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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이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00만명을 돌파했다. 박성일 프로듀서는 “성적이 좋아 다행”이라며 담담한 반응이었고, 윤기호 프로듀서는 “김태윤 감독은 20년 만에 ‘인생 스코어’가 나왔다고 좋아하더라”며 감독의 얘기로 기쁜 마음을 대신 전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라는 실화 자체의 무게 때문인지 무겁고 어두운 영화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런데 <재심>은 대단한 르포르타주가 아니라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개봉 전 그런 포지셔닝을 했던 게 결과적으로 통한 것 같다.”(윤기호) 두 사람은 영화의 흥행 분석까지 곁들이며 제작자 마인드를 발동했다.
박성일, 윤기호 프로듀서의 전작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또 하나의 약속>이다. <또 하나의 약속>은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제작비 걱정을 해야 했던 작업이었다. 동시에 “따뜻한 마음이 모여 영화가 만들
[영화人] <재심> 제작한 박성일, 윤기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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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 도레무스의 영화 <이퀄스>(2015)는 ‘기쁨, 증오, 슬픔, 욕망’ 같은 인간의 감정을 통제해서 공동체의 절대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감정의 기복 없는 평온한 정신 상태를 이상적인 사회로 그리고 있다.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지향은 동일한 유니폼과 집같이 개인의 다름을 제거하는 방식을 통해서 달성된다. ‘더러움’과 ‘비정상’이 없는 <이퀄스>의 미래 도시는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의 인장 없는 제품들처럼 단순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지나 유니클로 광고를 보고 있는 착각을 갖게 하는 영화 <이퀄스>는 대부분의 장면을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촬영했는데, 특이하게도 실존하는 건축가의 건물을 사용해서 미래 도시를 만든다. 나는 자기의 건축 언어가 완성된 ‘건축가’의 건물이 영화에 나오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건축가의 미적 자의식이 발현된 건축 형태는 자기 완결성이 있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SF영화 <이퀄스>에 안도 다다오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이 어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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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 두 경찰대생이 조선족 무리에 맞서 힘겹게 싸우고 있다. “사실적인 액션이 컨셉인 까닭에 두 친구가 경찰대에서 배웠던 무술을 활용해 CCTV에서 찍힌, 패싸움 같은 액션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게 김주환 감독의 설명.
기준이 유도 기술인 메치기를 사용해 악당을 바닥에 넘어뜨리고 있다. 아침부터 메치기만 수차례 반복했는데도 박서준은 지친 기색이 전혀 없는 체력왕. 참고로 영화에서 기준과 희열의 주특기는 각각 유도와 검도.
기준과 희열이 쓰러진 조선족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압하고 있다. 액션 신이라 합을 맞추기도 힘든데 두 배우는 표정까지 생생하게 살린다. 김주환 감독은 “두 배우가 액션을 하면서도 표정까지 살리는 걸 보니 대단하더라. 특히 의자가 날아올 때 (강)하늘씨 표정은 무척 리얼하다”고 말했다.
배우, 스탭에게 주문하고 있는 김주환 감독. 그는 쇼박스 홍보팀, 한국영화 투자팀에서 활동하고 장편 데뷔작 <코알라>, 단편 <
[씨네스코프] 박서준, 강하늘이 출연하는 <청년경찰> 촬영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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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감싸안는 뜨거운 가슴을 거부할 이 누구인가. <재심>은 올바르고 따끈한 영화다. 당신은 아마도 이 영화의 포근한 품에 몸을 내맡기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해주고픈 말이 있다. 그 포근한 품이 당신을 인도하는 곳은 어디인가? 바로 가부장제다. 다른 영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정확히 <재심>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착한 변호사가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풀어주는 그 <재심>?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재심>은 집 나간 탕아가 의붓아버지를 만나 무사히 가부장제의 품으로 돌아오는 내용의 영화다.
모순이 너무 많다
영화는 법적 세계를 가부장적 세계로 파악한다. 현우(강하늘)는 ‘아비 없는 자식’(이 단어는 가부장제하에서 가부장 없는 아들에 대한 편견 섞인 용례를 지시하기 위해 사용됨을 미리 밝힌다)이며 다방 꼬마로 불린다. “저 아이는 학교 안 다니냐”는 형사들의 질문에 다방 주인은 “애비는 죽었고 저 양아치를 써주는
[홍수정의 영화비평] <재심>이 변호사를 그리는 방식에 대한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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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랩 게임은 내가 접수했지!” 같은 래퍼들의 가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게임이란 힙합 ‘신’ 혹은 힙합 ‘산업’ 자체를 가리키는 은어다. 때문에 래퍼의 이름이 게임인 건 힙합 안에서는 멋있는 일이다.
《1992》는 게임이 지난해 말에 발매한 최근작이다. 2005년, 닥터 드레의 지원을 받고 등장한 지 10여년 만에 벌써 8번째 정규앨범이다. 《1992》라는 앨범 타이틀은 대부분이 연상하는 그것이 맞다. 1992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 선미의 출생,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게임이 이 앨범에서 이야기하는 건 LA 폭동, NBA 올스타전, O. J. 심슨 등이다. 미국인에다 캘리포니아의 악명 높은 소도시 콤프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인 만큼 자연스러운 소재다. 게임은 이 앨범에서 유년기에 겪은 폭력적인 환경과 다양한 사건, 갱단의 일원이었던 부모 등에 대해 생생하게 가사를 써낸다. 음악 속 가사가 곧 음악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인 힙합
[마감인간의 music] 자전적인 가사의 힘 - 더 게임, <The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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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투 송> Song to Song
감독 테렌스 맬릭 / 출연 라이언 고슬링, 루니 마라, 내털리 포트먼, 마이클 파스빈, 크리스천 베일, 케이트 블란쳇, 베니치오 델 토로, 헤일리 베넷, 발 킬머, 홀리 헌터
‘테렌스 맬릭 프로젝트’란 명칭으로 회자되던 테렌스 맬릭 감독의 신작이 베일을 벗었다. 텍사스 오스틴 음악 신을 배경으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 집착, 배신을 그린다.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에마누엘 루베스키 촬영감독의 유려한 롱테이크가 예고편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전대미문의 호화로운 캐스팅 명단. 크리스천 베일, 케이트 블란쳇, 베니치오 델 토로, 홀리 헌터, 내털리 포트먼까지, 오스카 수상자만 다섯명이다. 대본 없이 연기에 임한 라이언 고슬링, <캐롤>(2015) 이후 루니 마라와 케이트 블란쳇의 첫 만남, 이기팝과 플로렌스 웰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 뮤지션들의 카메오 출연까지, 영화를
[WHAT'S UP] 오스카 수상자만 다섯명, 전대미문의 호화로운 캐스팅 <송 투 송> Song to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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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아연실색할 행적이 드러나며 시작된 사건은 이제 클라이맥스로 달려가고 있다. 예상대로 탄핵이 되면 벚꽃대선이 전개된다. 몇달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오늘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실질심사가 진행된다. 사람들의 공분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대학 동창생이 이런 지경에 몰린 것은 처음이라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칼럼이 게재될 무렵이면 영장이 발부되거나 기각되어 있을 것이다. 연수원을 함께 다닌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미 구치소에 있다. 우 전 수석과는 동창생이라는 것 외에 인연이 없지만 조 전 장관은 연수원 시절 한반에서 가깝게 생활했다. 화려한 길을 걷다 경계를 넘어선 그는 젊어서는 냉혹한 정치와 거리가 멀었고 선량했다. 특검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면서도 마음이 무겁다.
문득 이 세계의 위험을 실감한다. 지난해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뒤늦게 빠져들어 예측 불허의 이야기에 농락당했다. 인간의 본질과 세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한국은 내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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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없는 주성치 영화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미인어>(2016)는 주성치 영화의 정수를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조금 더 대중적이고, 조금 더 규모가 커지고, 조금 더 친절해졌을 뿐이다. <몬스터 헌트>(2015)를 제치고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주성치에게 감독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에 이어 이번에도 기록적인 오프닝 성적을 거뒀다.
=관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지 않는지 깊게 고민한다. 관객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흥행이다. 그게 기본이자 출발이고 끝이다. 흥행은 관객이 좋아하는 것과 비례해서 움직이지만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 관객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생각한다.
-오프닝이 매우 인상적이다. 스펙터클한 화면이 아니라 유머에 집중한다. 초창기 B급 유머 감성의 집약을 보는 것 같다.
=관객을 웃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
[people] <미인어> 주성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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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은 언뜻 보기에 이제 막 첫 장편영화를 연출하는 데뷔 감독이 짊어져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아 보이는 영화다. 소재도 낯설고 심지어 제목도 낯설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 안에서 설명해야 할 것도, 보여줘야 할 것도 많다. 또 화려한 할리우드영화에 익숙한 관객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특수효과도 가미되어야 한다. 김준성 감독은 이 모든 난제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현장을 밀어붙였다. 인터뷰 도중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대중성이었다. 완성에 대한 책임감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으로 바뀌어 그의 어깨를 여전히 내리누르고 있을지 모른다. 벌써 차기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 꾸는 꿈을 일컫는 ‘자각몽’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스릴러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자각몽에 대해 알고는 있었다. 관련 영화나 TV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정도였다가 자각몽에는 딜
[people] <루시드 드림> 김준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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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는 <밀정>에 이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두 번째 배급작이자 이창동 감독의 시나리오 지도, 배우 이병헌이 시나리오에 반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 제작 하정우((주)퍼펙트스톰필름), 최근 극장가에 흔치 않은 장르인 드라마의 도전이라는 점 등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잘나가는 증권사 지점장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은 재훈(이병헌)의 시선을 통해 성공 위주의 경쟁구도 속에서 사느라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고 있는 현대인을 조명한다. 광고감독으로 활동하다 불현듯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해 영화 연출의 길에 접어든 이주영 감독 개인의 경험 역시 <싱글라이더>에 영향을 미쳤다. 반전을 활용한 독특한 플롯 전개 안에 울림인 동시에 각성이자 고백의 톤을 이병헌의 안정된 연기에 차분하게 실어나른다.
-제작, 배급, 캐스팅 등 이 영화를 표현하는 화려한 수식 중 광고계 출신 감독의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people] <싱글라이더> 이주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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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을 기념해 마쓰모토 레이지의 만화 세계를 조망하는 기념전이 열린다. 작가가 직접 그린 <은하철도 999>의 오리지널 삽화(원화), 애니메이션용 셀화, 작품 제작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스케치화 드로잉 작품들을 전시한다. 뿐만 아니라 <캡틴 하록> <우주전함 야마토> <천년여왕> <에메랄다스> 등 그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시기간 중 마쓰모토 레이지가 내한해 라이브 페인팅, 팬사인회 등의 행사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시간도 마련된다.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를 모형화한 피겨, 작품집, 작가의 산업미술 사진까지 전시하니, 작가의 팬이자 일본 만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시간이다. 행사는 3월18일부터 5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빙하 위의 피아니스트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
[culture highway]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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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월17일, 해안가 작은 마을에서 총성이 울렸다. 무장대의 습격으로 군인 두명이 죽었다. 시신을 발견한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열명의 원로가 시신을 들것에 담아 군부대를 찾아갔다. 군인들은 흥분했다. 경찰가족 한명을 뺀 아홉명을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그리고 마을을 급습했다. 가옥 400여채가 화마에 휩싸였다. 1천여명의 주민을 운동장으로 몰아넣은 군인들은 아이들에게 빨갱이 가족을 골라내라고 지시한다. 여의치 않자, 마구잡이 학살이 시작됐다. 경찰 김병석은 증언했다. “군 지휘관들은 적을 죽여보지 못한 사병들의 경험을 위해 박격포 섬멸 대신 총살을 택했다.” 북촌리에서 443명이 숨졌다. 살아남은 남자가 없다시피 했다. 이듬해 전쟁이 터지고 3년이 지나서야 끝났다. 1954년 1월, 주민들은 전쟁 때 죽은 마을 출신 장병의 추도식 자리에 모였다. 이때 누군가 “오늘은 우리 마을이 불타 사라졌던 날이기도 하니 그때 죽은 이들을 위해 묵념하자”고 제안하자, 아이고 아
[노순택의 사진의 털]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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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4월11일. 유대인의 강제 이주와 학살을 주도한 나치 친위대 장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이 이스라엘에서 열린다. 재판 중계의 총책임자인 제작자 프루트만(마틴 프리먼)은 매카시즘 광풍에 공산주의자로 내몰려 퇴출당한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허위츠(앤서니 라파글리아)를 <아이히만 쇼>의 감독으로 섭외한다. 재판부를 설득해 TV중계를 허락받은 프루트만은 세기의 재판을 최고의 TV다큐멘터리 쇼로 제작하려는 야심을 가진 인물이다. 반면 유대인인 허위츠는 아이히만이 “괴물이 아니라 만들어진 파시스트”임을 증명하고자 재판 과정에서 아이히만이 보이는 반응에 집착한다.
<아이히만 쇼>는 프로듀서 프루트만과 감독 허위츠를 내세워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중계 과정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한다. 이 구성의 중심에는 아이히만의 실제 재판이 있다. 재판 과정은 1961년 <BBC>에서 방영된 원본 필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기소 절차상 저는 무죄입니다”로 시작하는 아이
악의 민낯을 확인하기 위하여 <아이히만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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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미국 버지니아주는 백인과 타인종간 결혼을 금지한다. 백인 남성 리차드 러빙(조엘 에저턴)과 흑인 여성 밀드레드(루스 네가)는 워싱턴 D.C에서 결혼하고 돌아오지만 주 법원은 이들에게 25년간 버지니아를 떠나라고 명한다. 너른 밭에 ‘우리들의 집’을 짓겠다던 리차드의 말은 아득해진다. 내쳐진 러빙 부부는 몇 차례 귀향을 시도하나 다시 체포되거나 숨어 살아야 한다. 1960년대 인권운동의 흐름을 타고 마침내 1967년 타인종간 결혼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난다. 실화이기도 하다.
제프 니콜스 감독이 ‘승리’의 순간을 그린다는 건 어색한 일이다. 역시나 감독의 방점은 인정 투쟁을 이룬 부부의 환희 대신 사랑의 지속을 가로막는 것들이 부른 인물의 불안에 가 있다. 불안한 사랑은 감독이 줄곧 골몰해온 테마다. 숨죽여 사는 존재들인 만큼 대사는 절제됐으나 자연이 빚는 흔들림과 음악들이 틈을 메운다. 차창 너머로 고향 풍광을 맥없이 좇다가 타지의 메마른 보도블록을
제프 니콜스 감독이 그린 '승리'의 순간 <러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