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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불투명함에도 꿈을 향해 도전하고, 멤버 중 한명은 몸이 아픈데도 다음 공연을 위해 병원에서 무대로 달려온다. 도전과 열정, 꿈과 우정은 휴먼 다큐멘터리의 흔한 소재지만, <옹알스>에는 좌절 속에서도 희극을 긷는 과정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옹알스>는 에든버러국제페스티벌 수상이라는 성공을 손에 쥐었음에도 여전히 공연을 올릴 때마다 경제적 타산을 해야 하는 옹알스가 다음 목표인 라스베이거스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개그 무대에는 12년 동안 올랐지만, 영화 개봉은 처음이라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젖힌 것 같다는 옹알스의 조수원, 조준우, 채경선을 만났다.
-영화 개봉을 맞아 무대인사를 다니고 있는데, 공연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과 영화 관객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일 것 같다.
=채경선_ 정말 어색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한테 처음 인사를 드리는데 약간 혼란이 오더라. 개그맨들은 방송이나 무대 위에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
<옹알스> 조수원·조준우·채경선 - 아직 과정 속에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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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영 감독의 데뷔작 <보희와 녹양>은 다가오는 여름의 햇살을 닮았다. 모든 것이 찬란하고 싱싱한, 그래서 가끔은 더 아픈 10대 중반의 나이. 영화는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소년 보희(안지호)와 그의 단짝 녹양(김주아)이 겪는 푸릇한 성장통을 맑은 시선으로 지켜본다. 저마다의 우울과 슬픔으로 버거워 보이는 어른들을 헤아리기 시작한 두 친구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가르지르는 로드무비 끝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단편 <옆 구르기>로 2016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던 안주영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을 통해 만든 작품답게, <보희와 녹양>은 성장담을 애호하는 감독의 재기발랄한 취향이 한껏 빛나는 영화다.
-뜻대로 되지 않는 짝사랑과 옆 구르기 연습에 매진하는 중학생의 이야기를 단편 <옆 구르기>로 풀어내 주목받았다. <보희와 녹양>도 아빠를 찾으려고 애쓰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 아이들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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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로 태런 에저턴은 스타가 됐다. 하지만 <킹스맨> 시리즈만으로는 태런 에저턴의 넘치는 재능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이 진지하고 재능 많은 배우는 <로켓맨>에서 제대로 폭발한다. 엘튼 존의 삶을 영화화한 뮤지컬 영화 <로켓맨>에서 태런 에저턴은 엘튼 존이 되어 유유히 비상한다. <독수리 에디>(2015)를 함께한 덱스터 플레처 감독과 제작자로 참여한 엘튼 존은 태런 에저턴의 숨겨진 음악적 재능을 끌어내 배우로서의 또 다른 도약과 비상을 이끌었다. 지난 5월 23일, 한국을 찾은 태런 에저턴을 만났다.
-애니메이션 <씽>(2016)에서 엘튼 존의 <I’m Still Standing>을 불렀고, <킹스맨: 골든 서클>(2017)에선 엘튼 존과 함께 연기했고, <로켓맨>에선 엘튼 존을 연기한다. 신기하게도 엘튼 존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실감나
<로켓맨> 배우 태런 에저턴, “엘튼 존이 느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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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널드 케네스 드와이트(엘튼 존의 개명 전 이름.-편집자)가 엘튼 존이 되기 위해 어떤 대가가 필요했을까. 로켓을 타고 모든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위치까지 올라간 사람. 그렇기에 그 자리에서 극도의 외로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 ‘Rocket man burning out his fuse up here alone.’ 엘튼 존의 <Rocketman> 가사 중 이 한 구절이 엘튼 존의 양면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엘튼 존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영화 <로켓맨> 감독 덱스터 플레처의 말이다. 5월 23일 한국을 방문한 덱스터 플레처 감독에게 <로켓맨>의 이모저모에 대해 물었다.
-‘엘튼 존’을 영화화했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엘튼 존의 허락과 지지를 얻어냈는지 궁금하다.
=엘튼 존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내 기억으론 12년 전부터 엘튼 존과 그의 배우자인 데이비드 퍼니시가 꾸준히 자전적
<로켓맨> 덱스터 플레처 감독 - 뮤지컬이기에 허용 가능한 상상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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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영 감독의 데뷔작 <보희와 녹양>에서 녹양(김주아)은 아빠 찾기에 여념이 없는 소년 보희(안지호)의 반쪽 같은 존재다. 카메라를 든 소녀 녹양은 이동수단에만 올라타면 까무룩 잠드는 속 편한 성격이지만, 보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는 어른들의 걱정을 몰래 잠재워주는 애어른 같은 면모도 지녔다. 이번 영화에서 말갛고 단단한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김주아는 데뷔 전 어린이 소극장 뮤지컬의 주연을 맡았을 정도로 춤과 노래에도 관심이 많은, 다재다능형의 배우다. 이제 16살, 김주아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푸르게 빛난다.
-씩씩하고 강단 있는 녹양과 소심한 보희의 우정이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두 사람의 대조감, 끈끈한 신뢰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나.
=주위에 당연히 있을 법한 이야기로 받아들였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는 게 목표였다. 남자치고 의외의 성격이라서, 여자치고 의외의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보희 그 자체, 녹양 그 자체라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보희와 녹양> 김주아 -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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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할머니와 손녀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구독자가 88만명을 넘기고, 유튜브 CEO 수전 워치츠키와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가 요청해서 만남을 가졌다. 비결이 궁금해 박막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김유라 PD가 쓴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읽어보았다. “유라랑 나는 아주 잘 맞는다. 유라랑 나는 전생에 소꿉친구였나 보다.” 평생 여러 일을 하며 자식을 키우고 식당을 일구며 살아온, 입담이 뛰어난 할머니와 할머니를 잘 아는 손녀는 중요한 것을 알아보고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이하 ‘박막례 할머니’ 채널)의 시작은 이랬다. 할머니 박막례씨는 71살에 병원에 갔다가 치매 위험군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말에, 손녀인 27살 김유라씨는 할머니와 둘이 호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회사도 그만뒀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나는 어떤 생각에 단단히 미쳐 있었다. 우리 불쌍한 할머니,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순
신간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출간한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 채널 운영자 박막례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유라 PD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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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가 TV시리즈로 돌아왔다. 1994년부터 2009년까지 방영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메디컬 드라마 <ER> 이후 10년 만의 복귀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작과 연출까지 병행했다. 조지 클루니를 사로잡은 드라마는 다름 아닌 조지프 헬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캐치-22>다. 지난 5월 17일 미국에서 공개된 지 한달 만에 캐치온에서 국내 최초로 소개될 예정이다. 총 6부작인 <캐치-22>는 6월 6일부터 8일까지 매일 밤 11시 2편씩 방영될 예정이며, 6월 10일에는 VOD 전편이 공개된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비이성적이고 부조리한 전쟁의 참상을 풍자하는 리얼 밀리터리 블랙코미디인 <캐치-22>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한 이야기라 할 만하다. 한동안 TV를 떠났던 조지 클루니의 발걸음을 되돌린 매력이 무엇일지 직접 확인해보길 권한다.
전쟁터에서 가장 먼저 살해당하는 건 ‘진실’이라고들 한다.
조지프 헬러 소설 드라마화한 <캐치-22>, 조지 클루니가 제작, 연출, 연기 맡아 6부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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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프로젝트 혹은 결코 완결될 수 없는 작품, 지난 30여년 동안 악운이 겹치며 번번이 무산돼왔던 테리 길리엄의 시대착오적 소동극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은 2018년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으로 선정되어 기대에 부푼 관객에게 처음 소개되었다. 우스꽝스럽고 서글픈 초현실주의 코미디로서 테리 길리엄의 독창적 상상력을 반영하는 작품이라는 반응에서부터 난삽하고 파편적인 근래 작품들의 결함을 이어받았다는 반응까지 평가는 다양했다.
냉혹한 현실을 부정한 채 망상에 빠진 자라는 모티브는 테리 길리엄이 이미 <피셔 킹>(1991)에서 보여주었다. 시대착오적 모험담의 주인공이 미치광이라는 설정은 <바론의 대모험>(1988)과도 상통한다. 이성과 계몽의 시대에 상상과 판타지의 권능을 예찬하던 바론 남작, 이미 사라진 궁정연애와 기사도의 세계를 향수하는 돈키호테는 모두 시대착오적 광인이다. 몽상의 시대에서 CG의 시대로 영화 패러다임
오슨 웰스와 테리 길리엄, 감독을 매혹하는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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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 이제 그 열기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미 약 26억 7747만 달러(우리돈 약 3조 1703억 원 / 이하 5월27일 환율 기준)의 수익을 거둬들며 전세계 흥행영화 2위로 자리 잡았다. <엔드게임>을 통해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와 작별을 고한 배우라도 한동안은 그가 연기한 캐릭터 이름이 수식어처럼 붙을 듯하다.
그러나 <엔드게임> 출연진 가운데 단순히 히어로 캐릭터로만 기억되기에는 아까운 배우들도 있다. 상당수가 이미 MCU 이전,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로 여러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거머쥔 배우다. 다섯 명을 추려 그들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캐릭터를 살펴봤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채플린> 찰리 채플린
아이언맨 그 자체가 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는 MCU 이전에도 여러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모습을 비췄다
블록버스터가 전부가 아니다! MCU 배우들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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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그 정점을 찍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이 지난 5월26일(현지시간) 개봉 4주차만에 전세계 흥행 수익 약 26억 7747만 달러(우리돈 약 3조 1703억 원 / 이하 5월27일 환율 기준)를 돌파했다. 역대 MCU 영화 중 최고 흥행이다. 이로써 <엔드게임>은 출연 배우 대부분의 최고 흥행작으로 남게 됐다.
그렇다면 <엔드게임>에서 활약한 배우들은 MCU 영화를 제외하고는 어떤 흥행 성적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MCU 제외‘ 흥행 영화들을 알아봤다. 워낙 많은 출연진을 고려해 로키(톰 히들스턴)를 포함한 원년 멤버 7인으로 한정 지었으며, 흥행 영화 1위부터 3위만 표기했다.
크리스 에반스 (캡틴 아메리카 역)
<판타스틱 4> 약 3억 3057만 달러
<판타스틱 4: 실버서퍼의 위협> 약 2억 8904
MCU 출연 배우들의 ‘MCU 제외’ 흥행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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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살면서 내게 어떤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늘 그게 충격이고 고민이었다. 오래 배운 피아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당연히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 확신했는데, 시내 아트홀에서 열린, 같은 반 친구의 손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연주를 접한 뒤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내 오랜 꿈을 스스로 접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그렇다면 사실 피아노보다 더 오래 좋아한 미술이 내 길일 수 있겠다 싶어 또 꾸준히 팠는데, 장학사가 온다며 반 대표로 괘도를 그려오라던 담임선생이, 실은 나보다 더 소질있는 친구가 일찍 하교하는 바람에 나한테 부탁했으니, 잘해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밤새 의욕 하나 없이 교과서의 그림을 베끼며 화가의 꿈을 접었던 때는 아마 5학년 무렵이었을 거다.
이후 공부 머리 다 가져간 동생을 탓하며 영원히 이해 못할 문제집들을 붙잡고 씨름하던 수험생 시절을 졸업하고 20대가 되자, 이제는 민감하게 유행을 읽고 꾸미는 센스나 손쉽게 연애하는 기술, 밤새 음
걸어서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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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기택(송강호) 가족이 사는 반지하 집에는 전망이 없다. 층고라는 단어를 쓰기도 무안하게 와이파이 신호를 잡으려고 핸드폰을 쳐들면 천장에 손이 스친다. 안간힘을 다해 최대한 벽 위쪽에 뚫린 네칸의 창은, 기택과 충숙 부부와 두 남매가 세계를 올려다보는 프레임이다. 그러나 세상은 이 가족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보든 말든 코앞에서 방뇨를 하고 벌레 잡는 가스를 퍼붓는다. ‘온화한’ 성품의 기택은 그러나 전망 좋은 방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아내 충숙이 부업 급료를 놓고 다투는 동안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표정으로 창가에서 햇볕을 쬐는 기택은 약한 야생동물처럼 보인다. 얼마 후 기택의 식구들은 박동익 사장(이선균)의 집에 취직한다. 높은 담과 정원수로 외부자의 시선을 멀찍이 걷어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름다운 뜰만 통유리로 내려다볼 수 있는 저택이다. 창과 벽, 층의 구분조차 촌스럽다는 듯 지워놓은 우아한 공간이지만, 이 집에서는 ‘선’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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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주의에 대한 거부와 반발심.’ 영화의 제작진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엄숙주의에 반대하는 것이 영화 <김군>의 중요한 제작 목적이었던 것 같다(<씨네21> 1206호 기획 기사).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도 넘은 왜곡’에 대한 반발이 아닌, 엄숙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니. 이러한 발언은 광주 시민의 편에 선 영화 속 입장과도 언뜻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발언과 영화에 관한 반응을 두루 살피다보면 이같이 강조해야 했던 이유를 수긍하게 된다. ‘지만원의 주장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대응’은 <김군>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다시 좌우 프레임 속에 짜맞춰진다는 점이다. 프레임을 벗어나 광주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나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장르적인 형식으로 광주를 보여준 <김군>의 시도에 우리는 더 주목해야 한다.
이미지와 실제의 격차
엄숙주의에 대한 강조는 좌우로 대변되는 익숙한 프레임에서
매혹의 대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김군>이 가진 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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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폴리나 가르시아), 각본상,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글로리아>(2013)의 미국판 리메이크. 원작 감독인 세바스티안 렐리오가 직접 메가폰을 잡아 산티아고의 밤거리를 방황했던 글로리아를 로스앤젤레스로 데려왔다. 50대의 싱글 여성 글로리아(줄리언 무어)는 부족할 게 없는 삶을 산다. 이혼했지만 전남편과 가끔 가족모임을 갖고, 두 자녀도 번듯하게 성장했으며, 일과 취미 생활도 충만하다. 어느 날 테마파크 사장인 아놀드(존 터투로)를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한 글로리아는 의존적인 성향이 심한 두딸에 얽매여 사는 아놀드로 인해 예기치 못한 불화를 겪게 된다.
영화는 열성을 갖고 자기 삶을 가꾸려는 한 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밀려오는 고독과 외로움, 진정한 관계의 어려움에 맞서는 과정을 그렸다. 중년의 위기라는 보편적 테마를 다루지만, 시청각적으로 풍성한 미장센과 환상적인 무드가 주제를 한껏 고양시킨다. 특히 자연광이 돋보이는 촬영
<글로리아 벨> 50대의 싱글 여성 글로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