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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오르는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호수? 베트남 최초로 아시안게임 축구 4강에 오른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베트남전쟁 때 집집마다 팠다는 벙커(땅굴)? 쌀국수, 분짜, 반미 같은 베트남의 인기 음식들? 모두 맞는 얘기다. 이제는 여기에 하노이국제영화제도 추가해야 할 듯하다. 최근 급성장하는 베트남 영화산업의 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하노이국제영화제는 매우 의욕적이고 야심만만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5일간 열린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 소식을 전한다. 베트남 영화국 국장인 응오 프엉 란 하노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단편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리 타이 중 촬영감독, 베트남판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주연을 맡은 배우 카 응언, 영화 <디자이너>에 출연한 배우 디엠 마이를 만났다.
“빵빵.” 버스가 경적을 울릴 때마다 앞에서 달리던 시클로, 오토바이, 자동차들은 약속이라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⑤] 급성장하는 베트남 영화계 · 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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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페스티벌 디렉터는 격의 없는 사람이었다. 올해로 두 번째 임기를 맞은 그는 외신 기자들과의 만남을 기꺼이 즐기며 자신이 제시한 ‘소통 강화’라는 비전을 몸소 실천했다.
-페스티벌 디렉터로서 두 번째 해를 맞았다. 올해는 어떤 목표와 계획을 세웠나.
=지난해 페스티벌 디렉터로서 세 가지 비전- 확장하는(Expansive), 강화하는(Empowering), 밝히는(Enlightening)- 을 제시했다. 올해는 새로운 컨셉을 제시하기보다 지난해의 비전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언론, 심사위원, 관객, 영화 관계자들과 소통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20도쿄올림픽과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나.
=2년 뒤에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올림픽으로 도쿄 전체의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것이 영화제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여러 콜라보레이션을 계획하고 있다. 2020년 도쿄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엔 유명한 감독들도 대거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④] 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페스티벌 디렉터 - 편견 없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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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은 <백엔의 사랑>(2014)을 만든 다케 마사하루 감독의 신작이다. 우연히 총 한 자루를 손에 넣은 대학생 도루(무라카미 니지로)가 총에 집착하게 되는 이야기로, 흑백의 명암을 인상적으로 활용해 인물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다케 마사하루 감독은 <더 건>으로 최우수 일본 감독상을 수상했다.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나카무라의 소설은 매우 독특하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많은데, 내 젊은 시절과는 다르지만 소설 속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항상 매료되었다. ‘그 시절 나는 어땠지?’ 하고 환기시켜주는 작품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흑백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흑백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언젠가 한번쯤 흑백영화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원작 소설 속 한 문장이 내 욕망을 일깨웠다. 주인공 도루가 방아쇠를 당겼을 때의 대사다.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③] <더 건> 다케 마사하루 감독 - 도구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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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국적의 아시아 감독 세명이 2년에 한번씩 공통의 주제로 옴니버스영화를 제작하는 ‘아시안 스리-폴드 미러’ 프로젝트가 올해 두번째로 완성됐다. 유키사다 이사오, 브리얀테 멘도사, 쿨리카 소토 감독이 참여한 2016년에 이어, 올해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의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고별>(2015)로 주목받은 중국의 젊은 여성감독 대그나 윤, <화장실의 피에타>(2015) 등을 만든 일본의 젊은 피 마쓰나가 다이시, <날고 싶은 눈먼 돼지>(2008) 이후 영화적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온 인도네시아의 에드윈 감독이 그들이다. 어머니와 딸의 여행을 그린 대그나 윤 감독의 <바다>, 미얀마 양곤에서 일하는 일본인 남자와 미얀마 여자의 만남을 그린 마쓰나가 다이시 감독의 <헤키슈>, 관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인도네시아 커플이 일본으로 여행 가서 겪는 이야기인 에드윈 감독의 <세 번째 변수>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②] 에드윈·대그나 윤·마쓰나가 다이시 감독, “영화 만들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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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가 10월 25일부터 11월 3일까지 도쿄 롯폰기 일대에서 열렸다. 개막작은 브래들리 쿠퍼의 <스타 이즈 본>, 폐막작은 시즈노 고분, 세시타 히로유키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고질라: 별을 먹는 자>였다. 대중적인 할리우드영화와 일본 괴수물의 자존심인 <고질라> 시리즈를 개·폐막작으로 선정한 데서 최근 도쿄국제영화제의 지향점을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외신 기자들은 이것이 상징하는 바를 잘 알았다. 히사마쓰 다케오 도쿄국제영화제 페스티벌 디렉터와 외신 기자들이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관련 질문이 나왔다. “(심지어 아시아 프리미어도 아닌) 할리우드영화 <스타 이즈 본>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데는 어떤 의미가 있나?” 히사마쓰 다케오 페스티벌 디렉터는 기자들의 직구를 정직하게 받았다. “특별한 의도는 없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선정했을 뿐이다.” 야타베 요시 경쟁부문 프로그래밍 디렉터도 말했다. “관객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①] ‘예술영화’와 ‘대중영화’의 경계를 지우려는 시도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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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최근 비슷한 시기에 열린 아시아 영화제 두곳에 다녀왔다. 하나는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10월 25일~11월 3일)이고 다른 하나는 제5회 하노이국제영화제(10월 27~31일)다. 부산국제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등과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 중 하나인 도쿄국제영화제에선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로 거듭나려는 영화제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역사는 짧지만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겠다는 야심으로 무장한 하노이국제영화제에선 급성장 중인 베트남영화의 현재 또한 목도할 수 있었다. 도쿄와 하노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차례로 전한다.
아시아 영화제는 어떤 꿈을 꾸는가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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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발리우드 대형 스타들의 대작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그 선두 주자는 역시 아미타브 바찬, 아미르 칸, 카트리나 카이프 주연의 <성그스 오브 힌도스탄>이다. 액션 어드벤처 픽션 서사극인 이 영화는 인도의 대형 영화제작사 야쉬 라즈 필름이 4200만달러를 쏟아 넣은 야심작이다. 힌도스탄은 힌두스탄과 같은 말로 곧 인도 아대륙을 뜻하고, 영화의 가제이기도 했던 ‘성그’(thug)가 도적 혹은 힌두교에서 파괴의 여신인 칼리를 섬기는 암살단을 의미하듯, 18세기 말 동인도회사를 위시해 인도를 식민 지배한 영국에 대한 의적들의 활약상을 다룬다. <성그스 오브 힌도스탄>은 11월 초 인도 최대의 명절인 디왈리 축제 기간(11월 8일)에 개봉됐다. 그 밖에 역시 역대 최고 제작비를 경신할 타밀어권(타밀어, 힌디어 등 13개 언어로 더빙한) SF영화로 악샤이 쿠마르 주연의 <2.0>이 3D로 무장한 채 11월 말 개봉을 기다리고 있고, 12월 말에는 샤룩
[델리] 미투 운동 바람, 인도영화계에 변화의 바람 불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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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기타노 다케시 / 출연 안도 마사노부, 가네코 겐 / 제작연도 1996년
시작에 관한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피를 흘리며 링 바닥에 쓰러진 안성기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계속 해볼랍니다!”라고 외치는 이장호의 <바람불어 좋은날>(1980)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연인을 뒤로하고 미련 없이 등을 돌려 길을 떠나는 주성치의 <서유기 선리기연>(1995)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무래도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이다. 목적 없이 부유하는 해파리 같은 고등학생 마사루와 신지. 수업은 흥미가 없어 학교에서는 노상 장난만 치고,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프라모델’이라고 답하는 둘. 주위의 시선은 당연히 따갑기만 하고 어른들은 기대를 버린 지 오래. 언제나처럼 시시껄렁한 짓을 일삼던 어느 날, 권투 선수에게 두들겨 맞은 마사루는 그 선수가 다니는 체육관에 등록을 해버린다. 복수를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따라 구경
김보통 작가의 <키즈 리턴> 아직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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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과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가 연이어 히트하던 시절, 친구들끼리 주고받던 농담이 있다. “살아 있나?” “노래는 부르네.” 여태 그러고 있으면 융통성 없단 소리를 들을 테지. SBS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의 제목도 그저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는다는 의미려니 했다. 정말로 첫회부터 의사가 심장을 훔쳐 달아날 줄이야.
대선후보에게 이식할 심장을 운반하던 태산대학병원 흉부외과 펠로 박태수(고수)는 수술방에서 그를 기다리는 집도의 최석한 교수(엄기준)를 등진다. 아끼고 따르던 선후배이자 파트너였던 이들의 분열을 되짚어가는 <흉부외과>는 의문과 반전을 수술방 안팎으로 짜넣는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로 만들어내는 긴장은 윤리적인 거부감이 발생하기 쉬운 문제가 있다.
그 때문인지 드라마는 갈등이 빚어지는 응급과 이식수술 대부분을 의사들의 어머니, 형, 딸, 의사 본
[TVIEW]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 심장이 정말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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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Robin Hood
제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데이비슨 킬로란 / 감독 오토 바서스트 / 출연 태런 에저턴, 제이미 폭스, 벤 멘델슨 / 배급 이수C&E / 개봉 11월 28일
11세기 영국,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로빈 후드(태런 에저턴)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리틀 존(제이미 폭스)과 함께 부패한 영국 왕권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 모자를 뒤집어쓴 신출귀몰한 도둑이 포악한 지배층의 돈을 빼앗고 응징한다는 소문이 노팅엄에 퍼지기 시작한다. <후드>는 이미 수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유명한 ‘로빈 후드 스토리’에서 매우 현대적인 세계관을 도출해냈다. 얼핏 SF물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리시한 배경 묘사, 세련된 복식과 대사에 힘입어 태런 에저턴의 젊음이 빛을 발한다. 지금까지 재현된 로빈 후드 중 가장 어리고 유쾌한 이미지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현대판 레골라스’로 스타덤에 올랐던 라스 앤더슨이 참여해 배우들에게 고
[Coming Soon] <후드>, 11세기 영국, 십자군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로빈 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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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연기한 인물 중 가장 큰 우월감을 지닌 사람이다.” 배우 조우진의 설명대로 <국가부도의 날> 속 재정국 차관은 엘리트 권력층의 한 표상을 보여준다.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도, 사사건건 대립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앞에서도 그는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기득권 세력이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야심을 불태운다. 직전작 <창궐>에서 정의감과 의협심으로 빛나는 조선시대 충신을 연기했던 그가 곧바로 방향과 보폭을 바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믿음의 체계를 새롭게 비틀어버렸다. 매 순간 묵직한 고민 끝에 답변을 도출해내는, 깨끗한 달변의 소유자인 조우진을 만나 그가 창조한 새로운 안타고니스트의 미덕을 물었다.
-영화는 7일 정도의 현재 시점만을 다룬다. 그래서 재정국 차관이라는 권력 중심부에 오르기까지 인물의 전사를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하버드 MBA 출신의 엘리트인데 국가적으로 잘못 사용되어지는 인재라 볼 수 있겠
<국가부도의 날> 조우진 -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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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출연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인랑>(2018)을 제외하면 <이끼>(2010) 이후 8년 만의 영화계 컴백이다. 허준호는 1990년대, 2000년대 <걸어서 하늘까지> <젊은이의 양지> <아스팔트 사나이> <올인> <사랑과 야망>등 많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다가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그가 연기한 갑수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자마자 회사와 가정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을 위기에 놓인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아 보인다. 허준호는 “보통 사람을 대변하는 인물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땠나.
=제목이 ‘국가부도의 날’이라니, 되게 어색했다.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재미있었고, 이렇게 큰 역할을 나에게 줘서 깜짝
<국가부도의 날> 허준호 - 힘을 빼고야 가능했던 어떤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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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있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할 때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사람. <국가부도의 날>의 윤정학은 그런 인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철저하게 즉물적이면서도 결코 돈의 노예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배우 유아인이 윤정학을 연기한다. 그는 전작 <버닝>(2018)이 “확장적 형태에서 영화예술에 대한 고민과 성취와 과제를 안겨준 영화”였다면, <국가부도의 날>은 “돈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세계의 형태를 탐구하고, 직업배우로서 상업영화의 현실적 성취를 관객에게 안겨주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영화라고 말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를 소회한다면.
=뚜렷한 기억은 없다. 당시 12살이었는데, 아버지가 고모부와 함께 대구에서 섬유사업을 하시다가 타격이 좀 있었던 것 같고. 다만 영화에 삽입된 뉴스 장면을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국가부도의 위기를 기회 삼아 일확천금을 노리는 윤정학은 참고한
<국가부도의 날> 유아인 - 하모니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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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지금 상황에 대해 최소한의 알 권리가 있는 겁니다!” IMF 외환위기 선고 일주일 전, 국가부도의 위기 앞에서 대책을 강구하던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이권과 무능을 앞세운 차관, 경제수석, 심지어 대통령 앞에서도 제 잇속 차리지 않고 할 말 다 하던 전문가 한시현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바라는 히어로이자, 그래서 열망을 담은 판타지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40대, 여성, 전문가, 소신을 굽히지 않는 당당함…. 한시현이 가진 요소들을 열거해본다. 이성과 감정이 한치 흐트러짐 없이 공존하는 인물, 한시현을 캐스팅하라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 배우 김혜수 말고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왜 IMF 외환위기를 되돌아볼까, 라는 의문이 무색하게 그간 한국 사회에서 드러난 재난 대처 상황과 흡사해 보이더라.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밤에 앉아서 시나리오를 읽는데, 처음엔 편히 기대 보다가 벌떡 일어나게 되더라. ‘헬조선’의 뿌리가 그때 다 생긴,
<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 1순위의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