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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사판을 떠돌던 아버지와 무당 어머니.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형제 중 막내 박해운의 이야기다. 때는 1950년대 말, 초등학생 해운은 연극으로 춤으로 노래로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넉살 좋은 아이다.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큰형의 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해운은 중학교 입학할 나이에 공장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열악한 노동환경, 동료의 구타를 겪어내며 비로소 비정한 사회의 현실을 마주한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셋째형 덕에 학업을 다시 시작한 해운은 야학,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된다. 대학에서 해운은 군사정권의 폭압을 마주하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한다. 졸업 후, 해운은 작은 공장에 입사해 노동운동가의 삶을 시작한다. 구타, 물고문, 테러에도 꿋꿋이 버텨냈고 변화는 아주 느리고 꾸준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1980년대 말, 해운은 글로 노동운동에 기여하겠다고 마음먹는다. 30여년이 흐르고, 작은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해운은 여전히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있다.
박해운의 인생은 곧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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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동계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백은의 잭>은 스키장에 폭탄이 묻혀 있다는 협박 메일로부터 사건이 시작되고, <질풍론도>에선 스키와 스노보드 추격전이 극의 하이라이트를 차지한다. <아름다운 인간>은 운동선수들의 도핑을 소재로 하고, <마구>는 한 고등학생 천재투수를 주인공으로 세운다.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작가의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관전기로, 남다른 스포츠 사랑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이다. 실은 소설의 탈을 쓴 에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인간으로 변해버린 고양이 유메키치가 주인공. 그의 집사인 ‘아저씨’는 “사기에 가까운 소설을 쓰며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로, 곧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을 가리킨다. “일본에선 동계올림픽의 인기가 낮으니까 하계올림픽보다 출전이 어렵진 않을 거”란 엉뚱한 생각에 떠밀려 유메키치는 국가대표에 도전하지만 결국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 대신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토리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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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는 작가가 걸어온 삶의 단면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3월의 북엔즈에는 자전적 면모가 두드러진 소설과 에세이가 꽂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의 오래된 취미를 신작 에세이를 통해 밝힌다.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을 현지에서 관전했던 작가의 관전기와 더불어 일본 동계 스포츠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인휘는 소설 <건너간다>에서 박해운이란 인물에게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민중가수 정태춘의 음악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매개가 되며 제목 역시 정태춘의 노래에서 따왔다. 전직 기자 출신 작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오랜 취재 경험에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기자를 주인공 삼은 범죄소설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를 썼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80여편의 소설을 선보여온 다작 작가이지만 개인적인 생활을 담은 에세이는 5편이 전부다. 그중에서도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그의 첫 에세이. 그는 문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 자전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신작 도서 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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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
제작 팔레트픽쳐스 / 감독 박인제 / 출연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류혜영, 이기홍 / 배급 쇼박스 / 개봉 4월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다. 권력지향적이고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는 차기 대선을 노리며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선거 공작의 1인자인 심혁수(곽도원)를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청년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까지 영입한 변종구의 야욕은 깊어지지만, 상대 후보들의 공세도 만만찮다. 변종구에 도전하는 후보 양진주(라미란)는 선거 전문가 임민선(류혜영), 아들 스티브(이기홍)와 함께 반전을 노린다. 두달여 앞으로 대통령 선거일이 잡히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거워진 지금, 스크린으로 먼저 선거와 정치의 스펙터클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과연 영화가 현실보다 나을까, 현실이 영화보다 나을까. 우리의 현실이 영화를 이길 수 있을지 또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Coming Soon] 우리의 현실이 영화를 이길 수 있을까? <특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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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블랙 위도우 캐릭터처럼 액션 연기를 요하는 역할을 자주 맡아왔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원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기는 편이다. 내가 하는 일의 가장 재미있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카메라가 돌고 있는 동안에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 물론 기나긴 준비 과정이 힘들고 지루할 때가 있지만 그 모든 준비 과정을 실전에 도입해 사용할 때면 짜릿하다.
-메이저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나. 마블의 블랙 위도우나 <언더 더 스킨>의 외계인 역시 복합적인 인물이었는데, 이처럼 과거에 맡은 역할이 도움이 되기도 했나.
=메이저는 유니크한 인물이다. 그녀의 머리 뒤쪽에는 아홉 가지 다른 모습들이 숨겨져 있다. 메이저의 자아가 내면에 잠재된 ‘어둠’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작품에서처럼 캐릭터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 것은 처
[커버스타]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배우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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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애니메이션 명작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첫 할리우드 실사판이 3월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은 테크놀로지가 인간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21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고에 의해, 또는 본인의 선택으로 신체의 일부나 전신이 사이보그화된 사람들이 늘어난다. 주인공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역시 사고로 전신이 사이보그화됐다. 그녀는 강력 범죄와 테러를 수사하는 정예부대 섹션 9을 이끄는 특수요원. 메이저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타깃으로 한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섹션 9을 지휘해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할수록 이번 사건이 자신과 깊게 관련돼 있음을 느낀다.
자신을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고 말하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이 원작의 리메이크도, 원작의 상상력을 재구성한 작품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S
[커버스타]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첫 할리우드 실사판 개봉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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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식과 감각을 깨워줄 49편의 다큐멘터리들이 온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인디다큐페스티발2017’이 3월23일부터 30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SK브로드밴드 케이블 하청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변규리 감독의 <Play on>이다. 32편의 장·단편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국내신작전’에선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현장에서 기억의 재구성에 대해 묻는 김성은 감독의 <스물다섯번째 시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을 해고노동자 가족인 10대 소년의 눈으로 구술한 한영희 감독의 <안녕 히어로> 등이 상영된다. ‘올해의 초점’에선 정재훈 감독의 <도돌이 언덕에 난기류>,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망각과 기억2: 돌아 봄> 등이 상영되고, ‘포럼 기획’에선 김환태 감독의 <핵마피아>, <박근혜정권퇴진행동 옴니버스 프로젝트 ‘광장’> 등 액티비즘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는
[인디나우] 인디다큐페스티발2017, 3월23일부터 30일까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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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The Shack
감독 스튜어트 하젤딘 / 출연 샘 워딩턴, 옥타비아 스펜서, 라다 미첼, 라이언 로빈스
막내딸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는 남자 맥(샘 워딩턴). 어느 날 그에게 의문의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오두막에 초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다. 주변의 만류에도 오두막을 찾은 맥은 그곳에서 신비로운 세 인물을 만난다. 윌리엄 폴 영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했다. 판타지영화를 꾸준히 작업해온 스튜어트 하젤딘 감독의 작품으로 판타지 장르에 종교적 색채가 더해졌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됐으며, 4월20일 국내 개봉예정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미국 2017.3.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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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알라딘> 실사영화 캐스팅 공고를 냈다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18~25살의 중동 배우를 모집 중이며, 7월부터 영국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디즈니는 <알라딘>에 백인 캐스팅이 없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이트워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인 셈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차차기작으로 <더 클레임>을 연출한다
=<위플래쉬>(2014)로 데뷔 전 2010년에 써놓았던 각본으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실화를 다룬 <더 퍼스트맨> 이후 연출할 예정이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납치된 딸의 행방을 추적하는 아버지 이야기다.
-리들리 스콧이 석유왕 폴 게티 3세의 이야기를 영화화한다
=1973년 폴 게티의 10대 손자가 납치당한 뒤 1700만달러의 몸값을 요구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어린 게티의 어머니 게일 해리스가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5월 이탈리아에서
[댓글뉴스] 디즈니의 <알라딘> 캐스팅 공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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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목욕탕>에서 미야자와 리에는 두딸의 엄마이자 한 남자(오다기리 조)의 아내 후타바를 연기했다. 어떤 일 때문에 가족에 헌신하는 후타바의 희생을 보니 미야자와 리에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젊은 시절 일화들이 생각나 괜히 울컥했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그녀가 배우로 발돋움하고 인정을 받은 작품 4편을 소개한다.
<유원경몽>(감독 욘판, 2001)
중국의 유명한 곤곡 중 하나인 <모란정>에서 ‘유원’과 ‘경몽’을 따로 떼내어 재구성한 영화. 미야자와 리에와 왕조현이 <모란정>의 남녀 주인공에 해당되는 캐릭터를 각각 맡아 낙원을 함께 누리다가(유원), 꿈에서 깨어날 만큼 깜짝 놀랄 만한 일을 겪는다(경몽). 미야자와 리에는 이 작품으로 제23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그녀가 파혼, 불륜, 거식증 등 온갖 스캔들로 얼룩진 삶을 살다가 1996년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뒤 미국에 건너가 다시 복귀했지만
[알고 봅시다] 미야자와 리에의 꼭 봐야 할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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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감독 스티븐 개건, 2016)는 희대의 광산 사기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실화는 주말 프로그램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가 따로 다뤄도 될 만큼 흥미진진하다. 영화 보기 전에 미리 알고 보면 재미가 배가 될 정보 세 가지를 소개한다.
브렉스(BRE-X) 스캔들
1993년 브렉스의 데이비드 월시 회장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보루네오) 섬 동북부 밀림 지역인 부상에 많은 금이 매장되어 있으니 금광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질학자 존 펠더호프의 조언을 실행한다. 브렉스는 캐나다 캘거리시에 위치한 소규모 광산 회사다. 1995년 브렉스는 이 지역에 3천만 온스 매장 규모의 금광을 발견했다고 알린다. 발표할 때마다 불어나던 매장량은 1996년 5월 2억 온스, 시가로 700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광맥으로 치솟는다. 이 소식을 들은 투자자들은 브렉스에 몰려들었고, 캐나다 증권거래소는 이 소식에 대한 검증 없이 브렉스를 우량주만 편입되는 TSE300에 포함시켰다.
[알고 봅시다] <골드>, 실제 사건이었던 브렉스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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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더 이상 낚이는 일은 없도록
[정훈이 만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더 이상 낚이는 일은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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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이는 낮에는 번듯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매일 사표 쓰는 여자다. 하지만 쑥쑥이에겐 꿈이 있으니….” 바로 웹툰 작가다. <오늘도 출근합니다>의 킵고잉 작가는 스스로 프로 직장인, 아마추어 웹툰 작가라고 부른다. 여성으로서 직장에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을 웹툰으로 그리다보니 어느새 팔로워만 4만명이 넘는 인기 작가가 됐다. 여느 작가처럼 웹툰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도 단행본을 낼 정도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지만 킵고잉 작가는 여전히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하다. 좌절할지언정 꿈을 좇아가보자는 다짐으로 웹툰을 그리지만 실은 하루하루의 평화를 기도하는 평범한 직장인 킵고잉 작가를 만났다.
-절망의 오피스레이디’라는 제목을 자기소개라고 봐도 될까. (웃음)
=한때는 정말 분노와 절망의 오피스레이디였지만 웹툰을 시작한 후 평화를 찾았다. (웃음) 네이버 포스트 공모전 마감 직전에 즉흥적으로 지은 거라 필명인 킵고잉, 주인공인 쑥쑥이까지 모든 이름에 단어 그대로의
[스페셜] <오늘도 출근합니다> 킵고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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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은 읽고 보는 이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매체지만 얼마든지 교류가 가능하다. 그런데 영화의 문법을 활자가 아니라 이미지 자체로 책에 옮겨놓으려는 시도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 정유미 감독은 자신이 만든 단편애니메이션을 굳이 책으로 다시 엮는 작업을 세 번째 하고 있다. 이건 그림책도 아니고 아트북도 아니다. 그림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영화의 편집 기술을 손으로 넘기며 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해외에서는 이 독특한 번역 작업을 일찌감치 주목했다. 그녀의 앞선 두권의 책 <먼지아이>(2012)와 <나의 작은 인형상자>(2015)가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면서 주목받았고 이제 세 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연애놀이> 역시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자신이 직접 독립 출판사를 차리면서까
[스페셜] <연애놀이> 정유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