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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안타까운 소식들이 연달아 전해지는 와중에 <남과 여>(1966), <빗속의 방문객>(1969), <러브 스토리>(1970), <엠마뉴엘>(1974),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1981), <마이 뉴 파트너>(1984), <내겐 너무 이쁜 당신>(1989) 등의 음악을 맡았던 영화음악 작곡가 프랑시스 레이가 지난 11월 7일 향년 86살로 세상을 떠났다. 미셸 르그랑과 함께 프랑스의 영화음악을 대표해온 위대한 작곡가의 죽음에 평생을 함께해온 영화적 동지인 클로드 를루슈는 추모의 글을 SNS에 올렸다. “프랑시스 레이는 내 인생의 중요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함께 35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50년이상 함께 멋진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는 프랑스 최고의 위대한 멜로디스트였다. 그에게 감사한다.”
<러브 스토리>의 두 주인공이 눈싸움하는 명장면은 아직도 귓가에 아련한 그 유명한 테마곡이 아니라면
[프랑시스 레이 추모] 아름다운 선율의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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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간 추모 소식을 전하느라, 지난 1181호에 실렸던 김기영 감독 타계 20주년 추모 대담에 대한 얘기를 덧붙이지 못했다. 그사이 <남과 여>(1966), <러브 스토리>(1970)의 영화음악가 프랑시스 레이도 안타깝게 세상을 떴다. 그의 추모 기사 또한 이번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언제나 김기영 감독에 대한 추모는 후대에 끼친 영향력 면에서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이라는 평가처럼 남성 감독 위주로 진행돼왔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모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손희정 평론가, 이언희 감독, 차성덕 감독 등 여성 감독과 평론가로만 대담을 진행했고, 이전 다른 인터뷰나 비평에서 접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뒤늦게나마 흥미로운 일독을 권한다. CGV아트하우스의 김기영 헌정관 개관 기념 영화제는 11월 28일까지 열린다.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은 역시 <하녀>(1960)로부터 시작되는 ‘女’ 시리즈라고 할 수 있
[주성철 편집장] 김기영 감독의 80년대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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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응답했다. 11월 14일 청년유니온은 “10월 19일 이용득 국회의원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체불임금 지급 촉구 및 영화제 노동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개최 기간 계약직 영화제 스탭 149명에 대한 체불임금 추산액이 1억2400만원임을 밝혔지만 아직 공식 사과가 없다”며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가 이번 대규모 체불임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실효성 있는 체불임금 지급계획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틀 후인 16일, 부산국제영화제 이사회가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시간외근로수당’에 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한 결과다. 입장문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미지급된 ‘시간외근로수당’에 대해 부산시와 재원 확보 방안을 논의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시정조치하도록 노력”하고, “국내에서 개최되고 있는 다른 국제영화제들과 함께 스탭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적정 임금을 보
부산국제영화제, 청년유니온이 제기한 체불임금 지급 요구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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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5일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지난해 개봉한 동명 실사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일본의 경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콘텐츠는 TV 애니메이션→극장판 애니메이션→실사영화의 순으로 제작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만화가 아닌 소설이 원작이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순서가 바뀐 것은 독특한 사례. 그렇다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실사가 먼저 등장한 후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화된 영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몇 안 되는 선(先) 실사, 후(後)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모아봤다. 리메이크뿐 아니라 리부트, 스핀오프 작품들도 포함했으며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 개봉 애니메이션 영화만 선정했다.
넷플릭스 <고질라> 시리즈
괴수영화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혼다 이시로 감독의 <고지라>(1954). 혼다 이시로 감독의 영화는 모르더라도 고질라(해외로 수출되며 고지라에서
선(先) 실사, 후(後) 애니! 실사 영화를 리메이크한 애니메이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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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로, 조니 뎁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 가장 강렬한 얼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영화를 가로지르는 키를 쥔 인물, 레타 레스트랭을 연기한 조 크라비츠의 독보적 존재감이 눈에 띄는 영화다. 눈빛과 말투만으로 묘한 분위기를 형성해내던 그녀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작품. 데뷔 이후 10년간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며 독보적 개성으로 할리우드에 뚜렷한 인장을 새기고 있는 조 크라비츠에 대한 소소한 사실을 모아봤다.
1. 제이슨 모모아의 의붓 딸
아빠는 히어로, 딸은 마법사다. 조 크라비츠는 DC의 아쿠아맨을 연기 중인 제이슨 모모아의 의붓 딸이다. 그녀의 어머니인 배우 리사 보넷이 전 남편이자 조 크라비츠의 친부인 뮤지션 겸 배우 레니 크라비츠와 헤어지고 난 후 제이슨 모모아와 사랑에 빠진 것. 2005년 처음 만난 리사 보넷과 제이슨 모모아는 두 명의 아이를 낳고, 12년의 열애 끝에 2017년 공식 부부가 됐다.
2. 데뷔작은 <사랑의
아쿠아맨의 딸? 조 크라비츠에 대한 소소한 사실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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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휩쓸었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그 뒤를 이을 <반도>에 이정현이 강동원과 함께 주연으로 물망에 올랐다. 11월21일, <스타뉴스>는 “이정현이 강동원과 <부산행> 세계관의 <반도>로 호흡을 맞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정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뜻을 전했다. 강동원 역시 지난 10월 <반도>의 출연을 제안받았지만,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황이다.
<반도>는 <부산행> 이후, 좀비 바이러스가 전역에 퍼진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정석이 생존자들을 이끌고 있는 민정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이 그대로 메가폰을 잡으며 강동원이 정석 역에, 이정현이 민정 역에 출연 논의 중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부산행>의 프리
이정현X강동원, 연상호 감독 연출 <부산행> 시퀄 <반도> 주연 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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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디지털화되고 음악계 속도가 빨라지면서 아티스트들의 체력과 창의력도 전보다 빨리 소모되고 있다. 특히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신에서 요즘 이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DJ 중 한명인 하드웰은 지난 9월 돌연 무기한 투어 중단을 선언하고 휴식기에 들어갔다. 언론과 팬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보면 그가 얼마나 지친 상태인지 짐작된다. “24시간 하드웰로 살다보니, 에너지, 사랑, 창의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생활이 거의 남지 않게 됐다.”
DJ 카니지도 11월 초 기약 없는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EDM 최전선에서 물러났다. 그의 경우는 좀더 심각하다. “정신 및 육체적 건강”을 언급하며 “위험신호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얼마간 그들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이제 아티스트들이 무조건 견디지 않고 솔직히 한계를 인정할 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재충전 뒤에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팬들은
[마감인간의 music] 카이고 <Happy Now>,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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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박해일이 시를 읊는다. 중국에서 어린이라면 누구나 읊을 줄 안다는 낙빈왕의 <영아>(咏鹅)라는 시를 말이다. 선뜻 상상이 되지 않는 풍경이다. 장률 감독이 평소 박해일의 아이 같은 면모를 떠올린 이미지인데 그것이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이 영화는 박해일이 맡은 윤영이, 송현(문소리)이 선배(윤제문)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송현과 함께 군산으로 여행 가면서 시작된다. <경주>(2014), <필름시대사랑>(2015)에 이어 장률 감독과 세 번째 작업한 이 영화는 박해일에게 어떤 여행이었을까. 현재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를 촬영하고 있는 그는 비니로 민머리를 감춘 채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18개월 된 둘째아이는 잘 크고 있나.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 때문에 집을 나와 있어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
-둘째라 육아가 첫째에 비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배우 박해일, "장률 감독은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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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시리즈의 차사 덕춘 역을 맡으며 원작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혔던 배우 김향기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모를 잃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된 <영주>의 영주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철부지 동생을 챙기며 살아야 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처음 공개된 차성덕 감독의 데뷔작 <영주>는 배우 김향기의 얼굴로 시작해 얼굴로 끝나는 영화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주라는 인물이 지닌 내면의 복잡함을 얼마나 다양하게, 또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배우에게는 큰 숙제임과 동시에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 하는 영화다. “올 한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좋은 기억들로만 채워져서 기쁘다”라고 말하는 김향기에게 <영주>는 어떤 영화일까.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수시 합격을 축하한다.
=합격 기사를 보고 나서야 내가 대학생이 되는구나, 라고 실감했다. <우아
<영주> 배우 김향기 -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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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오멸 감독은 두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났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영화 <눈꺼풀>(2016)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에 도전하는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어전설>(2016)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통제와 검열이 은밀하지만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시절 완성된 이 두편의 영화는 시대의 상처와 아픔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개봉한 <눈꺼풀>이 상징과 비유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의 아픔을 가늠하려 하는 진중한 분위기의 영화였다면, 11월15일 개봉한 <인어전설>은 제주도 어촌 마을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연을 닮은 생명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그녀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어이그, 저 귓것>(2009), <뽕똘>(2010), <하늘의 황금마차>(2013) 등의 전작을 통해 자신
<인어전설> 오멸 감독 - 해녀들의 삶 자체가 곧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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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송새벽에게 있어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연 해다.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온 후 쉴 새 없이 연기 생활을 이어가던 그가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고, <7년의 밤>(2018)으로 돌아온 이후 활동 반경을 넓히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나의 아저씨>로 첫 TV드라마에 도전했고, 지난 11월 15일 개봉한 <해피 투게더>는 그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휴먼 드라마다. 송새벽이 연기하는 영걸은 관광 나이트클럽에서 하늘(최로운)의 아빠 석진(박성웅)의 일자리를 뺏는 ‘생계형’ 색소포니스트인데, 석진 부자의 끈끈한 모습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하늘이 아티스트로서 가진 능력을 발견한 이후에는 친아빠만큼 애정을 쏟는다. “예전부터 따뜻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들어오더라. <해피 투게더> 시나리오를 받고 되게 하고 싶었던 장르라고 생각했다.” 현실의 송새벽과 가장 가까운 장르는 오히려 <해피 투게더
<해피 투게더> 배우 송새벽 - 느리게 나의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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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래미 맬렉이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로 캐스팅됐다는 뉴스가 떴다. <미스터 로봇>의 해커 엘리엇 역으로 제68회 에미상 드라마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었지만,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전기영화에서 밴드의 프론트맨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할 만큼의 중량감을 래미 맬렉에게서 발견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래미 맬렉이 프레디 머큐리 역의 캐스팅 1순위는 아니었다. 프레디 머큐리와 외형적 이미지가 비슷한 사샤 바론 코언과 또 다른 벤 위쇼가 <보헤미안 랩소디>에 언급되었지만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 <미스터 로봇>을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은 커다란 눈과 견고한 턱 때문에 고집스럽고 예민한 예술가의 인상을 풍기는, 이집트인 부모를 둔 미국 태생 래미 맬렉에게 손을 내밀었다. 퀸의 팬이었던 래미 맬렉은 부담감을 떨치고 차츰 프레디 머큐리가 되어갔다. 지그재그로 리듬을 타며 스타카토로 걷는 걸음걸이나 짧은 스탠딩 마
<보헤미안 랩소디> 래미 맬렉 - ‘레전드’를 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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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마르 베리만의 영화 속 의상에 관해 오랜 시간 연구해왔다. 베리만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기에 특히 흥미롭다.
=9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 영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나는 2007년부터 스톡홀름대학에서 영화 미장센, 특히 의상에 집중하는 수업과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영화산업과 패션산업의 오랜 연결고리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트랜스 학문은 전세계적 유행이 되었고, 특히 영화와 패션 스터디의 접목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의상분야를 다루자면, 시대적인 상황상 자연스럽게 여성 인력들을 발굴하는 작업이 될 것 같다.
=대다수의 여성 스탭들은 익명으로 남겨지기 마련이었다. 베리만과 함께 작업한 스탭 중에서 의상 디자이너인 마릭 보스를 소개하고 싶다. 베리만과 4편의 영화를 함께했고, <처녀의 샘>(1960)에서 보여준 뛰어난 중세시대 의상으로 제33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흑백영화
[제7회 스웨덴영화제③] 스톡홀름대학교 영화학과 루이스 발렌베리 교수 - 의상을 통해 읽는 베리만 영화 속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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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스웨덴 공영방송 <SVT>에 입사해 아직까지 일하고 있다. 기자, 프로듀서,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방면을 섭렵 중인데.
=뉴스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아이를 임신하고 1986년부터 문화예술부로 자리를 옮겼다. 지극히 사적인 관심에서 지원한 일이었다. 지금도 문화예술계 소식을 종종 뉴스로 전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작업에 좀더 집중하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용 다큐멘터리의 책임 프로듀서로도 활동 중이다.
-잉마르 베리만이 노년을 보낸 포뢰섬을 방문해 그를 인터뷰한 유일한 언론인이다.
=1983년에 인터뷰차 베리만을 처음 만났고, 1997년에 <SVT>의 문화지에 들어갈 긴 인터뷰를 나눈 것이 중요한 계기를 됐다. 이후 그가 나에게 편견 없이 대해주어서 고마웠다고 전화를 해왔다. 당시 업계에서 잉마르 베리만은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나는 그와의 대화가 꽤 편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더 심도 있는 만남을 가져야
[제7회 스웨덴영화제②] <베리만 아일랜드> 마리 뉘레로드 감독 - 그는 외로웠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