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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엠에이티스리(이하 M83)의 음악을 접한 건 <Teen Angst> 뮤직비디오를 통해서였다. 캠코더로 찍은 청소년들의 일상과 일탈은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로 교차편집되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2008년 당시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패션 필름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전자 음향이나 묘하게 서정적인 가사보다 더 인상적인 시각 경험을 먼저 한 셈이었다.
M83는 안토니 곤잘레스를 중심으로 한 1인 밴드다. 2001년 결성 이래 별다른 공백기 없이 총 7장의 스튜디오 음반을 내며 꾸준히 활동했다. 이 밴드의 음악을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흔히 전자음악으로 분류하지만, M83는 프랑스를 본거지로 음악 세계를 구축한 동료들과 달리 앰비언트와 신스팝, 드림팝과 슈게이즈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스펙트럼을 넓힌다. 한 장르를 파고들기보다 탈장르를 추구하는 것이 근래 음악적 조류라고는 해도, 하나의 음반 안에 음악가의 다양한 취향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녹아 있다는 점은 M
[마감인간의 music] 재능 넘치는 음악가의 귀환 - M83, 《J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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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윤희찬 부장판사는 26일 열린 이 전 집행위원장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14년 11월,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해 허위로 협찬 중개계약을 체결하고 협찬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750만 원을 해당 업체에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 전 집행위원장이) 중개수수료 지급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고 묵시적으로 승인했다”며 단순한 회계상 실수로 보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 전 위원장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영화단체연대회의(이하 영화단체)도 성명을 내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영화단체는 “재판부가 부산시의 정치적 호도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손을 들어준 것에 심히 유감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영화단체는 끝까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며 부산시의 집요한 보복과 정치적 모
이용관 전 BIFF 집행위원장,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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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에선 한번을 불러주는 일이 없던데 <씨네21>은 책이 나올 때마다 인터뷰하자고 불러주니 고맙다. 은근히 나를 변두리 영화인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웃음)” 천명관 작가는 어쩐지 자조적으로 들리는 첫인사를 건네왔다.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고래>(2004)로 단박에 문단의 스타가 되었으나 그는 일찍이 영화판을 떠돌다 온 반영화인, 반소설가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4),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등의 각본과 <고령화가족>(2013)의 원작 소설을 쓴 바 있다. 얼마 전 출간된 천명관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지난 3월7일부터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한 웹소설을 책으로 묶은 작품이다. 20억원의 다이아몬드와 35억원 가치의 종마를 두고 인천 연안파의 양 사장, 전남 영암 조폭 남 회장, 부산을 주름잡고 있는 손 회
[씨네 인터뷰] 신작 장편소설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출간한 천명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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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LION
감독 가스 데이비스 / 출연 데브 파텔, 루니 마라, 데이비드 웬햄, 니콜 키드먼, 나와주딘 시디퀴
인도의 콜카타 거리 한복판, 다섯살 소년 사루는 집으로부터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그곳에서 가족과 헤어져 미아가 된다. 거리에서 숱한 위험과 맞닥뜨리며 살아가던 사루는 다행히 호주의 한 부부에게 입양된다. 25년 후, 그는 구글 어스를 통해 고향을 확인하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나선다. 사루 브라이어리의 자전적 실화를 다룬 소설 <어 롱 웨이 홈>이 원작이다. <스킨스> 시즌1, 2,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이름을 알린 데브 파텔이 사루 브라이어리를 연기한다. 루니 마라는 그를 돕는 여자친구 루시, 니콜 키드먼은 사루의 호주인 엄마 수 역을 맡았다. 올해 11월25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미아가 된지 25년 후,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나서다 <라이언> 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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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물결을 본 적 있는가. 그것은 무상한 시간의 흐름이다. 김진도 감독은 “무한한 시간성 앞에 서 있는 나약한 인간, 그 실존의 문제”를 데뷔작 <흔들리는 물결>에 담으려 했다. 영화 곳곳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고요한 시골 병원 방사선과에서 일하는 연우(심희섭)는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뒤부터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간호사 원희(고원희)는 그런 연우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실은 그녀는 홀로 암과 싸우며 매일같이 죽음의 두려움과 사투를 벌인다. 한없이 나약하고 깨지기 쉬운 사람들은 서로의 고통을 예민하게도 감지한다. 그런 이들이 온기를 나누며 각자의 마음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게 된다면 괜찮은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영화는 잔잔한 강물이 흘러가듯 천천히 그리고 고요히 이 질문의 대답을 향해 나아간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소개된 후 1년여 만에 개봉(10월27일)하게 됐다.
=설
[people] <흔들리는 물결> 김진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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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열정과 ‘노오력’을 강권하는 시대 속에서 ‘힘든데 왜 참고 견디기만 해야 하냐’고 묻는 이가 여기 있다. 모두가 바삐 뛰고 버스와 차를 타는데 걷는 이 소녀, 선천적 멀미증후군이지만 걷는 것 하나는 자신 있는 무사태평한 만복(심은경)의 이야기를 그려낸 <걷기왕>은 청년세대에게 뛰지 않고 걸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세대론을 직설적이면서도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낸 백승화 감독의 이력은 독특하다.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인디밴드 타바코 쥬스의 드러머로 활동하며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2012)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동한 그는 늘 “되는 대로 하고 싶은 걸 하는” 사람이다. 애니메이션도, 밴드도, 다큐멘터리도,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걷기왕>도 “재미있겠다 싶어 하게 됐다”는 그에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보단 즐거움이 우선”이란다. <걷기왕&
[people] <걷기왕> 백승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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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쇼메’라는 매직아워
감각적, 환상적, 예술적, 혁명적. 이 모든 수사를 실뱅 쇼메의 애니메이션 앞에 붙여도 좋겠다.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벨빌의 세 쌍둥이>의 국내 개봉을 맞아 KT&G 상상마당 시네마가 특별전을 준비했다. 상영작은 <벨빌의 세 쌍둥이> <일루셔니스트>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으로 10월27일부터 11월9일까지 홍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상영한다. 실뱅 쇼메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서둘러 예매하시라.
경계를 넘어 즐기는 영화 축제
장애를 넘어 영화를 볼 수 있는 배리어프리 버전 영화들을 함께 감상하자. 제6회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가 개최된다. 개막작은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이다. <소중한 날의 꿈> 배리어프리 버전엔 영화제의 홍보대사 배우 김정은이 화면 해설에 참여했다. 그외에도 배우 배수지가 화면 해설을 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culture highway] ‘실뱅 쇼메’라는 매직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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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중딩’ 심은경은 <걷기왕>의 ‘고딩’ 만복(심은경)이를 꼭 빼닮았다. 편도 두 시간의 통학 거리를 걸어다니는 만복이처럼 ‘중딩’ 심은경은 “쉬는 시간에도 꼼짝하지 않는 조용한 아이”였다가 “체육 시간만 되면 날아다녔”다고 한다(<씨네21> 633호 심은경 인터뷰). 많은 드라마에서 ‘누구 누구의 어린 시절’을 주로 맡다가 영화 데뷔작 <헨젤과 그레텔>(2007)에서 비밀을 품고 있는 신비로운 아이를 연기해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불신지옥>(2009), <써니>(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수상한 그녀>(2014), <널 기다리며>(2016) 등의 작품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부지런히 걸어온 그녀다. 심은경이 뛰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만복이를 만난 건 운명인가보다.
[메모리] 꾸준한 걸음 - 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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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카톡이 울렸다. 또래 여배우에게서 온 문자였다. 혼자 술마시고 있으며 외롭다는 내용은, 막막한 미래가 불안하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이어졌다. 선택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적 숙명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부러웠나보다. 감독은 스스로 할 수 있는 확실한 일이 있지 않느냐, 하는 말에 실은 나도 불안하다고, 아마 모두가 불안할 거라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기자와 했던 인터뷰에서 데뷔를 준비하던 시절의 고생담 끝에 기자가 “감독도 되셨고 이젠 걱정 없겠네요”라고 했지. 걱정 없긴. 불과 이틀 전에 난 동료 감독 앞에서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이 그립단 얘길 지껄였다. 그 기자는 인사치레로 건넨 얘기였겠지만 걱정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얼마 전 누군가 내게 사주풀이를 문자로 보내왔는데, 주변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내 염세 기질이 떡하니 적혀 있어 신기했더랬다. 내 운명 안에서 나의 성격과 사상이 이미 정해져 있다니. 사주라는 게 우주의 빅뱅과 팽창을 블록버스터 속 폭파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통제 불능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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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세상은 물리학자에게는 입자의 집합체, 철학자에게는 관념의 집합체, 소설가에게는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때문에 소설가에게 세계는 한명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보탠 다음에 사라지는 무대다. 시간이 지층처럼 쌓이며 어떤 이야기는 잊히고, 어떤 이야기는 회자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회자된 이야기들은 신화의 지위를 획득하고, 결국은 이야기의 원형이 된다.
거창하게 시작해서 미안. 하지만 이 영화를 말할 때 거창하지 않으면, 진지하지 않으면, 폼을 잡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 영화는 이야기의 원형을 다룬다. 신화 중에서도 신화 격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견하며, ‘그리스 비극’과 혈맹 관계에 있다.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지도, 현란한 화면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슬픔을 쥐어짜지도, 애써 감동을 주입하지도 않는다. 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자, 여기 이런 이야기가 있어. 그냥 그렇다고’라는 식으로 관객에게 무심하게 내놓는다. 어찌 보면 무
[내 인생의 영화] 최민석의 <그을린 사랑> 이야기의 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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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은 이데올로기로 나뉘어졌다. 남북문제를 영화화할때 이데올로기적인 접근을 하는 이유다. 직접 메가폰을 쥐진 않았지만 김기덕은 이미 몇번에 걸쳐 남한과 북한에 관한 영화-<풍산개>(2011), <붉은가족>(2012)- 를 제작해왔다. 만약 직접 연출한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해안선>(2002)까지 한 소재로 본다면 김기덕 영화의 남북에 대한 고민은 더 긴 역사를 지닌다.
당연한 일임에도 동시대의 대중영화 감독들이 대부분 도외시하는 남북의 문제에 김기덕은 왜 그렇게 천착하는 것일까? 그가 직접 쓴 노트를 읽어보면 남북은 그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다. 그는 영화의 제목처럼 단순한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풍산개>에서 주인공 풍산(윤계상)이 휴전선을 넘는 방식처럼 말이다. 긴장대 하나로 그는 귀신같이 분계선 위를 난다. <붉은가족>에서는 남파 간첩들로 이뤄진 가족이 등장한다. 나란히 이웃한 남쪽
[이용철의 영화비평] 남북분단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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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야광(류덕환)과 박 PD(조복래)는 아프리카TV에서 공포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을 할 때마다 별풍선을 많이 받을 만큼 인기가 많다. 둘은 ‘레전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더욱 자극적이고 공포스러운 소재를 찾아다닐 궁리를 한다.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실종된 여고생의 ‘혼숨’ 영상이 제보된다. 혼숨은 인형에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 숨바꼭질을 하는 강령술이다. 광기에 휩싸인 여고생 영상을 본 두 사람은 카메라를 들고 실시간으로 BJ 방송을 하며 사라진 여고생을 찾기로 한다.
이 영화가 아프리카TV의 공포 방송을 소재로 했을 때 세 가지 지점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나는 BJ가 실종된 여고생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BJ와 함께 실시간으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또 하나는 BJ가 공포의 대상을 마주했을 때 공포가 더욱 생생하게 전달될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방송 소재가 자극적일수록 채팅창에서 별풍선을 주며 열광하는 대중심리를 풍자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이 세 가
술래는 죽었고 놀이는 계속된다 <혼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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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플라워 쇼. 영국 왕립원예협회가 주관하는 이 정원 박람회는 세계 각국 가든 디자이너들에게 꿈의 대회다. 영화 <플라워 쇼>는 첼시 플라워 쇼에서 최연소로 금메달을 수상한 아일랜드 여성 메리 레이놀즈의 자서전 <데어 투비 와일드>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아일랜드의 전원에서 자라난 메리(에마 그린웰)는 야생과 자연을 사랑하는 여성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 그대로’를 디자인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길 바랐던 메리는 대도시 더블린으로 떠나 가든 디자이너 샬롯(크리스틴 마자노)의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가든 디자인보다는 후원금을 받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샬롯은 메리의 디자인을 빼앗고 그녀를 매몰차게 내쫓는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메리는 꿈의 대회인 첼시 플라워 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메리 레이놀즈의 플라워 쇼 도전기엔 흥미진진한 사연이 많다. 별다른 경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원자 2천명 중 마지막 8명에 들었다는 점도 놀랍고, 세
그녀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플라워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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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남매 나샹(아나무랑)과 와와(딩지아리)는 중국 윈난성 고산지대 누강주에서 어머니, 아픈 할머니와 살고 있다. 학교에 가기 위해선 누강 협곡 사이에 놓인 외줄을 타야 한다. 외줄에 의지한 채 홀로 강을 건너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기에 어머니는 어린 와와의 등교를 허락하지 않는다. 도시로 일 떠난 아버지가 돌아오면 그때 제대로 외줄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와와는 가족들 몰래 외줄을 타고 학교에 간다. 그러다 와와는 도시에서 온 젊은 선생님 니에(차오시위엔)의 눈에 띈다. 한편 심성 고운 니에 선생님은 오지의 아이들이 추운 날씨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며 위험천만한 방법으로 등교를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에게 선물할 장화를 들고 나샹의 집에 가정방문한 니에 선생님은 아이들의 어머니에게 와와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건의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 나샹이 사고를 당한다.
<와와의 학교 가는 날>
세상 가장 누나를 사랑하는 와와의 꿈 <와와의 학교 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