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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히티=글·사진 김성훈 취재지원 주한 프랑스 문화원, 프랑스 관광청, 타히티 관광청 본청(Tahiti Tourisme), 피포(FIFO)
기자를 두고 누군가는 “재패니즈(일본인)?”냐고 묻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셰셰”라고 인사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한국에서 왔어”라고 얘기하면 10명 중 예닐곱은 “남쪽에서 왔니? 아니면 북쪽에서 왔니?”라고 큰 관심을 보인다. 남쪽에서 왔다고 얘기하면 여자들은 “K(Korea의 약자) 영화와 드라마 애청자야”라고 반가워하고, 남성들은 “우리 아내가 K 영화에 푹 빠졌어. 지금 집에서 K 드라마 보고 있을 시간이야”라고 큰소리로 웃는다. 중국인과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은 타히티에서 희귀종인 까닭에 존재만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니 몸 둘 바를 모르며 지내고 있다. 타히티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신혼여행지? 맞다. 화가 고갱이 사랑한 섬? 그것도 맞다. 타히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면 세계 지도를 한번 보시라.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보다 남
타히티에서 영화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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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1985년생. 소설가.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12년 <파라솔이 접힌 오후>로 등단했다. 지난해 11월, <더 웬즈데이>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유리> 등 9편의 단편이 실린 첫 소설집 <의인법>이 나왔다. 십대 땐 영화감독을 꿈꿨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며 소설을 쓰고 있다. 동료들은 오한기를 두고 ‘뇌구조’가 범상치 않은 ‘신인류’라고 말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일본 배우 마쓰다 류헤이를 연상시키는 외모.
금정연
1981년생.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인문 분야 MD로 일하다 본격 서평가의 길에 들어섰다. <서서비행> <난폭한 독서>는 그의 독서편력과 책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서평집. 정지돈, 오한기, 이상우 등과 후장사실주의자 그룹을 결성해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정지돈의 말을 빌리면 “자타공인 대한민국에서 개를 제일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닮은꼴로 돔놀 글리슨과
김기덕에서 레이먼드 카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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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영화를 두번 이상 보아야 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의 감정에 이끌려 다니느라 놓친 음악들을 다시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서. 그런데 두 번째에도 놓친 부분들을 여전히 놓치고 말았다. 여기 놓치지 않은 몇개의 음악들의 소회를 적는다. 1950년 미국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캐롤>은 음악들도 1950년대 태생이 많다. 이름하여 미국판 ‘응답하라 1950’인 셈.
<You Belong to Me> 헬렌 포스터, 더 로버스
호감을 가지고 다시 만난 두 여자가 차를 타고 캐롤의 집으로 향하는 순간 캐롤의 테마 위에 겹치며 이상하고도 묘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아직 온통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함뿐이지만 ‘사랑하는 그대여 항상 기억해줘/ 내가 늘 그대와 함께라는 것을’이라고 속삭여줄 이가 있다면 어떤 불협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터널 속의 빛처럼 노래는 번져나간다. 원래 <You Belong to Me>는 195
그 여정 위에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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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캐롤>은 처음 출간되었을 때 클레어 모건이라는 작가가 쓴 <소금의 값>(Price of Salt)이라고 되어 있었다. 하이스미스는 1990년에 이르러 이 책 제목을 <캐롤>(Carol)로 바꾸어 재출간하며 이 책이 자신의 작품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 원고에서는 책 제목을 한국 출간제목인 <캐롤>로 표기했다. 현재 판매 중인 이 책의 영문판은 <Carol> 혹은 <The Price of Salt: OR Carol>로 표기되어 있다.
1948년, 아직 수퍼히어로 코믹북 각본을 쓰는 무명 작가였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낀 2주 동안 블루밍데일 백화점의 장난감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하이스미스는 인형을 사러 온 캐슬린 위긴스 센이라는 연상의 고객을 만나 매료된다. 백화점에서 고객의 주소를 알아낸 하이스미스는 자신이 이후에 쓰게 될 서스펜스 소설에 어울릴 법한 집착의 과정을 밟아가는데
동성애를 다룬, 하지만 비극적인 엔딩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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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빛낸 독립영화 10편을 만날 수 있는 기획전 가 2월18일(목)부터 21일(일)까지 4일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www.indiespace.kr)에서 열린다.
세월호 진상 규명에 새로운 불씨를 지펴준 (감독 이상호)과 (책임연출 김진열 | 제작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누적 관객수 3만 5천명을 동원한 2015 한국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선정한 ‘2015 올해의 독립영화’ (감독 장건재) 등 대중의 지지를 얻은 작품들은 물론 한국전쟁 초기 학살당한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소재로 한 (감독 구자환), 일하는 여성들의 실제 인터뷰와 실험적 이미지를 오가는 혁신적 스타일을 통해 이 시대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감독 임흥순), 공장식 축산업의 현실을 담아내는 것과 동시에 농장동물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감독 황윤) 등 다양한 소재의 다큐멘터리가 준비되어 있다.
각종 영화제에서 큰 관심을 받은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고립된 섬에
다시 만나는 2015년 독립영화 10편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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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원작. 토드 헤인즈의 멜로드라마. 루니 마라와 케이트 블란쳇의 호연. 1950년대를 재현한 탁월한 미술과 의상. <캐롤>을 수식할 표현들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단어로도 이 영화가 주는 감흥을 옮길 순 없다. 때로 어떤 영화들은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게 한다. 묘사를 하면 할수록 본질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저 보고 느끼길 권한다. 그럼에도 <캐롤>이 남긴 마음속의 파장은 무언가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힘이 있다. 자연스럽게 떠오른 말 부스러기와 <캐롤>을 둘러싼 짧은 정보들을 모아서 전한다. 영화평론가 듀나에게 원작과의 비교도 부탁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독립잡지를 제작 중인 이아립이 <캐롤> 속 음악 리스트도 정리해 보내왔다. 스크린에 불이 켜지고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당신이 느낄 감동을 고스란히 전할 순 없어도, 눈앞에 아스라이 아른거리는 잔상을 오래도록 음미할 양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사랑이
여기 사랑이 그녀가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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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새로운 50년을 맞아 새로운 시도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인문교육’을 모토로 한 창비학당이 2016년 2월 문을 엽니다. 창비학당은 창비와 세교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립한 열린 배움터입니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인문 사회 교육을 통해 더 큰 출판의 내일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창비학당은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을 맞아 책과 콘텐츠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고 독자대중과 더욱 가깝게 만나 소통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창비학당은 인문교육, 문예교육뿐 아니라 진보적 사회혁신 담론의 대중화, 새로운 독자 세대 발굴, 혁신활동가․연구자 매개 및 지원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연구 및 대중강좌 사업을 펼칠 것입니다. 특히 창비학당 자체의 연구/강좌뿐 아니라 외부 기관/단체와 연대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입니다.
2월 15일 개강하는 제1기에는 사회/역사/문예/친구 강좌로 모두 12개의 강좌가 개설됩니다.
역사/사회/문예/친구 12개의 깊고 알찬 강좌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인문교육 창비학당 제1기 12개 강좌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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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K의 플레이스테이션4는 한동안 장식품이었다. 같은 회사 디지털 미디어팀의 독거노인 S기자와 주말마다 온라인에서 만나 축구 게임을 하는 것 말고는 도통 켤 일이 없었다. 찬밥 신세였던 이 사각형 기계가 최근 주인 K의 손때를 타기 시작했다. K가 플레이스테이션4를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세계와 연결하기 위한 셋톱박스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어떻게 K의 콘텐츠 감상 습관을 완전히 바꾸어놨을까.
“또 택배? 집이 작아서 둘 데도 없는데 제발 사모으지 마라. 사람은 자고로 버리면서 살아야 한다.” K의 아내는 DVD나 블루레이 타이틀이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나듯 질색했다. 돈이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한번 보고 말 타이틀에 3만원 가까이 쓰는 남편 K를 이해할 수 없었다. K 역시 아내의 불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기사를 쓸 때 참고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사모으기엔 주머니가 턱없이 얇았다. 수납 공간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단돈 만원이
거참, 신경쓸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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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으로는 <빨간풍선>(2007) 이후 8년 만이다. <자객 섭은낭>을 만드는 데는 실질적으로 2년의 기간이 필요했지만, 그간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타이베이영화제, 금마장영화제 등에서 조직위원장 역할을 잇따라 맡으며 작품 외적인 일로도 바빴다. ‘왜 이렇게 영화를 안 만드냐’는 관객의 핀잔이 들리는 듯했다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창작자로서 그간의 고민을 한편에 쏟아부었다. <자객 섭은낭>의 개봉에 앞서 한국을 찾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났다.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이나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2013)처럼 무협영화를 만들거나 지아장커 감독의 <천주정>(2013) 같은 경우 현재의 사건을 가져와 무협영화의 형식을 입혔다. 중화권 감독들에게 무협영화를 만드는 일이 일종의 숙명이나 오랜 열망처럼 느껴진다.
=중화권에는 무협소설이 굉장히 많다. 무협소설이 아주 오래전부터 발달했다. 이미 당나라 시대부터
과장 없이 현실적인 무협의 매력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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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지만, 첫 흑백 장면에 등장하는 두 마리 당나귀를 보며 괜히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1966)를 떠올려본 것이 딱히 이상한 일만은 아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단어의 접붙임으로써, 마치 브레송이 무협영화를 만들면 이러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험한 세상 속에 놓인 인물의 내적 갈등, 침묵을 응시하는 것만 같은 고요한 정경이 그러했다. 발타자르는 물론 브레송의 다른 영화 <무셰뜨>(1967)의 무셰뜨가 겪는 고난의 여정만큼이나 섭은낭이 처한 상황(지방 세력인 번진이 저마다 세력다툼을 하던 혼란스런 당나라 시대의 자객)도 그러했다. 우리가 ‘무협영화’라고 상정할 때 예상하는 그 모든 것들을 비켜가는 리듬과 정서의 엮임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자객 무셰뜨’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 나아가 때로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거미집의 성>(1957)과 <란>(1985)이 겹쳐 보이
우아하고 자극적인, 차원이 다른 세계의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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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8년 만의 장편 연출작이자, 무협영화로는 첫 도전 작품이다. 당나라 시대 소설 <섭은낭>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통해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자객으로서의 임무와 인정이라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흔들리는 자객 섭은낭의 내면을 보여준다. 무협영화가 추구하는 화려한 액션 신과는 대조적으로 ‘중력에 구애를 받는’ 현실적인 액션 장면 연출 안에서, 이 영화는 상상했던 그 모든 것으로부터 비켜나가 무협영화의 또 다른 기준점을 제시한다. 주성철 편집장의 <자객 섭은낭> 분석에 더해 이화정 기자가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났다.
머뭇거림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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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조지 밀러 감독이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영화제측은 1일(현지시간) 조지 밀러 감독이 5월1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조지 밀러 감독은 지난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칸을 찾은 바 있다. 그는 지난 1988년과 1999년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은 각각 빌 어거스트 감독의 와 다르덴 형제가 연출한 였다.
지난해 3억7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매드맥스: 분논의 도로>는 오는 28일 열리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10개 부분 후보에 올랐다.
조지 밀러 감독,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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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검사외전> <인천상륙작전>
2015 <강남 1970> <연평해전> <극비수사>
2014 <화장> <군도: 민란의 시대> <차이나타운>
2013 <친구2> <더 파이브>
2012 <인류멸망보고서>
2011 <완득이> <아이들…>
2010 <포화속으로>
드라마
2016 <동네의 영웅>
2015 <처용2>
2015 <식샤를 합시다> 시즌2
2013 <식샤를 합시다> 시즌1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전직 검사 재욱(황정민)과 철부지 사기꾼 치원(강동원)이 비리로 뒤덮인 검사 출신 국회의원 후보를 상대로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이는 사회성 짙은 드라마다. 영화 속 배경도 대부분 교도소, 검찰청, 법정인 만큼 무겁고 칙칙한 분위기의 영화일 것
[STAFF 37.5] “무브먼트? 연륜으로 감성을 붙들어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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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에서 해관(이성민)은 약속대로 자신이 소리를 무사히 ‘그녀’에게로 보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무역선에 태워주려는 정도의 노력은 한다. 어떻게든 약속에 대한 의지를 보이려 애쓰는 것이다. 현실로 가정하면 황당한 일로 치부되겠지만, 그런 해관의 모습이 마냥 허무맹랑해 보이지만은 않는 건 이호재 감독이 하나를 받으면 적어도 반은 돌려주려는 사람이기 때문일 터다. 내놓는 말마다 약간의 냉소가 묻어나지만 그 너머엔 지킬 것은 지키며 살자는, 아니 지키겠다는 생각이라도 하면서 살자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 그는 “명함을 받아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며 명함의 무용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렇다면 눈앞에서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일 것”이라고 말하고는 바로 전화번호를 입력하는 사람이다. 또는 이야기 도중 잠시 이름이 헷갈린 스탭의 이름을 기어코 검색해 정확하게 확인시켜주(고선 자기 말이 맞지 않냐며 확답을 받아
[이호재] “결국 우리 인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