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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 출연 로빈 윌리엄스, 샐리 필드 / 제작년도 1993년
나에게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대는 ‘아침’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아침은 전쟁일 것이다. 이른 시간대에 회의가 있는 날에는 아침이 더 정신없다. 거의 1분마다 아이에게 “빨리 좀 해. 엄마 바쁘거든!” 하고 채근하며 집을 나선다. 부랴부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놓고 뒤돌아설 때, 가끔 아이가 “엄마 미안해” 하며 인사를 대신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하나 멈칫하다가 무뚝뚝하게 “들어가” 해버리고는 돌아선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아이가 남긴 “엄마 미안해”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채근하는 내 잘못이었나. 아니야, 일찍 회의하자고 한 사람들 잘못이야. 아니지, 그 사람도 그 사람 사정이 있겠지. 그러면 빨리빨리 하지 않는 애 잘못인가. 글쎄…. 그래도 오늘은 제법 빨리 했는데. 그러면 내 잘못인가.’ 이런 답도 없는 고민을 하루종
[내 인생의 영화] 명소희 감독의 <미세스 다웃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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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사라진 아이’를 찾지만, MBC 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는 아이가 살아 있던 자취를 찾는다. 아동상담사 차우경(김선아)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아이를 차로 치고 만다. 무연고자로 죽은 아이의 장례를 대신 치른 우경은 아이가 왜 거기 있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내려 애쓴다. 우경의 남편은 아내가 죄책감 때문에 이미 끝난 일에 집착한다고 생각하지만, 우경은 유품 속 그림에 자그마하게 그려진 아이의 동생을 찾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매달린다.
기이한 죽음은 계속 이어진다. 아동학대 혐의로 형을 살고 출소한 여자를 불에 태워 살해한 남자는 자신을 칼로 수십번 찔러 목숨을 끊었다. 악마를 처단했다고 유서를 남긴 남자의 거창한 사명감은 어떤 죄책감을 깔고 있을까? <붉은 달 푸른 해>는 죄책감과 사명감, 학대와 자해, 환각과 망각을 중첩하며 끊임없이 의문을 생산한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방치되다가 죽어서 드러나는 목숨들을
[TVIEW] <붉은 달 푸른 해>, 죄책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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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제작 오돌또기 / 감독 오성윤, 이춘백 / 목소리 출연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이준혁 / 배급 NEW 개봉 / 2019년 1월 예정
도시의 아파트에 살던 뭉치(도경수)는 어느 날 주인에게 버림받는다. 홀로 숲속에 남겨져 주인을 기다리던 뭉치는 유기견 대장 짱아(박철민)를 만나 무리에 합류하고 재개발로 버려진 마을에 내려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뭉치는 산속에서 멧돼지를 사냥하던 밤이(박소담) 무리를 만난다. <언더독>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강아지들이 만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간다.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의 오성윤 감독이 7년 만에 완성한 차기작이다. 2D 감성을 살린 따뜻한 톤의 작화는 붓 터치까지 살아 있어 절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이준혁 등 배우들이 내공있는 목소리 연기를 통해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험난했던 제작과정부터 기
[Coming Soon] <언더독>,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한 댕댕이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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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마약왕> 신약 개발중이었네.
[정훈이 만화] <마약왕> 신약 개발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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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이 좋아하는 일이니 비가 오면 몸 안에서 즐거움이 솟구친다. 기분이 가라앉았던 날도 몸을 움직이면 활기가 생긴다.” 비 오는 날이 좋다는 글에서 서화숙은 즐거움을 언급한다. 좋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는 세계를 벗어나, 그는 이제 매일의 삶에서 즐거움을 길어낸다. 32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부암동의 마당 있는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돈을 벌기 위해 남의 손을 빌려야 했던 것들을 직접 하며 살아가는 삶, 술을 빚고, 메주를 띄우고, 원피스를 만든다. 이게 다 서울 시내에서 하는 일이다. 노하우 전수보다는 세계관을 바꾸는 은퇴자의 삶. 이제부터의 삶을 이모작, 삼모작 해야 한다면 귀 기울여볼 만한 옵션이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나머지 시간은 놀 것> 매일의 삶에서 즐거움을 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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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우울은 흔히 부정적으로 이해되는데, 그 안에 깃든 창조적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책은 이미 꽤 있었다. 앤서니 스토 역시 그런 책을 쓴 적이 있다. <고독의 위로>라고.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는 <고독의 위로>와 연결지어 읽으면 좋을 텐데, 혼자 살며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독의 위로>가 친구가 되어준다면, 관계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쪽이 좋을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전혀 비슷하지 않은 책들 같아 보이지만, 둘 다 자기 안의 절망을 알고 직시하는 힘을 말한다.
1980년에 나온 이 책은 윈스턴 처칠의 우울증에 대해 분석해 유명해졌다.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에 ‘검은 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친숙하고 오래된,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감정이라는 뜻이리라. 생애의 대부분을 검은 개와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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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매체들이 2018년 영화들의 연말 결산을 마무리지었다. <인디와이어>는 현지시각으로 12월 17일, 32개국 232명의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올해의 영화·영화인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1위부터 5위까지 <로마> <퍼스트 리폼드> <버닝> <더 페이버릿> <콜드 워>가 이름을 올렸고, 이중 <로마>는 2위 영화와 약 2배 차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올해의 감독에 알폰소 쿠아론을 비롯해 외국어영화·촬영부문 역시 <로마> 차지였다. 여자배우는 <더 페이버릿>의 올리비아 콜먼이, 남자배우는 <퍼스트 리폼드>의 에단 호크가, 남녀 조연배우에는 <더 페이버릿>의 레이첼 바이스와 <버닝>의 스티븐 연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필름 코멘트>는 <자마> <버닝> <퍼스트 리폼드> <로마> <베스
해외 매체가 뽑은 2018년 최고의 영화·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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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의 총괄안무는 뮤지컬 안무가 및 연출가로 2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이란영 안무가가 맡았다. 뮤지컬계에선 스타 안무가지만 <스윙키즈> 현장에선 “영화 새내기”이자 “막내”였다. “내 이름이 박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개무량했다.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뮤지컬 안무를 짤 때도 영화적 앵글을 무대에 적용하곤 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을 보면서도 “뮤지컬영화가 아닌데 영화 자체의 리듬이 너무 좋아 꼭 뮤지컬처럼 느껴졌다”고 평했다. <스윙키즈>는 탭댄스가 영화 전체의 서사를 끌고 가는 작품이다. “크고 작은 댄스 신만 30개쯤 된다. 하지만 강형철 감독의 머릿속에 이미 댄스 신과 관련해 큰 그림이 구체적으로 있어서 나는 그 그림을 정확히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란영 안무가는 “<스윙키즈>가 탭댄스를 보여주는 영화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에서 탭댄스는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다. 탭댄스는 발로써 감정을
이란영 <스윙키즈> 총괄안무 - 감독의 그림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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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차기작을 준비하는 한 감독과 얘기를 나눴다. 초고도 적당히 마무리되어가는 가운데 최종 영화 제목을 고민하고 있었다. 애초의 제목도 좋아 보였으나 느닷없이 ‘작명하기 쉬운’ 영화 제목을 새로 짓고 싶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아수라>의 ‘아수리언’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불한당원’은 말할 것도 없고 올해에도 <독전>의 ‘독종’과 <허스토리>의 ‘허스토리언’에 이어 최근 <미쓰백>의 ‘쓰백러’라는 이름으로까지 이어진 팬덤 현상을 미리 고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생각에 살짝 어이없기도 했지만, 영화가 잘되기를 바라는 순수하고도 간절한 마음이라 생각하고 동석자들과 함께 마른안주를 뿌리며 격려해준 기억이 난다. 2019년에 찾아올 신작과 그 감독들과의 인터뷰는 다음호부터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주 마감하는 잡지에 ‘신년특별호’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이번호에도 2018년을 돌아보는 기획은 넘
[주성철 편집장] 독종, 허스토리언, 쓰백러를 이을 2019년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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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원작의 영상 콘텐츠가 대거 제작된다. 스튜디오N(대표 권미경)은 웹툰 기반의 영화 및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영상 제작 라인업 10편을 발표했다. 먼저 김규삼/CRG 작가의 <비질란테>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웹툰을 기반으로 영화와 드라마가 동시에 제작될 예정이다. 일란성 세 쌍둥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한(恨) 작가의 <상중하>는 <조작된 도시>(2017), <웰컴 투 동막골>(2005)을 연출한 배종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연제원 작가의 <피에는 피>는 <추격자>의 제작사 비단길과 함께 제작한다. 천재 신인작가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특한 스토리와 꼬리를 무는 반전으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범우 작가의 <대작>은 영화사 오스카10스튜디오와 함께 영화로 제작된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조현아 작가의 <연의 편지>가 공동 제작사 LICO와 함께 극장용
‘스튜디오N’ 영화와 드라마 라인업 10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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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82년생 김지영>에 캐스팅되며 화제가 됐던 정유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으로 독특한 감각을 선보인 이경미 감독. 두 사람이 정세랑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호흡을 맞춘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보건교사처럼 보이지만 귀신을 볼 수 있는 주인공 안은영(정유미)이 새롭게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퇴마를 하는 이야기다.
원작자인 정세랑 작가가 드라마의 각본을 맡았다. 소설과 마찬가지로 장난감 칼과 비비탄 총으로 귀신들을 퇴치하는 등 참신하고 코믹한 퇴마 과정이 그대로 등장할 예정. <보건교사 안은영>는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 <꽃미남 라면가게>, KBS 드라마 <화랑> 등을 만든 오보이 프로젝트가 제작하는 작품이다.
이경미 감독은 2017년 여러 감독들의 단편영화 제작기를 다룬 JTBC 예능 <전
정유미X이경미 감독,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호흡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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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명화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가 12월13일 재개봉했다. <러빙 빈센트>는 125명의 화가들이 참여, 10년이라는 제작기간이 소요된 작품이다. 보통 애니메이션 영화가 실사영화보다 오랜 제작기간이 걸리지만, <러빙 빈센트>는 가히 제작진의 ‘피땀눈물’이 서린 노고의 결과물. 이런 <러빙 빈센트>처럼 제작에 오랜 시간이 들었던 영화들을 모아봤다. 저작권 문제, 감독 교체 등으로 제작이 지연됐던 작품들은 제품들은 제외했다.
<소중한 날의 꿈>
앞서 말했듯,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작업시간이 소요된다. 2011년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소중한 날의 꿈>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소중한 날의 꿈>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무려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약 10만 장의 작화가 소요됐으며 1차 파일럿 영상이 혹평을 받고, 수정을 거치는 등 수
제작진의 ‘피땀눈물’! 10년 이상의 제작기간을 자랑한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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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영화. 마치 등급을 매겨 질이 낮은 영화를 일컫는 표현처럼 들린다. 그러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데드풀> 시리즈 등 최근 ‘B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들은 오히려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B급 영화’라는 단어는 과연 어떤 영화들을 부르는 수식어일까. 그 유래와 의미에 대해 파헤쳐 봤다.
B급 영화의 유래
B급 영화의 유래는 1920년대 할리우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영화 제작사들은 자체적인 인력 개발을 목적으로 저예산 영화들을 제작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감독들을 중심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해 연습용 영화를 찍도록 한 것. 이러한 연습용 영화 제작은 B급 영화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그리고 1929년 미국에는 대공황이 찾아온다. 할리우드는 이런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저예산 영화들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 저예산 영화를 일반 상업영화 전후에 함께 상영, 같은 요금으로 두 편의 영화를 관
대체 B급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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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기도하는 남자>(2018)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아내 정인(류현경)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신은 더 큰 시련을 주신다’는 종교적인 화두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태욱의 가족.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적인 가치로 통용되는 돈의 문제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이 현실을 방불케 하는 리얼한 상황 속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작품이다. <기도하는 남자>를 개봉 전 미리 만나는 행사가 열렸다. 12월 12일 경기도 부천 CGV소풍에서 열린 경기영상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상영회 이벤트 ‘우리 영화, 오늘 만나’를 통해 2018년 경기도 다양성영화 제작투자지원작인 <기도하는 남자>가 선정됐다. 상영 후 이화정 <씨네21> 기자의 진행으로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는 강동헌 감독과 태욱의 아내이자 아픈 어머니의 병
<기도하는 남자> GV -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