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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젊은 남녀 사이에 분위기가 좋다면? 뭔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진다. 그‘일’이 로맨스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로맨스에서 분위기는 그만큼 중요하다. 로맨틱 코미디물 <그날의 분위기>(개봉 2016년 1월14일)의 제목 한번 똑소리난다. 일단 영화 속 남녀 주인공 사이의 분위기 파악 좀 해보자. 사랑에 있어서 한 우물만 파는 ‘철벽녀’ 수정과 사랑 앞에서 거침이 없는 오픈 마인드 재현이 우연히 만났다. 수정에게 맹렬히 들이대는 재현이 하는 말,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이 뜬금없는 대시에 어이없어하는 수정의 대답은 당연히 “No!” 두 사람은 성격도, 연애 스타일도 반대, 반대, 정반대다. 험해질 대로 험해진 분위기에서도 과연 로맨스는 싹틀 수 있을까. <그날의 분위기>에서 각각 수정과 재현을 연기한 문채원과 유연석을 만나서 물어봤다. “극과 극인 두 남녀, 과연 통할 수 있는 건가요?”
[문채원, 유연석] 극과 극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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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러더스 그림스비> The Brothers Grimsby
감독 루이 르테리에 / 출연 사샤 바론 코언, 마크 스트롱, 아일라 피셔
축구팀 저지에 슬리퍼를 신은 훌리건이 세상을 구한다? 사샤 바론 코언이 제작, 각본, 주연까지 맡은 영화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각자 다른 가정에 입양돼 28년간 떨어져 지낸 노먼(사샤 바론 코언)과 세바스찬(마크 스트롱). 노먼은 자식을 11명이나 둔 축구 훌리건이 됐고, 세바스찬은 MI6의 특급 암살 요원이 됐다. 오랜만에 조우한 동생을 따라다니며 업무를 번번이 망치던 노먼은 천부적인 사격술을 깨닫고 세바스찬의 작전을 돕는다. 내년 2월24일 영국, 3월11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슬리퍼 신은 축구 훌리건이 영웅이 된다? <브러더스 그림스비> The Brothers Grims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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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를 경신한다는 무더위 속 혼자 속 편한 섬 같은 버스에서 ‘상아레코드’에 전화를 걸어 언니네 이발관 5집이 들어왔는가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상아레코드는 이제 오프라인 매장이 없고 온라인 판매만 한다. 음악에 냄새가 있다면 아마도 여기서 날 것처럼 음반이 쌓인 사무실 한쪽, 컴퓨터로 인터넷 창을 열고, ‘매장에서 수령하기’ 구매 단추를 누르고, 결제하고, 바로 받았다. 일찍 도착한 사무실에서 새 음반을 듣는다. 시리얼 넘버 104번 한정판. ‘괜히 더 좋다.’ 언니네 이발관 5집 《가장 보통의 존재》가 나오자마자, 이제는 사라진 상아레코드 사무실에서 샀다. 《가장 보통의 존재》는 2008년의 명반이자 21세기 한국 음악사의 보물이기도 했다. 이후 새 음반 소식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간격을 두고 6집과 7집을 발매한다는 소식에 이어 다시 흐지부지되었다.
언니네 이발관 6집 싱글 <혼자 추는 춤> 출시 소식을 들었다. 앨범을 손으로 쥘 수 있는 CD를 사기 전, 급
[마감인간의 music] 삼십대의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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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대호> 지리산 타이거
[정훈이 만화] <대호> 지리산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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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가 돌아온다! <삼국지 13> 한글화 확정
시뮬레이션 게임의 왕자,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가 돌아온다. 8비트 PC 시절부터 출발해 어느덧 13번째 시리즈를 발표한 <삼국지 13>은 탄생 3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작 발매 후 4년 만에 돌아오는 <삼국지 13>은 2016년 1월28일 일본판과 대만판이 동시 발매되며 PC, PS4, X-BOX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한글판은 동시 발매는 아니지만 한글화를 확정짓고 번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장판 트레저박스 등 팬들을 위한 특별패키지와 특전도 준비 중이라니 기대를 안고 기다려보자.
노래하는 네 남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전국투어 콘서트 <Soul 2 Real>이 지난 10주년 콘서트 이후 2년 만에 진행되고 있다. 이번 투어는 12월12일 광주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일산, 부산, 대전, 인천을 지나 내년 2월13∼1
[culture highway] 우디 앨런부터 장이머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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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헤이트풀8>에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잇는 남북전쟁기 미국의 정치적 공기와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고어, 그리고 <저수지의 개들>의 밀실 서스펜스가 공존한다. 한데 이 ‘밀실’이 아주 넓다. 울트라 파나비전 70 렌즈를 부활시켜 지난 50년간 없던 2.76:1의 화면 비율로 로버트 리처드슨이 촬영한 <헤이트풀8>에서, 뜻밖에 가장 압도적인 그림은 광대한 설경보다 실내다. 타란티노는 세트의 세부에 전례 없이 공을 들이고 다수 인물의 배치와 동선을 활용해, 미디엄숏 이상 물러나면 4인 이상이 잡히기 일쑤인 난해한 프레임을 유리하게 활용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 공연 중인 대형 극장의 무대를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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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신 베스트 크리스마스 무비는 올가을 서울프라이드영화제에서 관람한 숀 베이커 감독의 <탠저린>이다. 오렌지 색 태양 아래 핫팬츠를 입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끝말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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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해묵은 호기심이 하나 있었으니, 왜 배우가 아니라 ‘여배우’라고 부르냐는 것이었다(남자배우는 남배우라고 하지 않으면서). <씨네21> 인기 연재물이었던 ‘한창호의 오! 마돈나’를 책으로 엮은 <여배우들>에는 연재 당시 읽을 수 없었던 굉장한 글을 두 꼭지 더 만날 수 있는데, ‘타자의 자리’라는 제목으로 오리엔탈리즘의 이방인으로 읽어낸 ‘여’배우의 스타 이미지에 대한 글과 마릴린 먼로에 대한 글이다. 영화산업의 시스템 안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대변되어야 하는’ 여성 스타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그는 그녀들이(백인이어도 금발이어도 아무리 아름다워도) 스스로가 원한 위치보다는 타자의 자리에 머물기를 강요받았던 삶의 순간들에 대해 말한다. 더불어, 2015년의 할리우드에서는 페미니즘이 유행이었고, 레드카펫에서 ‘몸을 핥듯’ 아래에서 위로 촬영하는 카메라의 시선에 대해, 그리고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히는 배우들이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여배우
[도서] <씨네21> ‘한창호의 오! 마돈나’를 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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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그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유는, 살펴보고 닦고 기름치고 조여야 할 것들을 무시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요가학원에 가서 강사의 말에 따라 반듯하게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갑자기 전신의 통증이 심해진다. 그냥 누워서 눈을 감고 호흡만 신경 써서 해도 그 지경이다. 삶의 문제들 역시 대체로 그러하다. 아무 생각 없이 카드를 쓰다가 재정상태를 살피는 순간, 매일 누군가와 만나다가 인간관계를 돌아본 순간, 커리어가 어쨌든 굴러는 간다 안도하다가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순간, 모든 것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오지은의 <익숙한 새벽 세시>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겁을 먹고 걸음을 서두르느라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이가 나 하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어느 날 우편함을 보니 편지로 가득 차 있었다.” 시시한 고지서로는 “당신은 서른넷입니다”가 있고, 조금 심각한 편지로는 “당신이 재미있어 하던 것들이 재미없어졌다는 사실을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그림자와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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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프리퀄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리지널 3부작만큼 재미있지는 않지만 자기만의 이야기도 있고 자기만의 아름다움도 있는 작품들이다. 다들 죽이고 싶어 하는 자자 빙크스도 굳이 싫어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 캐릭터에 반영된 인종주의를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매력 없고 짜증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집중적인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시된다면 우리 중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헤이든 크리스텐슨? 로렌스 올리비에의 재림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구박은 좀 심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프리퀄을 옹호하려고 해도 이 세 영화가 그렇게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J. J. 에이브럼즈의 속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가 이들 세편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재미있고 더 <스타워즈>스러운 영화라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크리에이터인 조지
[듀나의 영화비평] 보수적이고 완벽한 자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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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로 10년치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연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불현듯 나타난 여자 김진영(김하늘)의 사랑을 아슬아슬하게 비추는 영화다. <이터널 선샤인>(2004), <러브레터>(1995), <라빠르망>(1996)처럼 미스터리 구조를 취한 멜로영화들에 적잖이 영향을 받았다는 이윤정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 <나를 잊지 말아요>가 “시간이 지나 꺼내봤을 때도 촌스럽지 않은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정 감독은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칼아츠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스크립터 등으로 영화 경력을 쌓았다.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서 상영된 단편 <나를 잊지 말아요>를 장편으로 확장했다.
=단편은, 기억을 잃어버린 한 남자(김정
[people] 기억과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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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 이후 포스트 누벨바그 세대를 대표하는 필립 가렐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11월25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되는 필립 가렐 회고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1964년부터 활동해온 필립 가렐의 작품 중 <비밀의 아이>를 비롯한 16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편의 흑백영화 <폭로자> <처절한 고독>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냈다…>가 설치미술의 형태로 재구성돼 <필립 가렐-찬란한 절망>이라는 이름의 전시로도 소개된다. 16살 때 첫 영화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1964)을 만들어 유럽영화계를 놀라게 한 이후 그는 줄곧 자신의 영화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1970년대까지는 서사를 배제한 채 이미지를 활용한 실험영화를 제작했고 그 후에는 영화 안에 서사성을 끌어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변화를 계속해왔다. 관습을 뛰
미술관에서 영화 보기, 영화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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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스크린을 벗어나 극장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영화와 현대미술의 크로스오버는 진즉부터 진행되어왔고 올해 주목받은 작품 중에도 미술에 뿌리를 둔 영화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의 끝자락, 공교롭게도 미술관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꽃피운 세 가지 영화, 전시가 동시에 찾아왔다. 2016년 3월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스탠리 큐브릭전>, 2016년 2월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필립 가렐: 찬란한 절망전>, 2016년 3월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 서울관에서 진행되는 <윌리엄 켄트리지: 주변적 고찰>이 바로 그것이다. 각기 다른 전시를 관통하는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 영화미디어학자 김지훈 교수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미술관으로 간 영화들은 우리에게 어떤 감흥을 남기는가. 이 전시들이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무엇인가. 예술과 영화의 경계에 대한 간략한 답이 여기에 있다. 회고
미술관으로 간 영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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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운석이 지구를 비껴가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굿 다이노>는 이런 가정하에 공룡과 인간이 공존하는 가상의 원시시대를 설정한다. 초식공룡 아파토사우루스 삼형제 중 막내인 알로는 아버지처럼 용감한 공룡이 되고 싶지만 닭에게 모이 주는 것조차 무서운 겁쟁이 꼬마 공룡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알로는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에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야생에 던져진 알로 앞에 원시인 꼬마 스팟이 나타난다. 몸집은 작지만 맨주먹으로 뱀을 때려잡을 정도로 스팟은 야생의 삶에 단련되어 있다. 스팟은 알로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그의 여정에 동행한다.
<굿 다이노>는 세대와 종을 넘나드는 우정, 모험과 귀환이라는 서사 구조를 착실히 따른 디즈니•픽사의 16번째 작품이다. 알로와 스팟의 우정은 <토이 스토리>의 우디와 버즈, <업>의 칼 할아버지와 러셀의 우정만큼 뭉클하다. 인간의 감정을 캐릭터화하고(<인사이드
거대 운석이 지구를 비껴가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굿 다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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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야 산다>는 짓궂은 소년 원태(한상혁), 재권(신강우), 태영(김민규), 성민(문용석)에게 중요한 물건을 빼앗긴 두 남자의 심야 추격극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CEO 승주(김승우)는 낭만을 즐기며 밤거리를 걷던 중 고등학생 네명에게 휴대폰과 지갑을 털린다. 형사 정택(김정태)은 승주를 돕겠답시고 나섰다가 총까지 빼앗기고 만다. 위엄 있게 타일러도 보고 자존심 구겨가며 달래도 보지만 겁 없는 소년들 눈엔 허당 어른들이 우습기만 하다. 두 남자는 교통법규 위반에, 시민 폭행에, 차량 탈취까지 감행하며 소년들을 압박하지만 모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오인천 감독은 네명의 고등학생들에게 관객이 “밉상 아닌 친근함”을 느끼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소년들의 도를 넘은 행태는 캐릭터를 충분히 밉상으로 만들고도 남는다. 사람을 상대로 진짜 총을 겨누고, 온갖 약점을 잡아 상대를 협박하는 건 귀여운 반항이 아닌 그저 막돼먹은 짓이다. 고등학생 아닌 유치원생도 알 만한 사실을 정작
소년들에게 물건을 빼앗긴 두 남자의 심야 추격전 <잡아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