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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달아 부진한 한국영화가 이번 설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1월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첫날에만 3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불러모으며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주 뒤인 1월 30일에는 <뺑반>과 <드래곤 길들이기3>가 맞붙고, 설 당일인 2월 5일에는 <알리타: 배틀 엔젤>이 차례로 개봉하면서 설 연휴 극장가 라인업이 갖춰졌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지난해 비수기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했던 <완벽한 타인>이나 <극한직업>의 인기에서 무겁고 우울한 주제보다는 가벼운 것을 즐기려는 관객의 경향을 엿볼 수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실황을 기록한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과 <뺑반> <드래곤 길들이기3> 같은 영화들이 나오면서 극장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충무로 또한 이번 연휴 극장가 상황
<극한직업> 개봉 첫날 36만 관객 들어, <뺑반> 동반 상승세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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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영화 속 장면을 따라 하는 행위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선 애니메이션 <업>에 등장하는 풍선 집을 만들어 하늘에 띄우는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중국에선 SF 영화 <마션> 속 상황처럼 달에서 식물을 키우는 실험을 개발했다. 이처럼 영화 속 놀라운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낸 사례도 있지만, 영화 속 행위를 따라 하다 현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들의 사례도 적지 않다. 영화를 따라 하다 생긴 사건·사고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버드박스>
버드박스 챌린지, 눈 가리고 운전하기
넷플릭스 화제작 <버드박스>는 시야를 가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생활하고, 소리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시청자에게 쫀득한 긴장을 전한다. 문제는 영화 속 상황처럼 눈을 가리고 일상을 보내는 ‘버드박스 챌린지’가 시청자들 사이
절대 따라 하지 말 것! 영화 따라 하다 벌어진 끔찍한 사건·사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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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도 마블 스튜디오는 쉴 새 없이 바쁠 듯하다. 첫 프로젝트는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솔로 무비다. 2월 28일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미국 마이애미, 애틀랜타 그리고 크로아티아 등지에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출은 2012년 <로어>로 로카르노영화제 관객상을 수상, 2017년 <베를린 신드롬>으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된 케이트 쇼트랜드가 맡았다. 아직 스칼렛 요한슨 외에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는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있다. 아직 줄거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영화가 블랙 위도우의 과거에 대해 다루며,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 추측할 뿐이다. 마블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에는 블랙 위도우의 과거가 윈터 솔져와 연관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게재돼 있다. 또한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는 <데드풀> 시리즈나 <로건>처럼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 2월 촬영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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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난 대사로 유명한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으로 돌아온 류승룡. 이번 영화에서 그는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하지만, 오히려 장사가 너무 잘 돼 곤란해하는 마약단속반의 고반장 역을 맡았다. 여러 영화, 광고 등에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웃음을 유발했던 그라면 이병헌 감독의 ‘말맛’을 200% 끌어올렸을 듯하다. 작품 속을 넘어 촬영현장에서도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활력을 북돋았다고.
그러나 류승룡은 무겁고 진중한 캐릭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코미디와 정극 캐릭터를 괴리감 없이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의 배우. 그렇다면 이런 다채로운 이미지를 자랑하기까지 그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극한직업>의 개봉과 함께,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류승룡의 발자취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예술대학교 재학 시절
어제 찍은 사진 아니다. 무려 20여 년 전 사진이다. 황정민, 정재영, 안재욱, 신동엽 등과 함께 그 유명한 서울예술대학교 90학번 출신인 류승룡은 덥수
대학 시절부터 남다른, 류승룡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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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플로어에서도 상황에 따라 잔잔한 음악을 틀어야 할 때가 있다. 인적이 드문한 초반 시간에 쩌렁쩌렁 울리는 뱅어를 틀어도 이상할뿐더러 메인 타임에도 때로는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 분위기를 식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야 할 때도 있다. 수많은 관객이 아수라장이 된 채 끼어 더 큰 흥분을 원한다고 아우성치고 있을 때는 그들을 만족시킬 환상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댄스 플로어의 스타들은 주로 터트리는 걸 잘하는 사람들이다. 디제이든 프로듀서든 하이라이트에서 완전히 관객을 미치게 만들 트랙을 가졌느냐 말았느냐가 그가 댄스 신에서 스타가 될 수 있느냐 마느냐와 동의어다.
케미컬 브러더스는 터트리는 걸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팀 중 하나다. 그리고 《MAH》는 케미컬 브러더스가 얼마나 메인 타임 트랙에 강한지 그대로 보여주는 트랙이다. 에너지를 모아가며 긴장을 상승시키다 일거에 터뜨리는 ‘드랍’ 주조술이 대단하다. 고음의 신스들이 현란하게 공간을 휘젓는
[마감인간의 music] 케미컬 브러더스 《MAH》, 레이브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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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예고란 없다. 그것은 대개 길이를 가진 시간이라기보다 단번의 찰나다. 정의감 넘치는 과학자의 경고 따위는 현실에 없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2005)은 이 같은 재난의 속성을 침략자에 빗댄 적확한 활유(活喩)였다. 밑도 끝도 없이 닥쳐와 누군가의 세계를 순식간에 소멸시키고 사라지는 것이 재난의 실체다.
그런데 어떤 찰나는, 인간의 부적절한 대응과 만나 영원으로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지만 당연하고도 마땅한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을 때 그렇다.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다른 종류의 감정으로 바뀌어가는 시간, 혹은 뭍에서 발을 구르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해 무력해지는 가족들의 시간… 원작이 된 책 <어 타임 투 다이>(A time to die)의 제목이 말하고 있듯, <쿠르스크>는 무고한 인간이 마주친 찰나와 영원의 상대성에 대한 기록이다.
러시아 전략 핵잠수함 쿠르스크호는 2000
실제했던 재난을 관통해 <쿠르스크>가 도달한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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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은 다큐멘터리 <보라>(2011)와 <파산의 기술>(2006)을 만든 이강현 감독의 첫 번째 극영화다.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인 기선(박종환)을 중심으로, 기선의 학교에 다니는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 기선의 옛 여자친구이자 회사를 그만두고 엄마와 식당을 새롭게 운영하려는 혜진(김새벽) 그리고 택배 일을 하는 현수(백수장)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엮인다. 산업재해에서 출발해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얼굴과 사회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아갔던 전작 <보라>처럼 <얼굴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확장하고 그러면서 시스템 속에 점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문법과 관습을 거부하며 자기만의 영화를 찍고 있는 이강현 감독을 만났다.
-프로덕션 노트에 “직전 작업에 대한 반동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갔다”고 썼다. 전작인 다큐멘터리 <보라>를 끝낸 뒤 어떤 영화적 질문들이 생겨났고, 어떻게 <얼굴들>
<얼굴들> 이강현 감독 - ‘영화적’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적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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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권유로 별 뜻 없이 시작한 다도. 노리코(구로키 하루)는 그렇게 발을 들인 다도 교실에 무려 24년간 다녔다. <일일시호일>은 노리코의 수업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아주 독특한 흐름의 영화다. 그사이 노리코의 인생에도 취업, 고민, 가족과의 이별 등 많은 사건들이 지나가지만, 다도 교실은 외부의 세계에서 보호하듯, 그녀를 위로하고 다독여준다. “다도 교실 안에 작은 우주가 있다면, 그 안은 어떤 모양일까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오모리 다쓰시 감독. 노리코는 다도를 몸에 익히고, 마침내 자연의 변화를 감지한다. 이 영화의 깨달음은 단순히 ‘차 한잔의 여유’에 머물지 않는, 귀담아 새겨들어야 할 인생의 방법론을 제시해준다.
그 의도가 적중했다. <일일시호일>은 일본에서 지난해 12월 개봉해 100만 관객을 모을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도 교실의 다케다 선생으로 분해 존재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 기키 기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이 영화의 방법론이 관객에
<일일시호일> 오모리 다쓰시 감독 - 찬찬히 들여다보기, 삶도 영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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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험이 처음이었다.”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젊은 장미 역할을 맡은 하연수는 신인배우라고 부르기에는 데뷔 연차도, 참여한 TV 드라마 작품 수도 많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데뷔작 <연애의 온도> 이후 두 번째로 출연한 작품이다. 2016년에 작업했지만 여러 사정상 개봉이 밀려 3년 만에 관객과 만난 셈이라 홍보 스케줄도 처음이라고. 사실상 신인배우 하연수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인 동시에 배우에게는 뒤늦게 다시 데뷔하는 기분을 안겨줄 듯 하다. 출연 당시에만 하더라도 절실한 마음에 그저 “감사한 기회였다”는 그녀는 어느덧 연기와 연기 사이, 배우를 빼도 인간 유연수(본명)가 오롯이 남도록 일과 자신을 분리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30살 배우가 됐다.
-<연애의 온도> 이후 두 번째 출연작으로 2016년에 작업했지만 이제야 개봉했다.
=얼마 전에 가족 시사회를 열었는데 엄청 떨렸다. (웃음) 다들 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전해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 빛나는 처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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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의 인기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3>가 1월 30일 국내 개봉한다. 용과 인간의 우정과 성장을 유려한 비주얼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풀어낸 이 작품은 지난 2010년 1편을 공개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흥행수익 11억2천만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한 사랑을 받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드래곤 길들이기3>는 1월 3일 호주에서 개봉한 뒤 해외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계의 <보이후드>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드래곤 길들이기3>는 지금까지 시리즈가 거쳐온 시간에 대한 감정적 여진을 남긴다”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의 평대로, 이번 작품이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감동적인 마무리를 선보인다는 반응이 많다. 시리즈에 뜨거운 안녕을 고하기 전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사실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소개한다.
01. 사라진 용들
“어렸을 때는 드래곤들이 많았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드래곤 길들이기3> 재밌게 보는 다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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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과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괴로울까. 제 살 깎아먹는 고백부터 하고 시작해야겠다. 지난해 12월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한국영화 3편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를 이제야 봤다. 어느 순간부터 한국상업영화, 특히 규모 있는 영화를 보는 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노동처럼 느껴졌기에 애써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호기심이 생긴 건 슬프지만 세편의 영화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마약왕> 186만명, <스윙키즈> 145만명, <PMC: 더 벙커> 166만명(2019년 1월 17일 기준)의 관객을 동원하며 제작비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관객 반응도 하나같이 아쉬움의 토로였다.
적당히 현실인 척, 편리해서 더 나쁜 한국영화의 몇 가지 습관
만약 여느 때처럼 어떤 작품이 적당히 관객을 모으고 시즌의 승자로 기록됐다거
다양한 방식으로 기대를 배신하는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 그 참을 수 없는 피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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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전학 첫날의 일이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반 아이들은 통과의례처럼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봤고, 그 질문 중 하나는 100m 달리기 기록이었다. 당시 그 학교에서 달리기 시합이 한창 유행인 모양이었다. 나는 당시 이제 막 과체중으로 진입 중이라 작고 통통한 체격이었지만, 100m 달리기는 14초대, 그 전 학교에서 여자 중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록을 말해주자 갑자기 호의적이던 아이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아무래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진짜야. 항상 계주 주자로 나갔다고. 그럼 증명해봐. 내일 종례 후 시합이다. 그렇게 전학 온 첫주 내내 나는 이틀에 한번꼴로 운동장을 뛰었다. 세 번째 경기에는 구경꾼들이 확연하게 늘었다. 그때부터는 더이상 전학생인 내 실력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어느새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중 달리기 최강자를 결정하는 분위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달리기는 항상 좋아했으니까, 이걸로 새로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달리기 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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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의 노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버나움>은 검거된 소년 자인의 나이를 치아로 추정하는 광경으로 시작한다. 12살로 짐작되는 소년은 또래보다 체구가 작다. 반면 20대처럼 행동하고 40대의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자인은 욕을 들으면 곧장 욕으로 맞받아치고 연명하기 위해 좀도둑질을 망설이지 않는다. 조그만 소년은 크고 힘센 어른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항상 눈을 위로 치뜨고 있다.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가 좀더 거친 영혼을 가졌다면 이런 모습일까? 베이루트 거리에서 캐스팅된 비전문 배우 자인 알 라피아는 나아가 할리우드 청춘스타 같은 카리스마로 관객을 당황스럽게 한다. 게다가 <가버나움>에서 미성년 배우의 놀라운 연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자인이 돌보게 되는, 걸음마도 못 뗀 아기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는 사상 최연소 명배우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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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모털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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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은 제목 ‘그린 북’(흑인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 영화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다룰 것이란 걸 충분히 예상하게 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연출은 <덤 앤 더머>(1994)를 비롯해서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2001) 등 특유의 코미디영화 연출로 잘 알려진 피터 패럴리 감독이다. 그동안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주제와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번 영화 <그린 북>은 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제의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상반된 성격(바른생활의 교양과 우아함을 갖춘 완벽한 천재 피아니스트/원칙보다 반칙이 우선인 주먹만 믿고 살아온 다혈질 운전기사)을 비교해보면 우리가 익히 보아온 전형적인 인물 설정으로 대략적인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린 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백인 운전기사 토니
인물 설정은 전형적인 <그린 북>, 낯섦은 어디에서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