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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짐 셰리던 / 출연 대니얼 데이 루이스,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 제작연도 1993년
‘아버지’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따뜻함, 불편함, 엄격함, 허전함, 미안함…. 나에게 아버지는 애증의 존재다. 한국전쟁 때 함경남도 단천에서 내려온 실향민인 아버지는 거친 성격만큼 욕도 잘하신다. 그의 첫째 아들, 그러니까 큰형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으로 살았다. 뭣도 모르던 나도 아버지와 큰형의 권유로 1994년에 육사에 입학해 2학년 1학기까지 다녔다. 하지만 진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기말고사 시험지를 백지로 내고 나와버렸다. 이후 한국 현대사에 비판적 시각을 갖기 시작한 나와, 박정희·전두환 등 군사정권 문화에 관대한 아버지, 두 인간 종자의 냉전은 상당히 오래갔다. 2001년 내가 처음으로 만든 작품이 <나의 아버지>라는 사적 다큐멘터리였던 것은 그만큼 내 안에 그 냉전으로 인한 응어리가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짐 셰리던 감
[내 인생의 영화] 김희철 감독의 <아버지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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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또 검사 드라마야?” 소파에 늘어져 맥주를 까먹던 검사들이 국회의원에게 USB메모리를 바치는 드라마 속 검사를 보고 피식 웃는다. 이들은 검찰총장도 수년간 찾지 않은 지방 지청의 형사부 소속이다. 점심 메뉴가 중요한 회의 안건이고, 굿값이나 곗돈에 얽힌 고소·고발 사건을 검토하고 피의자와 피해자를 만나는 일과에 충실하다. 그냥, 직장인 같다.
JTBC <검사내전>은 ‘생활형 검사’ 김웅의 에세이가 원작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대다수 검사들은 권력의 하수인이나 정의의 사도로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 속 검사와 거리가 멀다던 책이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검사 앞에 드러누워 강한 코어 근육으로 가짜 경련을 연기하던 ‘연쇄 사기범’ 할머니를 비롯해 사기꾼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한편, 검사들의 인간적인 성정과 실수를 왜 자꾸 보여주는지 궁금했다. 검사도 사기꾼의 눈물에 속는다. 도박장에 잠입했다가 화투패에 이성을 놓기도 한다. 이선웅(이선균), 차명주(정려원)
<검사내전>, 검사 이야기, 다른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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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 앤 글로리> Dolor y gloria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 수입 조이앤시네마 /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개봉 2월 예정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노년의 영화감독이다. 잠시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 지내던 그는 과거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주연배우 알베르토를 오랜만에 찾아간다. 그 여정에서 살바도르는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고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 노년의 영화감독이라는 점과 성정체성, 어머니에 대한 기억 등으로 미루어봤을 때 주인공 살바도르 말로는 여러모로 이 영화를 만든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연상시킨다. 감독의 자전적 캐릭터가 등장하는 <페인 앤 글로리>는 사랑과 이별의 순간, 슬픔과 후회의 감정을 감각적 이미지에 아름답게 녹여낸 거장의 뜨거운 고백 같은 작품이다. 살바도르 말로를 연기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이 작품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
[Coming Soon] <페인 앤 글로리>, 거장의 뜨거운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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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의 곽상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당시 경호실장 차지철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박통에 충성을 다했던 행동대장이며, 10·26 사태의 현장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진 대통령의 경호실장. <마약왕>에서 이두삼(송강호)의 마약 유통을 돕는 최진필로 우민호 감독과 손발을 맞췄던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권력의 2인자 곽상천을 통해 특별한 변신을 보여준다. 지금껏 시도한 적 없는 체중 증량과 직설적 연기로 우악스러운 육식동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희준은 <남산의 부장들>에서 변신이 가장 기대되는 배우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시나리오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남산의 부장들>이 그랬다고.
=너무 심장이 뛰어서 시나리오 읽다가 물 마시며 목을 축였다.(웃음) 끈기와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라 대본을 한번에 다 읽은 적이 별로 없는데 이건 한번에 다 읽었다. <미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 직선적으로, 심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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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은 활화산 같은 배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은근한 존재감으로 상대를 위압하고, 감정을 폭발시킨다 싶으면 순식간에 주변을 에너지로 뒤덮는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의 진가는 눈을 뗄 수 없는 존재감이 아니라 끊임없는 질문과 반성에 있다. 당장의 성과와 상찬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과신하는 일도 없이, 그는 오늘도 연기라는 전장을 향해 나아간다.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을 맡았다.
=이병헌 배우가 한다고 해서 일단 시나리오를 달라고 했다. (웃음) 대사가 살아 있고 이야기도 박진감이 넘쳐서 앉은자리에서 한번에 읽었다. 예전에 <남산의 부장들> 책도 봤었는데 논픽션의 방대한 이야기를 시나리오에서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실화보다 훨씬 재미있고 사실적이고 공감이 가는 측면도 있었다. 처음부터 박용각 역으로 캐스팅 제안을 받았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나 역시 제일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박용각이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합류를 결정했다.
<남산의 부장들> 곽도원 - 연기라는 전장에서 몸부림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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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의 생경한 목소리, 핏줄이 바짝 선 이마를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머리카락 한올 내려오는 것도 용납하지 않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자신이 따르던 ‘박통’(이성민)이 그의 기준에서 그릇된 선택을 이어가자 평정심을 잃어가고, 김규평을 연기한 이병헌 역시 전에 없던 얼굴을 보여준다. 워낙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별다른 사전 정보가 없어도 그가 연기한 김규평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그가 총으로 쏜 박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이병헌은 기본적으로 “역사적으로 미스터리한 부분은 영화를 본 후에도 미스터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다. 늘 흐트러짐 없는 연기로 기어코 관객을 설득해내는 그를 만나, 한국사의 흐름 자체를 뒤집은 인물을 연기한 심경을 들었다.
-우민호 감독과는 언제쯤부터 이야기를 나눴나.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드라마 <미스터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 극한의 감정, 극한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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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2015), <마약왕>(2017)을 만든 우민호 감독의 신작 <남산의 부장들>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10·26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는 10·26 사건 발생 이전 40일의 시간을 따라가며 박 대통령과 2인자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미국으로 도피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은 영화 내내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며 대립각을 세운다. 그리고 이병헌, 곽도원, 이희준 세 배우는 영화 내내 연기로 진검승부를 치른다. 뜨겁고 날카롭고 묵직하게 시대의 공기와 인물의 심연을 그려낸 세 배우를 만났다.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곽도원·이희준 - 연기의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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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해치지 않아> 다 사람이 탈을 쓰고 짜고 치는 거지
[정훈이 만화] <해치지 않아> 다 사람이 탈을 쓰고 짜고 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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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 커리의 <리추얼>이라는 책이 있다. 소설가, 시인, 화가, 작곡가, 철학자들의 창작 관련 생활습관을 다루었다. 메이슨 커리는 <리추얼>의 후속작으로 <예술하는 습관>을 발표했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리추얼>에서 소개했던 161명 가운데 여성은 단 27명뿐이었다고. 커리가 이번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창작 리추얼을 다루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도리스 레싱이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쓴 비결은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내 친구와 비슷해 보인다. 레싱은 아이가 없었다면 1950년대 소호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리라고 했다. 술을 마시며 예술을 논하는 대신 레싱은 아들을 돌보면서 글 쓸 시간을 낼 수 있게 삶을 조율했다. 조율이라면 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이가 일어나는 새벽 5시에 시작하는 일과다. 진짜 자신의 하루가 시작하려면 아이가 학교에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루 종일 레싱은 일하다 말다를 반복한다. <킨>을 쓴 옥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예술하는 습관>, 창작의 비결을 물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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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영화 비평 연속 기획의 두 번째 주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변화다. 자기복제와 하향평준화로 실망감을 안긴 상업영화와 달리 2019년 독립영화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한국 독립영화 시장은 한동안 침체를 거듭한 끝에 황폐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황야에 새로운 싹이 하나둘 피어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호에선 김소희 평론가가 여성의 약진으로 기억될 독립영화의 변모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진단했다. 1239호에는 변모하는 시네마의 풍경에 대한 김병규 평론가의 글이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 여성영화의 약진은 굳이 독립영화로 한정 짓지 않아도 납득 가능한 성취다. 국제영화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데 이어 14만 관객을 동원하며 유의미한 스코어를 기록한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한국 독립영화가 갈 수 있는 가능성의 걸음을 넓힌 상징적인 사건이다. <벌새>와 함께 <메기> <아워 바디> <
2019 한국영화 진단 연속 기획➋ -한국 독립영화가 시도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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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의미 있는 최초 수상 기록을 냄과 동시에 백인 영화인 위주의 파티였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3개 부문후보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더 페어웰>의 주연배우 아콰피나는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 배우가 됐다. “1인치도 안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수상 소감으로 미국 관객을 감동시킨 봉준호 감독은 “우린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만 사용한다”라면서 외국어영화상의 의미에 맞는 명언을 남겼다. 올해 최다 부문 수상작은 3관왕을 차지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각본상을, 브래드 피트가 조연상을 수상했다. 한편, 공로상인 캐럴 버넷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케이트 매키넌이 수상자 엘런 디제너러스를 칭송하며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기생충> 외국어영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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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에 어두운 원장이 오로지 동물만 생각하면서 평생을 바쳐 일궈온 따뜻한 동물원일 것.” 손재곤 감독과 <이층의 악당> 이후 줄곧 함께해온 김현옥 미술감독은 <해치지 않아>의 메인 공간인 동산파크의 컨셉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현옥 미술감독은 실제 한국에서 운영되는 동물원과 다르지 않도록 운영 형태를 똑같이 재현하려 노력했다. 미술팀을 이끌고 있지만 본인이 맡은 영화에서는 세트 제작도 함께하는 그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세트 제작 공정을 동물원 제작 공정과 동일하게 도입해 만드는 것”이었다. 동물원의 기본 규격을 모두 지키는 한편, “동물원의 바위를 만들어내는 GRC 공정을 그대로 적용해” 동물 방사장을 지었다. 동산파크의 구조와 시설 분위기는 전국 6곳의 실제 동물원 모습을 조합해서 만들었다. 광릉수목원, 부산 삼정더파크, 경남수목원, 전주동물원, 청주동물원, 울산동물원에서 장소를 조합해 가상의 동산파크를 만들어냈다. 극의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는 고릴라, 북극곰
<해치지 않아> 김현옥 미술감독 - 동물의 특성을 닮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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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극적인 시사 뉴스가 연일 쏟아지는 요즘이다. 전세계적으로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단어가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에 오르고, 국내에서는 파격적인 검찰 인사가 야기할 정국의 변화를 좇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창작자들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리라 짐작한다. 한편으로는 이처럼 엄중한 현실이 앞으로 제작될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준 2018년의 남북 정상회담과 그 이후 숨가쁘게 전개된 북핵 문제가 그로부터 1년이 지나 극장가에서 선보인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 <백두산>과 역시 남북 관계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2020년 기대작 <모가디슈> <정상회담>(가제) 등의 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풍경은 미래의 한국영화에 어떠한 밑그림으로 아로새겨질지 물음표를 가지게 된다.
이번호 특집은 2020년 극장가에서 만나게
[장영엽 편집장] 2020년 한국영화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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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도시2>(감독 홍형숙)가 스탭 인건비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씨네21>이 김명화 굿필름 대표로부터 입수한 문건인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지원작 제작완료 및 정산 보고서’에 따르면, <경계도시2>는 2008년 10월 30일 촬영기사 세명에게 150만원, 150만원, 100만원 등 인건비를 각각 지급했다.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하반기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지원금 2200만원 중에서 400만원이 촬영기사 인건비로 정산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촬영기사 세명은 그다음날인 2008년 10월 31일, 받은 금액을 고스란히 강석필 프로듀서의 통장으로 계좌이체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스탭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인건비와 작업료를 받았다가 강석필 프로듀서의 계좌로 되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계도시2>는 제작지원금 중 일부를 인건비 및 작업료 명목으로 정산했다가 스탭들에게 다시 되돌려받은 뒤, 인건비 정산이 완료됐다고 허위 보고한 것이다
<경계도시2>, 스탭 인건비 허위 정산 및 보고한 사실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