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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을 본 사람들이 아무런 주저없이 동의하는 한 가지는 말순이가 귀엽다는 것이다. 영화 재미의 3분의 1, 유머의 절반은 연기가 처음이라는 아역배우 김하나의 캐릭터 말순이에게서 나오는 것 같다. 관객이, 다소 길긴 하지만 긴장감이 그렇게 떨어진다고 할 수 없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실제보다 지루하다고 느낀 이유도 순전히 말순이가 안 나왔기 때문이다. 신 스틸러란 이런 캐릭터를 보고 나온 말이 아닐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다
귀여운 어린아이를 데려다놓고 관객의 시선을 끄는 건 손쉬운 일처럼 보인다.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캐스팅과 연기지도 그리고 캐릭터를 너무 짜증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관리하는 각본이다. 이는 대부분 몰개성적인 영역이다. 적어도 감독과 각본가에게는.
하지만 <탐정 홍길동>에서 말순의 존재는 그렇게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 기능성의 명쾌함을 생각하면 이 단순하지 않음
[듀나의 영화비평] 주인공의 성장 담은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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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만화와는 점점 멀어졌다. 그 당시 내가 살았던 동네에는 헌책방은커녕 만홧가게도 없었다. 집에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가면 여자 고등학교 앞에 서점이 하나 있기는 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레코드 가게가 있기는 했지만, 서점을 가느라 길을 걸으면 왼쪽에는 한없이 이어진 담벼락이었고, 오른쪽에는 차가 달리는 차도. 그것밖에는 없었다. 두리번거리며 구경할 것도 없었고,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도 없었다. 길을 걸으면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나를 붙잡아 헤드록을 걸거나 간지럼을 태워 나에게 애정표현을 하던 구두닦이 소년도 없었고, 휴가 나와 대낮부터 술에 떡이 되어 거품을 물고 쓰러진 이등병 따위는 절대 볼 수 없었다. 신촌 목마 레코드의 고색창연한 나무 미닫이문의 낭만적인 분위기나, 홍익서점의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책들이 뿜어내는 코를 찌르는 종이 냄새에 비해 이사 간 동네의 서점과 레코드 가게는 뭔가 비어 있고 급조된 듯한 엉성한 곳이었다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닥터 슬럼프> 도리야마 아키라, 웃긴 만화를 울면서 마감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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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캐릭터를 저렇게 잡았을까 그냥 편하게 살지. 매력 있어 그게? 못생긴 게 만만하게 보이진 말자 그런 거야?” tvN <또! 오해영>에서 오해영(서현진)이 동료를 모아놓고 마흔네살의 직장상사 박수경(예지원)의 험담을 하는 중이다. 다소 치우치고 못된 말을 동원해 상사를 씹고 스트레스를 푸는 게 흔한 일이긴 한데, 타인을 재단하는 기준이 유독 가혹한 경우엔 평가하는 사람의 자부심이나 콤플렉스도 투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해영은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의 ‘이쁜 오해영’(전혜빈)의 들러리인 ‘그냥 오해영’ 취급을 당했다. “미워하면 지는 거다. 질투하면 지는 거다. 난 이런 걸로 상처받지 않는 꿋꿋한 여자애다. 그렇게 세뇌시키며 어금니 꽉 깨물고 버텼다”는 회고 속에는 주변의 기대와 인정에서 벗어나 있는 십대가 스스로 자아상을 만들고, 매일같이 극기하듯 자신의 가치를 구하던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존재감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겐 익숙한 자기방어술이다. 당연하게
[유선주의 TVIEW] <또! 오해영> 나도 오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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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제작 영화사 거미, 필름트레인 / 감독 이경미 출연 손예진, 김주혁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6월23일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클로즈업된 황폐한 얼굴, 불안과 공포를 떨치려 반복적으로 읊조리는 말들. 사라진 딸을 찾아내려 애쓰는 엄마의 심장을 진짜 꺼내어 볼 수 있다면, 이런 모양이지 않을까. <비밀은 없다>의 예고편, 손예진의 표정은 어떤 설명도 덧붙이기 어려운 그 지점을 정확히 가리킨다. 지금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손예진의 얼굴에서 충격이 채 가시지 않는다. 그 무시무시한 화면 밖에 이 낯선 충격에 대한 해답이 있다. <비밀은 없다>는 <미쓰 홍당무>(2008)로 안면홍조증에 걸린 미숙(공효진)의 아픔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의 8년 만의 연출작이다. 유력한 국회의원 후보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에게 닥친 선거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그렸다. 그들의 사라진 딸은 과연 어디에 있는
[Coming Soon] 지금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손예진의 얼굴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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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망가졌던 <엑스맨> 시리즈는 브라이언 싱어의 손을 거쳐 부활했다. 브라이언 싱어는 시간여행을 통해 기존의 시리즈를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얼굴, 새로운 뮤턴트들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제 찰스 자비에 하면 패트릭 스튜어트와 제임스 맥어보이, 매그니토라고 하면 이언 매켈런과 마이클 파스빈더의 얼굴이 동시에 떠오른다.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시작을 알렸던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작이 드디어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규모를 키웠다는 말에 오리지널 3부작의 엔딩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먼저 공개된 북미 평단의 반응이 기대보다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브라이언 싱어가 아닌가. 일단 보고 판단할 문제다. 이에 앞서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이모저모를 먼저 짚어보자. 기대도 걱정도 그 후의 문제다.
최강의 적, 최강의 뮤턴트 아포칼립스
태초에 그가 있었다. 아포칼립스는
프리퀄 3부작 최종장 <엑스맨: 아포칼립스> 관람 포인트 6가지 미리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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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열아홉살 때보다 나아진 것 있어요?” 지하철 가판대 주인 성국(강성국)과 고등학생 선우(이효림)는 예기치 않게 만나 친구로 지낸다. 둘은 넓은 곳으로 나가기를 꿈꾸며 같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웬만해선 눈이 오지 않는 부산에 하얗게 내린 눈이 어쩐지 좋은 소식을 불러올 것만 같다.
장희철 감독의 <눈이라도 내렸으면>은 부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사 야간비행의 네 번째 영화다. 2013년 부산영상위원회로부터 사전제작 지원을 받았고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5월12일 개봉했고 부산 국도예술관, C&C 아트시네마 등 일부 독립영화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다. 다만 영화의전당 내 인디플러스에서는 관람이 불가능하다. 영화사 야간비행은 허울뿐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 독립영화문화 균형 발전을 위한 지역 독립영화전용관 신설 사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부산 인디플러스에 영화를 배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부산 인디플러스는 영화의전당 지하주차장
[인디나우] 독립영화 <눈이라도 내렸으면>, 부산 인디플러스에 배급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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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1990)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하라 료의 유일한 단편집이다. 이 소설집 역시 첫 소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1988)부터 줄곧 작가가 페르소나로 삼아온 사립탐정 사와자키가 주인공이다. 한때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사와자키는 전 주인의 이름을 고스란히 남긴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중년의 탐정이다. 탐정의 전형이라 일컬어지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와 영 딴판인 그는 하라 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그려져 나름의 존재감을 떨치며 일본을 대표하는 마초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것이 하드보일드의 정체라면 <천사들의 탐정>은 어쩌면 하드보일드와 거리가 먼 여섯(혹은 일곱) 가지 이야기로만 채워졌다 할 만하다. 제목의 ‘천사들’은 저마다 다른 곤경에 처해 있는 10대 아이들을 뜻한다. 엄마를 살리고 싶은 소년, 섹스 중독의 아버
씨네21 추천 도서 <천사들의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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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마다/ 아카시아꽃이 눈처럼 쏟아졌다/ 작은 꽃들이 하얗게/ 잡목으로 찌든 숲에/ 내 발길에 내려앉았다.”(시 <황방산의 달> 중에서) 전주에서 나고 자라 중년이 된 현재까지도 그곳을 떠나지 않은 이병초 시인은 어려서부터 보아온 산에 대한 시 <황방산의 달>로 문단에 나왔다. 데뷔부터 고향의 풍경과 추억을 노래한 그는 시작을 이어오는 와중에도 좀처럼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다만 그 풍경을 둘러싼 말들은 갈수록 다채로워졌다. 추상보다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다듬어진 표준어보다는 꾸밈없는 방언을 추구한 덕에 이병초 시 속의 고향 전주는 세월을 거듭하며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 그의 시는 눈으로 훑을 때보다 입으로 읊을 때 보다 선명해졌다.
<살구꽃 피고>(2009) 이후 7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시집 <까치독사>의 시편을 소리내어 읽어보면 전작과의 차이가 금방 떠오른다. 바로 거센소리와 된소리의 활용이 잦다는 것. 낭
씨네21 추천 도서 <까치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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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톤 배경에 분방한 손글씨로 적힌 제목,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선 (일러스트레이터 박오롬이 그린) 분명한 표정의 주인공과 그 옆 아담한 구름까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2013)가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오베라는 남자>(2012)를 쓴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또 다른 작품이라는 걸 알아차리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표지뿐만 아니라 그 안을 들여다보면 좀체 다가서기 어려운 만만찮은 성격의 등장인물들, 사건과 갈등의 연속 끝에 이루어지는 가족과 이웃간의 화해, 웃음과 눈물을 자유롭게 오가는 전환 등 닮은 구석이 많다. 다만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데뷔하기 전 작가가 블로그에 연재하기 위해 쓴 <오베라는 남자>에 비해 더 소설 같다. 첫 소설의 어마어마한 성공 이후 본격적인 소설가로 발을 내디딘 후 내놓는 작품이라 작품에 담긴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씨네21 추천 도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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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설가, 극작가, 배우, 영화감독, 가수, 인권 운동가…. 이토록 수많은 역할을 능히 해낸 사람이 있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명에 손꼽히는 마야 안젤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전방위 활동에 걸쳐 펼친 올곧은 주장은 마틴 루터 킹, 버락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 등 시대를 뒤흔든 인사들에게 거대한 ‘말씀’이 되었다. 빌 클린턴은 1993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그녀의 시 <아침의 맥박>(On the Pulse of Morning)을 낭송한 바 있다.
2014년 5월 세상을 떠난 마야 안젤루가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내놓은 작품은 자서전 <엄마, 나 그리고 엄마>(2013)였다. 길었던 삶의 끝을 눈앞에 둔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더듬었던 것처럼, 그녀 역시 어머니 비비언 백스터를 회고했다. 스스로 사진가 같은 기억력을 자랑하던 마야 안젤루는 날 때부터 눈감는 그 순간까지 어머니의 삶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리고 그 시간에 자신의 삶을 가만
씨네21 추천 도서 <엄마, 나 그리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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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소셜 브레인>이 출간된 이래 꾸준히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작가 오카다 다카시. 그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그만두고 의대에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됐다. 독특한 이력의 영향은 그의 저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오카다 다카시의 책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마음의 부침을 듣기 좋은 말로 어루만지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고 특정한 징후를 파고들어 이를 의학 이론을 토대 삼아 설명하는 길을 택해왔다. 전문적인 용어가 간간이 등장하지만 글은 술술 읽힌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서로를 미워한다.” 오카다 다카시의 근작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는 책을 열며 순자의 말을 인용한다. 사람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선천적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셈. 그는 “인간이 인간을 과도한 이물질로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는 증상”이라는 뜻의 조어 ‘인간 알레르기’를 제시하며, 의학적인 접근으로 미움을 탐구한다. 인간 알레르기의 개념으로부터 발을 뗀 <나는
씨네21 추천 도서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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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시선으로 가까운 주변을 바라보는 책 다섯권이 5월 북엔즈에 꽂혔다. 마야 안젤루는 죽음을 앞두고 쓴 자서전으로, 프레드릭 배크만은 발랄하지만 외로운 7살짜리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로 가족간에 나누는 화해와 용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탐정물에 천착해온 하라 료는 투박하지만 푸근한 탐정을 내세워 험난한 세상에 자기 식대로 뛰어드는 10대들을 담는다. 오카다 다카시는 인문학과 의학을 경유해 우리가 타인을 미워하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분석한다. 이병초 시인은 제 고장 전주의 여기저기를 바라보며 2016년의 한국을 생각한다.
미국의 거대한 지성, 마야 안젤루는 6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며 흑인과 여성의 인권을 위해 애썼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친 <엄마, 나 그리고 엄마>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바로 전해 어머니날에 발표한 마지막 책이다. 평생에 걸쳐 나눈 모녀의 정은 마야 안젤루의 파란만장한 생만큼이나 값진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다섯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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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입니다. 20년 가까이 한국 독립영화계를 일궈온 그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독립애니메이션의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한국 독립영화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떻게 상생하며 성장해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글을 보내왔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제이고, 프로그램의 중심에 아시아 독립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핵심에는 한국 독립영화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에는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스탭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그 중심에 독립영화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 독립영화를 키운 것이 아니라, 한국 독립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키웠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주세요] 음모를 중단하라, 재발방지를 약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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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지훈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교수
극장용 영화와 영상 설치작품을 넘나드는 필립 그랑드리외의 작업은 이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탐구한다. 이미지는 어디에서 생성되는가? 그 이미지는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그의 초기작 <음지>(1998)와 <새로운 삶>(2002)부터 이미지는 칠흑 같은 어둠 또는 초점이 불투명한 세계에서 형성된다. 몽환적 카메라 이동, 극단적 클로즈업, 페이드와 다양한 노출효과를 통해 전시되는 그 이미지는 신체의 형상이자 변모하는 풍경이다. 이미지는 신체가 발산하는 감각과 에너지에 맞춰 파동을 일으키고 기묘하게 변형된다. 신체와 감각, 에너지의 영화라 말할 수 있는 그랑드리외의 작업은 시간과 공간의 4차원을 개방하고 정신과 자연의 보이지 않는 힘을 포착할 수 있는 영화를 실천했던 장 엡스타인, 그리고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힌 얼굴과 몸짓을 표현해온 필립 가렐을 환기시킨다. 그러면서도 그랑드리외의 영화는 두 가지 측면
[스페셜] 신체와 감각, 에너지의 영화 - 김지훈 교수, 필립 그랑드리외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