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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주>의 김태윤 감독은 아직 미완성인 영화에 대해 “나의 취향대로 찍은 첫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이전의 영화들은 안 그랬느냐고 곡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는 <재심>(2016), <또 하나의 약속>(2013)을 연출하며 온갖 외압에 맞섰던 감독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여러 장르영화의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하던 시절에 직접 <미스터 주>의 원안을 만든 감독으로서 이 이야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과연 관객이 신선하게 받아들일지, 엉뚱하게 받아들일지 만나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만들면서도 선례가 없는 영화이다 보니 더욱 어렵다”라고 말하는 김태윤 감독의 눈빛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화의 결과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영화 <미스터 주>가 안겨줄 색다른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미스터 주>는 어떤 기획에서 출발한 영화인가.
=처음
[2019년 한국영화④]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 나의 취향대로 찍은 첫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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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코미디가 바탕이 될 뿐.” 이계벽 감독의 솜씨를 더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희망적이고 선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할 수 있다. 불필요한 선정성 없이도 코미디영화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이계벽 감독의 <럭키>(2015)는 개봉 2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산뜻한 기록을 남겼다. 환호를 향해 달음질친 유해진이 재빨리 배턴터치한 새로운 주자는 바로 차승원. 이계벽 감독의 세 번째 작품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제목처럼 주인공 철수의 ‘미스터리’를 서서히 풀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어두운 장르영화들 사이에서 또 한번 귀한 오아시스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한창 후반작업 중인 이계벽 감독에게 기대와 궁금증을 동시에 전해봤다.
-지난 10월 크랭크업하고 현재까지의 상황은.
=갓 1차 편집을 마무리한 상태다. 앞으로 후반작업을 달릴 일만 남았다.
-<야수와
[2019년 한국영화③]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계벽 감독 -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희망이 담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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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강윤성 감독의 데뷔작 <범죄도시>는 680만 관객을 동원하며 놀라움을 안겼다. 12월에 열린 제18회 디렉터스컷 시상식에서 쟁쟁한 영화들을 제치고 <범죄도시>가 신인감독상을 가져간 것만 봐도 그렇다. 이날 강윤성 감독은 신작 <롱리브더킹> 촬영이 한창인 목포에서 영상 통화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현재 시즌3를 연재 중인 동명의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하는 <롱리브더킹>은 강윤성 감독이 시즌1까지의 내용을 토대로 장세출(김래원)이라는 불굴의 캐릭터를 그린다. 전작에서 증명한 통쾌한 리듬감에 사랑 이야기의 애틋한 감수성을 더하고자 했다는 강윤성 감독.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 로케이션을 위해 잠시 집으로 돌아온 그가 짬을내 인터뷰에 응했다.
-<범죄도시> 성공 이후 빠르게 차기작에 돌입했다. 쏟아진 시나리오가 많았을 텐데 <롱리브더킹>의 어떤 점에 끌렸나.
=데뷔하기까지 걸린 오랜 시간 동안 가장 갈망
[2019년 한국영화②] <롱리브더킹> 강윤성 감독 - 상황이 만들어내는 액션의 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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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다. ‘멜로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남성 캐릭터들간의 관계맺음과 감정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영화를 만드는 건.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이하 <천문>)는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과 당대의 천재 기술자 장영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다. 그동안 충무로에서 본격적으로 탐구된 적 없던 장영실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는 세종대왕과의 관계, 최민식(장영실 역)과 한석규(세종대왕 역)라는 두 걸출한 배우의 협업,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키워드는 <천문>을 2019년 가장 궁금한 한국영화의 목록 상단에 자리하게 만들었다. <덕혜옹주>(2016)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허진호 감독은 <천문>을 통해 어떤 시선으로 조선시대의 인물과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까. 크랭크업을 한달여 앞두고 촬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허진호 감독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밑그림을 짐
[2019년 한국영화①]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허진호 감독 - ‘최민식과 한석규 조합’으로 세종과 장영실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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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편의 한국영화 신작과 만난다. 새해 개봉을 목표로 크리스마스 시즌, 연말 연초를 잊고 촬영장에서, 또 편집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감독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간 구상하고 직접 촬영 현장에서 부대끼며 열과 성을 다했고, 혹은 다할 예정인 작품들을 최초로 공개하는 만큼 그들 모두 흥분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인터뷰와 함께 처음 공개되는 영화의 이미지, 시놉시스를 비롯해 미리 완성된 영화를 그려볼 수 있게끔 관전 포인트도 정리했다. 기대 감독들의 대거 귀환, 장르의 다변화와 함께 2019년 극장가도 여전히 뜨거울 것 같다. 물론 9편으로 끝이 아니다. 다음호, 그 다음호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감독들과 만날 예정이니 설레는 마음으로 계속 기다려주시라.
[연속 특집1] 2019년 한국영화 신작 감독과의 대화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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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으로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던 조던 필 감독이 전작만큼 파격적인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12월 25일(현지 시각), 유니버셜 픽쳐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호러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의 예고편을 깜짝 공개한 것. <겟 아웃>에 이은 조던 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어스>는 지난 5월 포스터를 공개한 이후 제작 기간 동안 영화의 상당 부분을 비밀리에 부쳐왔다.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다소 의미심장했던 지난 포스터 일러스트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고향 해변 마을로 휴가를 떠나는 부부. 밤이 되자 그들의 숙소 앞에 그들과 똑같은 생김새를 지닌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나타난다. 초대 받지 않은 이들의 등장으로 주인공들의 휴가는 긴장과 혼란이 뒤섞인 악몽으로 변한다. <노예 12년> <블랙 팬서>에 출연해 인지도를 높인 루피타 뇽이 중심 인물 애들레
<겟 아웃> 감독이 신작 찍으며 주연 배우에게 추천한 한국 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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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품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배우들에게도 한때 역할을 따내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패기부터, 나이 위조는 물론 학력 위조까지! 신인 시절부터 대범했던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 나이 위조형
밀라 쿠니스
“14살의 밀라 쿠니스, 18살이라고 제작진을 속이다”
밀라 쿠니스의 얼굴을 알린 작품은 FOX에서 방영된 시트콤 <70년대 쇼>다. <70년대 쇼>의 제작진은 18살 이상의 배우들을 캐스팅하길 원했다. 당시 14살이었던 밀라 쿠니스는 제 나이를 4살 위로 올려 18살이라는 가짜 나이로 오디션에 응했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외모를 지녔던 밀라 쿠니스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그녀는 거짓말이 들통나기 전에 역할을 따낼 수 있었다.
산드라 블록
“과학자가 되기 위해 제 나이를 3살 올린 26살의 산드라 블록”
<러브 포션 넘버 9>은 산드라 블록의 첫 주연작이다.
나이 위조는 애교? 배역 따내기 위해 거짓말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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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가 인도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지역과 언어로 구분되는 인도영화에서 힌디-영어권인 발리우드는 인도영화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연간 1천여편이 쏟아지는 곳에서 발리우드 또한 빙산의 일각이다. 전국구 발리우드와 비교해 인도의 로컬영화는 지역 감성을 대표하고 상업성보다 예술성을 추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완전한 설명은 아니다. 로컬영화도 때론 전국의 극장가를 점령해 상업성을 입증한다.
타밀어권 블록버스터 <2.0>은 많은 팬들이 열광해온 특유의 액션에 발리우드조차 대체할 수 없는 감성을 더했다. 영화의 배경은 남인도 타밀나두. 어느 날 모든 사람들의 핸드폰이 하늘로 솟구쳐 괴수로 변하고 불가사의한 힘으로부터 공격을 받자 당국은 결국 논란이 되고 있는 로봇 ‘치티’를 재가동시킨다. 치티는 S. 샹카르 감독의 2010년 히트작 <로봇>의 주인공으로, 극중 바시가란 박사가 개발한 군사용 휴머노이드다. 가공할 힘을 가진 탓에 2010년 이후 가동을 중지
[델리] 타밀어권 블록버스터 <2.0>의 흥행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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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Inside Llewyn Davis / 감독 조엘 코언, 에단 코언 / 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 제작연도 2013년
“익숙한 노래일 거예요. 포크송이 그놈이 그놈이라….” 노래를 마친 르윈 데이비스(주인공)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포크라는 것이 사실 그렇다. 삶의 부침을 이야기하는 것,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넋두리가 가수만 바뀌면서 계속되면 피로감이 인다. 그래서 작정하고 들어줄 친구가 필요하다. 1960년대 초 그리니치빌리지에 모여든 보헤미안들은 공동체적 분위기에서 포크뮤직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그중 선택받은 누군가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인사이드 르윈>은 하룻밤 잘 곳을 찾아 전전하는 빈털터리 포크 가수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임신한 여자친구의 낙태수술 비용을 급히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그건 시작일 뿐, 되는 일이라고는 1도 없는 주인공이 과연 어디까지 망가지는지 쫓아다니며 지켜보는 영화다.
[내 인생의 영화] 남무성 작가의 <인사이드 르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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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요일 밤 10시55분으로 알람을 맞춰두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모 대학 의대 교수 가족과 로스쿨 교수 가족들만 입주할 수 있는 으리으리한 ‘유럽풍’ 빌라 단지에서 누구보다 완벽하게 우아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서진(염정아)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 예서(김혜윤)를 서울 의대에 보내기 위해 수십억원대 몸값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을 고용한다. <위즈>(Weeds) 같은 미국 드라마였다면 한서진은 마리화나를 팔아서라도 자녀의 입시 비용을 치렀겠지만 일단 여기는 한국이기에 시어머니에게 무릎을 꿇어 목돈을 받아낸다. 물론 학력고사 전국 수석. 자랑스러운 서울 의대 졸업생. 2대째 의사 가문 계승에 빛나는 남편 강준상(정준호)은 모른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강준상만 그런 것은 아니다. 캐슬에 사는 남편들은 대체로 그렇다. ‘잘난 나’의 아이가 공부 잘하는 건 당연하지만 바뀐 입시제도에 대해서
[TVIEW] <SKY 캐슬>, 사교육이라는 이름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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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 Capharnaüm
감독 나딘 라바키 / 출연 자인 알 라피아, 요르다노스 시프로, 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개봉 2019년 1월
출생 신분증도 없이 살아온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은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발한다. 사람을 찌른 죄로 법정 구속됐다가 도리어 부모를 고발한 어린 소년의 사연은 알수록 구구절절하다. 부모에게 착취당해 온 자인은 결국 집을 나온다. 자인은 어쩌다 불법 이민자 여성의 젖먹이를 돌보게 되지만 아이의 엄마는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자기보다 어리고 약한 1살짜리 아기 요나스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자인의 상황을 영화는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레바논의 여성감독 나딘 라바키는 아이들을 통해 레바논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길거리에서 캐스팅된 자인 알 라피아를 비롯해 영화 속 아이들은 모두 비전문 배우들이다. 도저히 연기라고는 믿기 힘든 아이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특
[Coming Soon] <가버나움>, 부모를 고발한 어린 소년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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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보다 잎사귀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말모이>에서 윤계상이 연기한 정환은 조선어학회 대표로,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가지고 사전을 만들기 위해 우리말, 우리글을 모으는 ‘말모이’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말과 글은 그 나라와 민족의 얼이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는 일이 우리나라의 얼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자칫 잘못하면 전형적인 캐릭터로 비칠 수 있는데 윤계상은 정환 역에 어떻게 고민하고 접근했을까.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땠나.
=이 영화는 전작 <범죄도시>(2017)가 끝난 뒤, 밝은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만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사람들이 조선어학회를 만들어 전국의 우리말을 모았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고 따뜻했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궁금했고, 그래서 하고 싶었다. 또, (유)해진 형이 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고 해진
<말모이> 윤계상 - 강렬함에서 진중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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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모이>는 모처럼 유해진이 영화의 배경을 채우는 쪽이 아니라 온전히 극의 무게중심을 가져가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하는 극장 기도 김판수는 교도소에 들락날락할 만큼 사고를 허다하게 치지만,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월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선어학회에 들어갔다가 한글의 매력에 눈을 뜬다. 기본적으로 <택시운전사>(2017) 등에서 보여준 ‘소시민의 각성’ 플롯과 유사하지만, 유해진은 익숙하다고 생각한 이야기에 엣지를 만드는 베테랑이다. 확실한 웃음을 주고 노련하게 관객을 울리는 <말모이>의 유해진을 보고 있자면 조만간 영화상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로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인데, 여전히 그는 치열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택시운전사> 제작사인 더 램프와 다시 만났다. 당시 시나리오를 썼던 엄유나 작가는 <말모이>로 감독 데뷔를 했다.
=으레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엄유나 감독이 날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
<말모이> 유해진 - 아버지로서 성장한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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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우리 둘 다 약간 풋풋한 겉절이 같았다. 지금은 좀 숙성된 김치 같달까.” 유해진의 말처럼, <소수의견>(2015) 이후 유해진과 윤계상이 다시 만난 <말모이>는 두 배우 모두의 진화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제가 조선어 말살 정책을 펼치던 1940년대, 정환(윤계상)이 이끄는 조선어학회는 <조선말 큰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 각지의 말을 모으고, 판수(유해진)는 아들의 월사금을 마련하기 위해 얼떨결에 역사적인 현장에 합류한다. 두 배우가 한번 더 만나면 “우거지가 될 것”이라는 농담을 던졌지만 “숙성됨은 연기력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유해진의 말에는 뼈가 있다. <범죄도시>(2017) 속 장첸의 잔상을 완벽히 지워낸 윤계상,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바지런하게 연기하며 영화를 채운 유해진을 만났다.
<말모이> 유해진·윤계상 - 숙성시킨 연기의 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