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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이색적이고 기발하며 사랑스러운 영화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는 인도 뭄바이의 소음에 지친 과묵한 아저씨와 부모를 찾는 쾌활한 소년의 여정을 그린다. 인도 고유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이는 이 영화의 감독은 놀랍게도 우크라이나 태생이다. 배우이자 시나리오작가이기도 한 다르 가이 감독은 문화란 인간의 본성에 관한 것이라 이해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도 왕성한 호기심과 세심한 관찰력으로 끊임없이 영감을 얻으며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는 중이었다.
-제목부터 독특하다.
=뭄바이는 매우 시끄러운 도시다. 런던과 뉴욕과 비교하면 무려 64배의 소음에 시달린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인도에 대해 막연히 기대하는 내면의 평화 따윈 엉덩이 붙일 곳도 없다. (웃음) 특히 자동차 경적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오는데 침묵을 갈구하는 운전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말 한마디 없는 남데브 아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⑦]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 다르 가이 감독, "문화는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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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아이돌 그룹 BNK48의 소속사는 나와폰 탐롱나타나릿 감독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했다. <BNK48: 소녀는 울지 않는다>의 시작이다. 그런데 감독에게 기획부터 최종 편집권까지 모든 재량권을 주면서 영화는 뜻밖에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직접 아이돌 산업의 명암을 고백하는 작품이 됐다. 소속사에서 결과물에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 역시 염려했던 부분인데, 최종 편집본을 보고도 영화가 길다, 짧다 정도의 코멘트만 할 뿐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멤버간의 갈등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영화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더라.” BNK48은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의 자매 그룹이다. 타이 연예계는 K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때문에 영화는 아시아 아이돌 산업의 보편적인 이야기로도 읽힌다. 1기 멤버 총 30명 중 졸업 멤버를 제외한 26명이 전부 3시간씩 다큐멘터리 인터뷰에 응했다. “대중매체에서 찍는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⑥] <BNK48: 소녀는 울지 않는다> 나와폰 탐롱나타나릿 감독 - 아이돌 그룹을 통해 보는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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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영화와 캐릭터와 배우의 생이 분리 불가능할 때가 있다. 지아장커의 작품들을 보면 배우 자오타오를 위해 영화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 작품을 한 배우가 관통하며 나아간다. 자오타오는 지아장커의 신작 <애쉬: 감독판>에서 강호의 의리를 지키는 여인 챠오챠오 역을 맡았다. 2000년 초부터 무려 17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표현한 이 영화는 온전히 자오타오에게 바쳐졌다 해도 좋을 정도로 배우와 캐릭터, 영화가 하나로 응축되어 있다. 직접 만난 자오타오는 극중 챠오챠오만큼이나 또렷한 시선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기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아쉽다.
=감사하다. 한편으론 올해 받지 못해서 다행스럽다. 아직 올라갈 곳이 더 남아 있다는 말이니까. 늘 다음이 더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내 연기 인생의 정점은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웃음)
-영화 속 남자들은 다들 시대에 영합해 비루하게 변해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애쉬: 감독판> 배우 자오타오 - 나와 캐릭터와 영화, 일기일회(一期一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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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리우드에 진출하기까지 길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왔다. 얼마나 고된 여정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막 시작하는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 MPAA)의 초청으로 부산을 찾은 <킬러의 보디가드>(2017)의 패트릭 휴스 감독은 플랫폼부산 마스터클래스와 아시아필름아카데미의 프로젝트 피칭 워크숍을 통해 예비 영화인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응원하겠다”는 격려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영화와 영화인들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방금 말한 길고 고된 여정에 대해 들려달라.
=정말 긴 이야기인데. (웃음) 영화를 보고 찍고 즐겼던 게 9살 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취향이 분명했는데 코언 형제 감독의 <아리조나 유괴사건>(1987)에 열광했다. 고등학생 때 8mm로 단편을 찍으면서 여러 영화제를 돌아다녔다. 호주 필름스쿨에서 3년간 공부하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④] <킬러의 보디가드> 패트릭 휴스 감독 - 액션! 리얼하게 리드미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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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 I&II>는 운명적인 연인 바쿠를 잊지 못하는 여성 아사코가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 료헤이를 만나면서 겪는 혼란을 그린다. 신비하고 자유분방한 바쿠와 성실하고 고지식한 료헤이, 1인2역을 맡은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3년 전부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한다. 스케줄 문제로 기다리는 사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완성한 <해피 아워>(2015)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연기로는 보이지 않는 그 자연스러움을 배우고 싶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평범한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바쿠의 경우는 영화 끝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원작 소설을 쓴 시바사키 도모카 선생님이 촬영 현장에 와서 팁을 하나 주셨다. 바쿠의 숨겨진 설정이 있는데 그는 사실 아사코를 데리러 온 가구야히메(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이야기 소설 <다케토리 모노가타리>에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③] <아사코 I&II> 히가시데 마사히로, 가라타 에리카 배우 - 판단은 관객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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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의 영화 속 사람들은 늘 어딘가로 배회한다. 베이징(<당시>(2004))과 몽골(<경계>(2007))과 충칭(<중경>(2007))을 거친 뒤 이리(<이리>(2008)), 두만강(<두만강>(2009)), 경주(<경주>(2014)), 수색(<춘몽>(2016))을 지나왔다. 이들은 경계(현실과 꿈, 삶과 죽음, 원주민과 이방인) 언저리에서 머물다가 어딘가로 간다. 이들이 마주한 세상은 삶의 작은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삶을 송두리째 뽑아 내동댕이치기도 한다. 장률의 신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또한 윤영(박해일)과 선배의 아내 송현(문소리) 두 남녀가 군산으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두 사람이 자폐증을 가진 딸(박소담)과 그의 아버지(정진영)가 운영하는 민박집을 찾으면서 네 남녀의 관계가 엇갈린다.
-‘거위를 노래하다’는 부제는 당나라 시인 낙빈왕이 쓴 시 <영아>(咏鵝)를 뜻한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②]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 "공간을 목포에서 군산으로 바꾸니 영화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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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에서의 피아노 연주,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의 상영과 전시 그리고 핸드프린팅까지. 세계적인 음악감독 류이치 사카모토가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은 이유는 이토록 많다. “지난해엔 <남한산성>(2017)의 영화음악 작업을 했고, 올봄 서울에선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를 했고, 이번에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맞춰 영화제에 참석하게 됐다. 최근 한국과 관련된 일들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기쁘고 즐겁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최근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며 “반갑습니다” 하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아시아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음악상(<마지막 황제>(1987)) 등 지금까지 여러 상을 받았지만, 그것은 모두 음악 작업에 대한 칭찬이었다. 그런데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은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①] 류이치 사카모토,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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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10월 13일 폐막작 <엽문 외전> 상영을 끝으로 폐막했다.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해운대 야외무대 행사가 전면 취소되는 일도 있었지만, 행사가 집중된 영화의전당 부근은 영화제 기간 내내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산을 찾은 영화인도 많았다. 흥미로운 작품으로 부산을 찾은 영화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류이치 사카모토, 장 뤽 고다르와 오랫동안 협업한 프로듀서 파브리스 아라뇨 등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과의 깊고 진한 대화를 전한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 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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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세기의 미남 배우다. 특히 1990년대 후반, 20대 시절의 디카프리오는 실존하기 어려운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바스켓볼 다이어리> <토탈 이클립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으로 이어지는 그 시절 디카프리오의 출연작들은 모두 은혜롭고 황송하다.
그로부터 약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작품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젊은 시절을 못 알아보는 관객이 생겼다. <타이타닉>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사진과 함께 ‘<타이타닉>을 보고 있는데 이 배우 누군지 모르지만 진짜 잘생기고 섹시하다’는 문구를 업로드한 한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물에선 어쩐지 세월의 야속함이 느껴진다. <타이타닉> 출연 배우들의 현재 모습을 모르는 이들, 혹은 추억에 잠기고 싶은 이들을 위해 <타이타닉> 출연 배우들의 차기작 소식과 근황을 정리했다. 그들은 여전히 영화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이 배우가 누군지 모른다고..? <타이타닉> 출연 배우들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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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미국의 인기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 <SNL>)의 호스트로 아콰피나가 출연해 화제였다. 아콰피나는 올여름 미국에서 개봉한 뒤 지금까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과 <오션스8>(2018)의 출연배우로,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엔터테이너다. 그녀의 출연은 ‘Asian August’라 불리던 올여름 아시아계 미국 배우들의 대활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다양성이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다시 느끼게 해준 기회였다. 올해로 44번째 시즌을 맞은 <SNL>의 역사에서, 아콰피나 이전에 아시아계 미국 여성이 호스트로 나선 건 2000년 12월 16일의 루시 리우가 유일했다. 이 밖에 성룡(2000년 5월 20일), 아지즈 안사리(2017년 1월 21일), 쿠마일 난지아니(2017년 10월 14일) 등 총 5명이 지난 40여년간 <SNL&
[뉴욕] 아콰피나, 호스트에 루시 리우에 이어 아시아계 미국 여성으로는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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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 출연 앨런 에드윌, 수잔 플리트우드 / 제작연도 1986년
때는 1990년대 초반, 한국영상자료원이 우면산 아래에 있던 시절로, 나는 어느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었다. 대학 3, 4학년 무렵부터 3년 반의 교사 시절까지의 몇년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열심히 영화를 본 시기였다. 수업을 마치면 혜화동에 있던 모 영화클럽에 들락거리고, 희귀한 작품이 있다는 소문의 비디오 대여점을 찾아다니며 매일같이 비디오를 빌리고 반납하는 일은 조금도 귀찮지 않았다.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은 이른바 명작들을 책으로라도 뒤져보며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했고, 자막도 없는 비디오를 보며 지금 보고 있는 영화의 내용을 상상하는 묘한 관람방식도 그땐 당연하게 생각했다. 혼자 영화관에 가는 건 그때부터의 습관이지만 정말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서 틀어주지 않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내게 영화란 곧 비디오였다. 빈 시간에 교무실에 앉아
박창학의 <희생>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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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닷가 작은 마을에 ‘박일도 귀신’에 관한 소문이 돈다. 동쪽 바다 깊은 곳에서 온다는 그 귀신은 산 사람에게 빙의해 인간을 무참하게 살해하도록 이끈다. “마음속 어두운 곳, 약한 곳, 그런 곳을 파고들어요. ‘손’(귀신)은 그렇게 와요.” 영매 기질이 있는 윤화평(김동욱)은 어린 시절 귀신을 받아들였다가 가족이 죽는 비극을 겪었다. 택시 운전을 하며 전국을 떠도는 그는 구마사제 최윤(김재욱), 강력계 형사 강길영(정은채)과 함께 박일도 귀신을 추적한다.
OCN 드라마 <손 the guest>는 외부의 혼을 받아들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는 빙의 현상에 인간의 마음속 약하고 어두운 면이 혼을 불러들인다는 곡절을 덧붙여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반영한 범죄사건을 다룬다. 문제는 빙의자가 벌인 범죄의 책임과 원인을 따질 때 불거진다. 일가족 살해를 시도한 가장을 “아내가 죽었어요. 그 사람도 귀신한테 당한 피해자예요”(윤화평)라고 변호했던 드라마는 여성 연쇄납치살인사
[TVIEW] <손 the guest> 너무 한국형인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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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제작 필름몬스터 / 감독 이재규 출/ 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10월 31일
핸드폰을 공유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달라진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핸드폰 잠금해제 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속초 영랑호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40년지기 네 친구 태수(유해진), 석호(조진웅),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가 커플 동반으로 모인 저녁, 누군가가 게임을 제안한다.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연락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재미로 시작한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화와 문자, 메신저와 이메일에는, 그들의 예상보다 더 많은 비밀이 담겨 있다. 영화 <역린>, 드라마 <다모>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핸드폰이란 건 생활에 밀착되어 있다.
[Coming Soon] <완벽한 타인>, 핸드폰을 공유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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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과 크리처가 만났을 때의 신선한 긴장감이 반가웠다.” 현빈의 말대로 <창궐>의 조선은 쇠약해진 왕권을 노리는 신하들과, 원인 모를 야귀떼의 공격으로 팽팽한 긴장에 사로잡혀 있다. 그가 연기한 이청은 청나라에서 장안의 호걸로 이름을 날린 뒤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다. <공조>(2016)에서 이미 그의 재능을 실감한 바 있던 김성훈 감독은 일찍부터 현빈을 적임자로 내다봤다. 그래서일까. <창궐> 속 이청은 현빈의 매력을 적재적소에서 영리하게 펼쳐 보인다. 역모를 꿈꾸는 김자준(장동건)에 대적하는 가운데, 이청은 능청스러운 입담과 함께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고, 이내 소명으로 일깨워진 반듯한 눈을 빛낸다. 피와 살점이 튀어오르는 전장 속에서도 조선의 왕자는 청초한 기운을 잃는 법이 없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잡혀간 인조의 두 아들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처럼 보인다. 역사가 다소 비극적이었던 것에 반해 <창궐>의
<창궐> 현빈 - 힘과 선의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