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의 천만 영화 <암살>과 <베테랑>의 최동훈, 류승완 감독, 그리고 2016년의 기대작 <아가씨>의 박찬욱, <밀정>의 김지운,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만났다. 장르영화의 화법과 스타일로 가장 높은 흥행의 자리에 오른 <암살>과 <베테랑>은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음에도 시대의 요구에 부합한, 2015년의 가장 의미심장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난 송년호에서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감독’ 류승완은 곧장 신작 <군함도>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일찌감치 촬영을 끝낸 <곡성>은 영화인들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작품’이라는 입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상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고, 현재 후반작업 중인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계급과 속죄의 테마가 어떻게 확장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이제 막 상하이 촬영을 끝내고 국내 촬영에 돌입하는
“2016년에 여러분이 기대하셔도 좋을 영화들은요…”
-
<에브리바디 원츠 섬> Everybody Wants Some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 블레이크 제너, 라이언 구즈만, 타일러 호클린
<보이후드>(2014) 이후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내놓는 새 영화. 80년대 텍사스를 배경으로, 대학 신입생이자 학교 야구선수인 제이크(블레이크 제너)가 동료들과 함께 젊음의 자유와 어른의 책임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텍사스의 청춘들을 그렸다는 점에서 감독의 초기작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의 느슨한 속편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목은 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밴드 밴 헤일런의 노래에서 따왔다. 내년 3월 SXSW 페스티벌에서 첫 상영을 가진 후, 4월15일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WHAT'S UP] 텍사스의 청춘들 <에브리바디 원츠 섬> Everybody Wants Some
-
현재 일렉트로닉 댄스 신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매체는 <믹스매거진>(Mixmag)과 <디제이 맥>(DJ Mag)이다. 그런데 올해 두곳의 연말 리스트가 하나의 음악으로 모아졌다. 바로 비셉의 <Just>다. <디제이 맥>은 베스트 오브 브리티시 ‘최우수 트랙’ 부문으로, <믹스매거진>은 ‘2015년 100개의 음악' 1위로 선정했다. ‘올해 최고의 일렉트로닉 댄스는 어떤 곡인가?’라는 질문에 두 집단은 모두 <Just>라는 답을 내놓았다. 비셉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신의 2인조 프로듀싱팀이다. 그리고 이들은 ‘성공한 덕후’의 전형이다. 그룹은 훗날 프로듀싱으로 크게 성공하지만 처음엔 희귀 바이널에서 음원을 추출해 인터넷에 올리는 블로거였다. 이들의 자체 레이블 필 마이 비셉(Feel My Bicep)도 그 블로그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때는 EDM의 전성기. 천편일률적인 일렉트로 하우스에 지친 마니아들이 ‘뭐 재밌
[마감인간의 music] 놓치면 후회할 사운드
-
[정훈이 만화] <어린왕자> 하나의 별
[정훈이 만화] <어린왕자> 하나의 별
-
-
타란티노의 소원 성취
지금까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O.S.T는 그가 직접 선곡한 근사한 트랙들이 모인 컴필레이션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신작 <헤이트풀8> 사운드트랙의 주인공은 단 한 사람, 엔니오 모리코네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한곡만을 작곡했던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 때와 달리 이번엔 영화의 모든 음악을 담당했다. <킬 빌> <데쓰 프루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에서 그의 음악을 사용해온 타란티노의 꾸준한 편애를 떠올려본다면, <헤이트풀8>는 타란티노의 소원이 이루어진 결과물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새해에는 포크!
2016년 1월의 일요일에는 포크 음악가들을 만나러 가자. 홍대에 위치한 카페 벨로주가 준비한 포크 음악회다. 1월17일 강아솔, 이영훈의 듀엣 공연을 시작으로 1월24일에는 김사월X김해원, 권나무, 우주히피, 최고은이 한 무대에 오른다. 1월31일은 김창기, 김목인, 이호석,
[culture highway] 타란티노의 소원 성취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가벼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낌없이 베푸는 어머니, 청순한 요정, 팜므파탈, 스판덱스로 전신을 감싼 최종 병기. 모두 아니다. 욕망을 변명하지 않고, 과오를 통해 배우며,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을 관철한 2015년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을 돌아보았다. 열여섯칸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12/10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친 후에> <앵커맨>…. 주드 애파토우가 연출하거나 제작한 코미디를 보고 있으면, 외설적 대화를 주고받으며 짐짓 센 척하지만 실상은 새가슴인 사춘기 소년들이 떠오르곤 했다. 철들기가 두려워 친구들과 똘똘 뭉쳐 소파에서 뒹굴고, 여자를 상대하는 어려움을 야한 농담으로 무마하는 애파토우 영화의 남자들은 얼핏 중산층 가족주의에 저항하는 피터팬 일당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남자들은 대개 영화 말미에 이르면 짝짓기나 가족 만들기를 통해 성장을 확인한다. 심지어 보수적 ‘패밀리 맨’의 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업데이트
-
러시아는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대륙이다. 흔히 서구영화라는 범주로 묶을 때 오랜 역사와 전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영화는 생략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영화의 역사를 논할 때 러시아영화를 생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부터 지가 베르토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지나 알렉산드르 소쿠로프까지, 영화 문외한이라도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러시아의 영화작가들은 할리우드나 유럽영화와는 또 다른, 독자적이고 견고한 미학을 구축해왔다. 세계영화의 지형도를 그린다면 러시아는 변방이 아니라 상당한 영토를 확보한 영화왕국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올해 러시아의 할리우드로 불리는 모스필름 90주년을 맞이한 덕분인지 러시아영화를 소개하는 책 몇권이 연이어 출간됐다.
입문서를 찾는다면 데이비드 길레스피의 <러시아 영화: 문화적 기억과 미학적 전통>을 권하겠다. 데이비스 길레스피는 영국 배스대학교에서 오랫동안 러시아 문화와 영화를 연구해왔다. 20세기 러시아영화의 주요 작가와 작품
[도서] 러시아영화로 가는 문
-
쌍팔연도의 향수가 한국 안방극장의 주말을 강타하는 요즘, 그때 그 시절의 영화 한편이 리메이크되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991년작 <폭풍 속으로>(원제 <포인트 브레이크>)를 2015년에 되살린 할리우드와 중국의 합작영화 <포인트 브레이크>다. <폭풍 속으로>는 독특한 방식으로 은행을 터는 한 무리의 서퍼들을 잡기 위해 위장, 잠입하는 FBI 요원 조니(키아누 리브스)의 이야기로, <스피드>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의 키아누 리브스와 <더티 댄싱> <사랑과 영혼>으로 스타덤에 올라 있던 패트릭 스웨이지가 함께 출연한 액션 스릴러다. 서핑이 붐이었던 1990년대 분위기와 급진주의적 아이디어, 그리고 당시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이라고 포장했던 브로맨스를 소재로 만들어진 <폭풍 속으로>는 블록버스터로 남지는 못했지만 그 뒤 컬트 클래식으로 자리잡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는 FBI 요원이다
[현지보고] 한국 개봉 앞둔 <포인트 브레이크> 기자회견 현장
-
1.
“자살을 당할 수도 있어.”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이하 <시카리오>)에서 절정을 찍는 오싹함은 이 무미건조한 대사 한줄에 실려 있다. 영화 말미, 암살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는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를 찾아와 자신들의 작전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위증하도록 강요한다. 케이트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알레한드로는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진정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넨다. 이 대사는 이상하다. 자살이라는 능동적 행위에 ‘당한다’는 피동사는 붙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말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반면 이 상황은 적절하다. 우리는 알레한드로의 표현이 케이트를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하겠단 협박임을 안다. 인상적인 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당하는 이 순간을 굳이 ‘자살’로 꾸미겠다는 알레한드로의 표현이다. 이를 단지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 말하는 건 케이트가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린다고
[송경원의 영화비평] 영화는 영화다
-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설립한 특수효과 회사 ILM(Industrial Light & Magic)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서재우 연구원은 일본의 OLM 디지털과 뉴질랜드의 웨타 디지털을 거친 인재다. 디지털 캐릭터 제작에 관한 핵심기술을 개발한 그는 ILM의 연구•개발(R&D) 부서에서 일하며 모션 캡처, 애니메이션, 크리처 리깅 관련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부서와 밀접하게 연관을 맺으며 연구원과 개발자 사이,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창작과 프로그래밍을 같이하는 테크니컬 아티스트와 개발자, 그리고 연구원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연구•개발 부서에서 오래 일했던 그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특수효과 작업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자리를 마련했다.
-웨타 디지털에서 작업한 영화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호빗> 3부작,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등에 직접 개발한 프로그
[people] 우주 괴물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
목소리만으로 가상의 인물과 사연들을 9년째 연기해온 남자들. 2016년에 10주년을 맞는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의 진행자 정찬우, 김태균은 목소리 연기의 장인들이다. 이들은 라디오에서 다진 실력을 토대로 애니메이션 더빙 연기에도 활발히 참여해왔다. 그간 연기한 작품 5편에서 맡은 캐릭터가 적어도 서른개 이상이다. <아스테릭스: 신들의 전당>(2014)에서 주인공 두명의 목소리를 연기한 것을 제외하면 작품당 평균 일곱 캐릭터씩을 맡아왔다. 12월24일 개봉한 <몬스터 호텔2>에선 역대 최다인 아홉 캐릭터를 연기한다. ‘숨은 컬투 찾기’는 <몬스터 호텔2>의 중요한 관람포인트이기도 하다.
-전작 <몬스터 호텔>(2013)에선 8역이었는데 이번엔 하나 더 늘어나 2인9역을 연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정찬우_그리핀이다. 가장 비중이 큰 캐릭터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몸체가 없고 목만 달랑거리던 문고리 캐
[people] 내 안의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
-
300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일본 배우 오스기 렌에게는 이러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성실한 가장, 무기력한 형사, 평범한 회사원, 귀여운 야쿠자…. 1980년 데뷔한 이래 35년간 수백편의 영화(그 자신조차 더이상 출연작 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에 출연한 그는 그야말로 일본영화의 다종다양한 얼굴을 온몸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그런 오스기 렌에게 2015년은 이웃나라 한국과 더욱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한해로 기억될 듯하다. 드라마 <쩐의 전쟁>을 리메이크한 동명의 드라마에 출연했을뿐더러 블록버스터영화 <대호>의 출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났기 때문이다. 예순넷의 나이에도 “가방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베테랑 배우의 도전정신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대호>의 무대 인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오스기 렌을 만났다.
-한국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한 건 <순애보&
[people] “인간의 깊이를 탐구하는 게 배우의 재미다”
-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영화에 출연했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 <유스>에서 조수미는 현실 속 본인 모습 그대로 프리마돈나 조수미로 등장한다. <유스>는 은퇴를 선언한 세계적인 지휘자 프레드(마이클 케인)가 노년의 무료함 속에서 예술과 젊음을 되돌아보게 된다는 이야기다. 젊음 이후의 나이듦에 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도 매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온 파올로 소렌티노의 영화답게 <유스>는 우아하고 위트 있게 인생의 의미를 살핀다. 조수미는 영화에서 비록 대사 한마디 없이 엔딩 장면에만 출연해 노래만 부르지만 영화를 본다면 알 것이다. 조수미가 부르는 <심플 송>은 프레드가 젊은 시절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곡으로 프레드의 젊음의 정수다. 그러니 <심플 송>을 프레드가 지휘하고 조수미가 부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상징적이고 중요한 순간이다. 내년이면 소프라노로 산 지 30년이 된다는 예술가 조수미라면
[people] 내일 죽음과 맞닥뜨리더라도 끝까지 가보는 것
-
18세기 후반의 독일. 몰락한 귀족 가문의 두딸 카롤리나(한나 헤르츠스프룽)와 샬롯(헨리에트 콘퓨리우스)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사이다. 언니 카롤리나는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부호 가문의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한다. 샬롯은 언니에 대한 부채감과 동시에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다. 그런 샬롯에게 운명처럼 한 남자가 다가온다. 남자의 이름은 프리드리히 실러(플로리안 슈테터), 당대 독일의 가장 촉망받는 시인 중 하나다. 우연한 기회로 샬롯에게 빠진 프리드리히는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 이후 자매는 프리드리히를 집으로 초대하고 그해 가을, 셋은 낭만적인 한때를 보낸다. 이들은 셋이서 평생 함께할 방법을 궁리하며 그 방안을 실행에 옮긴다.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삶과 사랑을 자매의 시점에서 재구성했다. 프리드리히 실러가 대문호로 성장하는 과정은 사실에 기반하나 러브스토리는 도미닉 그라프 감독의 상상력이 빚어낸 허구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삶과 사랑 <연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