다 정성을 쏟으며 길러온 주인집 아들 파빙요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지만, 천천히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발은, 주인집 아들에게는 친엄마만큼 친근해서 두 번째 ‘엄마’이고, 친딸 제시카에게는 길러준 엄마보다 낯설어서 ‘두 번째’ 엄마다. 영화는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엄마로 대표되는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 <세컨드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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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인 키이스(가이 피어스)는 안정적인 직장과 화목한 가정 등 겉으로 보기에 행복한 삶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는 결혼 이후 포기한 음악 때문에 자신의 삶에 조바심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삶이 정체된 채 이대로 끝날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교환 학생 소피(펠리시티 존스)가 키이스의 집에 잠시 머물기로 하면서 그의 삶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어린 나이에도 성숙한 분위기를 지닌 소피에게 키이스는 조금씩 마음이 끌리고, 어느 날 음악을 매개로 짧은 교감을 나눈 뒤 좀더 용기를 내어 접근을 시도한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2013년 작품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의 사랑,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그린 작품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많은 관객은 이미 영화의 시작과 전개, 끝을 대략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그런 ‘전형적’인 전개를 충실하게 따라가
중년 남성과 어린 여성의 사랑 <우리가 사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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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잭 에프런)은 야심찬 아마추어 DJ다. 마약과 술로 뒤범벅된 파티를 즐기는 게 그와 친구들의 일상이지만 콜은 음악 작업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무대 뒤에서 보조 DJ로 일하던 그는 파티의 메인 DJ이자 유명 DJ인 제임스 리드(웨스 벤틀리)를 만난다. 제임스에게 재능을 인정받은 콜은 함께 작업할 기회를 얻으며 조금씩 자신의 꿈에 다가선다. 문제는 콜이 제임스의 조수이자 연인인 소피(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에게 끌린다는 점. 이기적인 제임스에게 지쳐가던 소피도 콜에게 마음을 열면서 둘은 짧은 밀회를 즐긴다. 그러나 제임스에게 이 사실을 들킨 콜은 작업실에서 쫓겨난다. 설상가상으로 절친한 친구 스쿼럴이 마약을 과다 복용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절망에 빠져 있던 콜은 그동안 만들어놓은 트랙들을 모아 다시금 제임스를 찾아간다.
TV 카메라맨, 광고 기획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감독의 작품답게 감각적인 영상들이 돋보인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 초반, 환각제를 복용한 콜이 마
감각적인 영상과 다채로운 사운드 <위아 유어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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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오브 컵스>는 줄거리를 요약하기 힘든 작품이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극작가 릭(크리스천 베일)의 가족, 사랑, 일을 포함한 삶 자체를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은 단단한 삶이 아니라 파편화된 모호한 삶이다. 영화의 내레이션은 이것을 이상적인 공간을 찾아나선 한 남자의 여정이라고도, 혹은 진주를 찾는 어린 왕자 또는 기사의 이야기라고도 설명한다. 그러나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은 도시를 떠도는 한 남자의 방탕하고도 사색적이며 파편화된 이야기다. 영화 내내 사람들의 대화 사이로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이 삽입된다. 내레이션의 주체는 전지적 서술자, 혹은 릭을 포함한 극중 인물들의 목소리로도 나타난다. 이러한 다중화자 방식은 테렌스 맬릭 영화의 특징 중 하나다.
테렌스 맬릭이 전작에서 탐구해온 자연에 대한 찬미는 약해진 인상이다. 초반 인서트를 제외하면 자연보다는 도시 공간에 초점을 맞춘다. 도시에서도 영상미라고 뭉뚱그려 표현되는 그의 탐미적인 방식은
파편화된 삶의 조각 <나이트 오브 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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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제작 스튜디오 치즈 / 감독 호소다 마모루 / 목소리 출연 야쿠쇼 고지, 미야자키 아오이, 소메타니 쇼타, 히로세 스즈, 오이즈미 요, 릴리 프랭키 / 수입 얼리버드픽쳐스 / 배급 CGV아트하우스, 리틀빅픽쳐스/ 개봉 11월25일
9살 외톨이 소년 롄은 시부야의 뒷골목을 배회하다 인간세계로 나온 괴물 쿠마테츠를 만나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쿠마테츠는 롄에게 큐타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힘만 센 철부지 괴물 쿠마테츠와 인간 소년 큐타의 기묘한 동거가 그렇게 시작되고 두 사람은 어느덧 가족의 정을 나누게 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워즈>(2009), <늑대아이>(2012)를 통해 일상의 세계와 판타지의 세계를 이질감 없이 포개놓았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신작 애니메이션 <괴물의 아이>를 통해서도 그 장기를 마음껏 발휘한다. 지난 7월 일본에서 개
[Coming Soon] 괴물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인간 소년 <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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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타노 다케시, 팀 버튼 감독에 이어 올해의 사무라이상 수상자는 오우삼, 야마다 요지 감독이다. 사무라이상은 도쿄국제영화제가 뚜렷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영화 신세계를 개척해나가는 감독들에게 수여하는 공로상이다. 이를 기념해 롯폰기 힐스 타워힐에서 하토리 신이치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거장인 오우삼 감독의 스페셜 토크 <In Person: John Woo>가 열렸다. 이날, 오우삼 감독은 대인의 아량을 여실히 드러내며 청년 영화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하토리 신이치_감독님의 영화세계에 영향을 준 작가들은 누군가요.
오우삼_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가장 먼저 말하고 싶네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장 피에르 멜빌, 샘 페킨파, 로렌스 올리비에, 데이비드 린도 아주 좋아합니다. 1950~60년대에 활동한 감독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요. 물론 나의 스승인 장철 감독님도 빼놓을 수 없죠.
하토리 신이치_터닝포
“캐릭터의 감성을 잊어선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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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진흥을 바라며 지난해 신설한 크로스컷 아시아 섹션의 두 번째 초대국은 필리핀이다. ‘열풍! 필리핀’을 주제로 초청된 멘토는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이다. 브리얀테 멘도사는 전작인 <입양아>(2007), <서비스>(2008), <할머니>(2009), <자궁>(2012), 그리고 신작 <덫>을 들고 도쿄를 방문했다. <덫>은 2013년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타클로반을 휩쓸고 지나간 뒤 남겨진 사람들의 자립과 극복을 그린 영화다. 크로스컷 아시아 섹션에 초대된 나머지 5편 중 2편의 영화도 브리얀테 멘도사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크로스컷 아시아의 초청 멘토로서 소감이 어떤가.
=물론 아주 기쁘다. 나는 어디든 내 영화를 상영할 수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일본 관객을 향한 필리핀영화 쇼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시자카 겐지 아시아영화 프로그램 디렉터가 프로그램을 제의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두
“특수효과 너머에 있는 이들의 삶을 생각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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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은 땅에 깃든 염(念)을 소재로 한 정통 호러영화 <잔예>로 처음 도쿄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2007), <촌마게푸딩>(2010), <기적의 사과>(2013) 등 삶에 대한 따스한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어왔으나 기실 그는 최양일 감독의 조감독, 나카타 히데오 감독의 시나리오작가를 거치며 스릴과 서스펜스에 대한 애정을 깊이 간직해온 사람이다. <잔예>는 주연을 맡은 다케우치 유코가 약간의 유머와 과장을 버무려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출연 결정을 후회했다. 매일 밤 잠드는 것이 두려웠다”고 회고할 만큼 관객을 끊이지 않는 긴장 속에 몰아넣는 공포영화다.
-오노 후유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절대공포 부스>(2005) 이후 10년 만에 만든 호러영화인데.
=나는 서스펜스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생생한 공포’를 실제 상황처럼 연출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오노 후유미가 먼저 영화화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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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장, 오구리 고헤이 감독이 10년 만에 전기영화로 복귀했다. 인터뷰룸에 들어서자마자 “<씨네21>과의 인터뷰가 대체 몇년 만인지 모르겠다”며 기자를 반가이 맞아준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임권택, 박광수 감독 등 국내 영화인들의 안부를 일일이 물으며 한국영화계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진하게 표했다. 그의 신작 <후지타>는 1920년대 파리와 도쿄에서 주목받은 천재 화가 후지타 쓰구하루의 삶과 고뇌를 고풍스러운 톤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는 뛰어난 예술가이자 비겁한 전쟁 부역자였던 후지타 쓰구하루를 떨쳐낼 수 없는 딜레마로 고민하는 공허한 인간으로 그리고 있다.
-칸영화제에 초청된 <매목>(2005) 이후 공백이 너무 길었다.
=아주 길었다. (웃음) 예술을 다루는 영화는 만들기가 더욱 힘겹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유년을 보낸 당신에게 후지타 쓰구하루는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었을 것 같다.
=물론 그랬다. 하지만 영화감독으로서 보기
“예술을 다루는 영화는 만들기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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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라!” 공교롭게도 올해 도쿄를 방문한 세명의 영화 마스터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사무라이상 수상자 오우삼 감독과 크로스컷 아시아 섹션 멘토로 초대받은 브리얀테 멘도사 감독, 그리고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초빙된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서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세 감독이 다른 언어로 표현한 같은 의미의 한마디는 올해 도쿄국제영화제의 도전의식과 실험성에 대한 갈망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일본 최대의 영화축제, 제28회 도쿄국제영화제(이하 도쿄영화제)가 10월22일 롯폰기 힐스에서 개막했다. 회차로 따지면 28회지만 1986년, 1988년, 1990년 세해를 건너뛴 것을 감안하면 영화제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이다. 시이나 야스시 집행위원장이 3년째 도쿄영화제를 이끌고 있고 그를 필두로 한 가도가와 집행부의 프로그램도 여러모로 무르익은 것 같았다. 혹자는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산다’고 하였지만 가도가와 집행부의 출범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현재까지는 지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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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편
2014 <들꽃>
단편
2013 <황찡과 마부>
2013 <아빠의 맛>
2012 <밤이 밤을 밝히었다>
2012 <작은 방>
뮤직비디오
동방신기 <Rise As One>
엑소 X <스타워즈> 콜라보레이션 <라이트 세이버>(가제)
“전쟁 사진가라고 생각해달라. <들꽃>의 이야기가 전쟁과도 같으니까.” 박석영 감독은 이성은 촬영감독에게 <들꽃>의 카메라가 견지해야 할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들꽃>은 가출해 거리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위험이 도사리는 도시에서 사람의 온기와 안정된 공간을 찾는 아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전쟁이다. “카메라가 인물들로부터 떨어져 있기보다는 인물들 옆에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견디자, 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많이 나눴다. 찍는 사람의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종종 격하게 흔들
[STAFF 37.5] ‘나는 왜 여기서 이 장면을 찍고 있는가’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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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상상력이 매번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건, 이야기를 다루는 감독의 손끝마다 각기 다른 색깔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2015(이하 BIAF2015)의 개막작으로 초청된 <에이프릴과 조작된 세계>는 스팀펑크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우아한 작품이다. 증기기관이 세상을 지배하는 대체역사를 주 무대로 하는 스팀펑크는 <스팀보이>(2003),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할리우드영화를 통해 친숙해졌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유서 깊은, 이 오래된 상상력의 매력은 아무래도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얼마나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하겠다. <에이프릴과 조작된 세계>는 과학자들이 사라진 1940년대 프랑스가 배경이다. 어느 날부터 전세계 과학자들이 하나둘 사라진 후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발전한 세계를 그린 자크 타르디의
[크리스티앙 데마르, 마크 주셋] “애니메이션의 영감, 많은 실사영화와 예술작품에서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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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2015 중국영화제’가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CGV여의도에서 열린다. 최근 들어 자국 내 중국영화의 대중적 호응이 높았던 만큼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중국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만큼 기술적 진일보와 장르의 다양성으로 무장한 10편의 상영작을 소개한다.
<몬스터 헌트> 捉妖記
감독 라맨 허 / 출연 바이바이허, 정백연, 증지위, 오군여, 탕웨이 / 2015년
할리우드의 기술력을 갖추되 중국적 색채를 잃지 않은 작품은 어떤 형태가 될까.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판타지 대작 <몬스터 헌트>의 등장은 중국 상업영화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에 대한 일종의 답변과 같은 작품이다. 중국에서 올해 8월 개봉한 <몬스터 헌트>는 역대 흥행순위 1위로 중국 흥행사를 새로 썼다. 특히 자국 작품의 흥행 석권은 최초라는 점에서 중국영화의 위상이 달라지는 지각 변동을 알리는 작품이다
중국 대중이 열광한 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