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한국에 꼭 오고 싶었다.” <서치>의 주연배우 존 조가 한국을 찾았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이후 9년 만의 내한이다. ’역주행 흥행’으로 화제를 불러모으며 전국 294만 관객(10월 14일 기준)을 동원한 <서치>는, 올여름 할리우드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더불어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 중심에 배우 존 조가 있다. <서치>에서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는 아버지를 연기한 존 조는 아시아계 배우들의 불모지처럼 여겨지던 스릴러 장르의 주연을 맡았다는 점, 오로지 디지털 기기의 스크린만을 배경으로 연기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서치>의 국내 흥행 및 IPTV & OTT VOD 서비스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존 조에게 이 작품이 남긴 것, 그리고 그의 현재에 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서치>로 한국 찾은 배우 존 조 - 아시아계 배우 ‘최초’의 책임감
-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렬한 원색을 연상시킨다. 올해 초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김성철이 영화 <배반의 장미>로 스크린 데뷔를 알렸다. 김인권, 정상훈 등 내로라하는 코미디의 달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번 영화에서 김성철은 자살을 결심한 20대 청년을 연기했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드라마에서 차근차근 캐릭터를 넓혀온 그에게 <배반의 장미>는 “남을 시원하게 웃기는 게 가장 어렵다”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 낯선 장르를 무사히 소화한 김성철은 “도전이 좋다. 그게 내 나이에 가장 잘 맞는 일인 것 같다”고 새로운 열의를 다진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타고난 감옥 체질로, 갖가지 죄수 상식을 자랑하는 법자를 연기했다가 <배반의 장미>에선 자살클럽에 합류한 우울한 청년 두석이 됐다. 출소 이후의 행보가 꽤 비관적인 셈이다.
<배반의 장미> 김성철 - 내 이름은 빨강
-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로마>를 뉴욕영화제에서 만났다. 쿠아론 감독이 <칠드런 오브 맨>(2006)의 후속작으로 기획했으나, 12년 뒤에야 결실을 보게 된 <로마>는 그의 어릴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영화다. 자신을 키워준 유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쿠아론 자신이나 그의 가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배급을 맡아 오는 12월 14일 미국 내 일부 극장에서 한정 개봉하며, 동시에 전세계에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 중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전한다. 이 자리에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유모 클레오 역의 얄리차 아파리시오, 어머니 소피아 역의 마리나 데 타비라가 참석했다.
-언제부터 <로마>에 대해 생각했나.
=알폰소 쿠아론_ 어릴 적부터 늘 생각했던 것 같다. 12년 전 <칠드런 오브 맨>의 후속작으로
뉴욕영화제에서 만난 알폰소 쿠아론 감독 - <로마>는 천국과 지상에 대한 이야기다
-
시상식이 없으며, 메인 섹션에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 없고, 대신 상영시간 13시간이 넘는 영화를 메인 섹션에서 과감하게 상영하는 영화제. 뉴욕영화제는 여타의 영화제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룰을 모두 부수는 영화제다. 뉴욕영화제 프로그램 디렉터 켄트 존스에 따르면 “뉴요커들이 봐야 할 가장 좋은 영화들을 선정하는 것”이 프로그래밍의 유일한 기준이라고. 제56회 뉴욕영화제가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4일까지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렸다. 영화를 사랑하는 뉴요커들에게 50년 넘게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을 제공해온 뉴욕영화제는 올해 22개국 84편의 장편과 64편의 단편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페이버릿>(개막작)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인터뷰 기사 참조), 코언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배리 젠킨스 감독의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등이 화제작으로, 메인 섹션 상영작 30여편 중 월드프리미어는
제56회 뉴욕영화제, 오직 작품성이 선택의 기준
-
-
“서로 바뀐 거야?” 일본 소도시 이토모리 마을의 소녀 미츠하(가미시라이시 모네)와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가미키 류노스케). 영문도 모르고 몸이 바뀐 두 소년소녀는, 한 마을을 소실하게 만든 대재앙 속 참사를 되돌려놓는 기적을 불러온다. <너의 이름은.>(2016)은 판타지물이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집요한 작화가 뒷받침되어 마치 실재하는 듯한 감흥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1500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보고 치유받았다. 웹툰 작가 기안84가 신카이 감독이 <너의 이름은.>을 그리면서 실제 배경지로 삼은 기후현 히다 후루카와와 나가노현의 스와 호수를 여행했다. 영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 똑같은 배경을 찾는 재미에, 고즈넉한 일본 소도시 여행지의 즐거움까지 함께했던 시간. 기안84가 “내 그림으로는 이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며 여행지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너의 이름은.> 속 곳곳의 스케치도 함께 수록한
기안84와 함께 떠난 <너의 이름은.>의 배경지, 기후현과 나가노현 여행
-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최초의 인간은 이렇게 말했다. 그 이후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졌다. 영화 <퍼스트맨>은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신화와 전설의 대상이었던 달을 이성과 합리의 영역으로 끌어온 이 사건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위플래쉬>(2014)와 <라라랜드>(2016)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달 착륙의 역사를 소회하며 팡파르부터 터뜨릴 생각이 없다. 그의 신작 <퍼스트맨>은 인류의 위대한 도약에 앞선 수많은 악전고투에 대한 기록이자 우주탐사의 새로운 챕터를 연 최초의 인간이 경험했던 고독한 탐험에 대한 이야기다.
하강 20초 전. 영화 <퍼스트맨>은 초음속 항공기 X-15의 시험비행을 진행하는 조종사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퍼스트맨>이 닐 암스트롱의 인류 최초 달 착륙을 다루는 방식
-
<라라랜드>로 아련한 눈빛 보여주며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라이언 고슬링. 그가 <퍼스트맨>으로 돌아왔다. <위플래쉬>, <라라랜드>로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의 두 번째 만남이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은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린 <퍼스트맨>. 라이언 고슬링은 그의 무거운 발걸음을 어떤 표정과 눈빛으로 그려냈을까. 이를 확인해보기 전,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여러 영화 속 캐릭터들을 모아봤다. 달콤한 로맨스부터 피 튀기는 액션까지, 다양한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을 만나보자.
* 해당 영화들의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밖에 난 몰라~
<노트북> 노아 역 / <라라랜드> 세바스찬 역
라이언 고슬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르는 멜로다. <라라랜드>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 시작점이 된 영화는 2004년 개봉한
<퍼스트맨> 이전에는 어떤 영화가? 라이언 고슬링의 영화 속 대표 캐릭터들
-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한 허윤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과를 졸업한 언니들과 나>의 첫 장면은 감독이 제작한 단편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속 화자인 나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를 만들어 원하던 감독이 되었다. 이 사실로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현실은 지금부터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다큐에는 화자를 포함해 모두 영화 만드는 일을 꿈꿨으나 영화와 무관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있는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영화 찍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영화를 공부하는 동안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기 위한 것도 있다. 월세는 각자가 벌어 함께 부담하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또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은 언뜻 해묵은 ‘청춘의 현실과 이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로또 당첨 1년 후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지점을 생각하게 한다. 1년 전 로또 1등 당
결국 로또가 답인가
-
<살아남은 아이>(2017)에 이어 올해 부산국제영화에서 공개된 신작 한국 독립영화들의 주요 관심사는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성인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미성년자다. 주로 10대 소녀인 이 인물들은 우연히도, 법적 보호자 대신 연고 없는 여자 어른들의 어깨에 기댄다. 성수대교가 끊긴 1984년 <벌새>(2018)의 중학생 은희(박지후)는 자신을 둘러싼 관계도 붕괴되고 있다고 느낀다. 사고로 부모를 여읜 <영주>(2017)의 영주(김향기)는 동생에게 좋은 보호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던 끝에 아직 자기도 안아줄 팔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선희와 슬기>(2018)의 고교생 선희(정다은)는 위기가 닥치자 냉담한 부모와 상의하느니, 차라리 멀리 떠나 죽거나 완전히 다른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다.
10/04
1999년 <쥐잡이>로 데뷔해 <너는 여기에 없었다>(2017)까지 린 램지 감독이 내놓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생존자들
-
운이 좋았다. <암수살인>(2017)을 보는 내내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영화는 수없이 ‘만약에’를 되돌아보며 우직하게 제 갈 길만 가는 영화다. 그게 간혹 촌스러울 때도 있고 단단하고 기본에 충실한 연출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서사의 향방을 결정하는 건 결국 운, 그러니까 우연이다. 당연히 서사적으로는 밋밋한 흐름이라고 해도 크게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건 이 영화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밝혀지지 않은 사건 그 자체보다는 인물의 기억, 상상,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가능성을 재연한다고 해도 좋겠다.
송경수 형사가 가지 못했던 미래
형사 형민(김윤석)이 뒤늦게 사진 속에서 여성용 피임기구 루프를 발견한 건 집요한 수사와 끊임없는 의심이 얻은 결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뜬금없이 던져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암수살인>의 고지식한 내러티브는 퍼즐조각 같은 단서
<암수살인> 의도를 뛰어넘은 결과물
-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올해 북미권에서 가장 독보적인 이슈를 생산한 영화다. 뉴욕대 최연소 경제학 교수인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콘스탄스 우)에게 싱가포르 최대 재벌가의 아들인 남자친구 닉(헨리 골딩)이 고향 방문을 제안하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갖가지 미덕들이 펼쳐진다. 몽타주를 채우는 극도의 풍요,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 그리고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일으킨 파란 등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구성하는 매력들을 미리 만나보자.
왜 ‘크레이지’ 리치일까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작가 케빈 콴이 쓴 트릴로지 소설 중 첫 번째 작품을 영화화했다. 콴 자신이 싱가포르의 부유한 가정 출신이면서 10대 시절 미국 휴스턴으로 이주해 겪었던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담았다.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인 닉의 가족은 소설 속에서 “신보다 더 부유한”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에서 닉의 어머니 엘레노어(양자경)는 런던의 최고급 호텔 컨
북미 박스오피스를 휩쓴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매력과 의의
-
치키(류승곤)는 철이 없지만 축구 실력만큼은 알아준다. 그의 동생 럭키(안현서)는 축구 선수인 형을 항상 자랑스러워한다. 치키는 여자친구 산드라(김유림)를 좋아하지만 산드라의 엄마인 피오나(이명희)는 딸의 남자친구로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어느 날, 치키는 문어 외계인 옥토퍼스(이인석)로부터 ‘마법 부적을 가져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내용의 전화 한통을 받고, 아무 생각 없이 ‘피오나를 데려가라’고 대답한다. 피오나의 생일날, 옥토퍼스는 지구에 내려와 피오나를 데려가고 치키는 피오나를 구하기 위해 마법 부적을 찾으러 모험을 나선다.
이 영화는 닭 캐릭터인 치키가 말을 쉽게 내뱉었다가 사고치고, 자신보다 더 의젓한 동생 럭키와 함께 문제를 수습하면서 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만 모험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철드는 모습에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으로서 매력이 있는가 하면 선뜻 대답하기 힘들다. 치키와 럭키 형제가 옥토퍼스
<스페이스 치킨: 마법 부적의 비밀> 치키와 럭키, 꼬꼬 형제의 지구 구출 대작전
-
1993년 여름, 6살 프리다의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프리다는 다시 엄마를 보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카탈루냐 시골의 외삼촌 집에서 살게 된 프리다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한구석 외로움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다. 그럴수록 자신이 주변으로부터 더 사랑받는 것을 사촌 아나에게 과시하려 하지만 미묘한 애정의 차이가 프리다를 계속 슬프게 한다. 어느 날 깜박 잊고 숲속에 동생을 두고 온 이후 가족들의 꾸지람이 늘어나자 프리다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찾겠다며 집을 나선다.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지만 정작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그린다는 건 굉장한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카를라 시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스페인영화다. 첫 장편 데뷔작에서 체험과 기억을 소재로 삼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어린아이의 시점을 이만큼 충실하게 구현하는 영화는 사실 드물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사랑받는 게 당연했던 소녀는 부
<프리다의 그해 여름> 사랑받고 싶은 여섯 살 ‘프리다’
-
어린 시절 팔이 아프다는 아들 알베르토(마놀로 크루스)를 데리고 병원에 간 어머니 로사(비키 에르난데스)는 아들이 근육긴장이상을 앓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병이 진행되면 온몸의 근육이 굳는다고 의사는 경고한다. 성인이 된 알베르토는 의료 기기에 의지해 바다 위의 집에서 로사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그의 유일한 벗 지셀(비비아나 세르나). 알베르토와 지셀은 서로에게 우정과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로사는 아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걸 반대한다.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콜롬비아 바닷가 마을의 환상적인 풍경이 우선 눈길을 끈다. 마놀로 크루스는 콜롬비아 카리브해의 이국적이면서도 고요한 풍경을 배경으로 세 인물의 강렬한 감정에 집중해 정서적 울림이 큰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 바다에서 펼쳐지는 어머니와 아들의 통렬한 드라마가 압권이다. 로사를 연기한 콜롬비아의 국민배우 비키 에르난데스는 물고기를 잡아 근근이 먹고사
<엘 마르> “바다는 우리에게 베푼 만큼 가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