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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가씨>는 내가 늘 보고 싶었던 유형의 박찬욱 영화였다. <복수는 나의 것>(2002) 이후 박찬욱의 모든 영화는 서사가 비틀리거나 왜곡된 서사의 틈에 자기 스타일을 밀어넣었다. 원작이 있었던 <올드보이>(2003)와 <박쥐>(2009)의 경우에도 서사는 기승전결로 치고 올라가 예측할 수 있는 지점에 만족스럽게 도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영화는 처음부터 뭔가 과잉결정된 지점들이 있어서 클라이맥스로 올라가야 할 곳에서 그것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안티클라이맥스로 방향을 트는 인상을 주는데, 이 방면으로 최고작은 <친절한 금자씨>(2005)다. 이 방식이 내게는 좀 어색했던 영화 <박쥐>에서는 박찬욱의 예술가로서의 초자아가 유희적이고 전복적인 그의 스타일을 결박하고 있어서, 인간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 에밀 졸라의 원작을 신부의 존재론적 고뇌와 결합시키려 한
[김영진의 영화비평] <아가씨> 계급과 성차의 대립항을 세우고 부순 박찬욱식 영화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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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7일 첫 방송된 JTBC의 <비정상회담>이 100회를 맞았다. 위클리 프로그램으로서 100회라면 2년 남짓, 프로그램의 인기도와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만한 담금질이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일종의 스핀오프인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까지 성공적으로 론칭되었다. <비정상회담>으로 쌓아올린 그들과의 친밀도, 궁금증, 캐릭터가 동시에 버무려져 시너지를 만들어낸 프로그램. 벨기에 줄리앙의 집에서, 중국 장위안의 집에서 우리는 비정상들의 가족과 어린 시절을 만나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영국, 미국, 일본, 중국, 노르웨이, 이집트, 벨기에, 프랑스, 브라질, 그리스, 네팔, 캐나다, 가나, 러시아, 폴란드…. 대충 기억나는 비정상들의 국적만 헤아려봐도 이 정도다. 이들은 우리말 구사뿐 아니라 우리 문화와 생활 습관에도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비정상회담>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역시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여과지를 통
[김호상의 TVIEW] <비정상회담> 비정상회담 200회를 바라는 나, 비정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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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 출연 윌 스미스, 자레드 레토, 마고 로비, 스콧 이스트우드, 카라 델레바인, 제이 코트니, 조엘 킨나만, 비올라 데이비스, 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바제, 제이 헤르난데즈, 애덤 비치, 카렌 후쿠하라 /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개봉 8월4일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 정부는 슈퍼맨의 등장 이후 통제되지 않는 히어로들의 억제책으로 악당과 메타 휴먼으로 이뤄진 자살 특공대를 조직한다. 동명의 원작 코믹스를 바탕으로 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할리 퀸 역의 마고 로비가 등장하는 예고편이 공개된 이후 줄곧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다. 원작과는 또 다른 개성을 선보인 캐릭터들의 색다른 비주얼만큼은 일단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릭 플래그, 할리 퀸, 데드 샷, 캡틴 부메랑, 인챈트리스, 킬러 크록, 엘 디아블로, 슬립 낫, 카타나, 9인의 대원과 적인지 아군인
[Coming Soon] 악으로 악을 제압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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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로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금희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2014년 봄부터 2015년 겨울까지 완성한 아홉편의 단편들로 채워져 있다. 소설의 공간과 인물, 사건 모두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요약되지 않는 인생의 살아 있는 국면’(정홍수)을 다루며 생겨나는 디테일들이 작품의 뚜렷한 개성으로 이어진다. 아홉번의 독립적이고 온전한 몰입을 경험하고 나면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라는 김금희를 향한 문단의 수식이 충분하고도 그럼직하다고 인정하게 된다.
소설집의 시작을 여는 <너무 한낮의 연애>는 한직으로 인사발령받은 중년 남자가 홀로 점심을 해결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주인공 필용은 점심시간이 되면 종로 맥도날드로 향하는데 이곳은 대학 시절 양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장소기도 하다. 현재의 만남과 과거의 회상이 맞물리는 이 소설은 ‘한낮의 종로 맥도날드’가 품은 분방한 고독감으로 많은 걸 설명한다. <조중균의 세계&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너무 한낮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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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블러드 온 스노우>의 결말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슬로 마약 시장의 한축을 담당하던 ‘뱃사람’은 세력다툼에 승리해 1인자로 거듭난다. 마약 판매상 욘은 뱃사람의 실력 있는 부하를 제거했다는 이유로 직접 뱃사람의 해결사가 되어달란 제안을 받는다. 딸아이의 병원비가 필요했던 욘은 여지없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사실 그는 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도 타인에게 총을 쏘지 못하는 사람이다. 과거 부하의 죽음은 욘과 무관하며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을 뿐. 주로 잡무를 맡던 욘은 첫 살인 명령을 받아든다. 하지만 욘은 현장에서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다. 도망자 신세가 된 그는 인적이 드문 백야의 땅에 잠시 숨어 지내기로 한다.
<블러드 온 스노우>가 킬러 일을 천직으로 삼은 남자를 내세웠다면 <미드나잇 선>은 살인은커녕 싸움 하나 제대로 못하는 ‘말만’ 킬러가 주인공이다. 기초적인 설정을 제하고는 배신, 사랑, 반전이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미드나잇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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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책들은 많다. 흔하기만 한 게 아니라 뻔할 때도 많아서 관련된 신간 소식엔 크게 흥미가 없다. 하지만 저자가 유시민이라면 다르다. 그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의 논술 특강> 등 ‘글쓰기’를 주제로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바 있지만 작가 유시민의 영업비밀은 항상 구미가 당긴다. 새로 나온 책 <표현의 기술>에서 작가는 자기소개서부터 논문까지 아우르는 글쓰기 비법과 독서법은 물론 악플 대처법부터 합리적인 비판 방식까지, 글뿐만 아니라 글을 두르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소탈하게 풀어간다. 그 과정에서 유난히 다양한 직업 세계를 거쳐온 작가의 인생은 더없이 훌륭한 사례집이 된다.
구어체로 쓰여진 글을 따라 읽다보면, 최근 작가가 고정출연 중인 인기 시사예능에서의 친근하고 친절한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글이나 주요 이슈를 다룬 글의 이모저모를 따져보는 부분에선, 정통 시사 프로그램에서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표현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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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도 풀도 나무도 없이 오직 채탄시설과 광부 숙소만으로 뒤덮인” 하시마섬 혹은 군함도.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에게 군함도는 ‘지옥섬’으로 통한다. 가혹한 노동이 시작되는 갱도의 출입구는 ‘지옥문’, 목숨을 붙잡고 오르내리는 갱 내부 계단은 ‘목숨계단’이다. “한 발짝 바로 옆이 죽음”인 징용공의 삶을 견디다 못해 세명의 조선인은 탈출을 시도한다. 그 결과, 하나는 살아서, 하나는 죽어서 섬에 돌아오고, 나머지 하나는 행방이 묘연해진다. 살아온 자도 모진 고문으로 몸을 건사하지 못한다.
소설 <군함도>는 섬 탈출을 시도한 조선인 징용공들의 처참한 실패로 시작한다. 동료의 예상된 실패를 마주하는 명국의 한 서린 분노와 이를 압도하는 무력감이 징용공들의 정서를 대변하며 소설 전반에 낮게 깔린다. 1권에서는 “사람이기 위해서 싸우며 살”겠다는 의지로 새롭게 탈출을 시도하는 세 징용공의 이야기를 담는다. 징용공 저마다의 사연과 참혹한 징용 생활, 탈출을 계획하고 시도하는 과정이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군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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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境界)를 벗어나려는 기운으로 가득한 책 두권과 경계(警戒)를 붙들려는 힘으로 충만한 책 두권이 <씨네21> 북엔즈에 함께 꽂혔다. <군함도>는 하시마섬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과정을 담는다. <표현의 기술>은 적절한 수단과 방법을 찾지 못해 늘 자기표현의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게 작가가 오랜 세월 다져온 표현의 기술을 연장처럼 건넨다. 한편 <미드나잇 선>은 보스의 명령을 어긴 후 노르웨이 최북단 지역에서 숨어 지내는 해결사가 경계를 늦추지 못하며 살아가는 현장을 따라붙는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일상의 풍경 밖으로 조금씩 밀려난 이들에게 가해지는 개인의 꾸준하고도 은근한 경계의 시선을 그린다. 독자와 책 사이의 경계(境界)를 허물고 부조리한 사회를 향한 경계(警戒)의 시선을 두드리는 네편의 책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한수산 작가는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오카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도서] 경계(警戒)의 미덕 경계(境界)의 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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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5일 오전, 명동 세종호텔에서 제20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SICAF)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안현동 조직위원장, 이종한 집행위원장, 이호영 사무국장, 쎈토이 최승원 대표, 올리브스튜디오 이재희 대표이사와 홍보대사인 만화가 김진, 뮤지컬 배우 심정완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는 어느덧 스무살이 된 SICAF의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 공개됐다. “20년이라는 시간만큼 더욱 단단해졌다”는 소회와 함께 입을 뗀 안현동 조직위원장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아울러 애니메이션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보대사로 위촉된 <바람의 나라> 김진 작가는 “1회 코엑스에서 진행됐을 때부터 지켜봐왔다. 장소도 달라졌고, 건물도 바뀌었지만 두근거림은 여전하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는 ‘와이파이 시카프’(WIFI SICAF)를 슬로건으로 내건 만큼 관객을 향해 더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부대행
[인디나우] 제20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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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 데이> Mother’s Day
감독 게리 마셜 /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 케이트 허드슨, 줄리아 로버츠
미국의 공휴일인 마더스 데이를 앞두고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어머니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낸다. 제니퍼 애니스톤이 싱글맘 샌디를, 제이슨 서디키스가 싱글파파 브래들리를, 케이트 허드슨이 말 못할 사연을 숨긴 채 엄마를 찾지 않는 딸 샐리를, 줄리아 로버츠가 성공한 작가이자 우연한 계기로 숨겨진 딸을 만나는 미란다를 연기한다. 다양한 가족상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게리 마셜표 코미디영화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6.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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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보예가가 <퍼시픽 림>의 후속편에 출연한다
=전편에서 이드리스 엘바가 연기한 스탁커 펜테코스트의 아들 역이다. 연출은 TV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시리즈의 제작자인 스티브 S. 드 나이트가 맡는다.
-앤서니 홉킨스가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5: 라스트 나이트>에 합류,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등장한다
=마크 월버그, 조시 더하멜, 이사벨라 모너 등도 출연하며 내년 6월23일 미국 개봉예정이다.
-제니퍼 로렌스가 애덤 매케이 감독의 신작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혈액 몇 방울로 다양한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던 미국 벤처기업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스의 이야기다.
[댓글뉴스] 제니퍼 로렌스, 애덤 매케이 감독의 신작에 주연 캐스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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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며느리의 편지
[정훈이 만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며느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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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닌 고등학교 재단은 버스 회사였다. 그래서 수학여행을 남들 다 가는 제주도 대신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설악산과 서울로 가야 했지만(서울 구경이라니, 수치스러웠다) 그렇다고 버스 대여비를 안 받은 것도 아니었으니 대체 누구를 위한 수학여행이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들도 제주도 가고 싶었을 텐데.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수학여행을 교복 입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어, 근데 우리 학교는 교복이 가지색이지, 꿈돌이 보러 단체로 교복 입고 대전 엑스포 갔다가 우리가 구경거리 됐다고. 그 소식을 듣고 성난 소녀들은 주동자도 없는데 입실을 거부하며 운동장에서 생애 최초의 침묵 시위를 벌였고, 첫날만 교복을 입기로 재단쪽과 대타협, 그렇게 하나로 뭉친 민중의 힘을 경험했다고 믿었으나… 정말로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시골 버스 회사가 관광버스를 수십대씩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버스가 모자랐다. 게다가 때는 봄날, 1년에 두번 있다는 버스 회사의 대목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택시 기사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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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6월1일 개봉)와 나홍진 감독의 <곡성>(5월11일 개봉)이다. 각각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에 초청됐음은 물론이고, 한달 정도의 차이를 두고 개봉한 6월16일 현재 각각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아가씨>) 7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곡성>) 있다는 점에서 관객 또한 ‘현혹’시켰다. 그동안 해외영화제나 해외 시네필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던 그들이 새로운 한국 관객과의 만남에 성공했다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처럼 2016년 한국영화 상반기를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두 감독을 한자리에 모셨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영화를 비교 분석하고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 게다가 나홍진 감독이 <곡성>을 준비하며 박찬욱 감독에게 완성된 시나리오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나홍진 감독은 꼼꼼하게 조언해준 박찬욱 감독의 메
[스페셜] <아가씨> 박찬욱 감독이 <곡성>을 보다 <곡성> 나홍진 감독이 <아가씨>를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