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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남(이정현)은 규정(이해영)과 결혼하고 집을 사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지만,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출을 받아 마련한 집의 재개발을 위한 서명서가 갈가리 찢기고 지하에 갇혀 모진 가혹행위를 당하고서, 그녀는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잔혹하게 응징하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영화는 잔혹 복수극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러나 수남과 규정을 중심으로 서사를 재구성해보면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규정은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후 수남을 차갑게 대한다. 수남은 그런 남편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남편의 꿈인 내 집 마련을 결심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남편의 자살시도이며, 그 후에도 그녀는 남편의 병간호와 병원비 마련을 위하여 헌신하다가 결국 그와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상한 것은 수남의 헌신이 아니라, 이 두 서사가 가진 온도차이다. 수남을 괴롭힌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복수의
[스페셜] 복수와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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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실에 거주하며 비현실을 열망한다. 어쩌면 영화적 세계가 간직한 비현실성은 우리를 영화 앞으로 불러내는 치명적 주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어떤 종류의 영화적 비현실성은 그 장르의 지배적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무협 역시 그러한 경우이다. 무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 ‘강호’라는 초현실적 세계, 판타지적 강인함을 가진 무림의 고수들, 그들이 펼치는 무협 대결과 낙엽처럼 나부끼는 살육과 죽음의 풍광들. 물론 파편적인 이미지로 하나의 장르를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무공의 고수들이 벌이는 판타지적인 무협 대결은 대부분의 무협영화가 품는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허우샤오시엔의 무협영화, <자객 섭은낭>(2015)의 막이 올랐다. 이 영화는 관객의 머릿속에 하나의 물음표가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제껏 본 무협의 풍광이 삭제된, 또는 철저히 절제된 이 영화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며 영화의 압도
[스페셜] 허우샤오시엔의 무협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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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영화평론상을 뽑은 지도 어느덧 21년이 흘렀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영화도 변했고, 영화시장도 변했고, 관객도 변했다. 당연히 영화평론의 경향도 변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영화평론’은 여전히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개념에 머물고 있다. 1990년대 말 저널과 결합한 영화비평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이후 영화비평은 항상 ‘위기’라는 유령의 언어에 시달렸다. 매번 진짜 위기였을 수도 있다. 시네필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기획영화의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영화비평이 자신의 소명을 저버린 적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을 때조차 목소리는 작을지언정 분명 자기 자리에 서서 영화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씨네21> 영화평론이 있어왔다고 믿는다. 말하는 비평에서 심도있는 부정기 간행물까지 영화평론이 다양한 형식과 통로로 관
[스페셜] 영화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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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스타트렉> 덕후들의 부러움을 제대로 사게 생겼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그가 <스타트렉 비욘드>에 에일리언으로 출연하게 된 것. 그의 연기를 지켜본 저스틴 린 감독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한편, <고스터버스터즈>의 레슬리 존스가 상상 초월 악플러들 때문에 치를 떨고 있다. 이번 영화의 유일한 흑인 배우인 그녀를 표적 삼은 트위터리안들이 인종차별적, 여성혐오적 발언을 퍼부은 것이다. 레슬리 존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인간 지옥에 갇혔다…. 눈물을 흘리며 트위터를 떠난다. 영화가 못마땅할 수는 있어도 내게 한 짓은 잘못됐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UP&DOWN]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스타트랙 비욘드>에 에일리언으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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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얼마나 웃었는지 세어본다면, 우린 곧 그 누구보다도 게리 마셜에게 많은 웃음을 빚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뉴욕타임스>)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코미디 거장, 게리 마셜 감독이 지난 7월19일 세상을 떠났다. 마셜의 홍보 담당자는 그가 폐렴 합병증으로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위치한 병원에서 81살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한국 영화팬들에게 그는 1990년대를 풍미한 로맨틱 코미디영화 <귀여운 여인>(1990)과 <런어웨이 브라이드>(1999), 앤 해서웨이를 스타로 만든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 등을 연출한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귀여운 여인>의 리처드 기어는 “그는 멘토이자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사람 중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순수한 마음과 장난기로 가득했다”며 애도했다.
<귀여운 여인>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기 이전부터 게리 마셜은
[해외뉴스] <귀여운 여인> 게리 마셜 감독 지난 7월19일 세상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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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에서 영화 부가판권 유통 담당 직원을 구한다(만 3년 이상 경력자).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1부씩을 경영전략팀 이메일(gcseok@sidus.com)로 제출하면 된다. 문의 02-3393-8636.
*<국가대표2> <귀향> <날, 보러와요> 등의 한국영화 해외 배급을 맡고 있는 해외 세일즈사 M-Line Distribution에서 신입 및 경력사원을 모집한다.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닌 영어 능통자로, 해외 마케팅과 세일즈에 관심이 있다면 국·영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이메일(sales@mline-distribution.com)로 8월10일까지 제출.
*제14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국내경쟁부문 출품작을 7월31일(일)까지 공모한다. 장르와 주제 구분 없이 2015년 6월 이후 완성된 30분 이내의 단편이면 출품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 참조. 문의 02-723-6520, program1@aisff.or
[소식] 싸이더스, 영화 부가판권 유통 담당 직원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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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IPTV 수익 배분율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영화수입사 네트워크’가 비판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료방송사업자 KT는 콘텐츠 공급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IPTV 수익 배분율을 6:4에서 5:5로 조정할 계획이다. 아이튠즈
같은 해외 플랫폼의 경우 콘텐츠 공급자에게 지급하는 수익 배분율은 70%다. 이에 수입사들은 KT가 불공정한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재권 음악감독이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재권 음악감독은 <킬러들의 수다> <피도 눈물도 없이> <범죄의 재구성> 등 40여편의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역대 수상자로는 이병우, 조영욱, 이동준, 조성우 음악감독 등이 있다.
-박홍열 촬영감독이 ‘시네마테크 영화학교-빛의 예술: 촬영으로 영화읽기’ 강좌를 진행한다
=봉준호의 <마더>,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댓글뉴스] 박홍열 촬영감독 '시네마테크 영화학교-빛의 예술: 촬영으로 영화 읽기' 강좌 진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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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슬럼버>2015<아델라인: 멈춰진 시간>2014<크루얼&언유주얼>2013<내게 날개가 있다면>2012<그레이브 인카운터2>2012<루퍼스>2012<주다스 키스>2010<디어 미스터 게이시>2010<퍼시 잭슨과 번개도둑>2007<트릭 오어 트릿>
TV시리즈
2014<원 헌드레드>2013<베이츠 모텔>2012<컨티넘>2011<킬링>
날렵하게 쭉 뻗은 콧날이 강하고 빈틈없는 인상을 안긴다. 거기에 창백한 피부까지 더해져 공포영화의 주인공이나 악역에 제격일 거란 생각도 든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역시나 어둡고 악한 편에 자주 서는 리처드 하먼을 만날 수 있다. 스스로 진정한 데뷔작이라 말하는 <트릭 오어 트릿>은 공포영화였고, 유명세를 안겨준 미드 <원 헌드레드>에선 악역이었으며, 첫 주연작인 <주다스
[who are you] 그의 필모가 이토록 빽빽한 이유 - <그레이브 인카운터2> 리처드 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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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역영상산업 및 영상문화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 (영화발전기금 사업예산 중 해당 사업에 대한 비중을) 연차적으로 증액해 수년 이내에 25%를 편성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위원장의 견해는?”이라는 국회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영진위 위원장의 답변은 무엇일까? 보통은 지역이라는 기준의 예산 쿼터가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나 현재 진행되는 지역 관련 사업에 대한 설명, 혹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서 지역별 비중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해 반영하겠다든지 등등을 예상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영진위 위원장(‘작성자 산업정책연구팀장 김현수’ )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현재 집행 중인 사업을 크게 줄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연간 예산의 지역별 배정 할당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화발전기금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징수 규모를 입장권 가격의 5%
[한국영화 블랙박스] 지역영상산업 및 영상문화 활성화 방안에 영화발전기금 징수 규모 확대로 대응하는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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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키스>(1985)로 널리 알려진 헥터 바벤코 감독이 지난 7월13일 상파울루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0살. 라틴아메리카 영화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등 브라질영화를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한 그의 장례식은 15일 상파울루의 시네마테크에서 치러졌고 유해는 화장되어 평화의 정원 묘지에서 안식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바벤코의 대표작은 역시 <거미 여인의 키스>일 것이다. 할리우드 공동자본으로 합작하여 만든 이 작품이 그의 이름을 국제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건 분명하다. 그러나 헥터 바벤코의 존재는 단지 <거미 여인의 키스>의 연출자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사적으로 그는 글라우버 로샤의 <검은 신 하얀 악마>(1964), 넬슨 페레이라 도스 산토스의 〈보람 없는 삶>(1963) 등으로 대표되는, 브라질 사
[obituary]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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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주세요”라고,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말썽인 영화제에 최근 복귀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말했다. 지난 7월7일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식에서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자문위원장이기도 한 김동호 위원장의 그 말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다이빙벨>로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에 그 박수 소리가 다들 통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예술감독은 바로 20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초대 프로그래머이자 실질적인 산파나 다름없었던 김홍준 교수다.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로 해촉됐던 그가 올해 20회를 맞이한 부천영화제 개막식 때 공로상을 수상했다.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올해 초 최용배 신임 집행위원장이 취임하고, 당시 영화제를 떠났던 김영덕 프로그래머가 12년 만에 복직하고, 또 지난 6월 정지영 감독이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선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20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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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드림엔터테인먼트
마동석, 김영광, 이유영이 휴먼 드라마 <원더풀 라이프>(감독 조원희)에 출연한다. 충남 홍성을 배경으로, 마동석은 아내를 사고로 잃은 딸바보 유도관장 장수, 김영광은 직업정신이 투철한 경찰관 태진, 이유영은 태진의 연인이자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현지 역을 맡았다. 8월 중순 크랭크인 예정.
이디오플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정우, 강하늘 주연의 <재심>(가제, 감독 김태윤)이 7월17일 첫 촬영을 시작했다. 강하늘은 택시 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청년을, 정우는 소년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하는 변호사를 연기한다. 내년 상반기 개봉예정.
JK필름
현빈, 유해진, 김주혁이 출연하는 <공조>(가제, 감독 김성훈)가 7월15일 크랭크업했다. 남한으로 숨어든 탈북 범죄조직을 쫓기 위해 남북 형사들이 극비리에 공조수사를 펼친다는 내용의 액션물이다.
[인사이드] 현빈, 유해진, 김주혁 주연 <공조>(가제, 감독 김성훈) 7월 15일 크랭크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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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환상, 모험의 영화축제,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막이 올랐다. 7월21일 오후 7시,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국내외 게스트들의 레드카펫 행진으로 개막 행사가 시작됐다. 임권택, 배창호 등 한국영화계의 거목들과 최동훈, 나홍진 등 한국영화계의 인기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우 장미희, 안성기, 정진영, 강예원 등 스크린의 반가운 얼굴들도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칸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죈느, 중국인이 사랑하는 감독 겸 배우 쉬정 등 해외 영화인들 또한 성년이 된 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오후 8시20분부터 검은 복면을 쓴 댄스 뮤지컬팀 ‘댄스컬’의 강렬한 무용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막식이 시작됐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제일 처음 단상에 올라 “부천시민을 비롯해 부천시장 및 의회 의원분들이 영화제를 온전히 영화인들에게 돌려주었다”며 관계자들의 특별한 지지와 신뢰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김만수 명예조직위원장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지원은
[국내뉴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 7월31일까지 320편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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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그린그래스는 포스트 스필버그가 되기 위한 고지를 선점했다.” 2007년 <본 얼티메이텀> 개봉 당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써낸 예언은 결과적으로 미완의 기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개봉영화에 으레 쏟아지는 찬사라는 걸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당시 <본 얼티메이텀>의 위상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본 얼티메이텀>은 첩보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맷 데이먼의‘본 시리즈’의 최종장이자 전작보다 더 나은 속편으로 기억되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스펙터클과 규모를 늘리는 대신 좀더 사실적으로 파고든 영화는 액션에 관한 한 이후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반드시 그렇다고 답하긴 어렵다. 2007년 개봉작이니 필름으로 찍었다고 해도 그리 고색창연한 느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로 변환했다고 해서 극적인 변화가 엿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제이슨 본>
[스페셜] 이 한편으로도 충분하다 - <본 얼티메이텀> 디지털 리마스터링 다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