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중견감독 마이클 윈터보텀은 이탈리아 말을 제법 잘한다. 이탈리아에서의 관객과의 대화 같은 자리에선 ‘더듬거리지만’ 통역 없이 직접 이탈리아 말로 관객과 소통한다. 아마 그런 솔직하고 용기 있는 태도 덕분인지 윈터보텀은 이탈리아의 시네필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높다. 외국어를 한다는 것은 대개 그 나라의 문화를 사랑한다는 뜻일 테다. 윈터보텀은 인터뷰 등에서 자신이 이탈리아 팬이란 점을 종종 밝힌다. 이탈리아의 자유롭고 경쾌한 공기, 활기찬 에너지,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통시성 등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는다. 그는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도 유명한데, 이탈리아에서도 영화를 꽤 만들었다. 이탈리아를 살짝 지나가는 <인 디스 월드>(2002) 같은 작품은 제외하고 주요 배경이 이탈리아인 장편영화는 세편이다. 발표 순서대로 <제노바>(2008), <트립 투 이탈리아>(2014), <페이스 오브 엔젤>(2014) 등이 이탈리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제노바와 그 인근 - 리비에라 해변, 포르토피노, 친퀘테레
-
2000년이 되면 지구가 망한다 했던 90년대 말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돈이 모이면 도쿄에 가곤 했다. 어디에서든 거의 매일 거리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에게 방향 없이 얹어지는 사회의 무게에 대한 감정의 표출이랄까, 그 진정성이 좋아 보였다.
말을 통한 진정성의 표현, 말로 하는 버스킹, <말하는 대로>가 JTBC에서 방송 중이다. 샤이니의 키가 출연한 에피소드로- 백조들 사이에서 닭답게 사는 법- 많은 주목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유희열과 하하의 2MC가 그날의 버스커들을 데리고 대로(大路)로 나선다. 그리고 이들을 순서대로 풀어놓는다. 방송인 타일러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선작가(김동영)는 자신의 학벌 콤플렉스와 공황장애에 대해 말한다. 얼떨결에 모이게 된 청자는 자신의 감정이 가는 대로 반응한다. 버스킹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순간이다. 덧붙여 빨간 상자에 카드를 태깅하면 1천원이 기부되는 시스템까지 꼼꼼하게 갖춰놓았다. 스튜디
[김호상의 TVIEW]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大路)에 오신 분들을 환영합니다
-
스플릿
제작 오퍼스픽쳐스 / 감독 최국희 / 출연 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권해효, 정성화 / 개봉 11월16일
“스트라이크!” 도박 볼링의 짜릿한 한판승이 펼쳐진다. 과거 볼링계의 전설 철종(유지태)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낮에는 가짜 석유를 팔고 밤에는 도박 볼링판 선수로 뛰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고 있다. 그러던 그는 자폐 성향이 있지만 볼링만큼은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영훈(이다윗)을 만나고, 다시 볼링에 대한 그의 열정에 불이 붙는다. 의기투합한 두 남자는 도박판 브로커 희진(이정현)의 주도하에 큰 판을 벌이고, 두꺼비(정성화)와 일확천금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영화를 위해 실제 3, 4개월간 볼링 연습에 매진했다는 유지태, 이다윗, 정성화 세 승부사가 뭉쳐 박력 넘치는 스펙터클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하고 단편 <그날 밤의 축제>(2007)를 연출한 최국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Coming Soon] “스트라이크!” 도박 볼링의 짜릿한 한판승 <스플릿>
-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특급’ 게스트는 바로 이들이었다. 이창동, 허우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0월10일 오후 5시 부산국제영화제 아주담담 라운지에 함께 등장했다. 공식 석상에 자주 나오지 않거니와 함께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이들 세 감독이 영화의 전당에 모인 이유는 지난 2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었던 각종 논란으로 말미암아 국경을 넘어선 영화인들의 연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대만•일본에서 젊은 영화인들을 양성하는 데 힘쓰고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의 위상을 드높이는 이 거장 감독들이야말로 ‘연대’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주인공들이었다.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사회로 진행된 세 감독의 특별대담을 전한다.
-세분의 근황을 묻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이창동_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게 잘 진행되면 아마 11월쯤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 지금 말하기는 좀 어렵고, 굳이 말하자면 미스터리한 이야기
[커버스타] 이창동, 허우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만남
-
-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의 경쟁부문 및 국내 초청부문 상영작이 발표됐다. 경쟁부문은 단편 30편과 장편 9편, 신진감독을 조명하는 ‘새로운 선택’ 부문 25편, 특별초청 국내부문 상영작 41편이다. 단편부문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단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이지원 감독의 <여름밤> 등 기대작들이 진출했으며, 최초 공개되는 작품으로는 임유리 감독의 <바위너구리들> 등이 있다. 장편부문엔 김일란·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과 박배일 감독의 <깨어난 침묵> 등 쟁쟁한 작품이 포진해 있다. 조영각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새로운 선택’ 부문에는 “알 만한 신인감독들의 ‘역대급’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강유가람 감독의 <이태원>과 손태겸 감독의 <아기와 나>, 윤가현 감독의 <가현이들> 등이 그것이다. 한해의 독립영화들을 결산하는 서울독립영화제 2016은 12월1일부터 9일까지 9일간 CGV아트하우스 압구정과 인디스페이
[인디나우] 서울독립영화제 2016, 12월1일부터 9일간 개최
-
<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감독 피터 버그 / 출연 마크 월버그, 딜런 오브라이언, 케이트 허드슨, 커트 러셀, 존 말코비치, 지나 로드리게즈
2010년 4월20일, 멕시코만 일대를 지나던 해상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시추요원 11명이 사망했고 멕시코만 일대의 해양 생태계가 파괴됐으며 방제 작업에만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됐다.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로 여겨지는 이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에서 마크 월버그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힘쓰는 석유 전공자 마이크, 존 말코비치는 석유회사 대표 비드린 역으로 출연한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6.10.14~16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캡틴 플래닛 앤드 더 플래닛티어>를 제작한다
=파라마운트는 디카프리오의 에피언 웨이 프로덕션과 손잡고 <캡틴 플래닛>을 영화화할 것이라 발표했다. <캡틴 플래닛>은 90년대 인기 TV애니메이션으로, 5명의 청소년들이 환경을 파괴하는 악당과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엘 코언, 에단 코언 형제가 <다크 웹>의 각본을 맡았다
=<다크 웹>은 이십세기폭스가 제작하는 범죄 스릴러로 온라인 불법 마약 유통망을 만든 로스 윌리엄 울브리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제시카 뷰캐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기영화를 연출한다
=원작 <임파서블 오드>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했다가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에 구출된 국제구호원 제시카 뷰캐넌이 쓴 회고록이다. <미스틱 리버>를 쓴 브라이언 헬겔런드가 각색을 맡았다.
[댓글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캡틴 플래닛 앤드 더 플래닛티어> 제작 外
-
[정훈이 만화] <덕혜옹주> 21세기 헬조선에는 특혜옹주가 있다
[정훈이 만화] <덕혜옹주> 21세기 헬조선에는 특혜옹주가 있다
-
미국 대선후보 두 사람-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의 토론이 끝날 때마다(지금까지 두번 있었다) 영어를 사용하는 트위터 유저들은 “진짜 승자는 초속 17㎞로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보이저호다”라는 관전평을 잇따라 내놓았다. 우주탐사선 보이저 1, 2호는 1977년 8월20일과 9월5일 각각 우주로 발사되었고, 목성에서 천왕성에 이르는 외행성계를 조사한 뒤 천천히 태양계를 벗어나 지구가 우주에 보내는 사절이 되었다. 사절! 두 보이저호에는 금박을 씌운 축음기용 구리 레코드판(골든 레코드)이 하나씩 부착되었는데 그 레코드판에 무엇을 실을지 결정하기 위해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과 그의 동료들이 협의를 시작했다. 칼 세이건의 유려한 글솜씨는 우주 시대를 눈앞에 둔 흥분으로 유난히 반짝이는 느낌이고, 외계인에게 지구를 알려줄 수 있는 이미지와 소리를 고르는 작업을 담은 <지구의 속삭임>은 그 옛날의 두근거림을 고스란히 안고 (1977년에서 보면) 미래인인
[도서] 소통을 시도하는 방식의 진중함
-
블로그 구경하는 진짜 재미란, 파워블로거가 늘어놓는 인생 자랑(쇼핑, 여행, 가족, 인맥)을 보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그렇고,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의 기시 마사히코가 그렇다. 2016년 기노쿠니야 인문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그간 만났던 수많은 온·오프라인 인연들에 대해 적은 글모음이다. 여기에 인터넷 중독이라는 그가 남의 블로그 구경을 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 한없는 구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에게도 숨겨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 몇년 전 연인에게 겪은 폭력 경험을 자세하게 쓴 한 30대 후반의 여성,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쓴 글 같은 것. 단편적인 인생의 서사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제목) 같은 책이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일들을 어떻게든 넘기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심한 무정자증이라 아이를 갖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심상하게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여기 있어요
-
엄마는 율 브리너를 굉장히 좋아했다. TV를 보다가도 율 브리너가 나오면 오 율 브리너, 하면서 채널을 고정했다. 어렸을 때는 저 눈 큰 대머리의 어디가 좋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 덕분에 나는 명절만 되면 <왕과 나>와 <아나스타샤>를 되풀이해서 보게 되었다. 율 브리너를 정말 좋아하게 된 건 좀더 자란 이후에 우연히 <황야의 7인>을 보면서부터였다. <황야의 7인>을 보고난 이후 나는 율 브리너 대머리에 솟은 힘줄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훨씬 더 어렸을 때 이야기다.
새벽에 미군방송을 돌려보는 건 내 중요한 취미생활 가운데 하나였다. 일전에 이 지면에서 소개했다시피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록키 호러 픽쳐쇼> 같은 인생 영화도 발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채널 2번을 틀어서 뉴스가 나오면 그냥 자고 영화가 나오면 끝까지 봤다. 그 새벽 나와 미군방송 사이에는 한·미 혈맹을 압도할 만한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영화 <이색지대>, 그리고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
-
“배우들의 연기가 연출자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까닭에 배우상을 내심 받고 싶었다. 그런데 올해의 배우상 남녀부문(구교환, 이민지)뿐만 아니라 CGV아트하우스상까지 받을 줄 몰랐다. 영광이다.”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이 하나같이 “<꿈의 제인>은 어땠냐?”는 말로 안부 인사를 대신할 만큼 화제작이었다.
<꿈의 제인>의 제인(구교환)은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들에게 마리아 같은 존재다. 가출 청소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다 재워주고, 먹여주는 헌신적인 존재다. 갈 곳 없는 소현(이민지) 또한 제인의 보살핌을 받는 가출팸 중 한명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제인의 집에서 지냈을 때가 소현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제인의 몸이 안 좋아지면서 소현을 포함한 가출팸들은 더이상 제인의 집에서 지낼 수 없게 된다.
제인은 트랜스젠더이고
[스페셜] 연대를 통해 살아갈 용기를 얻다 -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
-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에는 두개의 춘천, 두번의 춘천 기행이 있다. 춘천내기 청년 지현(우지현)은 서울로 취업 면접을 갔다가 침체된 마음으로 돌아와, 친근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도시를 돌아다닌다. 한편 세랑(이세랑)과 흥주(양흥주)는 서울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배우자 아닌 상대와 춘천으로 2박3일 여행을 떠나온다. 지현의 시간은 괴어 있고 흥주와 세랑의 시간은 붙들 수 없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옆을 방심한 채 지나가는 장면이 두 차례 나온다. 정해진 거리를 결승점까지 일방질주하는 사람들의 집중한 얼굴은, <춘천, 춘천>의 인물들이 짓는 표정과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처음에는 춘천에서 청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장우진 감독의 관심사는, 같은 공간에 흐르는 다른 시간을 그려보자는 목표로 발전했다. “2014년 추석 무렵 춘천행 ITX 청춘열차를 탔는데 어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보온병에서 커피를 따라 권하며 조심스레 대
[스페셜] 같은 장소 다른 시간 - <춘천, 춘천> 장우진 감독
-
임대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웃기면서도 쓸쓸한 블랙코미디다. 그 출발은 “코미디 무성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바람에서 왔다. “종종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초기작들을 찾아보다 잠들곤 한다.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직관적으로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이 생각에 살을 붙여나간 끝에 애초 계획한 코믹 무성극은 영화 속 영화로 자리잡았다.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이 무성극에 출연하는 중년의 사내, 시골 이발사 모금산(기주봉)의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빛바랜 책을 넘기듯 그렇게 영화는 시작된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흑백영화로 빛을 거둬냈고, 장(章)을 구분해 관객이 모금산의 여정을 집중력 있게 좇을 수 있도록 했다. “시나리오 쓸 때부터 흑백영화를 고려했다. 머디 워터스를 비롯해 시카고 블루스를 많이 들으며 글을 쓰기도 했고 촬영지가 시골이다 보니 색이 많은 것
[스페셜] 무성극 속 사내 같은 웃음과 슬픔 -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임대형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