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실사영화 <부산행>(2016)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발 부산행 KTX에 오른 군중이 원인 모를 바이러스의 전파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순간을 맞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산행> 이야기에 앞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다양한 볼거리들이다.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거대한 좀비떼, 그리고 생사를 넘나드는 인간의 사투로 꽉 채워졌다. 이 장면들의 완성 과정이 궁금했다. 촬영, CG, 특수분장, 무술에 이르기까지 중요 스탭들을 만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형덕 촬영감독
<장수상회>(2015), <관능의 법칙>(2013), <써 니>(2011), <하 녀>(2010) 등을 거치며 꽤 많은 작업을 해왔지만 <부산행>은 새로운 시도의 영화였다. “연상호 감독님이 애니메이션 작업에서는 버리는 컷이 많아야 10
[스페셜] <부산행> 스탭들이 재구성한 영화 촬영현장
-
지난해 가을밤. 심야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적이 있다. 주차장을 가긴 번거로워 대충 건물 뒤편 으슥한 곳에 차를 댔는데 근처에 패스트푸드점 유니폼을 입은 청년이 있었다. 잠깐 쉬러 나온 모양이었다.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흔한 광경일 수도 있었지만 갑자기 마음 한켠이 덜컹 내려앉았다. 분명 안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잠깐 쉬러 나온 것이다. 한기가 느껴지는 가을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둥실 떠 있는 달빛 아래에서 반팔을 입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를 보고 죄책감이 느껴졌다면 너무 감상적인 걸까. 당시 나는 영화를 막 개봉시키고 실망스러운 흥행 결과에 심란해져 있었다.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어 영화를 보러 나왔는데 한쪽 세계에서는 그 시간까지 몸을 움직이며 돈을 벌고 잠깐의 휴식조차 남의 눈을 피해 하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대중예술을 한답시고 영화를 만들었지만 과연 그들의 일상에 대한 존중이 내게 있었던가, 하는 죄책감과 반성이었다. 순간이었지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
-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실제론 조연이었다)이라는 문구로 광고한 판타지영화 <던전 드래곤>(2000) 개봉 소식에 “보러 가자, 소극장에 개봉하면”이라고 친구와 결의하던 순간을. 그리고 그날이 왔다. 요즘처럼 비가 죽죽 쏟아지는 날이었다. 나는 극장 앞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고, 친구는 오지 않았다. 나는 비에 젖은 채 홀로 똥 같은 영화를 보았다. 나름 즐거운 기억이다. 이렇듯 옛날부터 판타지영화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 이하 <워크래프트>)을 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워크래프트>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영화다. 물론 게임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듯, 게임 원작 영화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개봉도 하기 전에 로튼토마토에서(<디 워>(2007)보다 낮은) 21점을 받았다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잘나신 평론가들의 박한 점수는 얼라이언스의 결집
[내 인생의 영화] 송승언의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언젠가 <오버워치>도!
-
영화사에서 ‘살인’에 대해 가장 전복적 상상을 꽃피운 사람은 사샤 기트리다.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도덕과 규칙에서 멀리 떨어져 손가락질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정작 영화와 코미디를 조롱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꿈을 꿉시다>(1936)에서 “관객은 결혼 장면만 나오면 행복해져서 ‘좋은 코미디’로 평가하지. 그건 비극의 시작인데 말이야”라고 말했던 그다. 기트리 영화의 진경은 ‘역설’에 있다. ‘살인을 정당화했다’는 오명을 듣는 대표작 <독>(1951)에서 증인으로 나온 아주머니는 “여기서 자기 남편이나 아내가 죽기를 한번쯤 바라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그건 결혼 생활의 일부와 같아요”라고 말한 뒤 마을 신부를 끌어내 “그런 고백을 많이 듣지 않았어요?”라고 따진다.
웃으며 보다가도 죄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게 기트리 영화다. <독>은 끔찍한 결혼 생활에 환멸을 느낀 중년 남자 폴의 이야기다. 그는, 잘 씻지도 않고 낮부터 폭음을 즐기고 퉁명
[이용철의 영화비평] 살인과 죄의식을 다루는 우디 앨런의 불가해한 방식
-
-
유튜브에서 영화 리뷰 영상을 올리는 알렉스(리처드 하먼)는 공포영화를 연출 중인 감독 지망생이다. 그런데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인터넷을 통해 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에 대한 영상을 보내며 알렉스에게 접근해온다. 결국 알렉스는 <그레이브 인카운터>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실제 사건을 기록한 영상임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의 실제 무대인 ‘XX 정신병원’을 찾아간다. 물론 알렉스는 이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카메라로 촬영해 자신의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미국에서 2012년에 개봉했던 <그레이브 인카운터2>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공포영화이다. 파운드 푸티지는 이제 약간의 식상함을 느끼게 하는 형식이지만 감독은 주어진 틀 안에서 자신만의 색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유튜브, 휴대폰, CCTV, 열감지 카메라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면서 색상, 화면비, 화면의 질감에 계속해서 변화를 준다.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 보는 영상의 출처를
마지막 기록의 행적을 쫓다 <그레이브 인카운터2>
-
세계의 까다로운 미식가들을 사로잡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르네가 만들어내는 음식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노마’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노마는 덴마크어로 북유럽을 뜻하는 노르디스크(nordisk)와 음식의 마드(mad)가 결합된 말이다. 뜻 그대로 노마에서는 북유럽의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이 원칙이 철칙은 아니다. 르네는 토종 식재료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식재료를 혁신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취지”라고 거듭 말한다. 음식에 계절과 시간, 공간성까지도 켜켜이 담겠다는 야심찬 선언의 말이다. 그는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훨씬 전인 2003년에 노마를 열어 탐험가처럼 음식의 신세계를 발견해가기 시작한다.
처음 보는 식재료들로 멋들어진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즐겁다. 노마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여러 차례 1위에 오른 이유를 납득시킬 만큼이다. 르네의 철학을 담기 위해
르네가 만들어내는 음식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
고등학생 형수(손우혁)는 마음 둘 데가 없다. 새로운 가정을 일구고 사는 엄마는 자꾸만 찾아오는 형수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함께 지내는 아빠는 밤낮으로 술에 찌들어 있다. 오랫동안 유도를 해왔지만 합숙 비용을 낼 여유가 없어 이마저도 그만둔다. 어느 날, 형수는 친구 성록이 학교 일진인 진규에게 맞고 있는 걸 발견한다. 형수가 진규를 가뿐히 제압하자 학교 안팎의 싸움꾼들이 형수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형수는 또래 위에 군림하는 생활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남자 고등학생의 성장담, 지역색 가득한 말투, 동성 친구들 사이에서의 서열 다툼 등 <깡치>의 많은 요소는 <친구>(2001)와 <바람>(2009)을 연상케 한다. 강도 높은 폭력 신으로 누아르의 무드를 살린다는 점에선 <친구>가, 난데없이 코믹한 상황을 배치한다는 점에선 <바람>이 떠오른다. 하지만 <깡치>는 새로운 지점을
그들의 불우한 성장담 <깡치>
-
용감하다는 의미의 이름을 지녔으나 실상 겁보인 발렌틴(유지니오 델베즈)은 멕시코 해변가에서 관광객 미녀들과 원 나이트를 즐기며 살아간다. 어느 날 한 여성이 택시를 타고 찾아와 불쑥 갓난아이를 맡기고 사라진다. 우여곡절 끝에 LA까지 국경을 넘어갔으나 아이 엄마는 종적이 묘연하다. 우연히 영화 스턴트맨이 된 발렌틴은 사랑스러운 딸 매기(로레토 페랄타)를 위해 매일 죽는 스턴트 연기를 해야 한다.
영화는 졸지에 아이를 배달받은 남성의 곤혹을 주제로 한 육아 코미디의 고전적 모티브를 소재로 삼고 있다. 철부지 아빠와 야무진 딸의 조합 역시 익숙한 패턴이다. 색다른 점은 아이를 위해 바람둥이 겁쟁이가 매일 죽음에 맞서야 하는 스턴트맨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빠 발렌틴은 삶의 전부를 아이를 위해 몰두한다. 집을 장난감 가게처럼 꾸미고, 엄마의 부재를 못 느끼도록 동화 같은 편지를 각색해 전달한다. 촬영장에서 자라난 매기에게 세상이란 할리우드영화마냥 꿈 같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디즈니랜
딸 앞에서는 가장 용감해 보이고 싶은 아빠 <사랑해, 매기>
-
춤도 잘 추고 인간의 말까지 할 수 있는 특별한 북극곰 ‘빅’(엄상현)은 동정심 때문에 사냥도 제대로 못하는 착한 곰이다. 그런데 최근 빅에게 큰 고민이 생긴다. ‘그린 건설’의 사장이 북극의 자연을 파괴하는 대규모 주택 단지를 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이 음모를 우연히 알아낸 빅은 북극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다. 그린 건설의 본사가 있는 뉴욕으로 건너가 이 음모를 직접 저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로 건설사를 홍보하는 광고 모델에 지원한다. 과연 빅은 북극의 환경을 지킬 수 있을까, 그리고 뉴욕에서 무사히 생활할 수 있을까?
도시 한복판에서 종횡무진 대활약을 펼치는 북극곰의 이야기 <빅>은 자연 보호를 주제로 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영화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마친 트레버 월 감독은 어린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주제와 선악 대립구도를 선보인다. 그리고 주인공과 악당 캐릭터의 성격 역시 알기 쉽게 직관적으로 묘사한다. 자연을 파괴하
북극 지키러 우리가 뉴욕에 왔다! <빅>
-
료타(아베 히로시)는 한때 문학상을 수상한 촉망받는 소설가였다. 하지만 그건 이미 15년 전의 영광일 뿐이다. 소소하게 번 돈마저 도박으로 탕진하는 그의 습관은 료타의 가정을 망쳤다. 이제 작은 사설탐정 사무소에서 근근이 돈을 벌며 살아가는 료타는 이혼한 아내 교코(마키 요코)가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남자가 아들 싱고(요시자와 다이요)의 삶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여전히 가족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찌할 수 없이 살아가던 여름의 나날들 가운데 오랜만에 온 가족이 료타의 어머니 요시코(기키 기린)의 집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그해의 스물네 번째 태풍이 찾아온다.
<태풍이 지나가고>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일견 평온해 보이는 가족간의 대화 사이로 그들 각자가 지닌 아픔과 상실의 감정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고레에다 스타일의 가족 드
지금 당신은 당신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태풍이 지나가고>
-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가 “이제 모든 것이 끝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장정을 종결한 지 3년 만인 2013년 9월, 신규 ‘<해리 포터> 영화’ 제작 소식을 할리우드발 부엉이가 물고 날아왔을 때, 아무도 진심으로 놀라진 않았다. 모든 메이저 스튜디오가 브랜드 가치를 보유한 원작을 찾으러 묵은 창고를 뒤지고 있는 터에, <해리 포터> 우주만큼 치밀하고 광활한 세계관을 정립해놓고는 달랑 프랜차이즈 하나로 “모든 것을 끝낼” 거라고 믿은 구경꾼은 없었기 때문이다. 잠정적으로 3부작으로 기획된 <신비한 동물사전>(Fantastic Beasts and Where to Find Them)에는 해리 포터도, 호그와트 마법학교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직접적 속편도 프리퀄도 아닌 이 이야기는 J. K. 롤링이 지팡이 하나까지 창조한 ‘포터 월드’의 역사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2015년 11월 5일 아침 비바람 속에서 열명 남짓한 각국 기자를
[스페셜] <해리 포터> 세계의 첫 번째 확장, <신비한 동물사전> 촬영현장을 가다
-
영화로 충만한 바캉스를 계획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매년 여름이면 찾아오는 ‘시네바캉스 서울’이 모자람 없는 답이 될 것이다. 7월28일부터 8월28일까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한 번째 ‘시네바캉스 서울’이 열린다. 우선 올해는 미국과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들, 존 카펜터와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들이 한여름의 열기를 식힐 채비를 하고 있다. ‘존 카펜터 특별전: 어둠의 제왕’과 ‘구로사와 기요시 특별전’ 외에 ‘시네필의 바캉스’, ‘야쿠티아에서 온 영화’, ‘작가를 만나다’까지 총 5개 섹션 3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존 카펜터 특별전: 어둠의 제왕’에서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존 카펜터가 만든 다양한 스타일의 호러·SF·미스터리영화 6편이 소개된다. 슬래셔 호러영화의 효시 격으로 꼽히는 <할로윈>(1978)부터 인기 비디오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뉴욕 탈출>(1981), <트랜스포머&
[영화제] '시네필의 피서' 2016 시네바캉스 서울
-
영국영화협회와 루나 시네마(고전영화를 야외상영 또는 극장이 아닌 특별한 장소에서 상영하는 단체다)가 2016년 여름 시즌을 겨냥한 이벤트로 ‘별빛 아래 SF영화들’(SCI-FI Under the Stars) 특집을 기획했다. 협회와 극장쪽이 밝힌 상영작 라인업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들은 오리지널 <스타워즈> 3부작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4~6편이기도 한 <새로운 희망>(1977), <제국의 역습>(1980), <제다이의 귀환>(1983)은 8월3일부터 3일간 매일 밤 8시45분 런던 외곽에 자리한 햄튼 코트 궁궐 야외마당에서 관객을 만난다. 런던의 여름 일몰 시간이 밤 9시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별빛 아래 세워진 상영관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되는 셈이다. 8월6일에는 가족 방문객을 위한 ‘제다이 마스터클래스’와 더불어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국영화협회는 “‘제다이 마스터
[런던] 여름 시즌 이벤트로 런던탑, 윈저 성 등의 야외극장에서 상영되는 SF영화들
-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개, 돼지’ 발언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대체로 국민들은 이 사건의 두 지점에서 격노했는데, 우선은 그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발언자가 ‘교육’부 소속이라는 점이었다. ‘고직’이라는 요소가 놀람과 분노를 유발하는 데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역으로 현재 한국 국민들의 ‘고위층’의 윤리감각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최저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아마도 그의 발언은 흔히 ‘대중’이라고 칭해지는 수많은 국민에 대한 도덕적, 지적 우월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단어가 과연 이론적으로 성립 가능한 것일까? 타인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존재론적 우월감을 느끼는 순간 ‘윤리적’ 우위란 자동박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치 “나는 세상에서 제일 겸손한 인간이야”라는 말이 그 자체로 어불성설인 것처럼 말이다. 우디 앨런의 <이레셔널 맨>은 이
[김지미의 영화비평] 식자들이 결코 도달하지 못할 ‘개, 돼지’들의 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