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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연을 자주 접하지 않는 관객일지라도 일년에 한번 큰맘 먹고 공연장 나들이를 간다면 그 시기는 아마도 연말일 것이다. 도시 전체가 반짝이는 불빛 아래에서 어딘지 분위기가 들뜨는 연말에는 대형 공연들은 물론이고 스토리가 탄탄한 연극들도 여럿 무대를 오픈한다. 그만큼 관객의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무엇을 봐도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연말, 혼자 봐도 좋고 둘이 함께 봐도 좋을 다양한 공연 리스트를 준비했다. 특히 문화가 있는 날 홈페이지(www.culture.go.kr/wday/index.do)에서 다양한 할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뱀파이어 아더>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 기간 11월 30일~2019년 2월 10일 / 할인 기간 12월 27일(목)~28일(금) 20:00 전석 40% 할인
아더는 뱀파이어이지만 아직 송곳니도 나지 않았고 하늘을 날지도 못한다. 물론 제대로 흡혈을 해 본 적도 없다. 완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아더는 믿고 있지만,
12월 문화가 있는 날, 추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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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영회에서는 특별한 시간이 이어졌다. <SWEET, SALTY>의 멘토로 활약한 팜 당 디 감독, <THE BACKPACK>의 멘토 윙 황 지엡 감독, <BLESSED LAND>의 멘토 찐 딩 레 밍 감독과 한국의 민용근 감독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의 단편영화에 대한 심도 싶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리한 통찰과 날카로운 의견들이 오간 대화의 장 분위기를 전한다. 아마도 베트남영화계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팜 당 디_ 단편영화를 장편의 입문단계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형식이다. 1990년 <꿈>을 찍은 후 단편을 찍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처럼 장편을 만들고 난 뒤에도 얼마든지 야심찬 단편을 찍을 수 있다. 오히려 단편이 작가의 역량과 예술적인 지향을 표현하기 적합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아직 베트남에서는 1년에 단편영화가 100여편 밖에 제작되지 못한다. 찍고 나서도 이를 소개할 플랫폼이나 매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③] 멘토로 나선 한국과 베트남 감독 4인 대담 - 팜 당 디, 윙 황 지엡, 찐 딩 레 밍, 민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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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회의 모든 것을 반영할 수는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한 사람 분량의 진실, 카메라 한대 분량의 사실을 포착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4편의 베트남 단편영화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베트남 사회, 베트남인, 베트남 문화가 가진 가치를 전달했다. 드엉 디에우 리잉 감독의 <SWEET, SALTY>는 중년의 임신부가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코믹하고 따뜻한 터치로 그려낸 영화다. 디테일한 상황 묘사가 눈에 띄는 가운데 베트남 북부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잃지 않는 드라마가 인상적이다. 팜 녹 란 감독의 <BLESSED LAND>는 골프장을 무대로 베트남의 역사와 사적 기억들을 관통해가는 영화다. 흑백 화면에 실험적인 영상이 돋보이는데, 이번 단편영화제의 다양한 포용력을 확인하게 하는 개성 있는 영화다. 팜 디엔 안 감독의 <STAY AWAKE, BE READY>도 독특한 스타일에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3개의 롱테이크로 이뤄진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②] 베트남 단편영화와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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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의 어려움은 어딜 가나 비슷한 것 같다.” 한국 단편영화 5편이 베트남 관객에게 공개된 뒤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국영화 현장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차정윤 감독은 영화는 “모두 비슷하면서도 각각 유일하다”고 답했다. 이날 선보인 5편의 영화는 서로 다른 스타일과 주제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지점들을 건드렸다. 차정윤 감독의 <상주>는 희미해져가는 존재감과 일상의 권태에 지쳐가던 중년 여성 상주가 우연히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큰맘 먹고 찾아간 곳에서 상주를 맞이한 건 홀로 사는 할머니다. 젊은 주부라고 신분을 속인 할머니를 만난 상주는 처음엔 당황하지만 이내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안정을 느낀다. 차정윤 감독은 “여성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고 싶었다. 촉박한 일정이라 물리적인 한계가 많았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좀더 다듬어서 여러분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단편영화제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①] 한국 단편영화와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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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젊은 나라다. 9500만명의 인구 중 35살 미만의 인구가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분야를 둘러봐도 베트남인들의 높은 자존심과 긍지, 지치지 않는 활력이 뿜어져 나온다. 베트남의 젊은 영화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한국 감독들이 호찌민에 발을 디딘 12월 2일, 마침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스즈키컵 4강 상대인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날이었다. 승리를 자축하는 오토바이 행렬과 거리를 메운 수많은 인파에서 뿜어져나오는 흥겨움은 마치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다시 마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베트남 축구의 선전과 이를 국가적인 축제로 즐기는 분위기는 지속적이고 가파른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베트남의 오늘을 상징한다. 이러한 성장과 팽창의 분위기는 영화산업도 마찬가지다. 1986년 베트남이 문호를 개방한 이후 자유로운 분위기와 문화적 교류 속에서 성장한 현재 베트남 젊은 세대들은 한국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대중문화를
제1회 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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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을 만들고 가장 행복한 한해를 보냈습니다.” 12월 12일 메가박스 코엑스 10관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한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 영화감독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 <1987>편의 진행을 맡은 최동훈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 이어 세 번째 장편영화를 만든 장준환 감독을 “한국에서 가장 이상한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충무로의 천재 감독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준비하던 많은 프로젝트가 엎어지곤 했던 장준환 감독은 “2015년 말, 김경찬 작가로부터 <1987>의 초고를 받고 몇달에 걸쳐” 각색 작업을 하던 순간을 회고하며 토크를 시작했다. “‘충무로에 1987년 6월 항쟁에 관한 시나리오가 돈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라는 최동훈 감독은 “장준환 감독이 만든다기에 이상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국영화감독조합③] 최동훈 감독이 <1987>의 장준환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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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는 끝내 살아남은 할머니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생존시키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해 다룬 성장영화다. (중략)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지금 현재 주목받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고 고마운 영화다.” (변영주 감독) 12월 11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변영주 감독이 묻고 민규동 감독이 답하는 <허스토리>의 스페셜 토크 행사가 열렸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작품은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중·장년층 베테랑 여성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허스토리언’이라 불리는 팬덤을 구축하며 여성영화를 소비하는 팬 문화의 확장에 중요한 기여를 한 2018년의 한국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허스토리>의 예고편이
[한국영화감독조합②] 변영주 감독이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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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동을 안고 집에 못 가겠다 해서 내리 뒤풀이까지 달렸다. (웃음)” 이경미 감독이 지난여름 VIP 시사에서 <공작>을 처음 본 그 순간의 감흥을 전하며, 윤종빈 감독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12월 11일 메가박스 코엑스 10관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최한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한국 영화감독이 뽑은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의 또 하나의 토크 주인공은 <공작>이었다. 윤종빈 감독의 대화를 이끌어낼 모더레이터가 된 이경미 감독은 <공작>을 “윤종빈 감독의 영화 역사 안에서 만개한 작품이자, 그래서 같은 감독으로서 부러웠다”며 <공작>이 가진 의미를 정의했다. “내가 워낙 윤종빈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 윤종빈 감독이 과거를 소환하는 데는 낭만이 있다. 아픈 기억들도 낭만이 들어가면서 다시 살게 해주는 힘을 준다.”
무엇보다 감독의 야심을 성취해줄, 실화 아이템의 운용에 대해 이경미 감독은 “나 역시 실화를
[한국영화감독조합①] 이경미 감독이 <공작>의 윤종빈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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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시작해 올해로 18회를 맞이한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감독들이 주최가 되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하는 영화 시상식이다. 올해에는 시상식에 앞서 투표 결과 최다 득표한 6편의 ‘올해의 특별언급’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영화 스페셜 토크: 감독이 감독에게 묻다’가 12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렸다. 지난주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과 모더레이터 정윤철 감독, <리틀 포레스트>의 임순례 감독과 모더레이터 임필성 감독의 대화에 이어 두 번째로 <공작>의 윤종빈 감독과 모더레이터 이경미 감독, <허스토리>의 민규동 감독과 모더레이터 변영주 감독, <1987>의 장준환 감독과 모더레이터 최동훈 감독의 대화를 전한다. 한편, 지난 12월 14일 봉만대, 장항준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제18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의 수상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올해의 감독상 <1987>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 ①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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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는 언제 웃을지 자꾸 신경 쓰이는 배우다. 기본적으로 그는 잘 웃지 않는다. 첫 연기 경험이었던 <카트>(2014)의 태영은 조잘대는 동생 민영(김수안)을 무표정으로 혼내고 부당해고 문제로 엄마 선희(염정아)가 분투하는 사이 조용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순정>(2015)의 범실은 요란한 친구들 사이에서 다리가 불편한 수옥(김소현)을 조용히 챙겼고, <형>(2016)의 두영은 한순간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유도 선수였으며, <7호실>(2017)에서는 사채 빚을 갚기 위해 마약을 맡아두는 일을 하다 곤란해진다. 첫 주연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미소에 박한 그의 이미지를 기막히게 활용한 작품이었는데, 딱 그가 웃음을 비치는 만큼 로맨스가 진전됐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무덤덤한 얼굴이 그간 엑소의 멤버로서 갖던 독특한 포지션과 꽤 겹친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아이돌 특유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씩씩함이나
<스윙키즈> 도경수 - 새로운 유형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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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지난해 이맘때였다. <씨네21>이 한국영화 톱 프로젝트 특집 기사를 위해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 “사무실 직원이 그러더라. <씨네21>에서 ‘2018년 기약 없는 영화로 선정됐대요. 그래서 아 됐다 그래, 안되는 거 소문났냐 했었다. (웃음)” 이지원 감독은 당시 아무도 <미쓰백>을 몰라주고, 배급도 안 되고 희망도 없는 자기만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고, 그래서 ‘기대작’을 ‘기약 없는’으로 잘못 들었다고 한다.
<미쓰백>은 아동 학대의 실제 사례를 보고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개봉하기까지 7년에 걸친 숙고 끝에 나온 작품이다. ‘남자 배우’, ‘더 유명한 배우’를 캐스팅하면 투자하겠다는 투자사의 제안을 받는가 하면 국내 배급사에서 ‘계속 까이고’,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개봉해 관객과 만나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주 다행스럽게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에게 도착해준 작
<미쓰백> 이지원 감독, 배우 한지민 - 한 배우를 완전히 사랑해서 그 배우의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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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한 강의가 끝난 후에 한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딸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중년의 여성들이 하는 질문은 대체로 남편이나 자식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조금 아쉬웠다. 가족 말고 자신이 보는 세계에 대한 질문을 하면 많은 것이 달라지는데. 그런데 이분이 궁금해한 것은 딸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딸이 만나고 있는 세계에 대한 거였다.
극장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딸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했다. 입장하는 손님에게 음료수는 반입하면 안 된다는 안내를 하자 눈앞에서 음료수를 바닥에 부어버려 그 바닥을 닦고 왔다고…. 딸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분하고 속상한 한편 딸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까짓 시급 때문에 왜 네가 무릎을 꿇고 바닥을 닦니? 우리 집이 네가 그런 일을 당하면서 돈을 벌어야 할 정도는 아니잖아, 당장 그만두라”고 했더니 딸은 더 서럽게 울더라며,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한탄하면서도 귀하게 키운 딸이 왜 그럴 때
사랑의 감각이 변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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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는 1896년에 초연한 이래 전세계에서 수천번 무대에 올랐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적은 거의 없다. <갈매기>가 무대에 최적화된 텍스트이고, 누가 연출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작품이기에, 영화화 할 엄두를 내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화는 매우 성공적이다. 마이클 메이어 감독은 19세기 희곡을 각색한 뮤지컬로 토니상을 받았던 관록을 십분 발휘하였다. 여기에 시나리오작가 스티븐 카람과 의상감독 앤 로스가 합류하고, 아네트 베닝과 시얼샤 로넌이 캐스팅됨으로써 드림팀이 완성되었다. 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옮기면서도, 영화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1900년대 러시아 코스튬의 완벽한 재현과 러시아 전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4막에 해당하는 부분을 오프닝 시퀀스로 끌어오는 등 편집의 묘미를 살린 데다, 딱 떨어지는 클래식 음악의 사용으로 관객의 감정선을 매끄럽게 조율한다. 영화는 클로즈업을 활용하여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 각색한 마이클 메이어의 <갈매기>, 다른 듯 같은 서사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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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스마일>은 웃으면서 은행을 털어갔다는 포레스트 터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8번이나 탈옥에 성공하며 70대까지 은행강도를 했던 포레스트 터커의 생애 중 한해 동안 60여곳의 은행을 털기도 했다는 1980년대에 초점을 맞춘다. 평생 은행을 털어온 포레스트 터커(로버트 레드퍼드)는 여느 때처럼 점잖게 은행을 털다 우연히 쥬얼(시시 스페이식)을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피터와 드래곤>(2016), <고스트 스토리>(2017)의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이 이번엔 1980년대 복고 감성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포레스트가 왜 은행강도가 됐는지, 어떤 이유로 지금에 이르렀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이젠 일상이 된 범죄와 새로운 만남 사이를 부지런히 오갈 뿐이다. <미스터 스마일> 속 80년대는 재현이라기보다는 낭만적인 회상에 가깝다. 세월을 제 한몸에 품은 로버트 레드퍼드의 연기는 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소가 매
<미스터 스마일> 전대미문의 은행털이 신사 ‘포레스트 터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