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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 반스는 189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1920년대에 파리에서 활동한 작가이다. <나이트우드>에 영감이 된 셀마 우드와의 뜨거운 연애도 이 시기의 것이다. 한명은 시인, 한명은 조각가였던 둘의 연애는 9년간 이어졌지만 서로에게 비극으로 끝났다. 20세기 초 레즈비언의 연애라서가 아니라 불안정하고 불같은 성정을 가진 두 예술가의 연애라서이다. 사실 주나 반스의 작품보다 작가 개인의 인생사가 독자에게는 더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폴리가미(다자연애)를 추종했던 아버지 때문에 부모, 배다른 형제, 아버지의 연인들과 한집에서 자랐고 역시 아버지의 뜻으로 공교육을 받지 못했다. 집을 탈출해 학업을 이어갔지만 어머니와 형제들을 부양하기 위해 뉴욕 신문사들에 글을 기고해 돈을 벌었다. 자유와 예술을 좇아 파리로 떠났던 그가 파리에서의 경험과 사랑을 반영해 쓴 소설이 <나이트우드>다. 1936년에 출간된 퀴어 소설, 당연히 발간 초기에는 동성애를 연상케 하는 문장들이 대폭
씨네21 추천도서 <나이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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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 이렇게 예민해? 그날이야?” 한번쯤은 들어봤을 성차별 질문이다(물론 이 질문을 정말 궁금해서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심리학 박사 로빈 스타인 델루카의 <호르몬의 거짓말>은 우리가 그동안 ‘팩트’라고 믿어왔던 여성 호르몬에 대한 생각을 ‘그건 주입된 편견일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여성이 우울하고 건강하지 못한 건,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이다. 이 책의 바탕이 된 저자의 테드 강연 ‘생리전증후군에 관한 희소식(The good news about PMS)’은 130만 조회수를 넘기며 전세계 여성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여성은 호르몬 때문에 불안정하다’를 정설로 생산하고 퍼트려 이익을 얻는 이들은 누구인가. 저자는 호르몬 신화가 가부장제를 떠받치고 있으며, 의료업계가 이를 돈벌이로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정설을 전복하는 주장에는 연구 결과가 따른다. 여성 호르몬에 대한 인식을 주입받지 않은 초경을 겪은 여아
씨네21 추천도서 <호르몬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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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툰에 대한 오해. 소재를 일상에서 찾으므로 스토리가 필요 없고, 그림을 못 그려도 된다. 작가의 일상에서 소재를 포착한 일상툰은 가끔 이렇게 평가 절하되기도 한다. 일상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 픽션이 아닌 일상만화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쉽게 흘려보내기 쉬운 매일의 시간 속에서 소소하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을 발견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맞아 맞아, 나도 이런 일 있었어”라고 공감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은근 짜릿해>는 보통의 하루에서 약간 짜릿하게 기분 좋았던 순간들을 포착한 일상툰이다. 그 예시들은 ‘애걔?’ 싶을 만큼 평범하다. 냉장고 속 자투리 야채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배달의 유혹까지 이겨냈을 때, 맘에 쏙 드는 좋은 서적을 중고로 저렴하게 샀을 때, 마트에서 1+1의 유혹을 떨치고 메모지에 써간 물건만 샀을 때, 급하게 나왔는데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버스를 타서 약속에 늦지 않았을 때, 언젠가 쓸모 있
씨네21 추천도서 <은근 짜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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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긍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불행한 비관주의자보다는 행복한 낙관주의자가 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신인 만화가 슷카이의 일상툰 <은근 짜릿해>의 주인공 은근씨는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짜릿한 즐거움’을 찾는 데 도가 튼 능력자다. 저게 뭐 짜릿한 일인가 싶지만, 매일 조금씩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은근씨의 일상은 첫장보다 마지막장에서 앞으로 나아가 있다. 반면 마치 비관주의자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우울한 밤이 계속되는 <나이트우드>도 소개해야겠다. 듀나가 사랑해 마지않는 작가 주나 반스의 소설 <나이트우드>를 읽으며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가 연상됐다. 알다시피 영화 <아가씨>의 원작이기도 한 <핑거스미스>가 서스펜스가 추동하는 퀴어 소설인 반면, <나이트우드>는 그보다 더 시적이고 은유적이며 음울한 서정을 간직하고 있다. 성별, 계급, 이름으로도 가둘 수 없는 주인공 로빈은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0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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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허용되는 웃음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2>를 보며 생각한 적이 있다. 서열화, 무식배틀, 면박주기, 윽박지르기 등의 패턴으로 웃음을 만들었던 남성 리얼 버라이어티와 달리 절박한 상황에서 서로를 아끼며 열심히 방송을 준비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시청률을 떠나) ‘여성 예능’의 모범처럼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VLIVE 앱에서 볼 수 있는 웹 예능 <판벌려2>는 두 세계의 사이에 있다. 컴백을 앞둔 ‘셀럽파이브’는 주장 김신영의 주장에 따라 걸그룹처럼 합숙하며, 휴대폰을 반납하고, 연애를 금지당하며, 식단을 제한당한다. 우리 사회에서 ‘걸그룹’의 이미지가 얼마나 인권침해적인 규범 위에서 만들어졌는지 풍자하려는 의도라면 좋았겠지만 그건 알 수 없고, 지금까지 <판벌려2>에서 웃음의 원천은 어처구니없는 룰에 반발하는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와 쓸데없이 호되게 기강을 잡으려는 김신영의 캐릭터에 있다. 휴대폰 없이 한
[TVIEW] <판벌려2> 웃긴 여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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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제작 영화사 집 / 감독 최국희 / 출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11월 28일
절체절명의 위기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나게 만든다. <국가부도의 날>은 IMF 금융위기를 일주일 앞두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들을 그린다. 김혜수가 연기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은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금융위기 사태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운다. 국민에게 현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한시현의 반대편에는 위기가 알려지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다른 해결책을 찾는 재정국 차관(조우진)이 있다. 유아인이 분한 증권사 금융맨 윤정학은 외국 투자사들의 반응을 보고 위기를 직감하지만 이를 개인적 기회로 삼기 위해 사표를 내고 투자자를 모은다. 이들 사이에는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소시민 갑수(허준호)도 있다. IMF 총재 역에 캐스팅된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의 이름이
[Coming Soon] <국가부도의 날>, 절체절명의 위기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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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동창생들의 부부 동반 모임이 스마트폰 하나로 산산조각 나버린다. 창밖에선 한창 월식이 진행 중인, 이 비일상적인 저녁에 새삼 타인의 아득함을 깨닫는 세 여자가 있다. 보수적인 남편과 전업주부의 규율에 짓눌린 수현(염정아), 남부러울 것 없으나 어딘가 마음이 허기진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 그리고 신혼의 기쁨과 염려로 물든 수의사 세경(송하윤)이 그들이다. 동갑내기인 염정아, 김지수 배우와 가장 막내였던 송하윤 배우는 갓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들처럼 생생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한번, 허심탄회한 답변들에 두번 놀랐던 세 배우와의 만남을 전한다.
=염정아_ 태수(유해진)의 아내 수현은 문학에 빠진 전업주부다. 시나리오에서 표현된 것보다 좀더 순진하고 한편으론 맹해 보이는, 그래서 관객에게 귀엽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열어뒀다.
=김지수_ 예진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얼핏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예진의
<완벽한 타인> 염정아·송하윤·김지수 - 멋진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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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지기 친구들이 모이는 곳은 성공한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의 집이다. 그만큼 석호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존재.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준모(이서진)는 이제 막 나이 어린 아내와 결혼해 신혼생활을 즐기는 중. 둘 다 남부러울 것 없이 태평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정말 그럴까. 으리으리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뒤덮인 집에서 친구들의 숨겨왔던 민낯이 공개되면 두 사람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핸드폰이라는 일상적인 도구가 그만큼 우리 일상을 무너뜨리기 손쉬운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완벽한 타인>의 준모와 석호를 만들어내기 위해 배우 이서진과 조진웅이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들어봤다.
=조진웅_ <완벽한 타인>은 한마디로 ‘완벽한 웰메이드’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소위 말해 꾼들이 만들어야 할 영화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코미디가 될 것 같았다.
=이서진_ 이재규 감독을 너무 잘 아는 내 입장에선 이 사람이 내게 흔한 시나
<완벽한 타인> 이서진·조진웅 - 함께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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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지기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부 동반 모임이다. 거기서 누군가 게임을 제안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모두의 핸드폰을 공유할 것. 이들은 정말 서로에게 어떤 비밀도 숨기지 않는 끈끈한 사이였을까. 친구 및 부부 사이의 신뢰가 깨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유해진이 연기하는 변호사 태수와 윤경호가 연기하는 전직 교사 영배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언급할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이들보다 좀더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는 인물들이다. 비밀이 드러날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중년 부부의 진실게임 현장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나간 연기는 유해진의 표현에 따르면 “마치 탁구를 치듯 주거니 받거니 한” 호흡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과연 이들은 자신의 비밀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을까.
=유해진_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덩치 큰 영화들과는 달랐다. 사람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블랙코미디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디 앨런 영화 같기도 하고. 내가 맡은 태수는 변호사인데 ‘내가 변호사라는 역할에 괜찮을까?
<완벽한 타인> 유해진·윤경호 - 쉼표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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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재규 감독의 영화 <완벽한 타인>은 성공과 명예를 적당히 거머쥔 중년의 친구 부부들이 모여서 위험한 게임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서로의 핸드폰에 담긴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는 게임인데 현대인의 사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핸드폰을 통해 그동안 믿어왔던 인간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거나 혹은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다. 미묘한 심리전을 펼치며 진실을 감추려 애쓰는 유해진, 염정아, 이서진, 송하윤, 조진웅, 김지수, 윤경호의 연기는 팽팽하게 맞서기보다 능숙하게 밀고 당기는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와 드라마,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장기를 뽐내던 배우들이 함께 모여 서서히 드러내는 관계의 진실이 궁금하다면 배우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
<완벽한 타인> 유해진·염정아·이서진·송하윤·조진웅·김지수·윤경호 - 앙상블의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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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의 유명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비운의 왕자, 롭 스타크를 연기한 리처드 매든이 <007> 시리즈의 차기 제임스 본드로 물망에 올랐다. 10월1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선>은 “<왕좌의 게임>의 리처드 매든이 차기 제임스 본드로 급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007>의 총괄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가 그를 다니엘 크레이그를 대체할 인물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좌의 게임>에서 북부의 왕에 등극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리처드 매든. 또한 그는 <왕좌의 게임> 뿐 아니라, 최근 <BBC>의 첩보 드라마 <보디가드>에서 유명 정치인을 경호하는 주인공 데이비드를 맡기도 했다. 영국 출신에, 다양한 액션까지. 리처드 매든이라면 스파이의 대명사,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차기
<007> 시리즈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 말 많고 탈 많은 <007> 이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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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타임 앳 더 엘 로열> Bad Times at the El Royale
감독 드루 고다드 / 출연 제프 브리지스, 다코타 존슨, 존 햄, 크리스 헴스워스, 신시아 에리보
캘리포니아 타호 호수 근처, 허름한 모텔 엘 로열에 수상쩍은 7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배드 타임 앳 더 엘 로열>은 그들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새며 얽혀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물. 1960년대를 배경으로, 시종 비가 내리고 네온사인 불빛이 스며든 거리의 무드가 완성됐다. <캐빈 인 더 우즈>(2012)로 연출 데뷔한 드루 고다드 감독이 6년 만에 발표한 신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8.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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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리스 엘바가 영화 <캣츠>에 악당 고양이 매캐비티 역으로 출연한다.
뮤지컬 <캣츠>를 각색한 이 작품에는 테일러 스위프트, 제니퍼 허드슨 등이 이미 캐스팅된 상태. <레미제라블>을 만든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한다.
-일본 드라마 <전차남>이 할리우드에서 뮤지컬 코미디로 리메이크 된다.
<내 사랑 레이몬드>의 제작자 필 로젠털이 제작하고, <헤어스프레이> <스텝 업> 등을 만든 애덤 솅크먼이 감독으로 참여한다.
-사라 폴슨이 <서치>의 아니시 차간티 감독의 차기작 <런>에 캐스팅됐다.
<런>은 세상과 격리된 채 자란 10대 소녀와 그 엄마의 이야기로, 사라 폴슨은 소녀의 엄마 역을 맡는다. <서치>의 프로듀서 내털리 콰사비언과 세브 오해니언이 <런>에도 참여한다.
이드리스 엘바, 영화 <캣츠>에 악당 고양이 매캐비티 역으로 출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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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퍼스트맨> 아빠 달나라 간다.
[정훈이 만화] <퍼스트맨> 아빠 달나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