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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모스크바 테러의 배후로 체첸 분리주의자를 지목하고 대테러 작전을 이유로 2차 체첸 전쟁을 일으킨다. <더 서치>는 체첸에 탱크를 끌고 도착한 러시아 군인의 기록물과 같은 영상으로 시작된다. 평범한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총살도 서슴지 않는 군인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은 8살 소년 하지(압둘 칼림 마무치예프)의 시선이다. 어린 동생을 끌어안고 창 뒤에 숨어 부모의 죽음을 지켜본 하지는 목격자이자 피해자이다. 18개월 된 동생을 안고 피란길에 오른 하지는 어느 집 앞에 동생을 버리고 도망치고, 도심의 난민캠프에 도착하지만 충격과 죄책감으로 말을 잃어버린다. 전쟁고아들을 위한 캠프를 운영하는 헬렌(아네트 베닝)과 유럽연합 인권위원회의 캬홀(베레니스 베조)은 체첸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노력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피로와 절망만 쌓여간다. 길에서 우연히 하지와 만난 캬홀은 소년을 집에 데려가 상처를 보듬는다. <더 서치>는
<더 서치> 체첸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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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출사표를 던진, 한국 장편애니메이션계의 희망 같은 작품.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의 오성윤 감독과 이춘백 애니메이션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언더독>은 두 감독이 오돌또기라는 제작사를 설립해 6년여의 작업 과정과 3D 애니메이팅 기술을 새롭게 더한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버림받은 보더콜리 뭉치(도경수)가 시추 짱아(박철민)를 비롯한 유기견 동료들을 만나 철거촌 은신처에 합류하고, 들개 밤이(박소담)와 생애 첫 로맨스를 경험하는 나날로 이어진다. 거대한 굴착기와 유기견 포획꾼의 횡포 앞에서 이 ‘언더독’들은 과연 세상에 어떤 반격을 가할 수 있을까.
두 감독은 공장에서 태어나 펫숍에서 분양되는 강아지들이 인간에게 쉽게 버림받은 뒤, 이후엔 거리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잔혹하게 포획되는 세태를 그리고 있다. 강아지 공장과 유기 등 동물 복지 이슈를 품은 <
<언더독> 댕댕이들의 위대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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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는 <언브레이커블>(2000), <23 아이덴티티>(2016)와 이어지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히어로 3부작의 종착역이다. 초월적 힘을 가진 전작들의 주인공이 <글래스>에서 한데 모인다. 강철 같은 신체 능력과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죄를 감지하는 능력을 지닌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 선천적으로 쉽게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지만 머리가 비상한 엘리야 프라이스(새뮤얼 L. 잭슨), 24개의 인격을 가진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확장된 세계에서 만난다. <언브레이커블>이 데이빗 던의 이야기였고, <23 아이덴티티>가 ‘비스트’의 존재를 품은 케빈의 이야기였다면 <글래스>는 유리 몸의 엘리야, 즉 설계자 ‘미스터 글래스’가 중심축이 되는 영화다.
틈틈이 도시의 수호자로 활약하며 지내던 데이빗은 납치범 케빈의 존재를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비범한 능력을 알아보지만 대결을 마무리
<글래스> 24개의 인격, 강철 같은 신체, 천재적 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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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졸업 후 서른살에 영화학교에 들어갔다는 홍승완 감독.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정보에는 필모그래피가 30여편이 넘는 노련한 촬영부 이력이 있기에 그에 대해 물었더니, 동명이인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6월, <배심원들> 대본 리딩을 위해 자리한 감독 너머 대형 프로젝터 화면엔 “처음이라 잘하고 싶어요”라는 글씨가 나타나 있었다.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홍승완 감독의 시나리오는 무작위 추천으로 뽑힌 평범한 사람들이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보통 사람들의 힘”이라는 감독의 믿음 아래, <배심원들>의 인물들이 열과 성을 다해 법정을 누비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올해 2월 중순 마무리를 목표로 후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홍승완 감독을 만났다.
-시나리오 소재로 국민참여재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막중한 임무를 맡아서 애쓰는 이야기가
[2019년 한국영화㉘] <배심원들> 홍승완 감독 - 진심을 다해 애쓰는 오합지졸들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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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대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가족이란 복잡 미묘한 관계의 본질을 한줄로 짚어낸다. 다시는 보기 싫을 만큼 지긋지긋하다가도 가족이기에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듬고, 하나로 뭉치는 것 같다가도 가족이라서 더 털어놓을 수 없는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산다. 이동은 감독은 <환절기>(2017), <당신의 부탁>(2018)에 이어 다시 가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만 이전보다 한층 밝은 톤으로 생활밀착형의 이야기를 다룬다. 17년 전 집을 나간 엄마의 엽서를 받게 된 삼 남매는 진주에서 파주까지 함께 길을 떠난다. 각자의 삶 속에서 너도 나만큼 아프다는 걸 알고 서로를 껴안는 관계. 그래서 다시, 가족이다.
-<환절기> <당신의 부탁>에 이은 세 번째 영화다. 이번에도 역시나 가족에 대한 영화다. 이로써 ‘가족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완성된 셈인
[2019년 한국영화㉗] <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 - 생활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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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가 될 것 같다.” 전작 <노무현입니다>를 만든 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창재 감독은 깜짝 선언을 했다. <길 위에서>(2012), <목숨>(2014), <노무현입니다>(2017) 등 다큐멘터리를 줄곧 작업해오던 그가 새로운 길을 가겠다니. 막연한 바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말을 입 밖에 낸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정말 자신의 첫 장편 상업영화인 <모범시민>을 준비하고 있었다. 선언이 현실이 된 셈이다. <모범시민>은 사학 비리에 맞서기 위해 교육의원 선거에 나서게 되는 평범한 교사를 그린 이야기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제작사로부터 시나리오 초고를 받았을 때 어땠나.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던 이야기인데 코믹하게 풀어놓았더라. 사흘 동안 네번 정도 읽었는데 이야기가 잘 붙지 않았다. 제작자와 협의해 이야기를 새로 썼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2019년 한국영화㉖] <모범시민> 이창재 감독 - 시대정신과 사회적 담론이 매칭될 때 영화에 운이 따라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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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 2km>(2004), <차우>(2009), <점쟁이들>(2012)의 신정원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 않는 인간들’이 벌이는 죽여주는 이야기다. 전작들보다 진화한 하이브리드 장르의 영화가 될 것 같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라이터를 켜라>(2002), <불어라 봄바람>(2003), <기억의 밤>(2017)의 장항준 감독이 썼다. 코미디 ‘만렙’ 장항준 감독과 (영화적으로) 한 고집 하는 신정원 감독의 만남이라는 데서부터 벌써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긴다. 2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신정원 감독을 만났다.
-장항준 감독이 오래전에 쓴 시나리오다.
=장항준 감독님과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닌데, 내가 본인의 시나리오를 연출하게 됐다고 하니 좋아하시더라. 시나리오에 매력 포인트가 많았다. 짧은 시간 안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소동도 재밌고, <죽지 않는 인간들의
[2019년 한국영화㉕]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신정원 감독 -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코미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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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영화가 무서워졌다. 내가 잘하고 자신 있는 작품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소공녀>(가제)는 나에게 잘 붙는 이야기였다.” <신부수업>(2004), <허브>(2007) 등을 연출한 허인무 감독은 한동안 한국영화계를 떠나 중국에서 혹은 드라마계에서 활동했다. “도회적인 젊은 여성이 나오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2011)는 시골 사람인 나에게 좀 낯설었는데, 솔직히 미진한 결과를 낳았다”고 고백한 그는 “점점 남성 위주의 영화가 즐비한 상황에서 나한텐 그런 영화가 별로 재미가 없더라”는 점도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태어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함께 살았기 때문에 “나에게는 소스가 있다”고 생각해 시작했다는 <소공녀>(가제)는 갓 태어난 동생 진주를 업고 갑자기 나타난 손녀 공주와 할머니 말순 사이에 싹트는 가족애를 다룬 휴먼 드라마다. 일견 소박한 기획처럼 보이지만 세대를 대표하는 ‘연기 귀신’ 나
[2019년 한국영화㉔] <소공녀>(가제) 허인무 감독 - 잊혀져가는 것을 붙잡고 싶은 안타까움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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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0억원, 비수기 개봉, 100만 관객 돌파. ‘알짜 흥행’으로 충무로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날, 보러와요>(2015)의 영화사 올과 이철하 감독이 다시 뭉쳤다. 엄정화 주연의 비행기 하이재킹 영화라는 기획부터가 신선하고, 공동 제작사로 사나이픽처스가 합류하면서 판이 커졌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잠시 들러 분위기를 한껏 띄우기도 했는데, 영화를 둘러싼 전반적인 기운이 긍정적이라는 인상을 초입부터 받았다. 이철하 감독은 “여성 주연의 비행기 하이재킹 액션 코미디라고 하면 작은 소동극을 예상하는 분도 있지만, 우린 좀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감독으로 합류한 지 1년 반 정도 됐다고 들었다.
=원래 스케일 크고 빠른 편집을 보여주는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1975),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성룡의 <폴리스스토리> 시리즈, <
[2019년 한국영화㉓] <오케이! 마담> 이철하 감독 - 기내식이나 쟁반 등 도구 활용한 액션도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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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는 배우 이영애를 캐스팅하며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작품이다.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3년 동안 영화를 찍지 않았으니, 어떤 이야기가 이영애의 마음을 움직였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찾아줘>는 실종된 자신의 아들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봤다는 제보를 받으면서 자식을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엄마의 이야기다. 진부한 모성이 아닌 강인하고 특별한 모성을 그리려 했다는 김승우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는 종종 이영애의 미담으로 끝을 맺곤 했다.
-실종 아동과 부모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고 발전시켜나갔나.
=2008년에 처음 이야기를 썼고, 10년 동안 영화가 들어갈 듯하다 마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땐 실종 아동 사건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영화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도 조금 변했다.
[2019년 한국영화㉒] <나를 찾아줘> 김승우 감독 - 이영애 배우와 함께 ‘진짜’를 찾아가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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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찍고 영화 인생 끝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하는 거다.” <내부자들>(2015)과 <마약왕>(2018)에 이어 우민호 감독이 더 큰 현대사의 ‘고발’에 손을 댔다.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정권 18년간 ‘마피아와 다를 바 없는’ 행각으로 한국 중앙정보부(KCIA)가 벌인 정치공작과 그로 인한 비화와 비사를 기술한 김충식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첩보물. 최고 권력자 박통(이성민)을 저격한 김규평(이병헌)과 박용각(곽도원)을 중심으로 1970년대 공포정치의 실체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탐구한다. “현시대의 문제점, 그 뿌리는 1970년대 부모님 세대에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크랭크인해 촬영 중반에 접어든 지금, 우민호 감독은 “고발 시리즈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마약왕>을 신나게 찍었다면, 이번엔 하루하루 버티고 의심하면서 찍고 있다.” 살얼음판 같은 현장의 한가운데 있는 우민
[2019년 한국영화㉑]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 - 권력의 속성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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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감독에 따르면 <증인>은 광화문에서 시작해 광화문에서 마무리되는 영화다. “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활발하게 교류되는 장소”인 광화문이 그에게는 소통을 바라는 한국인의 갈증을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소로 다가왔나 보다. 그의 신작 <증인>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두 남녀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며 불가능해 보이던 소통을 이뤄내고자 하는 이야기다. 타인의 삶에 대해 알려 하지 않고, 깊이 개입하려 하지도 않는 최근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교집합이 없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의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의 기적을 조명하는 <증인>은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3), <오빠생각>(2015) 등의 작품에서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사려 깊은 필치로 그려온 이한 감독다운 선택이다.
-<증인>은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2019년 한국영화⑳] <증인> 이한 감독 -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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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메가폰을 잡지 않았을 뿐 조철현 감독은 지난 30년 가까이 한국영화계의 성실한 파수꾼으로 이름을 새겼다. 한국영화배급주식회사, 오픈시네마, 씨네월드, 타이거픽쳐스, 영화사 두둥을 거치며 한국영화 제작과 외화 수입에 힘썼고, 그가 자막 번역한 외화의 수만 800편이 넘는다. 특히 기획, 제작, 각본에 두루 참여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들(<황산벌>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평양성> <사도>)을 살피면 역사극의 베테랑이라 할 만하다. 조철현 감독이 이번엔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세 배우와 함께 오랫동안 준비해온 훈민정음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다.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를 둘러싸고 세종과 신미대사 그리고 소헌왕후의 우아하고도 첨예한 협업을 그려낼 작품이다. 촬영 중반을 훌쩍 넘긴, 지난해 12월 중순 조철현 감독을 만나 데뷔작의 면면에 대해 물었다.
-세종대왕이라는 익숙한 위인에게서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l
[2019년 한국영화⑲]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 갈등, 질투, 화해와 협업으로 완성되는 팽팽한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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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주에 이어 2019년 또 다른 10편의 한국영화 신작과 만난다. 올해 개봉을 목표로 연말 연초를 잊고 촬영장에서, 또 편집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감독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간 구상하고 직접 촬영 현장에서 부대끼며 열과 성을 다했고, 혹은 다할 예정인 작품들에 대한 최초 공개인 만큼 그들 모두 흥분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와 함께 처음 공개되는 영화의 이미지, 시놉시스를 비롯해 미리 완성된 영화를 그려볼 수 있게끔 관전 포인트도 정리했다. 이로써 3주에 걸쳐 총 28편의 기대작을 모두 소개했다. 기대 감독들의 대거 귀환, 장르의 다변화와 함께 2019년 극장가도 여전히 뜨거울 것 같다.
[연속 특집3] 2019년 한국영화 신작 감독과의 대화 ⑲ ~ 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