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저 작은 마을의 볼품없는 잡화점이 배경이다. 끔찍한 살인사건도 없고, 그래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꿈과 진로를 고민하는 고민상담 편지가 32년의 시간 차로 엮인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선연한 피 대신 이번엔 제법 훈훈한 판타지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분명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는 사뭇 다른 결이다. 그럼에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출간 즉시 화제를 모았으며 급기야 국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소설이자 스테디셀러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히로키 류이치 감독(<바이브레이터>(2003), <가부키초 러브호텔>(2014))의 연출로 영화화됐다. 독한 설정을 밀어낸 그 자리에, 마치 조곤조곤 흘러 나오는 라디오 속 사연을 듣는 듯한 이 착한 사연의 파워가 무엇인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으로 아카데미 최다 후보 지명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고맙다.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된 것에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 지난 25년간 내가 탐구해온 수많은 이미지와 아이디어에 이 공을 돌리고 싶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감독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화다. 더불어 이 작품은 영화적으로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나의 노력이 영화 커뮤니티에 의해 지지와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 기쁘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인 동시에, 당신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로맨틱한 작품일 것이다. 당신은 왜 사랑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나.
=당신의 말대로, 나는 과거에 러브 스토리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크림슨 피크>(2015)라는 예외가 있긴 했지만, 이 작품 역시 진짜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 영화관 위의 다락방…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장소
-
장르와 매체, 시대를 관통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방대한 취향과 관심사는 이미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주어진 레시피에 따르고 싶지 않다. 내 방식대로 요리하길 원한다”는 델 토로의 말대로, 그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레퍼런스는 델 토로가 창조한 세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가진다. 다음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에 영향을 준 주요 레퍼런스에 대한 이야기다.
<해양 괴물> (1954)
기예르모 델 토로에겐 어린 시절 강박적으로 그리던 세 가지 괴물이 있었다고 한다. 프랑켄슈타인, (론 채니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잭 아놀드가 연출한 이 1954년 영화에 등장하는 아가미 인간이다. <해양 괴물>은 아마존으로 탐사를 떠난 사람들이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아가미 인간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룬 호러영화다. 아가미 인간의 터전을 침범한 탐사대원들은 차례로 죽임을 당하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에 영향을 준 영화들
-
“음악을 낮춰주세요. 이 자리에 서기까지 25년의 시간이 걸렸으니, 나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지난 1월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수상 소감의 끝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퍼지려고 하자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렇게 말했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2006), <퍼시픽 림>(2013) 등 개성 있는 판타지·SF 영화로 주목받아온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유독 상복이 없는 감독이었다. 그런 그의 신작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은 그간의 설움을 완전히 씻어버릴, 2018년 미국 어워드 시즌의 가장 강력한 화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몬스터영화의 거장이 만든 이 사랑 이야기는 어떻게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나. 이 지면에서는 2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한다. 지난 1월 말 진행한 기예르모 델 토로와의 전화 인터뷰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 델 토로가 빚은 사랑의 형태
-
-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제1차 세계대전의 기록보관 자료가 피터 잭슨의 새 3D 다큐멘터리(제목 미정)로 탈바꿈한다. 잭슨의 새 작품은 2018년 BFI 런던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종전기념일인 11월 11일에 <BBC One>을 통해 방송, 이후 영국의 중등학교에 교육용으로 배포될 예정이다. 한 인터뷰에서 피터 잭슨은 “선명하지 않고 거친 원본 영상을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마치 지난 한두주 사이 촬영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영화 속 장면들은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것처럼 선명하다”고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1964년 제작돼 큰 호평을 얻은 <BBC> 시리즈 <더 그레이트 워> 제작을 위해 50년 전 녹화됐던 참전용사와의 인터뷰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잭슨은 600여 시간에 달하는 오디오를 샅샅이 뒤졌고, 이중 ‘전략과 전투, 역사적 전쟁’이 아닌 병사와 그들의 인간적인 경험담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실제로
[런던] 임페리얼 전쟁박물관 소장 기록물, 3D 디지털 기술로 영화화
-
나는 실사영화 감독으로서의 연상호를 그리 미덥게 바라보지 않는다. <부산행>(2016) 때 한 차례 언급한 바 있는데 영리한 연출자 연상호를 얻은 대신 애니메이터 연상호는 딱 그만큼 희미해진 게 아닌가 싶었다.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될 때 흥미롭던 것들이 실사 영역에서는 전형적이고 편편한 형태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염력>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정확히는 연상호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영상으로 결과를 구현하는지 파악하는 데 3편의 애니메이션과 2편의 실사영화가 필요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상호는 작가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작가란 매번 이상적이고 통일된 형태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존재가 아니다. 그건 잘 훈련된 기술자에 가깝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일종의 매개가 되어야 한다. 제 몸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육화된 반응으로 토해낼 필요가 있다. 때론 그 형태가 보는 이의 기대를 배반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구현하지 못하기도
<염력>이 트라우마를 소환하는 방식, 주변에 일으키는 물결에 관하여
-
2017년 개봉한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 <칠월과 안생>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중국소설 하면 장대한 시대극이나 풍자소설만을 연상하는 독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청춘소설 10개가 실려 있다. 표제작 <칠월과 안생>은 110분짜리 장편영화의 원작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매우 짧은 단편소설이다. 13살에 만나 서로를 선택하고, 영향을 주고, 또는 받으며 함께 자란 두 소녀의 짧은 단편을 영화는 매우 사려깊은 장편으로 완성했다. 영화에서 미처 그려지지 않아 궁금했던 인물의 전사를 원작에서 확인하긴 어렵다. 영화가 칠월과 안생, 두 여성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면 소설은 그에 비해 사건의 전개나 설명이 불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그 불친절한 문장이 이 소설을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만든다. 작가 칭산은 중국에서 인터넷 소설로 인기를 얻었고, 안니바오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인터넷 스타 톱10’ 순위 1위에 오르기도
씨네21 추천도서 <칠월과 안생>
-
아내가 눈앞에서 죽는다. 옥상에서 떨어졌다. 자살이었다. 딸의 죽음 후 우울감에 시달리던 아내였다. 평범한, 아니 단란했던 가족의 중심은 딸이었다.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자를 꿈꾸던 어린 딸아이. 아빠에게 별자리를 알려주던 다정했던 딸이 죽은 후 이 가족은 붕괴되어버렸다. 아내마저 죽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아버지 우진에게 누군가가 쪽지를 남긴다. “진범은 따로 있다.” 이제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또래 청소년들의 범죄로 가볍게 판결내려진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니, 아버지는 딸의 진범을 직접 잡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죽은 아이, 붕괴된 가족,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추적극이지만 사건 외면에 대한 접근보다는 인물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추리 장르의 긴박과 쾌감보다는 가족을 먼저 보낸 사람의 슬픔과 후회와 같은 애절한 감정이 이야기를 지배한다. 드라마 극본과 영화 각본을 비롯해 소설 <반가운 살인자> &l
씨네21 추천도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
서른이 넘은 뒤 희열이라고 부를 만한 도전이 인생에서 사라진 것 같다고 느끼는 한 남자가 있다. 그 문제를 동료(정신과의사)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말하기를 육체가 쇠퇴하듯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단다. 문제는 자살 욕구가 있음을 깨달으면서부터다. “외국에 가도, 불륜을 저질러도 만날 똑같은 기분입니다. 돈을 벌어 쓰는 것도 그렇죠. 분석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죄다 약에 취했거나, 절망에 빠졌거나, 만날 보던 얼굴들이고요. 제 일은 효과는 있지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새로운 철학이라는 것도 결국 그게 그거고, 제가 자부심으로 삼았던 정신분석도 이 문제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집의 창가에서 프로이트의 초상화를 보다가 주사위를 보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주사위 윗면이 1이라면 알린을 강간하자”고 마음먹는다. 알린은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 정신과의사의 아내이자 그의 아내와도 절친한 사이다. 1은 강간, 다른 숫자는 침실. 그리고 주사위의 결과는 1. 여기서 결과에
씨네21 추천도서 <다이스맨>
-
논픽션(굳이 분류하자면 인문 에세이쯤 되겠다)인 이 책의 출발은 조금 충격적이다. 친구와 전화 통화 중에 “죽고 싶다”고 한 저자의 집에 경찰이 출동하고, 제사 크리스핀은 경찰에게 자신이 지금 얼마나 멀쩡한지를 설명한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내 인생은 정말로 내 것인가, 아니면 남이 나를 위해 골라준 것인가? 이 모든 게 정말 나답긴 한가? 이런 질문들이 내 존재를 잠식해나갔고 마침내 나의 성채는 몇번이고 절망으로 붕괴했다. 나는 이년에 한번씩 정확히 똑같은 지점으로 돌아와 다시 지어나가다가 그 성이 파도 한번에 쓸려나가는 걸 보고 망연자실하기를 반복했다. 달리 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11쪽) 이런 생각들이 뒤섞인 서른이라니, 이건 내 얘기잖아! 사실 ‘서른에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유럽으로 떠나 존경했던 명사들의 공간들을 찾아다닌다’는 줄거리에는 별 매력을 못 느꼈다. 누구나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누구나 유럽의 각 도시로 훌쩍 떠날 수는 없
씨네21 추천도서 <죽은 숙녀들의 사회>
-
“오래전에 쓴 자신의 소설들을 읽는 일에는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것은 참 이상하고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오정희 작가의 문학 50년을 맞이해 출간된 전작 개정판 <오정희 컬렉션>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오정희는 위와 같이 썼다.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그의 글을 오랜만에 다시 읽는 국문과 출신 독자에게도 어느 만큼은 용기가 필요했다. 갓 대학에 입학한 10여년 전, 합평 시간이었다. 신입생다운 패기와 미문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잔뜩 묻어나는 문체, 소설인지 싸이월드 일기장인지 모호한 여학생의 첫 단편소설을 한 남자 선배가 이렇게 평했다. “네가 오정희를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이건 오정희도 뭣도 아니야. 여류 소설 그만 보고 서사 강한 걸 많이 봐라.” 여성 작가들은 서사가 약한 자기고백적인 사소설을 많이 쓴다는 편견이 그 속에 있었다. 신입생이 19살, 그 선배 나이도 고작 스물대여섯이었으니 어린 문청들 사이에 있을 법한 흔해빠진 에피소드다. 아마도 그
씨네21 추천도서 <오정희 컬렉션>
-
#미투(#METOO) 운동은 해외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운동은 해외에서 시작된 전세계적인 어떤 흐름이며, 한국은 단지 그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고. 그간 한국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말하는 글을 봤다. 남성이 쓴 글이었다. 모르는 말씀,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한국 여성들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말하는 입이 있으되 들어주는 귀들이 없었을 뿐이다. 2월의 책을 모아놓고 보니 우연찮게도 하나의 해시태그로 묶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성의 말들 #여성의 목소리 #미투. 어떤 여성은 체제 내에서의 고독을 말했고, 어떤 여성은 가부장제의 억압을 반대했으며, 또 어떤 여성은 왜 어머니는 야망을 가지면 안 되냐고 목소리를 냈다. 1968년부터 일관되게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오고 있는 오정희 작가의 작품 활동 50주년의 총체인 <오정희 컬렉션>과 지금은 죽고 없는, 하지만 살아 있는 내내 인정받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
학대당하는 아이를 유괴해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임시교사 이야기. 일본 <NTV>의 2010년작 <마더>에서 7살 소녀 레나(아시다 마나)는 천사처럼 환한 미소로 웃는 아이였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추는 레나의 미소가 애달픈 한편으론, 드라마가 고난 속에서도 웃음과 밝은 성품을 잃지 않는 아이를 그리는 점이 힘겹기도 했다. 레나는 미소 짓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일본 사회가 여자아이에게 주입하는 메시지를 빨리 깨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tvN <마더>의 혜나(허율)는 원작의 레나보다 그늘이 짙다. 빤하게 보는 눈치가 어른들이 귀엽게 여기는 아이의 모습과 거리가 있고, 수첩에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도 차이가 있다. 레나가 적어놓은 음료 ‘크림소다’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지만 혜나의 수첩 속에는 아이를 오래 방치했던 엄마가 아침에 마시다 남은 것을 건네주던 ‘카페라떼’가 적혀 있다.
이때 깨달았다.
[TVIEW] <마더> 다시 쓰기
-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케오간, 래피 캐시디, 서니 설직, 알리시아 실버스톤, 빌 캠프 수입 오드 / 개봉 3월 예정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년의 방문과 함께 인간과 짐승의 경계에서 이상한 퇴행을 겪게 되는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줄 소개만 들어도 단박에 <더 랍스터>(2015)를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스타일이 짙게 밴 영화라는 것을 알겠다. 그의 신작 <킬링 디어>는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알려진 에우리피데스가 쓴 희곡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심리호러영화다. 영화의 원제에 해당하는 ‘신성한 사슴의 살해’는 아가멤논왕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키기로 하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딸 대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슴의 형상으로 변해버리는 희곡 속 장면에서
[Coming Soon] <킬링 디어>,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년의 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