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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로우 허> Below Her Mouth
범속한 설정으로 보통 수준의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우며, 그 이상의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소프트코어 포르노에 가까운 영어덜트 섹스무비도 그다지 신선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빌로우 허>는 로맨스영화와 영어덜트 섹스무비의 평범성을 공유하고 있는 한편 미묘하게 탁월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토리는 일견 단순하다. 결혼을 앞둔 재스민(내털리 크릴)은 약혼자가 출장 간 사이 우연히 들른 바에서 만난 달라스(에리카 린더)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는 약혼자와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인 연인 사이에서 동요하던 재스민은 차차 자신의 감정과 감각에 몸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이 이성애적 러브스토리에는 약간의 번역이 필요하다. 작품의 주인공은 남녀 커플이 아니다. 엄마가 바라는 아이로 자라난 이성애자(이고 싶던) 재스민은 어딘가 공허하다. 스웨덴을 떠나 미국으로 온 레즈비
[케이블 TV VOD] <빌로우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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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특집을 통해서 논란 속의 두 영화 <청년경찰>과 <브이아이피>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에 대한 젠더 감수성을 더듬어봤다. <원더우먼> <청년경찰> <브이아이피>에 대해 썼던 20자평을 이유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꼴페미’가 되어버린(특집 메인기사 참조) 임수연 기자가 전체 그림을 그리고, 김성훈 기자의 상반기 한국영화 분석과 김현수 기자가 진행한 20대 관객 대담, 그리고 ‘비윤리적 재현과 폭력적 연출에 대해 장르성을 핑계로 대지 말라’는 손희정 평론가의 원고까지 더해, 지난 몇달간의 분위기에 대해 냉정하게 전해보고자 했다. 분명한 것은 댓글들을 살펴보건대 테러를 가하는 사람들이 이성적이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비이성적이라는 기이한 모순의 풍경이다. 임수연 기자에 대해서는 신상 털기에 나선 네티즌까지 생겼고, 특집 대담에 참여한 ‘씨네플레이’의 유은진 에디터 또한 <청년경찰>의 불편함을 토로한 글에
[주성철 편집장] 세상의 중심에서 여혐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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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하우스필름
유아인이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버닝>(각본 오정미·이창동, 배급 CGV아트하우스)에 출연한다. <버닝>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세 젊은이, 종수, 벤, 해미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이야기다. 캐스팅을 마무리한 뒤 9월 촬영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에 개봉한다.
싸이더스
이창희 감독의 <사라진 밤>(배급 씨네그루(주)키다리엔티)이 8월 31일 크랭크업했다. 지난 6월 12일 촬영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이다. <사라진 밤>은 국과수에 보관된 여인의 시신이 사라지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다.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가 캐스팅되어 열연을 펼쳤다.
우정필름
장준환 감독의 신작 <1987>(가제,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 지난 8월 27일 5개월간의 촬영을 마쳤다. 영화는 1987년 민주화항쟁의 촉발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사람들
장준환 감독 신작 <1987>, 지난 8월 27일 크랭크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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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든,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든, 아니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지금의 독과점 영화생산과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난 9월 5일 ‘영화산업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방안 마련 토론회’(주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국회에서 마련됐다. 그간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통해 논의해왔다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일 울산과학대 유통경영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독과점 산업 상황이 계속된다면 영화가 단조롭게 변질돼 관객의 흥미를 끌지 못하게 되면서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개선책으로 영비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그리고 특별법 제정까지 제안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의 주요 관심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영화산업을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는지’, ‘대기업을 시장의 지배 사업자라고 판단하는지’였다. 하지만 정작 이동원
‘영화산업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문제 해결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오간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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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리느라, 귀를 막느라 양손이 분주한 공포영화. 허정 감독의 신작 <장산범>은 오랜만에 사운드가 선사하는 공포를 만끽할 수 있는 호러영화다.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내 사람을 홀린다는 괴수, 장산범에 얽힌 괴담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가장 두려운 존재로 변모하는 순간의 서스펜스로 관객을 공략한다. <장산범>의 음향효과는 영화 사운드 스튜디오 블루캡이 담당했다. 블루캡의 문철우 팀장은 <장산범>을 “처음부터 소리가 중요한 영화라는 점이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에, 김석원 대표를 포함해 블루캡의 많은 직원이 “개봉 직전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 만큼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고 <장산범>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문철우 팀장이 <장산범>의 음향효과를 맡으며 가장 주목한 건 괴담 속 존재, 장산범의 목소리를 구체화하는 작업이었다. 그는 많은 이들의 목격담에 등장하는 장산범이 ‘하얀 털을 뒤집어쓴 호랑이’의 모습을
<장산범> 문철우 사운드 이펙트 디자이너 - 소리에 두려움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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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는 방랑자다. 20대 초반에 조국 아일랜드를 떠난 뒤 평생 외국에 머물렀다. 자전적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밝힌 대로, 조이스는 예술가로 살기 위해 ‘가족, 국가, 교회’와 결별한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의 가족과 조국 그리고 종교’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지 떠올리면 쉽게 짐작될 것이다. 게다가 조이스의 고국 아일랜드는 영국의 속국이었다. 아일랜드인이, 특히 조이스의 동창과 지인들이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의 이름 아래 대영(對英) 투쟁을 벌일 때다. 조이스는 오직 ‘예술’ 하나만 보고 이 모든 한계를 넘어가길 원했다. 영민한 아들 조이스가 가족과 조국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모친은 평생의 상처를 안았다. 조이스는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발적인 망명길에 오른다. 조이스가 처음 정착한 곳이 트리에스테(Trieste), 이탈리아 북동부 끝에 있는 항구도시다. 1904년, 조이스의 나이 22살 때다(1904년은 조이
[트립 투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북동부 끝의 항구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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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의 촬영과 그 결과물에 대해 긴말 더할 생각은 없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욕망이 필요를 압도한 전형이다. 인물의 악마성을 소개하는 단계에서 카메라는 신의주와 서울의 강간·고문·살해 피해 여성의 나신을 각각 납득할 수 없는 수직 부감으로 내려다본다. 카메라의 시선은 등장인물의 그것이 아닌, 인물의 정수리 위에서 줄곧 전지적 권능을 유지한다. 부감과 클로즈업이 수차례 반복된다. 희생자를 촬영한 증거 사진의 노출 역시 빈번하고 또렷하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이 살해되는 장면에서도 의도적 고문과 신체 훼손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존중받아야 할 제작진의 취향은 악역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소용을 넘어 영화적 윤리를 지키지 못한다. 세상에는 하드고어 무비도 있고 포르노도 있으며 모든 건 관객의 선택이라고 눙쳐도 될까. 8월 28일 기준 이 영화의 전국 스크린 수는 886개로 현재 상영작 중 가장 많다.
언어에 담긴 젠더 인식
<브이아이피
<브이아이피>와 한국영화 속 ‘식구’끼리의 수컷어 사용 경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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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앨범이 2013년이었으니 4년 만에 새 앨범을 내놓았다. 그사이 이 밴드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밴드 맞나 싶은 앨범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작 《YOUTH!》는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지만 록과 디스코를 퓨전해 대중적으로도 접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신작 《The Glen Check Experience》는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며 힙합, 알앤비, 베이스 뮤직 비중이 높아졌다. 그들을 좋아하던 팬들 입장에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멤버 김준원은 최근에 디제이 활동이 활발했다. 세계적인 디제잉 영상 플랫폼 보일러 룸에 나갈 정도로 성과도 좋았다. 전자음악과 흑인음악, 그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 취향의 뮤지션들과 ‘얼터 에고’란 크루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신작엔 그런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 과거 히트곡 <Pacific>이나 <60’s Cardin>보다는 최근 그의 디제이 세트에서 들을 수 있던 음악에 더 가까워졌다. 댄스 신 전체의 변화
[마감인간의 music] 글렌 체크의 《The Glen Check Experience》, 뿌옇고 몽롱한 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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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가 관객 1100만명을 돌파했다(8월 3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올해 첫 천만 영화이자 제작자 박은경 더램프 대표의 첫 천만영화다. <도둑들> <암살>을 제작한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 <베테랑>을 제작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와 더불어 천만영화를 탄생시킨 또 한명의 여성 제작자가 된 박은경 대표는 쇼박스에서 마케팅과 투자 업무를 하다 2012년 제작사 더램프를 차려 그동안 <동창생>(2013), <쓰리 썸머 나잇>(2014), <해어화>(2015)를 만들었다. 네 번째 영화 <택시운전사>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그는 영화 자체의 힘을 믿는 제작자다. 좋은 영화라면, 좋은 시나리오라면 영화가 스스로 힘을 키워가고 스스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기에 천만 관객이란 성공도 쉽게 자신의 몫으로 돌리지 않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제작자는 그저
<택시운전사> 제작한 박은경 더램프 대표, "나의 가치관이 뚜렷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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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 DAPHNE
감독 피터 매키 번스 / 출연 에밀리 비캄, 제럴딘 제임스, 시네드 매튜스
런던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주인공 다프네(에밀리 비캄). 생각할 틈도 없을 정도로 바쁜 일과가 끝나면 술자리와 새로운 만남으로 떠들썩한 밤이 온다. 31살의 그녀는 삶의 공허를 바쁜 생활로 달랜다. 그러나 강도의 칼에 찔린 상점 주인을 발견하고 목숨을 구한 후로, 다프네는 자신의 일상을 가까스로 지탱하던 껍데기가 얼마나 연약한지 자각하게 된다. 안정적으로 살기엔 이르고, 목적 없이 살기엔 불안한 나이. 변화를 꿈꾸는 다프네는 현대 여성의 평범한 얼굴을 대변한다. 9월 29일 영국 개봉예정.
[WHAT'S UP] <다프네>, 변화를 꿈꾸는 다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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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에 관해서라면 내게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생리 주기는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것인가. 분명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새 닥쳐와 당황하기를 20년째다. 생리통은 또 어떤가. 10대 초반부터 1년에 열두번씩, 매우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겪어온 고통이지만 이상하게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외려 나이가 들수록 또 몸의 컨디션에 따라, 매번 새롭고 다양한 통증이 세심하고 풍성하게 느껴지니 신비로운 영역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알쏭달쏭 모르겠는 건, 도대체 왜 생리대는 아무리 많이 사다놓아도 필요할 때는 똑 떨어지고 없는가 하는 거다. 어디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없는 물건인데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이 의아함은 결국 첫 번째 미스터리와 만나는데, 결국 모든 문제는 거기서 발생하는 것 같다. 생리 주기는 너무 자주 지나치게 빨리 돌아온다.
얼마 전에도 갑자기 생리대가 떨어져 난감했다. 나름 마트나 드러그스토어의 세일 기간을 꼼꼼히 챙겨 몇달
안전하게 피 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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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는 경기도 내 신규 로케이션 발굴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영화·영상 촬영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으며, 주제별 공모는 권역에 상관없이 경기도에 한해 신청 가능하다. 반대로 권역별 공모는 주제와 상관없이 촬영지로 적합한 곳을 찾아 접수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http://www.gco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공모기간_ 9월 1일~10월 31일
● 권역별 공모_ 연천·포천·양주·동두천·의정부·남양주·구리·가평 (도로, 나대지, 터널 등 영화·영상 촬영지로 적합한 곳)
● 주제별 공모_ 경기도 내 1980~90년대 동네, 폐공간
* 문의: 경기콘텐츠진흥원 채상균 매니저 T. 032-623-8042 E. chae2836@gdca.or.kr
<공모전 접수 QR코드> http://naver.me/x6jfJp8B
공공상영관 상영 일정
* 상영관 내부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로케이션 발굴 공모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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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마왕, 신해철을 추억하며
고 신해철의 음악이 그리운 팬들이라면 주목. 그의 음악을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하는 콘서트 <신해철의 Jazz Rock Cafe>가 9월 10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재즈와 국악, 새로운 스타일의 록으로 재편된 신해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오재철 빅밴드가 재즈 파트를 맡고, 남궁연이 소속된 그룹 프로젝트991이 국악 파트를 맡을 예정. 밴드 국카스텐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편곡한 신해철의 명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12년 전 신해철의 모습이 담긴 단편영화 <거짓말폭탄>도 상영된다. 전석 스탠딩 7만7천원.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현대카드로 결제시 20% 할인된다.
원더우먼을 꿈꾸는 여성들의 축제
동시대 여성들의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원더우먼 페스티벌 2017’이 9월 24일 서울숲공원에서 열린다. 6회째를 맞은 올해 행사의 슬로건은 ‘Already Awesome’. 이미 충분히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의
영원한 마왕, 신해철을 추억하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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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달라서 좋거나, 너무 달라서 거리감을 느끼거나. <브이아이피>에서 잔혹한 연쇄 살인마로 분한 이종석의 모습을 본 관객이라면, 영화나 그의 캐릭터 선택에 대한 호오와 상관없이 그의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특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는 작품 면에서나 캐릭터 면에서나 <브이아이피>와 양극단에 서 있는 작품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는 바로 그 이유로 10대라는 나이에 비해 철이 빨리 든 소년이었다. 수하는 그보다 10살 많은 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의 속내를 헤아리고 상대에게 부담 없는 위로를 전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은 앞세우지 않는 성숙한 아이다. 비슷한 시기 그가 출연한 나랑드 사이다 광고에서 역시 이종석은 마음을 섣불리 고백하는 대신 여학생과 조심스럽게 눈높이를 맞추며 책상에 머리를 기댔다. 여자에게 폭언을 하며 무언가를 강요하는 남자 캐릭터들이 ‘츤데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종석 - 다정하고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