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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 링컨>을 읽기 위해서는 사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일단 ‘바르도’는 티베트의 불교 용어로, 이승과 저승 사이의 공간이다. 죽은 영혼이 사후 세계로 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는 연옥이나 림보 정도가 되겠다. 2017년 맨부커상을 받은 <바르도의 링컨>에 쏟아지는 찬사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라는 평인데, 이는 아마도 이 소설의 형식 때문일 것이다. 일단 특정한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되지 않고, 화자가 달리 없으면서도 대화들은 분절되어 있다. 어느 장은 희곡처럼도 느껴지고 또 어느 장에서는 서사시처럼도 느껴진다. 바르도에 머무는 여러 영혼들이 혼잣말을 하다가, 어느 책이나 신문의 문장을 인용하기도 한다. 낯선 형식이라 20페이지 정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게 소설이 맞나?” 들춰보기도 했다. 다행히 작가조차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독자는
씨네21 추천도서 <바르도의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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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춤을 춘 적이 있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1년 사이, 라는 가정을 더하면 아마도 대부분은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어른이 된 후 자발적으로 취미 활동을 하지 않으면 일상에서 ‘춤’을 접할 일은 사라지고 만다. 몸으로 하는 모든 일에 서툴러 자타공인 ‘몸치’라고 자신을 인식한다면 더더욱 춤은 멀고 먼 단어다. ‘춤이 건강에 좋다. 춤이 치매에 좋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건강이나 치매 예방을 위해 뭔가 해야만 한다면 춤은 나에게 예비 번호 순위에도 안 들어가는 활동이다. 뇌과학자 장동선과 신경과학자 줄리아 F. 크리스텐슨이 함께 쓴 <뇌는 춤추고 싶다>는 익히 알고 있었던 춤의 효과가 ‘뇌’의 영향 때문임을 증명한 책이다. 앉아서 뇌파를 연구할 것 같은 이 두명의 뇌과학자는 직접 춤을 추며 우리 뇌가 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연구했다. 뇌는 춤을 추는 동안 행복해졌고, 그로 인해 우리 몸 곳곳에 즐거운 신호를 보냈다. 재
씨네21 추천도서 <뇌는 춤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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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포비의 데뷔작. FBI 요원으로 최초의 프로파일러였던 존 더글러스의 <마인드헌터>를 비롯해 실제 범죄 사례를 섭렵했다고 하는데, <블러드맨> 역시 그런 잔혹한 연쇄살인자와 그를 잡으려는 FBI 요원에 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가 일으킨 사고 때문에 고향을 찾은 FBI 특별수사관 제이크 콜은 과거 그의 삶을 엉망으로 만든 과거와 꼭 닮은 사건을 만난다. 젊은 여성과 그의 아들이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것. 30여년 전, 제이크의 어머니가 그렇게 살해당했고, 범인을 찾지 못했다. 초강력 허리케인 딜런이 다가오는 뉴욕주의 외딴섬 몬탁(작가 로버트 포비가 작품 활동을 위해 머문 곳이기도 함.-편집자)으로 제이크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도착하는 동시에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한 피해자들이 발견된다. 사실 제이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범죄현장을 보면 살인이 일어나기까지의 상황을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히 떠올리는 일이
씨네21 추천도서 <블러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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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정리, 한달의 정리, 지난 시간의 정리…. 모두들 정리를 말하는 때이지만 새로운 영화는 매주 개봉하고, 읽을 만한 책도 매일 출간된다. 1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매일은 새롭게 갱신된다. 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바르도의 링컨>은 링컨 대통령이 죽은 셋째아들 윌리를 그리워하며 아들의 주검을 안아주기 위해 납골소를 찾았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아들의 주검을 안고 있는 아버지의 이미지에서 착안해 사후 세계 영혼들과의 대화를 써내려갔다. <씨네21>과는 영화평론으로 만나고 있는 SF작가 듀나의 <민트의 세계>는 초능력을 가진, 그러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이 세계는 초능력자라는 말 대신 이들을 복합능력자들이라 부른다. 주인공들은 익숙한 한국 이름을 쓰고 서울과 인천, 전주 등의 지역도 등장해 능력자들의 설정만 받아들이고 나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초능력을 가졌음에도 사회에서 차별받고 이용당하는 처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1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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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댄 블루> More than Blue
제작 굿 무비, MM2 엔터테인먼트 / 감독 가빈 린 / 출연 류이호, 진의함 / 배급 오드(AUD) / 개봉 12월 12일
어느덧 단단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대만 멜로영화가 올겨울 또 한번 관객과 만난다. 이미 <안녕, 나의 소녀>(2017)의 멜로 연기로 한국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류이호와 <청설>(2009), <신 보보경심>(2015) 등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진의함이 호흡을 맞췄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케이(류이호),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크림(진의함)은 10년간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준 가족 같은 사이다. 서로 좋아하지만 친구처럼 지내던 둘의 관계는 케이가 백혈병에 걸리면서 위기를 맞는다. 크림이 다시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케이는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자신이 죽은 후에도 크림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애써 우회하지 않고 정공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Coming Soon] <모어 댄 블루>, “언제나 네 곁에 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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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진 악역 연기로 유명한 배우 김성오. 그가 주 종목으로 다시 극장가를 찾았다. 11월22일 개봉하는 <성난황소>에서 그는 주인공 동철(마동석)의 아내 지수(송지효)를 납치하는 납치범 기태를 연기했다.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도 영화의 재미 요소겠지만 다양한 영화에서 내공을 쌓은 그의 악역 연기도 중요한 관람 포인트가 될 듯하다. <성난황소>의 개봉과 함께,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김성오의 행보에 대해 알아봤다.
데뷔 초, 길었던 무명시절
김성오는 배우 김갑수가 창단한 극단 배우세상에 입단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연극 <첫사랑>으로 처음 무대에 오르며 연극배우로 활동했다. 이후 2002년부터 여러 영화, 드라마 등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다. 영화로는 <바람의 파이터>, <달콤한 인생> 등에서 짧게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드라마로는 MBC <슬픈 연가>, <별순검> 등이 있다. 2009년에는 SB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악역으로 유명한 배우 김성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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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할리우드에서 ‘제10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Hamilton Behind the Camera Awards)가 열렸다. 이 시상식은 다른 일반적인 영화제 시상식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 제작 현장의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촬영감독, 프로듀서, 작가, 작곡가, 의상 디자이너, 편집자 등 각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대표적인 영화인을 기리는 시상식이다.
미국 로스앤젤리스의 익스체인지 LA에서 열린 제10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에는 다니엘 헤니, 라이언 고슬링, 존 크래신스키, 라미 말렉, 제이크 질렌할, 펠리시티 존스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 맹활약 중인 배우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1932년부터 500여편 넘는 영화에 등장하며 영화계와 긴밀하게 협력해온 스위스 시계의 명가 해밀턴은 오래전부터 유능한 영화인들에 경의를 표하면서 동시에 영화 시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시상식 수상자는 그해에 개봉된 영화나
제10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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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제작이 확정되며 꾸준히 화두에 오르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솔로 무비 <조커>(가제, 네이버 영화에는 <조커 오리진>이라는 제목으로 등록되어 있다). 11월19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연예매체 <저스트 자레드>(Just Jared)가 새로운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 속 호아킨 피닉스는 지금껏 봐왔던 조커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의 분장은 앞서 공개된 카메라 테스트 영상, 현장 사진에서도 등장했지만 이번 사진 속 그는 기괴보다는 코미디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조커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 드라마, 그의 범죄 행위를 따라가는 스릴러, 광대라는 점을 부각시킨 코미디. 여러 정보들이 점점 공개되고 있지만, <조커>가 어떤 분위기의 영화가 될지는 좀처럼 가늠이 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조커>의 정보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그 흔적들을 세세히 살펴보면 <조커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제)는 어떤 영화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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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보헤미안 랩소디> 마음껏 떼창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정훈이 만화] <보헤미안 랩소디> 마음껏 떼창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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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스트리밍 플랫폼 필름스트럭이 되살아났다. 필름스트럭은 방대한 고전·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많은 영화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올해 11월 말 폐쇄가 결정됐다. 워너미디어가 11월 29일 필름스트럭 폐쇄 방침을 발표하자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관객과 영화인들이 이 결정을 뒤집기 위한 반대 청원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온라인 청원은 며칠 만에 2만5천건을 돌파했으며 기예르모 델 토로, 에드거 라이트는 즉각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에드거 라이트는 “필름스트럭은 훌륭한 영화관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필름스트럭의 리스트는 고전적이며 컬트적이다. 영화의 멋진 도서관이다”라며 필름스트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폴 토머스 앤더슨, 크리스토퍼 놀란, 제임스 그레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배우와 제작자, 감독들도 워너브러더스에 보내는 공동서한에 참여해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스코시즈 역시 워너브러더스에 직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되살린 필름 스트리밍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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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 3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아쉬움과 후련함이 반반 섞인 연말 기분 시즌이 다가온 것. ‘한 건 없지만 올해도 다 갔다’는 생각에 울적해하긴 아직 이르다. 아래의 영화들과 함께 남은 한 달을 꽉 채워 보내는 건 어떨까. 놓쳤다면 꼭 보길 추천하는 올해의 개봉작 12편을 소개한다. 1월부터 10월까지의 개봉작 중 월별로 한두 편을 골랐고, 작품성에 비해 낮은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그중에서도 평론가와 관객의 입맛을 모두 사로잡은 영화를 위주로 선정했다. 아래 영화들과 함께 남은 2018년을 영화롭게 보내보시길!
굿타임, Good Time
감독 조슈아 사프디, 베니 사프니 출연 로버트 패틴슨, 베니 사프디 개봉 2018.01.04
코니(로버트 패틴슨)는 비참한 삶을 청산하기 위해 은행털이를 결심한다. 거액의 현금을 들고 도주하던 중 공범인 지적장애 동생 닉(베니 사프디)이 구치소에 수감되고, 더럽게 안 풀리는 코니의 ‘굿 타임’이 시작된다. 동생을 구하고 범죄를 성공
놓쳤다면 꼭 보길 추천하는 2018년 개봉작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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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대형 신작 두 편을 만나볼 수 있을까.
11월 21일(현지시각), 해외 매체 <버라이어티>는 “소니픽쳐스가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신작 두 편의 개봉일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2020년 7월 10일과 2020년 10월 2일에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소니 마블 유니버스 작품이 각각 개봉할 예정이다.
소니픽쳐스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버라이어티>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매체는 “이들이 준비 중인 대형 신작 두 편이 자레드 레토 주연의 <모비우스>, <베놈>의 속편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먼저 2020년 7월 10일 개봉으로 예측된 영화는 <모비우스>다. 1971년 발매된 마블 코믹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부터 등장한 뱀파이어 빌런 모비우스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 모비우스는 노벨상을 수상한 유명 과학자였지만, 혈액 질환 치료를 위해 흡
개봉일 발표한 소니 마블 유니버스의 대형 신작 두 편은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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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IMF(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550만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았다. IMF측이 요구한 긴축정책, 시장개방, 구조개혁 등으로 인한 대량실업, 비정규직 생산, 청년실업 등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경제적 악습, 이른바 ‘헬조선’의 뿌리가 확립되었을 바로 그날. 하지만 정작 이후 21년 동안 우리는 그 근간이 된 IMF에 대해서 올바른 성찰과 판단을 하고 있었을까. <국가부도의 날>은 IMF 기구가 “IMF 구제금융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구조조정”이라고 평가하는 사례인 1997년 어느 겨울, 협상 체결이 되기까지 일주일간의 상황을 긴박한 리듬감으로 그려낸 영화다.
<씨네21>과 CGV용산아이파크몰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 용씨네 PICK의 다섯 번째 영화로 <국가부도의 날>이 선정됐다. 11월 20일 진행된 <국가부도의 날> 시사는 따끈따끈한 신작에 대한 궁금증으로 400명 이상의 관객이 자리를
<국가부도의 날> 용씨네 PICK, 치밀한 시나리오와 노련한 연기로 끓는점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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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18 스토리업 특강’의 마지막 강의, ‘영화로 보는 환경문제’가 진행된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사용, 지구온난화 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오염을 영화를 통해 이야기해보는 특강이다.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대표적인 영화로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방하기가 도래한 지구를 그린 <투모로우>(2004)가 있다. 이외에도 인간이 날씨를 조작함으로서 생기는 문제들을 그린 <지오스톰>(2017) 등의 영화도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 자연재해 등은 이런 영화 속 비극이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2016년,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마침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는 수상소감으로 환경오염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의 진심 어린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이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 CJ문화재단 ‘영화로 보는 환경문제’ 특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