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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토(사이토 다쿠미)는 삼촌(벳쇼 데쓰야)과 함께 아버지(이하라 쓰요시)의 라면 가게 일을 돕는다. 라면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라면 가게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먹을 만큼 지역 명물이다. 대화가 거의 없고 관계가 서먹하기만 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난다. 마사토는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보다가 어머니(재닛 아우)의 일기장과 사진 그리고 싱가포르에 사는 외삼촌의 편지를 발견한다. 마사토의 어머니는 싱가포르 출신으로, 싱가포르에서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고, 마사토가 열살 때 세상을 떠났다. 마사토는 싱가포르로 떠나고,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맛집 블로거 미키(마쓰다 세이코)의 도움을 받아 바쿠테 식당을 운영하는 외삼촌(마크 리)을 만난다.
일본인 아버지와 싱가포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사토가 치킨 라이스, 칠리 크랩, 피시헤드카레 등 싱가포르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에 얽힌 사연을 하나씩 알아간다. <면로>(1995), <12층>(1997),
<우리가족: 라멘샵> 아빠의 요리 ‘라멘’과 엄마의 요리 ‘바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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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청춘영화 스타인 고마쓰 나나가 중학생 시절의 실제 육상부 경험을 살려 달리기를 사랑하는 17살 소녀로 분했다. 타 학교 선수들의 동경과 질투를 한몸에 받는 최고의 에이스였지만 갑자기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서 더이상 트랙 위에 오르지 못하게 된 타치바나 아키라(고마쓰 나나)는 재활 훈련을 포기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이유는 단 하나, 레스토랑 점장 콘도 마사미(오이즈미 요)가 보여준 자상함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진실이든 일탈이든 아키라의 사랑이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을 것임을 헤아린 마사미는 서두르지 않되 분명하게 아키라가 다시 꿈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득한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마유즈키 준이 연재해온 동명의 인기 만화가 지난해 완결되면서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이다. 45살의 아저씨를 사랑하는 여고생이라는 컨셉은 호불호가 갈릴 법하지만 엄밀히 말해 둘의 로맨스가 극의 핵심을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아키라의 일방적인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달리기를 사랑하는 17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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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조민경)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만두 가게에서 돈을 빼돌리다 들켜 해고된다. 공무원 학원에선 강의를 몰래 듣다가 가방을 싸고, 보증금까지 까인 지하 월세방 입구엔 방을 곧 빼겠다는 쪽지가 붙어 있다. 집 대신 머물곤 하는 주인 없는 컨테이너에선 가끔 돈을 받고 진규(이주원)와 섹스를 한다. 갈 곳이 없어진 민경은 룸메이트 여진(김성령)이 자살기도 후 요양하고 있는 시골집으로 향한다. 여진은 민경을 반갑게 맞으며 자신의 것을 내주지만, 민경은 유복한 가정환경의 여진을 질투하며 호의를 동정으로 받아들인다. 여진의 집에서도 도망치듯 나온 민경은 진규집에서 그의 어린 아들과 함께 며칠을 보낸다.
“미워하는 마음을 아무리 숨기고 숨겨도 상대방은 다 알잖아.” 어디 미움뿐일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가난도 마찬가지다. 민경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행의 조건을 헤쳐나가지만 민경의 생존방식은 도둑질과 거짓말과 험담 같은 것들이다. 민경의 악의는 다시 칼이 되어 민경을 겨눈다. <이월>
<이월> 생존을 위해 자꾸만 나쁜 선택을 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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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시를 쓸 때 가장 애용하는 종이는 어떤 종이일까? 바로 달력이다. A4 용지를 준다고 해도 만류하고 굳이 달력 뒤편에 쓰겠다고 한다. 몸 깊숙이 밴 절약 습관이 시인이 된 뒤에도 중요한 정체성으로 남은 것이다. 영화 <시인할매>는 이렇게 할머니들의 시 쓰는 삶을 담으며 전라남도 곡성군에서 영화 <곡성>(2016)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 모든 일은 곡성군 입면에 ‘길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주택을 개조한 작은 도서관을 지키던 김선자 관장이 자꾸만 책을 거꾸로 꽂아놓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한글 수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할머니들은 2009년부터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2016년엔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책까지 냈다.
“시를 쓰라화니 생각이 안 나… (중략)… 어터캐 쓸카.” 영화는 매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도서관에 삼삼오오 모여든 할머니들의 모습을 정겹게 따라간다. 19살 무렵에 결혼을 하고 60여년
<시인 할매> 할머니들의 시 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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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나현주)은 남한에서 경찰로 위장해 활동 중인 북한 공작원이다. 특출한 능력을 인정받은 경찰이지만,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는 고위 간첩 연주(주혜지)를 만나 북에서 내려온 지령을 받는 일이다. 연주는 남한에서 아이돌 연습생으로 위장 중인데, 방송에서 이상한 댄스를 추며 인지도를 넓혀가는 중이다. 물론 이 또한 방송 관계자를 포섭하기 위한 간첩 활동이다. 어느 날 지원은 상부로부터 마트료시카 인형 속에 든 물품을 북으로 긴급히 운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지원은 북으로 이동 중에 DMZ에서 인형을 잃어버리고, 수상한 여자 두명과 마주친다. 사실 이 두 사람은 여성에게 폭력을 가한 남성들을 연쇄살인하고 도주하는 중이다. 북으로 가야만 하는 간첩과 경찰을 피해 달아나야 하는 남한의 두 여성, 이들은 총을 사이에 두고 심리전을 벌이게 된다.
오인천 감독의 전작 <데스트랩>(2018)이 DMZ에서 연쇄살인마와 여형사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었다면, <폴리스 스파이&g
<폴리스 스파이> DMZ에서 마주친 4명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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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나 타라”는 코치의 충고에도 피겨 선수를 꿈꾸던 어린 나디아(이글라야 타라소바). 엄마는 그런 나디아에게 “네가 최고야”라고 용기를 주는 세상 최고의 조력자지만 병으로 죽고 만다. 나디아는 그녀를 딱하게 여긴 코치의 도움으로 결국 선수의 길에 입문한다. 하지만 피겨 간판선수 레오노프(밀로스 비코비치)의 파트너로 승승장구하던 중 나디아는 아이스컵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다. <아이스>는 좌절한 나디아가 <스타워즈> 덕후에, 자유분방한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브)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는 과정 그리고 둘 사이의 로맨스를 빠른 호흡으로 따라가는 영화다.
재능을 인정받고 모스크바로 활동무대를 옮기지만 나디아가 자라고 피겨를 배운 곳은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바이칼호가 있는 이르쿠츠크다. 빙판을 무대로 큰 꿈을 꾸는 게 낯설지 않은 환경. 피겨가 세상의 전부였고, 피겨밖에 몰랐던 나디아가 피겨를 통해 사랑에 이르기까지. <아이스>의 플
<아이스> 아슬아슬 빙판 위 달콤살벌 피겨스케이팅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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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드림웍스 등의 작품으로 3D 애니메이션 영화 최강자가 된 미국. 스튜디오 지브리를 선두로 호소다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감독 등이 활약하며 2D 애니메이션 영화의 입지를 지키고 있는 일본. 이에 반해 확실히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인지도는 현저히 낮은 현실이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을 배출한 오돌또기 스튜디오. 그들이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 <언더독>도 현재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영화보다는 주로 TV 시리즈, 게임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는 국내 스튜디오들이 있다. 각 스튜디오 별로 작품의 분위기, 작화도 다양하다.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앞날을 책임질 여섯 개의 국내 스튜디오들을 소개한다. 해외 작품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튜디오들은 제외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앞날을 책임질, 국내 스튜디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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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형사들은 없었다. 이들은 형사인가 치킨집 직원인가. 개봉하기도 전에 유행어가 된 고 반장(류승룡)의 대사를 빌려 소개한, 영화 <극한직업>의 주인공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이다. 형사가 위장 수사를 하기 위해 치킨집을 차렸다가 맛집으로 소문난다는 영화의 설정은 만화 같다.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이야기가 생생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비결은 관객을 성실하게 설득한 이병헌 감독의 연출이다.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의 각색을 맡았고, 다큐멘터리 <힘내세요, 병헌씨>(2012), <스물>(2015), <바람 바람 바람>(2018)을 연달아 연출한 그다.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 1월 21일 만난 그의 얼굴은 다소 긴장돼 보였다(1월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은 개봉 첫날에만 무려 관객 36만여명(영화관입장권통
[설 연휴 영화④]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 코미디로 시작해 통쾌함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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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물과 카체이싱의 결합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뺑소니 사고를 전담하는 경찰 특수반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 <뺑반>은 당신의 예상을 기분 좋게 비껴갈 것이다. <차이나타운>(2015)에서 누아르의 전형을 신선하게 비틀어낸 바 있는 한준희 감독은 이번에도 익숙한 장르의 결합에서 기어코 새로운 지점들을 찾아내 선보인다. <뺑반>은 장르와 리얼리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시도하는 영화다. 대규모 추격전이나 현란한 카체이싱 장면이 시각적 쾌감을 극도로 추구하는 가운데 경찰들의 고달프고 열악한 수사 환경과 투철한 직업정신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화려하면서도 사실적인, 사람의 얼굴을 한 카체이싱 액션이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형사물, 카체이싱 모두 한국영화의 단골 소재지만 뺑소니 사고만 다루는 경찰 특수반을 조명한 건 처음이다.
=일상에서 뺑소니는 심각한 범죄지만 영화에서는 마약, 기업 비리 등에 비해 대수롭지 않게 그
[설 연휴 영화③] <뺑반> 한준희 감독 - 카체이싱이라는 장르, 경찰이라는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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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드래곤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단다.” 드래곤과 인간이 공존하는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의 세계관은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 가득하다. 버크섬에 사는 <드래곤 길들이기>(2010)의 주인공들인 바이킹은 씩씩한 체력과 저돌적인 리더십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산다. 특히 마을을 이끄는 히컵의 아버지 스토이크는 이쑤시개처럼 말라비틀어진 아들을 드래곤도 제대로 못 죽인다며 불신했다. 돌이켜보면 이 시리즈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 히컵의 투쟁기였다. “드래곤을 길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히컵은 자신이 살려준 나이트 퓨어리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히컵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람들의 삶도 변화시킨다.
1편이 흥행에 성공하자, 제작사 드림웍스는 <슈렉> <쿵푸팬더> <마다가스카> 시리즈의 뒤를 이어 <드래곤 길들이기> 역시 3부작으로 완결되길 바랐다.
[설 연휴 영화②] <드래곤 길들이기3> 시리즈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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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락’(The Fall)이란 재앙을 겪은 지구는 초토화되고 기술 문명의 발전이 멈춰버렸다. 하지만 인류는 살아남아 폐허 위에서 또 다른 문명 세계를 건설하기 시작하고 사이보그 기술에 의존해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평범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고철도시에 머물며 지식과 부를 가진 자들이 산다고 전해지는 하늘 위에 떠 있는 공중도시 자렘을 우러러보며 산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필생의 프로젝트로 알려진 <알리타: 배틀 엔젤>이 제시하는 미래는 암울하다. 그 속에서 생명 연장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웅이 탄생하니, 바로 10대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로사 살라자르)다. <아바타>(2009)를 탄생시킨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만들어낸 알리타는 제작 발표 때부터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까지 많은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원작인 기시로 유키토의 만화 속 캐릭터 ‘갈리’의 외형을 그대로 옮겨온 탓에 언캐니밸리(인간과 똑같이
[설 연휴 영화①] <알리타: 배틀 엔젤>의 세계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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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이 개봉일에만 36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말모이>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렇게 설 연휴 극장가의 문이 열렸다. 이어 한주 뒤인 1월 30일 본격 카체이싱 장르를 표방하는 <뺑반>과 성대하게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드래곤 길들이기3>가 개봉하고, 2월 5일에는 <아바타>의 웨타 디지털 스튜디오가 선보이는 기술 혁신이 담긴 <알리타: 배틀 엔젤>이 개봉한다. 물량 면에서 화려하다 할 수는 없지만 장르와 스케일만큼은 여느 때 못지않다. <극한직업>과 <뺑반>은 각각 이병헌 감독과 한준희 감독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드래곤 길들이기3>와 <알리타: 배틀 엔젤>은 영화의 이해를 돕는 정보들을 가득 실었다. 당신은 이중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설 연휴, 영화 뭐 볼까 ① ~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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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화등급분류위원회는 지난 1월 18일, 영화 등급 구분과 관련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변화는 강간 및 다른 유사 형태의 성폭력과 관련한 장면을 하나라도 포함하게 될 경우 15세 이하 관람가 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성폭력과 관련한 묘사가 ‘상세하거나 길게 설명’된다면,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 아닌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위원회의 최고 경영자 데이비드 오스틴은 “이번 지침 변경은 지난 5년간 1만명 이상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개 조사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2013~14년 조사 때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강간 및 성폭력 등에 대한 대중의 태도”라고 말했다. 위원회의 규정 준수 책임자인 크레이그 래퍼 역시 “이번 의견 수렴 기간 중 받은 가장 큰 피드백은 12A(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에서는 성폭력과 연관되는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사회의 성범죄
[런던] 영국영화등급분류위원회, 성폭력 장면 포함시 무조건 15세 이상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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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제작 외유내강 / 감독 장재현 / 출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2월 20일
문제는 ‘그것’이다. 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인 박 목사(이정재)는 신흥종교단체 ‘사슴동산’의 비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것에 대해 듣게 되고 점차 의문의 사건들을 마주한다. 종교단체의 교주이자 정비공인 나한(박정민), 엄마 배 속에서 그것과 함께 태어났다고 말하는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가 그 중심에 있다. <검은 사제들>(2015)로 한국형 오컬트 무비의 저력을 보여준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이 천주교의 구마 의식을 영화적으로 풀어냈다면 이번엔 불교의 세계관을 매혹적으로 침투시켰다. 제목 ‘사바하’는 불교의 산스크리트어 주문에서 마지막에 주로 덧붙이는 말. 영화는 부처의 수호신이자 본래 인도 설화에서 귀신들의 왕인 사천왕 설화를 곁들여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가짜를 밝히려는 자와 믿음을 가진 자
[Coming Soon] <사바하>, 신흥종교단체 ‘사슴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