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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에서 송강호와 공유는 뻔뻔하게 속내를 숨기고 날렵하게 서로의 뒤를 캐며 가까워진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2인자 김우진(공유)은 서로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관계다. 서로를 밀고 당기는 두 캐릭터의 합은 송강호와 공유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다는 사실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선 어떨까. 한국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장르영화를 만드는 김지운 감독까지 포함해 스튜디오에 들어선 세 사람은 말수 적은 남자들이었다. 과장된 제스처와 웃음, 불필요한 립서비스는 생략할 줄 아는 사람들. 김지운 감독과 장편영화만 네 번째 함께하는 송강호는 “현장에서도 서로 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편”이라 전했다. 사진 촬영 중, 분위기를 띄우고자 송강호가 “밀” 하고 외치자 공유가 “정” 하고 받아치는 모습에선, 이들이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8월의 마
[커버스타] 밀고 당기기 - <밀정> 송강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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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삶을 닮은 것처럼, 산악영화는 산과 삶을 닮았다. 즐거움과 도전의식, 상처와 치유, 공생의 정신을 기억하고자 하는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린다.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울산시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일원에서다. 21개국에서 날아온 78편의 영화들이 각각 국제경쟁, 알피니즘, 클라이밍, 모험과탐험, 자연과사람 등의 섹션으로 나뉘어 관객을 만난다. 개막작은 히말라야에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롭고 위험한 산 메루를 오르는 산악인들의 순수한 등반정신을 담은 다큐멘터리 <메루>다. 국제경쟁부문에선 전세계의 신작 산악영화 182편 가운데 총 24편이 본선에 올랐다. 그중 두편은 한국영화다. 산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과장 없이 보여주는 <스토리 오브 안나푸르나>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을 담은 애니메이션 <두 소년의 시간>이다. 국내 산악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인 ‘울주서밋2016’에선 정지우 감독과 천운영 작가의 공동
[인디나우]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9월30일부터 10월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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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노동당 지령을 받고 내려온 밤섬해적단입니다.”(보컬, 베이스 장성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생기면 경제가 좋아진다죠?”(드러머 권용만) “그러면 군이 많이 주둔한 강원도 철원의 경제는요?”(장성건)
만담꾼이야? 아니면 밴드야? 홍대 자립음악가 밤섬해적단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공연보다 잡담 시간이 더 긴 이 밴드가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잡담 혹은 만담은 밤섬해적단의 음악의 일부다. 이것이 지난 7월 <잼 다큐 강정>(<씨네21> 812호 기획 ‘100일간의 잼다큐멘터리 <강정> 촬영현장’ 기사 참조) 촬영현장 취재차 내려간 제주도에서 만난 그들에 대한 첫인상이다. 지난해 두리반에서 열렸던 ‘51+ 페스티벌’에서 정윤석 감독 역시 밤섬해적단의 공연을 보고 똑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마당극이나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처럼 보였어요. 음악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대한 풍자이고, 그 뜻
[스페셜] 홍대 자립음악가 밤섬해적단 뒤쫓는 <밤섬해적단, 습격의 시간>(가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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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옐> 青空エール
감독 미키 다카히로 / 출연 쓰치야 다오, 다케우치 료마, 하야마 쇼노, 시다 미라이, 우에노 주리
어릴 적 고교야구대회를 응원하는 브라스 밴드의 무대를 보고 관악부에 대한 동경을 품어온 오노 쓰바사(쓰치야 다오). 관악부 명문 시라토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초심자인 그녀에게 트럼펫 연주는 어렵기만 하다. 같은 반 야구 부원 야마다 다이스케(다케우치 료마)의 격려로 오노는 한발씩 나아간다. 가와하라 가즈네가 그린 동명의 순정만화가 영화로 탄생했다. 우에노 주리가 관악부 선생님으로 출연한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6.8.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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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 와일더가 8월29일(현지시각) 향년 83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62년 데뷔한 진 와일더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초콜릿 천국>(1971), <영 프랑켄슈타인>(1974) 등에 출연해 인기를 누렸으며 1975년 휴고상 최우수드라마상, 2002년 라스베이거스 비평가협회 평생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에 스티브 카렐이 캐스팅됐다
=<마지막 지령>(1973)의 속편에 해당하는 이 영화는 전직 해군 하사관들이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아들의 유해를 집으로 가져오는 여정을 담는다. 브라이언 크랜스턴, 로렌스 피시번도 출연할 예정이다.
-벤 애플렉이 빌리 와일더 감독의 <정부>(1957)를 리메이크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검찰측 증인>을 원작으로 이미 한 차례 영화화된 <정부>의 리메이크판에서 벤 애플렉은
[댓글뉴스] 배우 진 와일더, 8월 29일 향년 83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나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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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헬조선에서 온 악귀 <고스트버스터즈>
[정훈이 만화] 헬조선에서 온 악귀 <고스트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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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몬스터>는 외연이 화려한 영화다. 조디 포스터가 연출을 맡았다.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다. 이야기 또한 관객의 마음을 잡아끌기 충분해 보인다. 꽤 잘나가는 경제 예능쇼가 진행되는 도중에 이 쇼에서 추천한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날린 소시민이 난입하여 진행자를 인질로 삼고 폭주한다.
이야기는 실제 쇼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거의 실시간으로 흘러가고 관객은 흡사 이 사건이 진짜로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만하다. 뿐만 아니라 단지 인질극과 실시간 흐름에서 오는 서스펜스를 넘어 결코 처벌받는 법이 없는 경제사범을 단죄해내는 쾌감마저 존재한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금융 환란 이후를 살아나가는 미국 관객에게 이는 꽤 각별한 대리만족일 것이다. 요컨대 당대의 요구를 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머니 몬스터>는 외연부터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언뜻 갖출 것을 다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무것도 성취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머니 몬스터>의 실책이 드러내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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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로케이션 촬영, 시대극, 밤과 새벽 장면 등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있어도 제작 난이도가 높다. <밀정>은 세 가지 요소 모두 돌파해야 했던 프로젝트다. 최정화 PD, 김지용 촬영감독, 조화성 미술감독으로부터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경찰이 김장옥(박희순)을 잡기 위해 쫓는 오프닝 시퀀스는 촬영 난이도가 높은 장면이었다. 밤 촬영이고, 카메라가 커버해야 하는 앵글의 범위가 넓은 데다가 김장옥과 수십명의 일본 경찰들이 한옥 지붕 위를 넘어다니는 액션 신이기 때문이다. 촬영은 한옥이 있는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물론 처음부터 이곳을 생각한 건 아니라고 한다. “인물이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설정을 찍을 수 있는 세트가 거의 없다. 문경은 생각지 않고 있다가 한옥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곳으로 가게 됐다”는 게 김지용 촬영감독의 얘기다. 그는 크레인을 이용해 네모난 큐브 조명인 소프트 박스 두세대를 하늘 높이 띄웠다. 그 조명에서
[스페셜] <밀정>은 어떻게 찍었나 - 최정화 프로듀서, 김지용 촬영감독, 조화성 미술감독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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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은 설명하려 할수록 단어와 단어 사이로 빠져나가버리고 마는 영화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의열단 단원들의 희생, 독립군을 척결하려는 일본 경찰들의 계략, 조선과 일본 중 어느 쪽에 서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수많은 밀정들의 암약과 방황. 이 모든 것들이 <밀정>을 수식하는 문장이 될 수 있으나 이들 중 어떤 것도 이 영화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난 뒤 잔상에 오랫동안 남는 건 순간적으로 눈앞을 스쳐지나간 1920년대 경성과 상하이의 어떤 풍경이다. 너무도 고요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주는 새벽녘 상하이의 뒷골목, 화려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경성의 밤풍경, 그 사이를 배회하는 모던보이들의 고독한 얼굴. 그렇게 <밀정>은 표정과 무드의 누아르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라스트 스탠드>(2013) 이후 3년 만에 한국 장편영화로 복귀한
[스페셜]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하는 효율적인 쪽으로 변했다고들 하더라 - <밀정> 김지운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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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이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어떤 이미지에서 출발한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한 남자가 총을 들고 좁고 긴 복도를 걸어가고(<달콤한 인생>(2005)), 한 무리의 사나이들이 말을 타고 벌판을 내달리고(<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연쇄살인범이 사람을 끌고 가 토막살해하고(<악마를 보았다>(2010)), 보안관이 자신의 울타리를 침범한 악당들을 쫓아내기 위해 총을 잡는(<라스트 스탠드>(2013)) 등 그는 누아르, 서부극, 하드코어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순회하며 그 장르를 대표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8번째 장편영화 <밀정>은 그림과 공간을 먼저 잡아낸 뒤 서사를 꿰맞추었던 전작과 다른 궤적에 놓인 작품이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고, 누구의 편인지 몰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며, 계층을 불문하고 누구나 스파이가 될 수 있었던 시대의
[스페셜] 뜨거운 레지스탕스 영화 - 김지운 감독의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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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팔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에만 9개월을 쏟아부었다. 고산자 김정호의 고된 여정에 동행한 백선희 프로듀서, 최상호 촬영감독, 임재영 조명감독과 판각 자문을 담당한 목우 조정훈 각수(刻手)에게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대장정에 관해 물었다.
대동여지도를 스크린에 옮긴다고 하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게 있다. 백선희 프로듀서는 “5시간 이동해서 10분 촬영하고 6시간 이동해서 30분 촬영하는 식”이었지만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린 걸 제외하곤 도리어 그렇게 힘든 일이 없었다고 한다. 차로 달린 거리만 10만km가 넘는 로케이션은 고된 행군이었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워낙에 콘티를 꼼꼼히 짜서 쓸데없는 화면을 찍지 않았다.” 전국을 답사하며 발로 지도를 그렸다는 김정호의 행보를 따라가다 결국 도착한 백두산. 최상호 촬영감독은 “백두산 촬영을 두번 갔다. 긴장을 많이 해서 첫 촬영을 망쳤는데 감독님이 흔쾌히 이번엔 배우들도 함께 다시 가자고 하셨
[스페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어떻게 찍었나 - 백선희 프로듀서, 최상호 촬영감독, 임재영 조명감독과 판각 자문을 담당한 목우 조정훈 각수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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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강우석 감독을 만나기 위해 강남 도산대로 한복판으로 갔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준비하던 지난해 시네마서비스는 충무로에서 이곳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사 이후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한 첫 번째 작품이 <고산자, 대동여지도>다.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연출작이기도 하다. “충무로에 있으면서 8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했다. 근데 한곳에 너무 오래 있다보니 자꾸만 처지더라. ‘회사 규모는 줄이더라도 강남으로 가자! 내가 다시 시작할게!’ 그래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도산대로로 왔다.”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강우석 감독의 의지가 전해진다. 한국영화계에서 승부사로 통하는 강우석 감독에게도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터닝 포인트로서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만큼 만드는 내내 기대만큼의 걱정과 그 이상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현장이기도 했다.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지도에 담긴 김정호의 철학을
[스페셜]“한국영화 흥행기록, 조만간 앞자리가 ‘2’가 될 수도 있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 강우석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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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영화의 미덕은 이제껏 본 적 없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는 데 있지 않다. 설사 처음 접하는 소재일지라도 모두가 친근하게 소화할 수 있는 평균의 감각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강우석은 데뷔 이래 꾸준히 한국 상업영화의 제일 앞줄에 서 있던 감독이자 제작자다. 당대에 유효하게 통용될 장르를 전면에 내세워 웃음과 시대성을 버무리는 감각은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친숙함과 쉽게 넘볼 수 없는 과감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런 그가 정작 사극을 연출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건 차라리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그는 <혈의 누>(2005), <황진이>(2007), <신기전>(2008) 등 적지 않은 사극영화의 기획을 맡았지만 직접 메가폰을 잡은 적은 없었다. 이는 아마도 최근 몇년간의 조용한 행보와도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최근 2, 3년간 극장가를 휩쓸었던 사극 열풍은 올해 다소 잠잠해진 모양새인데, 이 시점에 강우석 감독이 자신의 스무 번째 작
[스페셜] 순박한 드라마의 정공법 -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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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요즘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시사 소감을 묻는 두편의 영화가 있다. 올해 추석 극장가의 화제작인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그 작품들이다. 9월7일 극장가에서 동시에 관객을 마주하게 될 이들 영화는 충무로에서 확고한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김지운, 강우석 감독의 꽤 오랜만의 한국 장편상업영화 복귀작이라는 점, 한때 차기작으로 염두에 두었던 다른 영화들을 각기 우회해 당도한 정착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동안 대중의 시선과 잠시 거리를 두고 새로운 도전을 꾀했던 두 감독의 변화는 그들의 영화 곳곳에 담겨 있으리라 믿는다. 이미 언론 시사회를 마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의 면모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두 영화의 리뷰, 스탭들의 제작기와 강우석, 김지운 감독과의 만남을 지금부터 전한다.
[스페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이 맞붙는 추석 연휴를 위한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