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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인터넷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 IPTV 등의 성장세에 밀려 DVD 시장이 몰락하고 차세대 저장 매체로 주목받던 블루레이 역시 극장 바깥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나날이 급변하는 미디어 매체 환경 변화 속에서 VHS, CD, LD 등 어떤 저장 매체도 가차 없이 쓰러져가던 때에 블루레이를 이른바 ‘컬렉터 문화’와 접목한 국내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을 표방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블루레이 제작사 플레인 아카이브, 더 블루 콜렉션, 노바미디어의 수장들을 소개한다.
“내가 소장하고 싶은 블루레이를 만든다”
플레인 아카이브 백준오 대표
한마디로 플레인 아카이브의 타이틀을 요약하자면 ‘사고 싶은 블루레이’다. 많은 컬렉터뿐만 아니라 해외 업계에서도 플레인 아카이브의 짧고 강렬한 성장에 놀란다. DVD 시절부터 직접 사모으고 즐겨보는 걸 좋아했던 백준오 대표의 손길이 닿은 블
최고의 블루레이를 굽는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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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데드풀> 大道 POL
[정훈이 만화] <데드풀> 大道 P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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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 한가운데에 서다
라슬로 네메시 감독의 <사울의 아들> 개봉을 맞아 CGV압구정과 CGV여의도에서 NOON VR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35mm 필름 제작, 주인공의 시점숏, 4:3화면비율 등 파격적인 형식으로 홀로코스트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한 이 작품이 VR기술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두려움 반 흥분 반이다. 3월4일부터 NOON VR 전용 앱을 통해 VR 시네마 포맷의 <사울의 아들> 예고편을 감상할 수도 있다.
추억에서 현재로
시작은 ‘토토가’였다. 지난해 이맘때 <무한도전>의 ‘토토가’를 통해 90년대 화려한 인기를 누렸던 터보가 다시 뭉쳤고, 보컬 김종국과 각기 다른 시기 활동했던 래퍼 김정남과 마이키가 모여 3인조가 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15년 만에 발표한 앨범 《Again》은 음원사이트를 휩쓸었다. 오는 3월부터는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연다. 90년대 가요계를 수놓았던 터보의 히트곡
[culture highway] 아우슈비츠 수용소 한가운데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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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O. 러셀 감독(<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아메리칸 허슬>)은 언쟁 장면을 쓰고 찍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1:1 갑론을박부터 방 안의 모든 인물이 한마디씩 거들며 삼천포로 빠지는 수습 불가 논쟁까지, 러셀의 영화에서 말싸움은 액션 세트피스를 대신한다.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세 번째로 손잡은 신작 <조이>도 예외는 아니다. 이 작가 겸 감독은 영화 속 대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뭐라고 생각할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다. 데이비드 O. 러셀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보내왔다. “영화 속 대화의 제일 중대한 기능은 리듬과 감정(의 구현)입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다시 읽어볼 때 스스로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도 ‘이 대화가 살아 있는가?’입니다.”
02/11
<대니쉬 걸>의 제목이 직접 지칭하는 덴마크 여자는 물론 에디 레디메인이 연기하는 트랜스젠더 릴리일 것이다(트랜스젠더는 성전환 수술 여부와 무관하게 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자아 정체성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외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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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전의 이야기
미국이라는 나라가 인류 문명에 기여한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할리우드!’라고 <씨네21> 독자들은 생각하겠지만…) ‘표현의 자유’를 상식과 제도로 정착시켰다는 데 있다. 이게 얼마나 위대한 일이냐면, ‘생각하고 느낀 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제도로 보장하는 일이 (21세기를 16년이나 보낸 지금까지도) 한국에서는 요원하다. 이 분야에 관한 한 대부분의 국가는 여전히 미개한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제일은 미국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전투였고, 무엇보다 공격이었다. 평등이 방어적 권리라면 자유는 공격적 권리다. 자유는 자유의 적을 제거하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다. 그런 결기로 뭉친 이들이 미국 수정헌법 1조에서 저 유명한 ‘표현의 자유’를 선포했고, 그 뒤에 붙은 2조에선 ‘총기 소지의 자유’를 박아두었는데, 내가 파악한 그 논리 구조는 이러하다. “표현의 자유를 모두에게 보장하려고 이 나라를 만든다. 누구도 어떤 이유
[안수찬의 영화비평] 완전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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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통•번역가, 각색작가로 살아가던 스물세살의 김수빈 감독은 의도치 않은 임신으로 엄마가 된다. 급박하게 진행된 결혼과 출산과 육아와 시집살이 과정을 김수빈 감독은 집요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김수빈이라는 한 개인의 셀프다큐멘터리로 시작한 <소꿉놀이>는 혼전 임신한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친정어머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나 갱년기 중년여성이 돼 피로해진 시어머니, 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고 요리 유학을 떠나게 된 남편의 이야기까지 담으며 새로운 ‘역할 놀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 구성원들까지 들여다본다. 요즘은 뮤지컬 <뉴시즈>의 각색작가로 일하고 있다는 김수빈 감독. “어린이집에서 애 데리고 곧장 왔다”며 영화에서 보다 훌쩍 자란 딸과 함께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영화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빠는 영화 보기를 미루고 계시고, 엄마는 요상방통한 딸내미 때문에 가정사가 까발려졌다 하시고, 시어머니는 “네가 삶의 단편을 잘 캐치해냈구나”
[people] 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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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행_눈길을 걷다>(이하 <설행>)는 지난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2015’ 중 한편으로 만들어졌다. 알코올중독 치료차 외딴 수도원을 방문한 정우(김태훈)의 혼몽을 그리며, <열세살, 수아>(2007)와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1, 이하 <청포도 사탕>)에 이은 김희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전주에서 소개된 이후 제50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제5회 사할린국제영화제, 제46회 인도국제영화제, 제39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등 세계 각지를 돌다 마침내 3월3일 정식으로 국내 개봉한다. 서늘하고 정적인 영화의 무드와 다르게 김희정 감독은 수다스럽고 뜨거운 사람이었다.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그를 만나 상징과 혼돈으로 가득 찬 영화의 찰나에 대해 물었다.
-많은 나라를 돌았다. 상영 뒤, 각국의 반응과 시선이 제각각이었을 것 같다.
=정말 그랬다. 인도에선
[people] 예민하고 서툰 사람들에 대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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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얼굴을 가진 누군가의 SNS 친구 신청. 그 버튼을 클릭하자마자 새로운 평행우주가 열렸다.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는 각각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 채 26년간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일란성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다. LA에서 배우(사만다 푸터먼)로, 런던에서 디자이너(아나이스 보르디에)로 살아가던 두 사람은 떨어져 있던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그 누구보다 애틋하게 서로의 존재를 탐색하고 함께 과거의 흔적을 좇아나간다. <트윈스터즈>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녀들을 만났다. 밝게 인사하며 인터뷰 장소로 들어오는 그녀들을 보며 첫 질문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래서, 누가 사만다 푸터먼이죠?
-실제로 보니 정말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힘들다. (웃음) 영화에서 가족, 친구들도 구분하기 힘들어 하던데.
=아나이스 보르디에_엄마는 우리 둘 중 한명이 먼저 보이면 누구 이름이든 먼저 불러보곤 하시더라. 친구들은 구분을 잘하는 편이지만, 모두 다
[people]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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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순 북미에서 개봉한 <13시간>은 최근 진행 중인 미국 대선 경선의 뜨거운 감자였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 실패 사례로 손꼽히는 ‘벵가지 테러사건’(2012년 9월11일 리비아 무장세력이 벵가지에 위치한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테러사건 당시 그녀는 국무장관이었다)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공화당원들이 이 영화를 단체 관람하면서 <13시간>은 어느새 2016 미국 대선의 가장 논쟁적인 영화로 떠올랐다.
2012년 9월11일의 리비아 벵가지가 배경이다. 수십명의 리비아 무장 세력이 미국 영사관을 습격한다. 같은 시각 벵가지의 모처에서 CIA 요원들의 경호를 비밀스럽게 돕던 여섯명의 용병들은 괴한들의 습격을 막고 영사관에 남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다. <13시간>은 너무 오랫동안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머물러
2016 미국 대선의 가장 논쟁적인 영화 <1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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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코끼리>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된 3D 옴니버스영화로, 박수영 감독의 블랙코미디 <치킨게임>, 권칠인 감독의 멜로 <세컨 어카운트>, 권호영 감독의 SF <자각몽> 세편으로 이루어졌다. 3D로 촬영됐다는 공통점으로 엮인 옴니버스영화이지만, 그중 눈여겨볼 작품은 3D 기술이 돋보이지 않는 장르인 <세컨 어카운트>다. SNS 익명 계정으로 원 나이트를 즐기는 인경(미림)은 한번 만난 남자는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깰 정도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자(서준영)를 만난다. 그녀는 그가 일하는 중국집을 찾아가지만 뜻밖의 상황에 맞닥뜨린다. <싱글즈> <관능의 법칙> 등 로맨틱 코미디에 특화된 권칠인 감독이 그려내는 SNS 연애 풍속도는 흥미롭다. 영화는 익명의 만남에서 시작해 점차 이름이 불리길 원하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장르 특성상 3D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부분은 적지만, 종이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제작된 3D 옴니버스영화 <방 안의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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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받는다. 그의 이름은 아나이스 보르디에, 런던에 사는 동갑내기 여성이다. 아나이스의 프로필을 살펴보던 사만다는 놀라운 사실을 마주한다. 아나이스가 자신과 똑같이 생겼을 뿐 아니라 생년월일까지 같다는 것. 25년 전, 미국과 프랑스 가정에 따로 입양돼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자라온 쌍둥이 자매는 그렇게 SNS를 통해 재회한다. 직접 만나보니 둘은 구석구석의 생김새부터 표정과 취향까지 똑 닮았다. 하지만 자라온 환경이 사뭇 달랐던 둘은 친모를 찾는 일에서만큼은 생각이 다르다.
아나이스가 사만다를 알게 된 건 사만다가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다.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닿은 둘은 화상 통화 프로그램인 스카이프와 아이폰 메신저를 활용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지구 반대편에 살던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존재를 자각하고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데에는 이처럼 SNS를 비롯한 각종 통신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페이스북을 통해 재회한 쌍둥이 자매 <트윈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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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었다. 29일(한국시각) 미국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가 관심 거리였다. 디카프리오는 에서 곰과 사투를 벌인 휴 글래스를 연기하며 다섯 번째 오스카 후보에 올랐지만 그는 유독 오스카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다. 디카프리오와 오스카의 첫 인연은 무려 22년 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디카프리오를 제치고 오스카를 차지한 사람들을 찾아봤다.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 남우조연상 후보
→수상 <도망자> 토미 리 존스
*2005년 <에비에이터> 남우주연상 후보
→수상 <레이> 제이미 폭스
*2007년 <블러드 다이아몬드> 남우주연상 후보
→수상 <라스트 킹> 포레스트 휘태커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남우주연상 후보
→수상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못 받았던 오스카, 누가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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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잘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당부를 등지고 홀로 산길을 오른다. 알코올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정우(김태훈)다. 정우는 외딴 수도원으로 향한다. 들어가기 전, 담배나 한대 피우려고 주머니를 뒤적이는데 라이터가 없다. 난감한 것도 잠시, 곧 수녀 마리아(박소담)가 나타나 슬그머니 성냥갑을 내려놓고 사라진다. 그 뒤로 정우는 마리아에게서 까닭 없는 보살핌을 받게 된다. 수도원에 머무는 동안 정우는 금단 증상으로 숱한 혼몽을 겪는다. 마리아는 자꾸 위축되어가는 정우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한편, 입 밖에 내지 않는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우는 수도원을 찾은 포수 베드로(최무성)가 자신의 괴로움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해갈은 요원할 뿐이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2015’ 중 한편으로 제작된 <설행_눈길을 걷다>는 김희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곁에 있던 누군가를 떠나
거친 공간과 위태로운 인물들의 관계 <설행_눈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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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기자인 혜리(박효주)는 외딴섬의 염전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그녀는 카메라 기자 석훈(이현욱)과 섬을 찾아가 취재를 시작하지만 염전집 아들(류준열)을 포함한 주민들은 두 사람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범죄의 증거들을 하나씩 찾으며 섬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과연 이 섬의 사람들이 숨긴 비밀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이 섬에서 벌어졌다고 하는 살인사건은 노예처럼 살아가는 일꾼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공정사회>(2013)를 연출했던 이지승 감독의 신작 <섬. 사라진 사람들>은 최근 큰 이슈가 됐던 ‘염전 노예’ 사건에 의문의 살인이라는 요소를 더한 범죄물이다. 여기에 감독은 또 하나의 연출적 특징을 더한다. 바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다. 이야기의 많은 분량은 혜리와 석훈이 취재한 영상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감독은 이를 통해 생생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섬의 사람들이 숨긴 비밀 <섬. 사라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