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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지난 6월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용배 신임 집행위원장은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20주년을 맞아 다채롭게 마련된 섹션에 49개국 302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월드 프리미어 49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3편, 아시아 프리미어 71편, 코리아 프리미어 89편으로 역대 최대 수치다. 개막작은 맷 로스 감독의 가족 어드벤처 영화 <캡틴 판타스틱>이, 폐막작은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선정됐다. 각 섹션은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간결하고 명료하게 재구성됐다. 국제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는 전년과 같이 준비된다.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의 다양한 장르영화는 영화의 성격에 따라 레드와 블루로 구분되었고, 한국영화 신작을 발굴하기 위한 경쟁부문 코리안 판타스틱과 어린이 및 청소년이 가족과 즐길 수 있는 패밀리 존이 신설됐다. 20회 영화제를 기념하기 위한 ‘
[국내뉴스] 20주년 맞아 다채로운 섹션, 풍성한 행사 마련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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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도허티 감독의 <크람푸스>는 두 가지 의미에서 잔인하다. 한 아이가 크리스마스에 지긋지긋한 가족들을 불평하자, ‘산타의 그림자’라 불리는 괴물 크람푸스가 나타나 그 아이 혼자만 남겨둔 채 모두 죽여버린다.
희망 없는 세상을 알려주는 가장 잔혹한 해결책이다. <그렘린> <사탄의 인형> <나이트메어> 등 1980년대 호러영화의 진수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괴물들이 대거 등장해 사람들을 온갖 잔혹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크람푸스>는 잔인한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즐거운 가족영화다.
01 크리스마스 시즌의 대형마트에서는 옆집보다 더 행복한 연휴를 보내기 위해 주먹다짐도 불사하는 촌극이 종종 벌어진다. 주인공 맥스네 집 안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성격도 취향도 너무 다른 린다 이모네 식구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맥스 집에 들이닥치자 난장판이 펼쳐진다. 겉으론 가족의 의무를 다하고자 모였지만 속으론 모두가 불편해하는 중이다
[김현수의 야간재생] “희망 없는 세상을 알려주마” <크람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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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원
2016 <우리들>
2011 단편 <와치미>
2010 단편 <백년해로 외전>
2010 단편 <라라에게>
2009 단편 <6시간>
2008 단편 <네쌍둥이 자살>
2003 단편 <편대단편>
김지현
2016 <우리들>
2015 단편 <최고의 감독>
2014 단편 <호산나>
2014 단편 <여배우는 오늘도>
<우리들>은 아이들의 언어, 아이들의 몸짓, 아이들의 시선으로 완성된 영화다. 연기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아역배우들은 놀랍도록 극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는데, 그것은 연기가 아닌 실제인 경우도 많았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아이들의 활력은 민준원, 김지현 두 촬영감독에 의해 영화적으로 포착된다. <우리들>은 진심이 담긴 클로즈업과 마음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가득한 영화다. 물론 그 빛나는 순간을 길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아
[영화人] 아이들의 진심을 담아내는 최선의 방법 - <우리들> 민준원, 김지현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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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셋째날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아비치는 2016년을 끝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 어쩌면 이번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이하 울트라)이 아비치의 마지막 한국 공연이 될 수도 있었다. 팬들의 안타까움을 알았는지, 그는 앙코르로 그의 최대 히트곡 <Levels>를 틀었다. 그 유명한 멜로디가 흐르자 잠실주경기장 전체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졌다. 사흘 동안 녹초가 되도록 놀았던 관객이 마지막임을 직감하고 모든 에너지를 불살랐다. 올해 울트라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둘째날 헤드라이너 악스웰 앤드 잉그로소도 기억에 남는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 <Sun Is Shining>이 흐르는 순간, 주경기장 원형 천장을 360도 빙 둘러 수십개의 폭죽이 동시에 터졌다. 팀을 상징하는 시그니처송에 화려한 연출까지 더해지자 감동의 크기는 몇배로 커졌다. 역시 올해 울트라를 상징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올해 울트라를 찾은 관객은 15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EDM
[마감인간의 music] 가능성으로 충만한 -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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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영화제의 범람은 꽤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왔다. 자치단체와 영화인들의 안일한 결합은 제대로 기획되지 않은 영화제를 양산했고 관객의 피로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 덕분인지 최근엔 규모는 작아도 선명한 컨셉과 다채로운 구성으로 관객을 매혹하는 영화제들이 제법 눈에 띈다.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역시 그중 하나다. 국내에선 주변 장르로 인식되는 뮤지컬영화를 표방하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특히 지난해 ‘2015 충무로뮤지컬영화제 프리 페스티벌’로 관객의 호응과 반응을 먼저 확인한 후 올해 본격적으로 첫발을 딛는다는 점이 신뢰를 더한다. 국내 여러 다른 영화제들과 비교해도 특별한 경우였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충무로국제영화제의 틀을 세웠던 ‘베테랑’ 한국예술종합학교 김홍준 교수가 다시 한번 새로운 영화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점 또한 이 영화제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김홍준 예술감독을 만나 그간의 심경과 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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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인터뷰] “뮤지컬 문화, 산업의 업그레이드에 기여하고 싶다” -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김홍준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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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카운턴트> The Accountant
감독 개빈 오코너 / 출연 벤 애플렉, 안나 켄드릭, J. K. 시먼스
아인슈타인, 피카소, 모차르트와 비견될 정도로 남다른 지능과 능력을 지닌 크리스천 울프(벤 애플렉). 회계사가 된 그는 수년간의 회계장부를 단번에 분석하는 능력과 그가 보유한 비밀 정보들로 인해 마약조직 카르텔의 사라진 돈을 찾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후 낮에는 회계사, 밤에는 킬러로 살아간다. 벤 애플렉이 베일에 싸인 회계사를 연기하고 아역은 세스 리가 맡았다. 이외에도 안나 켄드릭, J. K. 시먼스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10월 개봉예정.
[WHAT'S UP] 낮에는 회계사, 밤에는 킬러 <어카운턴트> The Accoun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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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비올라와 함께 사진을 찍어볼까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초록빛 벨벳 케이스의 뚜껑을 살포시 연다. 스스로 “나의 안식”이라 말하는 그의 비올라가 뉘여 있다. 그가 아이를 보듬듯 비올라를 품에 안고는 이내 활로 현 위를 오가며 이날의 소리에 집중해간다. 현악 협연에서 비올라는 일종의 중재자다. 화려한 기교의 바이올린 뒤에서, 첼로의 중후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간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음악에 자신의 존재를 감출 때” 비로소 완전해지는 음(音)이다. 이러한 비올라의 역할을 끊임없이 환기하며 그는 뉴욕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의 정식 단원으로서 협연을 완성해왔다. 물론 런던 필하모니와 뉴욕 카네기 홀에서 솔리스트로도 청중과 만나왔다. 이번에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된 ‘디토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으로서 그를 만났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베토벤: 한계를 넘어선 자’라는 테마로 총 7개의 공연이 진행된다. 그가 속한 앙상블 디토팀은 ‘The Revoluti
[trans x cross] 음악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 리처드 용재 오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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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작,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2016 FILM LIVE: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가 6월30일부터 7월9일까지 홍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진행된다. 개막작 <마일즈 어헤드>를 비롯해 <델타 보이즈> <문워커스> 등이 포함된 음악영화 신작전과 <미스터 홈즈> <캐롤>의 영화음악을 만든 카터 버웰의 특별전이 계획돼 있다. 보다 자세한 소식은 홈페이지(sangsangmadang.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시 살아나는 이중섭의 삶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가 열린다. 이중섭은 해부학적 이해와 데생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미의식을 담아내고자 한 민족의 화가다. 일제강점기에도 민족의 상징인 소를 서슴없이 그렸고, 일필휘지의 붓질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그림을 완성했다. 전시는 일제강점기와 전쟁, 분단으로 얼룩진 한국의 근대사를 관통한 이중섭
[culture highway] 여름의 시작,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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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클럽에서 벌어진 올랜도 참사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사건이자 혐오/증오범죄로 기록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미국 전역에 동성결혼이 인정된 지 꼭 1년 만이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로 불리는 6월,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퀴어 퍼레이드와 같은 자긍심 행진이 이어지는 시기에 벌어진 참사다. 전세계 성소수자들이 애통함을 전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참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추모 행사가 열렸다. 서울광장에 5만명이 모인 역대 최대 규모의 퀴어 퍼레이드의 흥분은 단 하루 만에 바다 건너 소식에 고통으로 내려앉았다. 동성혼과 같은 제도적 보장의 수준과 관계없이 성소수자 개인이 생명을 위협받는 현실은,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증오와, 공포와, 차별의 선동이 있는 한 어디에나 벌어지고 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LGBT에 대한 폭력
그렇다. 문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증오와, 공포와
[스페셜] 영화관 밖 LGBT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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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를 ‘퀴어’하게 만들었거나 만들 여덟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몇몇 작품은 향후 극장가에서 만날 예정이다.
<위켄즈>
감독 이동하 / 2016년 /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 수상작
<위켄즈>는 국내 유일의 게이 합창단 지보이스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스무살의 신입 단원부터 중년이 된 창단 멤버까지 나이도 직업도 취향도 다양하다.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게이라는 것, 그리고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 이들에게 주말은 종로의 연습실에 모여 노래를 연습하고 한주의 밀린 수다를 떠는 즐거운 시간이다. 창단 10주년 공연을 며칠 앞둔 날,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결혼식이었던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간 지보이스는 혐오 세력이 뿌린 똥물을 뒤집어쓴다. 혐오를 면전에서 맞닥뜨린 이들은 왜 우리가 똥물을 뒤집어써야 하는지, 왜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 한국에서
[스페셜] 개봉을 앞둔, 혹은 개봉을 촉구하는 퀴어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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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퀴어 퍼레이드를 준비 중인 서울광장 잔디밭 한가운데에 앉아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는 저주 소리를 들으며 이 원고를 쓰는 동안,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각색한 박찬욱의 <아가씨>는 300만 관객을 향해 질주 중이다. 동성애 혐오세력이 이 영화의 상영을 막으려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항의 시위도 없다.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대자본 퀴어영화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데도 여기에 대한 어떤 반발도 감지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것은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와 박찬욱의 힘인가? 아니면 여성 동성애자들은 이렇게 대놓고 깃발을 흔들어도 보이지 않고 위험하지도 않은 존재인가?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2016년은 한국 퀴어영화 역사상 흥미로운 해가 될 것이다. 우선 <아가씨>의 흥행 성공이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여성동성애를 다룬 이현주 감독의 장편 <연애담>이 한국경쟁 대상을 받았으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스페셜] 한국 퀴어영화 역사상 흥미로운 해가 될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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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지난 6월15일 336만 관객을 돌파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 대한 팬덤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배우 김민희가 연기한 히데코와 김태리가 맡은 숙희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이다. 이들 커플의 애틋하고도 관능적인 사랑을 응원하는 팬들은 반복 관람은 물론이고 캐릭터의 주요 대사와 디테일한 행동에 대한 의미까지 수많은 담론을 쏟아내고 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레즈비언 로맨스 영화가, 한국 극장가에서, 이토록 뜨거운 지지를 받게 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징조는 있었다. 퀴어영화가 한국 극장가에서 새로운 대중적 성취를 이루기까지, 어떤 조짐들이 있었나. 또 <아가씨>의 바통을 이어받아 관객의 눈을 홀릴 ‘퀴어’한 영화로는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한편 극장 밖에서 LGBT 이슈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나. 2016년의 무지갯빛 6월이 불러일으킨 몇 가지 질문들을 곱씹어보았다.
[스페셜] 2016년의 무지갯빛 6월이 불러일으킨 몇 가지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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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새벽, 비보가 날아들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게이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소식. 50여명이 숨지고, 53명이 부상당했다. 미국 총기 사고 중 희생자가 가장 많은 최악의 규모. 또 성소수자 역사에 유례가 없는 참극이었다. 누워 있는 시신들 사이에서 가족들의 전화 소리가 울리고, 헌혈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게이들은 헌혈 금지법 때문에 병원 앞에서 눈물을 터뜨려야 했다.
하루 전에 치러진 퀴어 퍼레이드 때문에 기쁨이 굽이치던 한국의 SNS는 이 소식에 곧장 얼어붙었다. 마음이 비탄에 허옇게 잠식됐다. 6월은 성소수자들에게 축제의 달이다. 1969년 6월28일, 뉴욕의 ‘스톤월 인’ 게이 바에서 마침내 벽장을 찢고 봉기가 일어난 것을 기념하며 전세계에서 행진과 축제가 벌어지는 기간. 하지만 난데없이 올랜드 게이 바가 피로 물들여지면서 전세계 LGBTQ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성소수자들이 최초로 자긍심을 횃불처럼 지폈던 게이 바, 서로의 안부를 토닥이고 사랑을 속삭이고 삶의 춤을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혐오의 시대 - 올랜도 총기 참사 소식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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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전적인 것과 환경적인 것 모두- 책뿐만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를 아주 좋아했고 자주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삶과 가치관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들이 있다. 신선한 충격과 생각을 하게 만든 애니메이션에는 <아키라> <공각기동대>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이 있고, 사람과 사랑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영화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 <글루미 썬데이> <클로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레옹> <위대한 유산> <아메리칸 뷰티> 등이 있다. 그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20여년 전에 개봉했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이다. 원래 ‘상’을 받은 영화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상 받은 영화는 예술성을 강조하다보니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과 꼰대 느낌이 나는 심사위원들의 한쪽으로
[내 인생의 영화] 양재진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