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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Morgan
감독 루크 스콧 / 출연 로즈 레슬리, 케이트 마라, 안야 테일러 조이, 폴 지아마티
아버지의 영예를 아들이 과연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인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아들 루크 스콧 감독이 공상과학스릴러 <모건>의 연출을 맡았다. <모건>은 경이로운 속도로 성장하는 인공지능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위해 외딴곳에 머무는 연구원들과 그들이 겪는 위협을 그린다. <더 위치>(2015)의 안야 테일러 조이가 창조주를 초월하는 피조물이 되어 인공지능 발달에 따르는 서늘한 질문들을 제시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직접 프로듀서를 맡았다. 9월2일 북미 개봉예정이다.
[WHAT'S UP] 루크 스콧 감독의 공상과학스릴러 <모건> Mor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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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기절제 또는 여성할례라 불리는 행위가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 30여개국에서 행해진다. 세계보건기구의 자료로 보면 이집트, 수단, 소말리아 등에서는 전체 여성의 80% 이상이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국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일, 그들의 전통이라며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소녀와 여성들의 고통을 들여다봐야 했던 사람이 있다. 다큐멘터리 <소녀와 여자>(2015)의 김효정 감독이다. 17년간 상업영화 현장에서 제작팀원으로, 프로듀서로 일해왔던 그녀가 첫 번째 연출작으로 여성성기절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이다.
-어떻게 여성할례, 여성성기절제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서울예술대학 영화과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하고 우노필름에 들어갔다. <행복한 장의사>(1999), <킬리만자로>(2000)에 이어 <무사>(2001)의 제작부로 일할 때였다. 동경해온 <동사서독>(1994)이 촬영된 중국 중웨이
[people] ‘할례’ 반대편의 이야기 - <소녀와 여자> 김효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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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같은 느낌이 좋아 다락방에 살고 있다는 혜이니. 조그만 방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찻잔 세트, 움직이는 저금통, 낡은 축음기 같은 걸 하나둘 꺼내어 움직여본다. 혜이니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수집가 혜이니’라는 영상 속 장면이다. 무대에서 내려온 혜인이(김혜인이 본명이다. -편집자)는 활기차고 밝은 무대 위 혜이니만큼이나 귀엽다. 독특한 목소리로 주목받았지만 실은 드러나지 않은 매력이 훨씬 많은 스물다섯 소녀. 혜이니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1년 만에 디지털 싱글 <연애세포>를 냈다. 그동안 예능이나 O.S.T 작업 등 다방면으로 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무대에 대한 목마름은 없었나.
=팬들이 내가 언제 컴백하는지를 항상 궁금해했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지 못해 늘 아쉬웠다. 얼마 전 MBC <복면가왕>을 통해 멋진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그 갈증이 약간 해소된 것 같다.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니 본업으로 돌아온 느낌이
[trans x cross] “나 그 노래 좋아” 들을 때까지… - 디지털 싱글 <연애세포> 발표한 혜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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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재즈’다
도심에서 즐기는 열흘간의 음악영화제,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가 9회를 맞이한다. 7회의 ‘글램’, 8회의 ‘힙합’에 이어 올해 영화제의 메인 테마는 ‘재즈’다. ‘오프닝 트랙’(개막작)은 전설적인 트럼페터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영화 <마일즈 어헤드>가 차지했다. 최근 개봉한 <본 투 비 블루>에서 쳇 베이커가 자꾸만 신경 쓰는 바로 그 남자의 이야기다. 돈 치들이 주연은 물론, 연출과 공동 각본까지 담당했다. 분방한 트럼펫 사운드로 막을 열 이번 영화제는 6월30일(목)부터 7월9일(토)까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진행된다.
<삼국지13> 드디어 출시!
오래 기다렸다. 코에이테크모 게임즈의 전략 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 최신작 <삼국지13> 한글판이 6월9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플레이스테이션2와 PC 버전으로 동시 발매되는 이번 신작은 시리즈 최다
[culture highway] 이번엔 ‘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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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될 일이라고 했다. 나이를 먹었으니 발 뻗을 데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뜻은 고마우나 돌아가라는 얘기였다. 입이라도 맞춘 걸까. ‘두 어른’의 말씀이 같았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허나 우리 고집도 셌다. 예술이 별건가. 완고한 세상에 금을 내려는 몸부림이 예술이라면, 당신들의 삶은 온통 불순하였고, 거리에 내던진 말과 몸짓은 가히 예술적이었다. 그러니 눈 딱 감고 우리의 작가가 되어 달라. 두 어른. 어찌 모르겠는가. 빨갱이 타도와 애국결사를 외치며 버르장머리 없는 이 땅의 자식놈들에게 2만원짜리 회초리를 휘갈겨대는 어버이들의 나라에서 두분의 존재는 이미 가냘프다는 것을. 어쩌면 평생 종이호랑이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고함이 포효가 아니었는가.
문정현은 일흔여덟살이다. 1975년 인혁당 수형자들이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장의 이슬이 되고 시신마저 탈취당할 때, 영구차를 가로막고 몸을 던진 젊은 사제였다. 1976년 박정희 영구집권에 반대하는 3•1구국선언 사
[노순택의 사진의 털] 종이호랑이 두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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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다시 읽으려다가 같은 책에 실린 다른 단편에 눈길이 갔다.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였다. 얼마 전 작가의 이름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그리고 단숨에 읽기 시작했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늘 읽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대개 마구잡이로 책을 읽게 된다. 계통 없는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떤 틀이나 중심축을 바라게 된다. 지난 몇년 동안 내가 중심축으로 삼은 주제는 이동, 좀더 구체적으로는 근대를 배경으로 이동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이동하는 여성 서사는 생각보다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현대가 배경이라면 사정이 조금 낫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점이 없을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은 <제인 에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제인 에어가 비참하게 죽지 않고 이동을 종료할 수 있었던 까닭은 기본적으로 동화에서처럼 숙부의 유산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나혜석을 기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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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시선으로 감상하기에 <러브 스토리>(감독 아서 힐러, 1970)는 신파적인 측면이 다분할 것이다. 경제적 배경이 다른 두 집안의 남녀가 가정을 꾸린 뒤 궁핍한 상황을 함께 이겨나가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아갈 무렵 아내에게 찾아온 병환과 그로 인한 쓸쓸한 결말. 이와 비슷한 구조의 이야기들을 꼽는다면 아마 짧은 순간에도 몇몇 영화와 드라마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어찌보면 관객의 입장에서 이만큼이나 피로도가 높은 소재는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감상은 영화 속 이야기나 분위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어떤 환경에서 관람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리 만들어지는 듯싶다. <러브 스토리>가 국내에서 개봉됐던 70년대 초반은 국내 영화보다 외화가 대세인 시기였다.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체감하기에 국내 영화와 외화는 서로 사뭇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외화의 인기가 월등히 높아 <벤허> <대부>와 같은 영
[내 인생의 영화] 첫 기억 - 류재림의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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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부는 바람>(2014)은 <달팽이의 별>(2012)을 찍었던 이승준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다. 두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첫째는 시청각장애인의 일상을 찍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장애를 통해 인간의 감각에 대해 사유케 한다는 점이고, 셋째는 장애에서 출발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던진다는 점이다.
빛도 소리도 없는 예지의 세계
<달에 부는 바람>은 예지 엄마의 일기를 비추며 시작된다. 일기에는 예지가 무엇을 느끼는지 관찰한 내용들로 빼곡하다. 예지는 시각도 청각도 없이 태어났다. 이제 청소년이 된 예지는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인지할까. 예지의 세계는 어떤 것이며, 엄마는 어떻게 예지와 소통할 수 있을까.
예지는 숟가락으로 밥을 먹을 줄 알고, 혼자 신발을 신을 줄 안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헬렌 켈러의 전기영화 <미라클 워커>(1962)나 인도영화 <블랙>(2005)을 보면, 숟가락으로
[황진미의 영화비평] 장애에서 출발한 ‘관계’의 이야기 <달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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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구분 짓는 건 사진적 존재에 근거를 둔 리얼리즘이었다. 그린 것과 찍은 것의 차이, 대상이 카메라 저편에 있고 없음의 구분이 둘 사이 견고한 장벽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컴퓨터그래픽(CG)이 등장한 이래 이 경계는 하루가 다르게 얇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동안 CG는 그리는 것과 찍는 것 사이 경계를 허물기보다는 완충재 역할에 가까웠다. ‘애니메이션/영화’의 구분이 ‘애니메이션/CG/영화’ 정도로 바뀌었다고 보면 적당할 것이다. 초반에 CG는 어디까지나 그리는 것의 영역에 속해 있었고, 사람들의 눈은 사진의 사실성과 CG의 과도한 정교함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다. 소위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라고 부르는 낯섦, 머리로 계산하고 그려낸 것의 이질감은 ‘찍은 영화’의 위상을 도리어 견고하게 만들어줬다.
CG가 카메라의 물질성을 절대 따라할 수 없을 것이란 믿음은 한편으론 필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반작용처럼 보인다. 여기선
[송경원의 영화비평] 첫 번째 CG영화 <정글북>을 체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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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영국,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같은 목표를 가진 두 남자가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신입생 해럴드(벤 크로스)는 사회적 성공을 바라지만 유대인으로서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는 달리기에 강박적으로 집착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한다. 한편 선교사를 꿈꾸는 독실한 기독교인 에릭(이언 찰슨)은 곧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지만 달리기에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그는 신이 자신에게 빠른 다리를 허락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더욱 빨리 달리기 위해 훈련을 거듭한다. 그리고 1924년, 육상인에게 꿈의 무대인 파리올림픽이 다가온다.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휴 허드슨 감독의 1981년작 <불의 전차>는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목표에 집착하는 두 주인공의 대조적인 모습이 흥미를 주는 작품이다. 유대인으로서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는 해럴드와 개인적 욕망과 종교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에릭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인물들이지만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목표에 집착하는 두 주인공 <불의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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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11살 소녀 선(최수인)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교실 앞을 서성이던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금방 단짝이 된 두 사람은 방학 동안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다. 하지만 학기가 시작되자 지아의 태도가 다시 달라진다. 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아는 따돌림을 주도하는 보라(이서연)를 따라 선을 밀어낸다. 상처를 품은 두 소녀가 질투와 두려움에 서로의 비밀을 발설하기 시작하자 관계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막연한 동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은 사실 누구나 겪어온 관계의 어려움을 새삼 되돌아보는 영화다. 아직 진심을 능숙하게 감추지 못하는 소녀들은 질투, 부러움, 공포, 미안함 등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표면적으로는 순수했던 그 시절에 대한 회상처럼 보이는 사건들은 우리가 억눌러온 진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효과적인 장치인 셈
누구나 겪어온 관계의 어려움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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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소년 자경단, 닌자터틀 4인방은 여전히 혼란한 뉴욕 시내를 지키고 있다. 전편에서 감옥에 갇혔던 사상 최악의 범죄자 슈레더(브라이언 티)는 복수를 꿈꾸며 탈옥해 외계 괴물 크랭과 손을 잡고 신비의 보랏빛 약물을 손에 넣는다. 슈레더의 호송을 담당했던 경관 케이시 존스(스티븐 아멜)는 슈레더의 타임워프와 닌자터틀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하지만 서장 빈센트(로라 리니)는 그 말을 믿지 않고 케이시를 정직 처분한다. 하는 수 없이 케이시는 슈레더의 위험천만한 복수극을 막기 위해 닌자터틀 4인방과 손을 잡는다.
닌자터틀 4인방과 에이프릴 오닐(메건 폭스)의 재회를 부각한 전편에 비해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는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파워풀한 액션물이자 소년 성장담으로서의 매력을 더했다. 긍정적인 점은 4인방 각각의 성격과 10대 소년으로서의 고민이 짙게 나타난 부분이다. 지상세계를 동경하는 미켈란젤로는 인간을 동물로 바꾸고, 동물을 인간으
소년 성장담으로서의 매력 <닌자터틀: 어둠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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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노의 아들 트랭크는 용맹한 기사가 되고 싶다. 하지만 봉건제가 깊게 뿌리내린 시골 마을에서 그런 꿈은 망상에 불과하다. 트랭크 가족을 포함해 마을 사람들은 포악한 기사 베르톨트의 가렴주구로 신음하고 있다. 하루는, 상납한 농작물의 양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트랭크의 아버지가 감옥에 갇히는 일이 일어난다. 트랭크는 아버지를 구할 길을 찾아 도시로 떠난다. 저잣거리에서 트랭크는 국왕이 내건 방을 본다. 검술대회에서 우승하고 ‘숯쟁이들의 숲’에 살고 있는 용을 무찌르면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는 것.
중세 말 독일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당대의 계급 차별이나 지배계급의 폭정, 기사도의 붕괴와 같은 사회상이 풍부하게 그려진다. 피지배계급 내에서도 사람들에 의해 마을에서 쫓겨난 숯쟁이 무리를 등장시키는 등, 피지배계급과 지배계급을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분해 피지배계급을 고되지만 선한 삶을 사는 인물들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처치하려는 용을 기르며 눈에
중세 말 독일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꼬마기사 트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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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년 짐(크레이그 로버츠)은 외롭다. 한때 게임을 함께하던 친구 마이클도 어떤 연유에선지 더이상 짐의 집에 놀러오지 않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영화관에서 홀로 누아르영화를 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는 짐의 소망은 누군가와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게 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멋진 차를 탄 근사한 외모의 미국인 청년이 찾아온다. 자신을 딘(에밀 허시)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짐에게 왕따에서 벗어날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접근한다.
<저스트 짐>은 영락없이 <파이트 클럽>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파이트 클럽>에서 타일러(브래드 피트)가 잭(에드워드 노튼)에게 그랬듯, <저스트 짐>에서 딘은 짐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존재다. 하지만 이들의 달콤한 동행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자신이 동경하던 존재가 스스로의 삶에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이미 게임
자아의 균열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 <저스트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