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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가 살고 있는 떡잎마을에서 한 중년 남자가 한밤중에 라면을 달라고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그 남자가 못 먹어서 소동을 일으킨 라면은 중국인 거리인 아이야 타운에 새로 생긴 맛집의 ‘블랙 판다 라면’이다. 라면에 뭘 넣었는지 몰라도 라면을 먹은 사람들은 눈 주위가 판다처럼 검게 변하면서 난폭해진다. 짱구와 친구들은 역시 아이야 타운에 위치한 정의 만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으로부터 말랑말랑권을 전수받는다. 말랑말랑권은 전설의 쿵후로, 온몸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구사하는 기술 9개를 터득하면 신공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블랙 판다 라면 사장인 돈빵빵이 고층 라면 빌딩을 세우기 위해 아이야 타운을 재개발하려고 하고, 정의 만두는 내쫓길 위기에 처한다.
짱구와 친구들이 스승을 만나 권법을 배운 뒤 악당과 맞서는 이야기는 홍콩 무협영화의 서사 그대로다. 몸과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야 말랑말랑한 권법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는 스승의 메시지는 어린이 관객이 이해하기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아뵤! 쿵후 보이즈~ 라면 대란~> 중독 위험! ‘블랙판다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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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끓게 하고 심장이 빨리 뛰게 만드는 글’을 열망했던 16살 메리(엘르 패닝)는 출판사 겸 서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스티븐 딜레인)의 일을 도우면서 여성 운동가였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묘지에서 고딕소설을 읽고 습작한다. 런던에서의 삶에 답답함을 느끼던 중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더글러스 부스)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그와 함께 떠나지만 그녀의 삶과 글은 그녀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때 메리는 시인 바이런(톰 스터리지)의 초대로 제노바에 가고 그곳에서 그가 제안한 ‘유령이야기’가 촉매가 돼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간다.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가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는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었던 메리가 18살에 공포소설이며 SF의 원형인 <프랑켄슈타인>(1818)을 세상에 발표하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다. 19세기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열여덟 소녀 메리 셸리가 완성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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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등대지기, 어머니는 아틀란티스의 여왕인 육지의 아들이자 바다의 왕, 심해의 수호자”인 아쿠아맨의 탄생기. 정략결혼을 피해 해저 왕국 아틀란티스에서 도망쳐 육지로 오게 된 아틀라나(니콜 키드먼)는 등대지기 톰(테무에라 모리슨)과 사랑에 빠진다. 아틀란티스의 세력으로부터 남편과 아들 아서/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을 지키기 위해서 아틀라나는 바다로 돌아가고, 육지에 남은 아서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초능력을 인지해 인간세계의 해적을 물리치는 등 나름의 활약을 펼친다. 한편 아서의 이부형제 옴(패트릭 윌슨)은 육지를 정복하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옴의 약혼자이자 네레우스 왕의 딸 메라(앰버 허드)는 아서에게 평화를 위해 해저 7개 왕국의 왕이 되어야만 한다고 설득한다.
영화에서 단연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틀란티스 왕국의 환상적인 비주얼 그리고 해륙 모두에서 통하는 아쿠아맨의 능력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액션이다. <인디아나 존스> <고질라> 시리즈 등 다양한
<아쿠아맨> 육지의 아들이자 바다의 왕, 심해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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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새로운 소장이 부임한다. 그는 전쟁 포로들을 이용해서 평화로운 포로수용소 이미지를 만든 다음, 자신의 국제적인 입지를 드높이기 위해 댄스단 공연을 계획한다. 그리고 소장은 브로드웨이 출신의 잭슨 하사(재러드 그라임스)에게 댄스단 공연을 성공시키라 명한다. 수용소 내 포로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연 잭슨은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지려는 병삼(오정세), 심장이 안 좋은 중국인 춤꾼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춤 추는 재능이 뛰어난 수용소의 말썽꾸러기 로기수(도경수)를 눈여겨본다. 여기에 4개 국어 통역이 가능한 양판래(박혜수)까지 가세해 오합지졸 댄스단원들의 연습이 시작된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모인 댄스단원들의 성장기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념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남북한의 갈등 양상, 그리고 온갖 다양한 인종과 계급의 사람들이 뒤섞인 포로수용소 내의 혼란스러운 실상을 통해서 무엇이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짓누르고 있는지, 갈등에 접근한다. 북한군 병사들 사이에서
<스윙키즈> “여기서 댄스단 하나 만들어 보는 거 어때? 포로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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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그린치(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후빌 마을을 등진 채 산 위의 동굴 속에서 집사 맥스와 외롭게 살고 있다. 그는 남들과 달리 1/3 크기밖에 안 되는 심장 때문인지 매사에 못된 짓만 골라서 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마을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행복하다. 하지만 그린치는 매년 커지는 크리스마스 축하 행사가 못마땅하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지난해보다 세배나 더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용납할 수 없는 그린치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크리스마스를 빼앗기 위해 맥스와 함께 작전에 돌입한다. 일루미네이션의 신작 애니메이션 <그린치>는 닥터 수스의 동화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1957)가 원작이다. <마이펫의 이중생활>(2016)을 공동 연출한 야로 체니와 스콧 모지어 감독은 이미 알려진 동화에 속도감과 색감을 입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
<그린치> 크리스마스 훔치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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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티>는 흑백의 화면, 한정된 공간에서 어느 날의 저녁 식사가 불러온 잔인한 희비의 교차를 그린다. 1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파티는 계속해서 병적으로 비틀어질 뿐이다. 보건부 장관에 임명된 자넷(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은 축하파티 겸 6명의 친구들을 초대한다. 냉소적인 에이프릴(퍼트리샤 클라크슨)과 고트프리드(브루노 간츠), 임신부인 지니(에밀리 모티머)와 파트너 마사(체리 존스), 그리고 훤칠하지만 신경과민인 은행가 톰(킬리언 머피)이 자신의 아내 마리안이 곧 올 거리고 계속해서 기다린다.
지나치게 우울한 자넷의 남편 빌(티모시 스폴)을 포함해 7인의 인물들은 파티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자석에 반응하는 나침반처럼 각자의 극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들 모두 어떤 식으로든 세상이 불만스럽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페미니즘, 이념 논쟁, 건강보험 문제 등 <더 파티>가 언급하는 이슈와 신랄한 대화를 엿듣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이다. 영국 <텔레그래프&
<더 파티> 7명의 게스트, 71분간의 폭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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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려워진다. 외국영화는 매년 다채로운 색깔을 지닌 걸작들이 쏟아져나오는 만큼 전반적으로 지지가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역시 특정 작품으로 쏠리지 않고 고르고 다양한 작품들이 언급되었고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다시 말해 순위 자체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으며 10선에 오른 영화 이외에도 소개해야 마땅할 영화들이 무수하다. 그런 와중에도 유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향한 애정과 신뢰는 도드라진다. <더 포스트>와 <레디 플레이어 원> 두편의 영화로 표가 갈린 것까지 감안하면 스필버그를 향한 찬사는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평자들의 사랑을 받는 폴 토머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 또한 고른 지지를 바탕으로 2위로 선정됐다.
3위 <어느 가족>, 4위 <패터슨>, 5위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그리고 공동 6위를 차지한 숀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마틴 맥도나 감독의 &
[2018년 총결산⑭] 올해의 외국영화 총평, 6위부터 10위까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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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외국영화 1위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연출작이다. <더 포스트>가 올해의 영화 1위를 차지한 근거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부인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거장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듀나), “일흔 넘은 영화 장인이 시대성을 읽을 때 탄생한, 그저 감사한 작품”(임수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필버그의 균형감”(장영엽) 등 평자들의 쏟아지는 찬사도 스필버그라는 거장이 안기는 신뢰와 무게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필버그는 2000년 이후 첨단 영상산업의 모험자와 할리우드 클래식의 수호자라는 두 갈래의 행보를 오가고 있다. 할리우드의 긴 역사 속에서도 대중과 예술,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고 여겨졌기에 양 갈래 길을 한몸에 담는 이는 스필버그가 유일하다. <더 포스트>는 그중 할리우드 고전영화들의 우아한 속도를 대변하는 영화다. 블록버스터의 맹렬한 돌진보다 한 템포 느리게 걷는 것만으로도 열리는 풍경이 있다. <더 포스트
[2018년 총결산⑬] 2018 외국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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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를 많이 받을수록 말을 아껴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웃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가 올해의 제작자로 선정됐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신과 함께-죄와 벌>과 더불어 한국 프랜차이즈 영화 사상 최초로 쌍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홍콩, 대만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역대 한국영화 오프닝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K무비의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한국영화의 상업적 좌표를 한단계 더 전진시킨 것은 사실”(주성철)이라는 이유로 원동연 대표의 공을 높게 평가한 답변자가 많았다. 원동연 대표는 “시리즈 영화로 쌍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K무비, K웹툰, K테크놀로지 비즈니스의 매력이 결합된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점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2018년 총결산⑫] 올해의 제작자 - <신과 함께> 시리즈 원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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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에서 작가로 전향한 지 4년차, 그동안 <카트>(2014), <뺑반>(개봉예정), <1987>(2017) 순으로 3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김경찬 작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일관된 심지로 이야기에 불을 붙였다. 그중 <1987>은 그 제목에서부터 “역사를 그대로 끌어와 명확하게 새겨둔” 주제의식의 정점을 향하는 작품.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여러 인물 사이를 횡단하는”(홍수정) 시나리오는, 그 결과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한복판으로 관객을 끌고 들어가 시대의 초상들이 연대하는 과정을 단단히 엮어낸다. “모험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장준환 감독과 이우정 프로듀서에게 감사를 표한 김경찬 작가는, “애당초 딱 5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던 작가 생활을 좀더 연장해볼 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에 대해 질문하는 새 시나리오를 구상 중이다.
[2018년 총결산⑪] 올해의 시나리오 - <1987> 김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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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의 기다림이 마술처럼 담겼다. 자연이 허락하는 시간은 짧고 변덕스럽지만, 홍경표 촬영감독은 사람의 눈으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어떤 빛을 기어코 낚아채 카메라에 담는다.”(김소미) <버닝>에서 홍경표 촬영감독은 빛을 만들지 않았다. 장면에 적합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필요한 빛과 공기를 포착해 카메라에 담아냈을 뿐이다. “해미(전종서)가 종수(유아인)의 집 마당에서 춤추는 시퀀스는 어둠이 질 때 한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롱테이크 장면이라 찍기 전에 테스트도 많이 했는데 운이 좋았다”는 게 홍 감독의 회상이다. 현재 그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촬영을 마치고 색보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 촬영은 정말 좋았다. 내가 읽은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인물이 현실적이다.” 2018년은 <버닝>과 <기생충>을 연달한 작업한 까닭에 그로선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낸 해다.
[2018년 총결산⑩] 올해의 촬영감독 - <버닝> 홍경표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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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이 없었다. 유독 여자 신인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해여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전무후무한 폭발적인 연기. 주목할 만한 배우의 출현”(이화정)이라는 점에서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에게 쏟아진 찬사는 절대적이었다. 단순히 기교가 아닌, 본능적인 재능이 엿보이는 연기에 대한 호평 일색. “영화의 불안과 긴장을 온몸으로 버티고 선 괴력의 배우”(주성철), “배우가 아닌 인간의 호흡을 보여주는 연기”(김소미), “한 배우가 영화 한편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최대치의 다면체”(송형국)라는 상찬이 더해졌다. 수상 소식에 전여빈은 “<죄 많은 소녀>는 기회가 더이상 없을 거라고 좌절했을 때, 내게 다음이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의미를 전했다.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특색 있는 시나리오들은 이제 전여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차기작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해치지 않아> 두편의 촬영으로 벌써부터 바쁘다.
[2018년 총결산⑨]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 <죄 많은 소녀> 전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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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성유빈의 해다. 2018년 초 <씨네21>이 선정한 ‘라이징 스타’로 선정되어 주목받은 그가,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 베스트에도 등장했다.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상은 <살아남은 아이>의 성유빈에게 돌아갔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세밀한 연기에 대해 “베테랑 배우처럼 연기하는데 아직 소년. 지금도 놀랍고 앞으로는 더 놀라울 것 같다”(홍은미),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연기. 등장과 함께 오래 지켜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화정)이라는 평을 더했다. 지난해부터 <신과 함께-죄와 벌>(2017)로 1440만명이 넘는 관객에게 얼굴을 알리고, <살아남은 아이>로 올해 독립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바쁘게 달려왔다. 차기작인 <전투>의 촬영으로 한창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수상소식을 전했다. 그는 “<살아남은 아이>는 ‘아역’으로 활동해오던 내게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지금의 떨림을 간직하고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말한다
[2018년 총결산⑧]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 <살아남은 아이> 성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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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방식의 로드무비를 완성했다. 올해의 여성영화, 올해의 독립영화 모두 <소공녀>를 꼽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고 안정적인 데뷔작이다.”(이지현) “스타일, 무드, 드라마틱함, 날카로운 시선, 캐릭터의 활력을 모두 배합해냈다.”(홍은미) <족구왕>(2014)과 <범죄의 여왕>(2016) 등을 만든 광화문시네마의 일원이었던 전고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소공녀>는 위스키,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만은 포기할 수 없는 가사도우미 미소(이솜)가 담뱃값이 오르자 집을 버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다 버리고 최소한의 것만 챙겨서 떠돌아다니는 ‘가난뱅이 오타쿠’의 세대가 열렸음을 선포”(황진미)한 <소공녀>는 올해 가장 급진적인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이었다는 평이 잇따랐다. 선정 소식을 전해 들은 전고운 감독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뜨겁게 <소공녀>를 만들어준 우리 스탭과 배우들에게 감사하고 축하드린다”며 다른 이들의 노고를 잊지
[2018년 총결산⑦] 올해의 신인감독 - <소공녀> 전고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