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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의 여자주인공들은 창피함을 모른다. 왜일까? 아마도 낯이 두꺼워서, 머리가 나빠서, 눈치가 없어서가 아닐까. 또는 그 모두여서.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이들의 돌진은 희귀한 구경거리이다. 보통 한국에서 이런 허구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여자들은 이야기꾼의 보호를 받기 마련이다. 그들은 일반적인 기준보다 아름답거나 현명하거나 선량하다. 이중 어느 것이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들 행동의 방어막이 되어주어야 한다.
<갈증>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이경미의 여자들에겐 그런 보호 따위는 없다. 아마 그들도 그런 것 따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암묵적으로 내려오는 습관과 전통을 때려부수며 전진하는 둔탁하고 못생긴 장갑차와 같다. 공효진, 서우, 황우슬혜, 손예진, 신지훈과 같은 배우들에게 ‘못생긴’이란 말을 쓰는 건 얼핏 이상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면 그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못생
[듀나의 영화비평] <비밀은 없다>가 중학생 여자아이들의 세계로 돌아가 그곳에 머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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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사냥>
2015 <필름시대사랑>
2014 <화장>
2014 <신의 한 수>
2012 <주리>
2012 <페이스 메이커>
2011 <부러진 화살>
2011 <제7광구>
2009 <페어 러브>
2007 <마이 뉴 파트너>
2007 <화려한 휴가>
2006 <라디오 스타>
2005 <형사 Duelist>
2003 <실미도>
2002 <피아노 치는 대통령>
2002 <취화선>
2001 <흑수선>
2000 <킬리만자로>
1999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선배님, 짐승돌입니다, 짐승돌.” <사냥>의 VIP 시사회가 끝난 뒤, 후배 배우 이정재는 안성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야, 뭘 그렇게까지…’라고 말하긴 했는데. (웃음) 내가 영화에서 시종일관 액션을 한다
[액터/액트리스] 백발의 액션 히어로 - <사냥>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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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밍아웃 후 입덕을 선언한다. 덕계못에 좌절하지 않고 우젤예를 쫓아다니면서, 하이터치를 하기 위해 줄을 선다. 덕질의 대상이 맘에 들지 않거나 다른 대상이 나타나면 탈덕하고, 또다시 입덕한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쉽게 풀어쓰면, 입덕은 덕후질에 입문하는 것이고, 덕밍아웃은 덕후질을 하겠다고 대중 앞에 표방하는 것. 덕계못은 덕후질은 계를 탈 수 없다, 즉 대상으로부터 주목받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겠다. 우젤예와 하이터치는… 경험 삼아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다.
Mnet에서 얼마 전 론칭한 <우주 LIKE 소녀>는 ‘우주소녀’라는 신생 아이돌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여타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약간 다른 점은, 이 프로그램의 시점이 ‘김덕후’라는 이른바 ‘1인칭 덕후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덕후로 대변되는 덕질부대는 우주소녀의 출근길에 출근도장을 받고(실제 스탬프를 받기도 한다), 그녀들의 스케줄에 빠짐없이 대기하고, 비록 덕계못이지만 계를 타는 그날까지
[김호상의 TVIEW] <우주 LIKE 소녀> 1인칭 덕후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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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제작 어나더썬데이, 하이스토리, 비에이 엔터테인먼트 / 감독 김성훈 / 출연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 배급 (주)쇼박스 / 개봉 8월
<터널>은 터널 붕괴라는 끔찍한 사고와 함께 대한민국의 안전도 와르르 무너진 사건, 그 이후의 기록이다. 터널에 고립된 사람은 단 1명. 딸에게 줄 케이크를 사들고 퇴근 중이던 정수(하정우)다. 재난에 전혀 대비되지 않은 상황, 생사의 갈림길에서 체온 유지, 수분 공급을 강구하며 버텨나가는 평범한 한 남자의 사투가 터널 안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더 끔찍한 풍경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것처럼 개통 1개월된 신축 터널이 무너지고, 마치 세월호 참사 때처럼 상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도 이제 그만하자고 하지 않습니까”라며 포기를 종용하는 무리가 판을 치는 터널 밖이다. 터널에 갇혀 나날이 수척해지는 정수의 육체적 변화를 대변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20분간의 롱테이크 장면에도 흔들림 없이 피폐해진
[Coming Soon] 재난에 전혀 대비되지 않은 붕괴된 현실 <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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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층이 이미 공고히 확보된 최고의 그룹, 10주년 기념 월드투어 공연, 백스테이지 프리패스를 통해 기록한 날것의 영상. 재료가 이미 ‘산지직송’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최상’이다. 그런데 자칫하다보면 이것만큼 예상 가능한, 심심한 맛도 없을 거다. 팬들을 위한 맞춤케이크 정도로 끝난다고 해도 솔직히 탓할 사람조차 없다. 그게 함정이자 한계다. 전세계 팬들만 소비를 해도 손실 없는 투자니 뭘 해도 안 될 수가 없는 콘텐츠다. 기획자를 이토록 나태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획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번엔 YG 엔터테인먼트라 기대를 걸었다. ‘YG가 빅뱅을 만든 게 아니라 빅뱅이 YG를 만들었다’는 소속사 대표 양현석의 평가가 빈말이 아닌, 그룹 빅뱅이라서 솔깃해졌다. 빅뱅이 출연하고, 빅뱅이 기획하고, 컨펌 과정을 하나하나 거친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를, 그렇고 그런 아이돌 홍보 영상이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려는 시작과 끝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빅뱅 그 자체였다
[커버스타] 빅뱅이 기획하고 만든 음악다큐멘터리 - <빅뱅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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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_ 빅뱅으로도 처음이지만, 내가 주연으로 영화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라 기분이 새롭다.
승리_ 영화 만든다고 할 때 멤버들끼리 기대가 컸다. 이례적인 일이지 않나. 아이돌 그룹이 영화를 리얼하게 찍는다는 게. 영화를 보니 다섯명의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어 즐겁더라.
대성_ 말하기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 다섯명 모두 미친놈 같다. (웃음) 그런데 그 모습이 정말 내추럴하게 나갔고 우리가 봐도 재밌더라.
태양_ 우리야 스스로를 너무 잘 아니까 우리끼리만, 또는 주변 사람들만 재밌어할까봐 걱정이 되긴 하더라. 공감대가 떨어질까봐. 그런데 막상 보니 조금 더 나가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걸 찍을 때, 나중에 우리가 봤을 때 ‘우리가 저때 그랬구나’를 알 수 있게 사실적으로 나가길 원했다. 그래야 의미가 있지 않나, 꾸미고 포장하는 것보다는. 이제 연륜이 좀 생기면서 우리가 메이드를 한 거다. 마틴 스코시즈가 만든 롤링스톤스의 공연 다큐멘터리 <샤인 어 라이트>(
[커버스타] 10년 활동의 모든 것을 담다 - <빅뱅 메이드>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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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과 인터뷰를 다 해보다니!” 승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6월28일 CGV영등포에서 빅뱅이 기획하고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빅뱅 메이드>의 최초 공개가 있던 날,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 승리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빅뱅 메이드>는 데뷔 10년의 월드스타 빅뱅의 현재를 설명하는 열쇠이자 20대 빅뱅의 모습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10년을 기대하게 만드는 기록이다. 1년간 진행되는 월드투어 콘서트를 차질 없이 진행하려는 멤버들의 의지, 아파 쓰러져도 무대를 버리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가수로서의 모습, 투어 중 무대 뒤나 현지에서의 멤버들의 소소한 일상, 팬들을 향한 고마움, 함께 일하는 스탭들을 향한 파트너십 표현 등 그간 유독 노출을 꺼려했던 빅뱅의 속내를 근접해서 지켜보는 동안과, 촬영 도중 재계약 문제로 ‘자칫’ 다큐멘터리 완성이 불투명해질 순간까지 거치고 난 후의 결과물이다.
<빅뱅 메이드>가 홍보 영상이라는
[커버스타] 200% 리얼리티 - <빅뱅 메이드>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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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16이 작품 공모 일정을 발표했다. 올해로 42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독립영화 소개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대상 수상작인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가 마라케시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그 밖에 지난해 주요 수상작이었던 장현상 감독의 <사돈의 팔촌>, 오민석 감독의 <범전> 등도 올해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작품 공모는 8월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며, 2015년 9월 이후 완성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주제, 형식, 길이의 제한은 없다.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www.siff.kr)에서 온라인 출품신청서 작성 후 심사용 스크리너를 사무국으로 우편발송하거나 이메일(prog@siff.kr)로 제출하면 된다. 응모된 작품들은 예심을 거쳐 12월1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2016 경쟁부문에 상영될 예정이며, 본선 심사를 통해 대상을
[인디나우] 서울독립영화제 2016 작품 공모 8월 9일부터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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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 다시, 그 날이 온다!
[정훈이 만화] <인디펜던스 데이 : 리써전스> 다시, 그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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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クリ-ピ-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다케우치 유코, 가가와 데루유키, 가와구치 하루나
일본 공포영화계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공포 스릴러다. 범죄 심리학자 다카쿠라(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아내 야스코(다케우치 유코)가 이사 후 이웃집 남자 니시노(카가와 테루유키)를 만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그린다. 제15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마에카와 유타카의 소설 <크리피>가 원작이다. 8월 국내 개봉예정이며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미리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6.6.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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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테트리스> 관련 영화가 3부작 SF스릴러로 제작된다
=중국 자본이 8천만달러 이상 투입된 미•중 합작 작품으로, 동서양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2017년 중국에서 크랭크인 예정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유니버설픽처스와 함께 <문폴>을 제작하고 연출도 맡는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뭉쳐, 달이 궤도를 이탈해 지구에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2012>의 각본가 해럴드 클로저와 스펜서 코헨이 각본을 맡는다.
-톰 하디가 영국의 종군 사진기자 돈 매컬린 전기영화에 캐스팅됐다
=돈 매컬린의 전기를 쓴 작가 그레고리 버크워가 각본을 맡았고, 워킹타이틀이 제작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돈 매컬린이 베트남전, 우간다전의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가장 유명한 사진 저널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댓글뉴스] 톰 하디, 영국 종군 사진기자 돈 매컬린 전기영화 캐스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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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조 바사니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이탈리아의 영화적 전통을 좋아한다면 조르조 바사니를 좋아하지 않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조르조 바사니는 이탈리아의 페라라에서 부유한 유대인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살다가 1938년 반유대주의적 인종법이 선포되면서 반파시즘 운동에 참여했고 체포되었다. 50년대 말부터 그는 <금테 안경>을 비롯해 <핀치콘티니가의 정원>(1962) 등 30년대 페라라의 기억들을 소환하는 소설들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은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제목에 등장하는 정원의 주인들이 홀로코스트로 사망했고 같이 묻히지조차 못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그 찬란했던 여름으로 시간을 돌린다. 죽음을 어떻게 추모할 것인가.
바사니는 삶이 이보다 선명할 수 없었던 청춘의 여름을, 시종일관 가시지 않는 죽음의 그림자, 투옥의 그림자 아래 그려낸다. 그 먼 옛날 사랑의 추억은 불분명한 치정극으로 막을 내렸고(비토리아 데시카가 만든 영화에서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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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라, 김종대 지음 / 리더스북 펴냄
2년 전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 집을 지었다. 이웃 11가구와 함께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의 도움을 받아 지어올린 6층짜리 공동주택이다(건축가 이일훈 선생이 자문을 맡고, 시행사 자담이 공사를 진행했다). 18평이라는 크지 않은 공간을 우리 가족의 생활방식에 맞도록 설계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내와 나는, 일을 할 때는 집 전체가 작업실이, 식사를 할 때는 레스토랑이, 쉴 때는 큰 거실이, 주말에는 근사한 카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설계를 했다. 11가구의 내부 설계가 제각각이라 공사 기간이 보통 빌라보다 훨씬 길었고, 공사가 끝난 뒤에도 집 여기저기에 하자가 발견돼 추가 공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공사 인부들이 집을 들락날락하며 천장을 뜯어낼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아내와 함께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집을 지어야 했던 이유는 한국의 주택 시장에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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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놀자> <배우는 배우다> <나의 독재자>
학교 앞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이었다. 웬 30대 남자가 들어오더니 주인을 찾았다. “안 계신데요.” “그럼 누나한테 저 왔었다고 전해주세요.” 응? 나는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남자를 향해 카운터 너머로 몸을 던지며 부르짖었다. “누구시라고 전할까요오오오!” 그냥 안경 끼고 머리 크고 170㎝ 정도 되는 30대 남자가 왔다 갔다고 전하면 주인 언니한테 혼난단 말이에요!
그 순간, 남자의 얼굴에 숱한 상념이 스쳐갔다. 그것은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서글픈 한편으로 나는 지금껏 뭘 하고 살았을까 허무와 자책이 덮쳐오는 동시에 요즘 대학생들은 이토록 무식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한탄이었으니…. “○○○입니다.” 아, 배우시구나.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3초 안에 표현하다니 역시 배우, 영화에서도 방금처럼만 연기했더라면 내가 한눈에 알아봤을 텐데, 라며 그 시절부터 이미 남의 탓만 하고 살던 나였다.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배우의 도(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