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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모래내에서 신촌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 한 달 전부터 어머니는 동네가 좋지 않다며 걱정을 했고, 어머니를 도와 집을 보러 다녔던 군대를 갓 제대한 삼촌은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계면쩍게 웃었다. 신촌 로터리에서 서강대 가는 길과 동교동 가는 길 사이에 노고산동으로 가는 좁은 왕복 이차선 도로가 있다. 그 도로의 좌우에는 니나노집 또는 색싯집이라 부르는 술집들이 100여m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해가 지면 짙은 화장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이 술집 앞에 나와 앉아 술손님을 기다리고 밤이 깊어지면 젓가락 장단과 유행가 소리가 울려퍼지는 그런 곳이었다. 모래내의 택지개발을 위한 공터에서 들개들을 쫓아다니거나 백련산을 오르내리며 놀았던 나는 간밤에 손님이 남긴 소주와 환타 오렌지를 정체불명의 주사기에 담아 친구들 입속에 쏘아넣거나, 술주정뱅이들이 싼 오줌 지린내가 코를 찌르는 노고산동 놀이터의 수돗가에서 콘돔에 물을 받아 터뜨리며 노는 정겨운 새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333m 높이의 도쿄타워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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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
2013 <사냥> 연출
2009 <목구멍의 가시> 연출
2008 <태백, 잉걸의 땅> 연출
2007 <가족 초상화> 연출
2003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연출부
2013년 영도대교 재개통 직후 ‘점바치골목 활성화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영도 점바치골목도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이 땅에 살던 이들은 하나둘 영도를 떠났다. 가게터 주위엔 철거 작업용 철조망이 둘러졌고, 조선소가 있던 자리는 녹슬어 폐허가 되어갔다. 주인 없는 빈집엔 먼지만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보다 조금 더 앞선 3년6개월 전부터 “영도의 곳곳을 알리고 싶어” 영도를 찍기 시작했던 김영조 감독은 제작비 조달이 힘에 부쳐 슬슬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점바치골목 활성화사업이 시행되었고, 감독은 영도가 더 많은 모습을 잃기 전 카메라를 고쳐잡았다. 작은 땅 영도에마저 휘몰아친 재개발 광풍. 그
영도의 기운을 육화한 사람들을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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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흔들리는 물결> 연출
2001 <와니와 준하> 연출부
“시나리오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쭉쭉 가는구나 싶었는데 영화 한편 만드는 데 7년이나 걸릴 줄이야. (웃음)” <흔들리는 물결> 시나리오는 김진도 감독이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썼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시나리오 전공 졸업작품이다. 당시 그는 마감날을 한달도 채 남겨두지 않았는데 아이템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하나는 병원 방사선과 기사가 방사선 사진을 보는 이미지였고, 또 하나는 그 남자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미지였다. “방사선 하면 죽음이 떠오르지 않나. 이 두 이미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쓰면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룰 수 있겠다 싶었다. 지도 교수였던 이창동 감독님께서도 그전에 냈던 아이템 모두 ‘가짜 같다’고 하시다가 ‘이 얘기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청년필름의 이선미 프로듀서가 이 아이템을 마음에
“써놓은 장편 시나리오가 11편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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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스틸 플라워> 각본, 연출
2014 <들꽃> 각본, 연출
2013 <찡찡 막막> 촬영
2009 <뭘 또 그렇게까지> 제작부
스틸 플라워. 박석영 감독의 전작 <들꽃>을 봤다면 그 제목의 의미를 ‘여전히, 꽃’(Still Flower)이라 짐작하겠지만 <스틸 플라워>는 ‘강철 같은, 꽃’ (Steel Flower)이다. 메마른 땅 위에 홀로 선 세 소녀의 이야기 <들꽃>의 막내로 출연한 정하담이 홀로서기를 시도한 작품이다. <들꽃>의 하담이 곧 <스틸 플라워>의 하담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만일 같은 인물이라 가정한다면, 하담은 <들꽃>의 언니들로부터 약간의 시간을 두고 버려진 아이다. 자기 손으로는 수습하기도 힘든 무겁고 번거로운 짐을 안고 하담은 홀로 부산의 어느 바다에 당도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지, 짐의 무게에 휘둘리는 건지 <스틸 플라워>의 오
“영화는 저 스스로 만들어지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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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공부의 나라>
2013 <내일도 꼭, 엉클 조>
2012 <미스터 선거왕>
2009 <다큐프라임-삼동초등학교 180일간의 기록>
2008 <전설의 대물 돗돔을 찾아서>
2007 <영혼의 퍼포먼스 굿> 외
“<공부의 나라>로 국내 매체와 갖는 첫 번째 인터뷰다. 관심 가져줘서 정말 고맙다.” 최우영 감독이 웃으면서 꺼낸 첫마디가 꽤 아프게 들린다. 극영화에 비해 다큐멘터리가 관심을 덜 받아온 게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다큐멘터리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이가 들인 시간과 애정의 크기를 짐작해본다면 쉽게 넘기기 어려운 말이다. <공부의 나라>는 최우영 감독이 햇수로 5년을 쏟아부어 완성한 프로젝트다. 영화는 고3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로 정신없는 전 과정을 2년에 걸쳐 따라가 수능 당일과 그 이후 아이들의 모습까지도 담았다. ‘Reach for the SKY’라는 영화의 영문 제목이
아이들의 감정을 따라 입시 제도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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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소통과 거짓말> 각본, 연출
2014 연극 <괴물> 각본
2014 연극 <모럴패밀리> 각본, 연출
2014 뮤지컬 <트루시니스> 각본, 연출
2012 뮤지컬 <짝사랑> 각본, 연출
2011 연극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각본, 연출
2009 뮤지컬 <더 스토리 오브 노틀담 드 파리> 각본, 연출
2004 단편 <모순> 연출
부산에서 오간 영화인들의 대화 중 빈번하게 들려온 말이 있다. “<소통과 거짓말> 봤어?” “뉴커런츠 섹션? 봤지.” “어땠어?” “…글쎄.” 여기서의 ‘글쎄’는 영화가 나빴다는 뜻으로 말을 흐린 게 아니다. 보았으되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망설임의 표시다. 이승원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통과 거짓말>은 독특한 구성과 형식, 상식적인 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상황 설정, 배우들의 열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 부산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
배우의 말과 움직임으로만 할 수 있는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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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혼자>
2011 <물고기>
2010 단편 <괴롭히는 여자>
2009 단편 <88, 세대들>
2008 단편 <가위바위보>
2007 단편 <문>
2007 단편 <내안의 나에게>
2006 단편 <연애하기 좋은 날>
2006 단편 <아프게 살아가기>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집들과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길의 신당동 제5 재개발지역. 그곳을 마주하고 있는 작은 원룸이 박홍민 감독의 아지트다. 창문만 열면 손에 잡힐 듯 훤히 내다보이는 건너편 달동네와 자신이 발붙이고 사는 비좁은 작업실이 <혼자>의 아이디어가 출발한 곳이자 영화 전체의 배경이기도 하다. 5년간 이곳에 살며 박홍민 감독은 혼자 무슨 생각을 했기에 <혼자>라는 미스터리한 심리 스릴러물이 만들어진 걸까.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대낮의 달동네. 다큐멘터리 감독인 수민(이주원)은 우연히 건너편 건물
“나를 위한 치유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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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돌연변이> 연출
2014 <소셜포비아> 각본지원
2013 단편 <세이프> 각본
2012 단편 <질식> 각본, 연출
2012 단편 <녹색물질> 각본, 연출
2009 단편 <고래를 본 날> 연출
상체는 물고기, 하체는 인간. <돌연변이>의 주인공 박구(이광수)는 ‘반인반어’ (半人半魚)다. 태어날때부터 그런 모습이었던 건 아니다. 평범하게 나고 자란 그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인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제약회사의 아르바이트에 혹하지만 않았더라도 그는 적어도 남들과 비슷한 외모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약 먹고 잠을 자기만 하면 30만원을 준다는 한 제약회사의 아르바이트 모집을 보고 생체실험에 참여했다가 약의 부작용 때문에 상체가 생선으로 변한 것이다. ‘생선인간’ 박구라는 이 독특한 아이디어는 권오광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서관에서 어떤 그림을 보면서 탄생됐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
이 사회의 돌연변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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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재능 있는 신인 발견은 계속된다. 올해 영화제에서도 장차 한국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한 신예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첫선을 보였다. 그중 <씨네21>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합쳐 총 7작품을 소개한다. 10월22일 극장 개봉하는 권오광 감독의 <돌연변이>를 포함해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한 박홍민 감독의 <혼자>,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을 받은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 김진도 감독의 <흔들리는 물결>, 그리고 최우영 감독의 <공부의 나라>와 김영조 감독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편의 다큐멘터리가 그것이다. 한국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두자.
개봉을 기다리며 차기작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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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음악이 있는 바리데기전
안은미가 이끄는 무용단 안은미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 <심포카 바리-이승편>이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다.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평론가 박용구 선생의 어마어마한 세월의 활동이 응축된 역사적 대본을 토대로 하는 작품이다. 소리와 춤, 미술과 설화가 한데 어우러진 한바탕의 무용극이 안무가 안은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이자 영화 <복수는 나의 것>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장영규가 음악을 맡았다. 11월5일부터 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베르테르여, 영원하라
국내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가 창작 15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공연을 연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13년 만에 다시 베르테르 역을 맡은 조승우, 지난 공연에서 ‘클래식한 베르테르’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은 엄기준, 뮤지컬계의 라이징 스타 규현이 저마다의 베르테르를 보여줄 예정이다. 괴테의 소설
[culture highway] 쇼팽 콩쿠르 우승자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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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만> バクマン
감독 오오네 히토시 / 출연 사토 다케루, 가미키 류노스케, 고마쓰 나나
<데스노트>의 오바 쓰구미, 오바타 다케시 콤비의 만화 <바쿠만>이 영화화됐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마시로(사토 다케루)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다카기(가미키 류노스케)에게 만화를 같이 그리자는 제안을 받는다. 만화가 삼촌의 불행을 지켜봤던 모리타카는 수락을 망설이지만, 짝사랑하는 아즈키(고마쓰 나나)가 각자 꿈이 이루어지면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5.10.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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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애플렉이 새 영화 <라이브 바이 나이트>를 연출한다
=1919년 보스턴 경찰 파업 이후 뿔뿔이 흩어진 가문의 막내아들 조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다. 벤 애플렉이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을 각색하고, 주인공 조도 연기한다. 시에나 밀러, 엘르 패닝, 크리스 쿠퍼 등이 함께 출연한다.
-존 카펜터의 1981년작 <뉴욕탈출>이 리부트된다
=존 카펜터 감독은 제작 총지휘를 맡는다. 범죄자들의 인질이 된 미국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스네이크 플리스켄의 활약상을 다룬 원작의 프리퀄로 제작된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샤를리즈 테론이 <더 콜디스트 시티>에서 호흡을 맞춘다
=안토니 존스턴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토대로 <300> 시리즈의 각본가 커트 존스타드가 시나리오를 썼다. <존 윅>을 연출한 데이비드 레이치가 메가폰을 잡는다.
[댓글뉴스] 존 카펜터의 1981년작 <뉴욕탈출> 리부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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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가 할리우드영화 <레지던트 이블: 더 파이널 챕터>에 캐스팅됐다. 소식은 밀라 요보비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준기와의 촬영 사실을 게재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그의 소속사는 “구체적인 역할 등은 계약 사정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시 <007>을 찍는다면 자살하는 편이 낫겠다.” 대니얼 크레이그가 인터뷰를 거듭하며 시리즈에 대한 날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배급사 소니픽처스쪽 또한 더이상의 비난을 멈추기를 공개적으로 당부한 상태. <007 스펙터>가 대니얼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UP & DOWN] 이준기, <레지던트 이블: 더 파이널 챕터>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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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9일(현지시각) 개봉 전 마지막으로 공개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예고편이 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사연인즉슨, 일부 SNS 이용자들이 예고편을 본 뒤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흑인배우 존 보예가, 여배우 데이지 리들리 등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 캐릭터를 맡은 데 불만을 품고 영화를 보이콧하겠다고 나선 것. 그들은 SNS상에서 ‘#BoycottStarWarsVII’, 혹은 ‘#whitegenocide’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영화와 배우, 그리고 감독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다못해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유대인이라는 사실까지 들먹이며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고 ‘#WhenAmericaWasGreat’라는 해시태그를 이어 달며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롯해 마블 코믹스 등에서 흑인 슈퍼히어로가 점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이런 비난에 가담하는 SNS 사용자들이 늘어나자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직접
[해외뉴스] 인종차별 논란에 대처하는 포스의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