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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은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 영어자막 검수를 시작으로, <옥자>(2017)를 제외한 봉준호의 모든 영화에 참여했다. 공동번역도 다수였고, <설국열차>(2013)의 경우 한국어 시나리오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맡았다. 이외에도 박찬욱의 <아가씨>, 나홍진의 <곡성>, 윤종빈의 <공작> 등 최소 150편 이상의 한국영화 영어자막 번역과 감수에 달시 파켓의 손길이 닿았다. 1997년 한국에 들어와 영어 강사로 일하다 한국영화에 빠져들었고, <스크린 인터내셔널> <버라이어티>의 기자로 일하다 영어자막 번역과 연기까지 경험했으며, 지금은 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이자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기생충>의 좋은 영어자막 번역은 한국영화와 한국 문화, 한국 사회에 대한 달시 파켓의 깊은 이해와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생충>의 황금종
[<기생충> 제작기] 영어자막 번역 달시 파켓, “관객에게 최대한 편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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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는 밀도 높은 상상력의 구현에는 돌비애트모스 믹싱을 적용한 사운드의 힘이 컸다. 영화 초반부, 온갖 분주한 소리로 에워싸인 기택(송강호)의 반지하 집에서 벗어나 박 사장(이선균)의 주택 지역으로 이동하면, 갑자기 주변이 멈춘 듯 고요해지고 맑은 새소리가 들려온다. 생활감이 완벽히 표백된 공간음이 부의 척도처럼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렇게 <기생충>의 가난과 부, 지상과 지하, 현실과 장르는 사운드의 조화를 통해 비로소 관객의 몸과 마음에 체감된다.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기생충>까지 모든 작품을 함께한 살아 있는 봉준호 영화의 사운드인 최태영 음향감독은 자신의 일을 “감독의 느낌과 주관을 관객에게 객관적인 것으로 돌려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플란다스의 개>부터 <기생충>까지 창립 멤버로 있는 라이브톤 스튜디오에서 봉준호 감독과 20년을 함께했다. 많은 말 없이도 서로 척척 손발이 맞을 것
[<기생충> 제작기] 최태영 음향감독, “스크린만의 리얼 사운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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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소감 당시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작업에 함께한 아티스트”로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그리고 최세연 의상감독”을 특별히 언급했다. 이중 최세연 의상감독은 <마더>(2009), <해무>(2014), <옥자>(2017), <기생충> 등을 봉준호 감독과 함께하며 10년 넘게 연을 맺은 핵심 스탭이다. 봉준호 감독이 배우 이정은을 알게 된 계기가 된 뮤지컬 <빨래>의 제작사 대표도 역임하고 있다. <마더>의 혜자(김혜자)나 <옥자>의 미자(안서현)가 입은 레드 색상의 옷처럼 시각적 잔상을 남기는 의상이 <기생충>에는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이같은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곧 봉준호의 세계를 이해하는 근사한 열쇠가 될 것이다.
-전작에서도 소시민 집단은 등장하지만, 강렬한 색상의 옷을 입은 <마더>의 혜자나 <옥자>의 미
[<기생충> 제작기] 최세연 의상감독, “문광의 옷… 집에 가장 밀착한 컬러와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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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일 음악감독은 봉준호 감독이 <괴물>(2006)과 <마더>(2009)에서 이병우 음악감독과 연달아 작업한 이후 두 번째로 <옥자>(2017)와 <기생충> 두편을 함께한 음악감독이 됐다. 음악감독의 이름으로 봉준호의 전작을 분류하자면, <기생충>은 소재도 장르도 심지어 제작 스튜디오도 접점이 없는 <옥자>와 같이 묶이게 된다.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려 하니, 정재일 음악감독이 “(두 작품을 연달아 맡은 이유란) 간택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저 말을 잘 듣는 고분고분한 음악감독이기 때문 아닐까(웃음)”라며 겸손함을 내비친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의 음악감독이 된 것이 “황송하다”고 즐거워하는 그의 음악은 <기생충>의 이상하고 다양한 장르적 색깔을 한방향으로 엮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생충>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음악이 쓰일 방향 같은 게 잡히던가.
=일단 텍스트부터 강렬했다. 대사가
[<기생충> 제작기] 정재일 음악감독, “잘 들리지 않는 저음으로 압박감을 나타낸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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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미술팀 덕분에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오!” 봉준호 감독이 칸에서 이하준 미술감독에게 보낸 문자라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 현지에서 접한 <기생충>의 미술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5월 25일 열린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스탭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기술상 부문에 특별언급되기도 했다. <독전> <관상> <도둑들> <하녀> 등 현대물과 사극, 블록버스터와 작가영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미술 작업을 이어온 그에게, <기생충>은 전에 없던 도전을 요하는 작품이자 그에 상응하는 성취의 쾌감을 안겨준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칸국제영화제 기술상 부문 시상에서 특별언급된 소감은.
=일주일 동안 밥을 안 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할 만큼 기뻤다. 아무래도 영화에서 박 사장(이선균) 집과 기택(송강호)의 집이 중요한 공간적 요소이기에 심사위원들이 언급했던 것 같다. 덕분에 태어나
[<기생충> 제작기] 이하준 미술감독, “계단과의 사투… 공간과 배우에 맞게 고민을 거듭하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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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8일 크랭크인, 총 4개월에 걸친 촬영. 순제작비 135억원.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규모 세트 진행까지. <기생충>은 압도적인 규모 면에서 프로듀서의 역량이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간 <고지전>(2011), <조작된 도시>(2016), <1987>(2017) 등을 거치며 규모가 큰 작품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던 장영환 프로듀서는 <기생충>의 ‘움직임’을 차질 없이 가능하게 해준 손과 발이었다. 키스탭 대부분이 봉준호 감독과 전작을 경험한 것과 달리 장영환 프로듀서는 봉준호 사단에 새롭게 합류한 스탭이기도 하다. 77회차의 촬영 동안 그가 경험한 <기생충> 제작 과정에 대해 들었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 칸 현장에 있었나.
=개봉 준비로 먼저 서울에 왔다. 새벽에 칸 공식 라이브와 <씨네21> 유튜브 라이브를 동시에 켜놓고, 단톡방에 모여서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웃음
[<기생충> 제작기] 장영환 프로듀서, “봉준호 감독은 결정이 빨라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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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된 인터뷰입니다. 관람 전에 읽거나 유포하는 일은 영화의 재미를 크게 해칠 수 있습니다.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날, 홍경표 촬영감독은 지구 반대편인 타이 방콕에 있었다. 그는 신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의 로케이션 헌팅을 하기 위해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상이나 상찬에 무심하고 쑥스러워하는 성격인 그이지만, 그날만큼은 일을 마친 뒤 촬영부 조수들과 숙소에 둘러앉아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그만큼 그에게 <기생충>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전작 <설국열차>(2013) 이후 5년 만에 봉준호 감독과 다시 만난 이 영화에서 그의 손을 거친 자연광은 팔색조 같은 얼굴을 보여준다. 기택(송강호) 가족이 사는 반지하 집 창문 밖에서 집 안으로 떨어지는 한줄기 빛은 넉넉하지 않
[<기생충> 제작기] 홍경표 촬영감독의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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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된 인터뷰입니다. 관람 전에 읽거나 유포하는 일은 영화의 재미를 크게 해칠 수 있습니다.
<기생충>의 가난한 가족은 자본가와 갈등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실업자들이다. 일을 전전하며 빠짐없이 실패한 아버지 기택(송강호)은 아들 기우(최우식)가 계획을 입에 올리자 크게 놀라 다시 본다. 계획이란 그들의 삶에서 언제나 불길한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다르다. 부잣집 친구가 선물한 재물운을 가져다준다는 산수경석은 과연 기우에게 기세를 불어넣고, IT 기업 CEO 박 사장(이선균) 집 과외교사로 채용된 기우를 시작으로 나머지 세 식구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취업한다. 하지만 산수경석의 주문은 반지하방에 사는 이 가족을 더 높은 곳으로만 데려가지는 않는다. <기생충>을 뒤덮은 계단은 한층씩만 우리를 이동시키는 구조물이다. 그리고 운수 나쁜 날에는 추락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생각지 못한 ‘거기’에도 사람
[<기생충> 제작기] 봉준호 감독에게 <기생충>을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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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순항 중이다. 지난 5월 30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6월 5일 현재, 개봉 닷새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리고 같은 날 프랑스를 시작으로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 러시아, 타이 등에서 개봉하고 10월에는 북미 지역에서 개봉하는 등 해외 관객과도 만날 예정이다. 첫 공개부터 기자회견에 이어 황금종려상 수상 순간까지 담아냈던 장영엽, 김현수 기자의 지난 칸국제영화제 리포트에 이어 국내 개봉 2주차 들어 <기생충>에 대한 심도 깊은 인터뷰를 준비했다. 김혜리 기자가 만난 봉준호 감독의 길고 긴 인터뷰부터 김성훈 기자가 만난 홍경표 촬영감독의 포토 코멘터리, 그리고 다른 모든 기자들이 총출동하여 전담 마크한 장영환 프로듀서, 이하준 미술감독, 정재일 음악감독, 최세연 의상감독, 최태영 음향감독, 영어자막을 맡은 달시 파켓까지 거대한 제작기 인터뷰를 완성했다. 영화를 향한 궁금증들이 하나둘 해소될 것이다. 물론 배우 인터뷰와 비평 특집까지
[스페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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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올리비아 와일드의 감독 데뷔작 <북스마트>가 코미디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인터넷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이 작품은 총 199명의 평론가들에게 97%의 신선도를 기록했다. 특히 <북스마트>는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임에도 걸쭉한 입담으로 R등급을 받았다.
고교 졸업을 하루 앞둔 몰리(비니 펠드스타인)와 에이미(케이틀린 디버)는 10년 이상을 함께한 베스트 프렌드다. 지난 4년간 아이비리그 대입을 위해 공부만 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며 자화자찬 중이었다. 하지만 몰리는 우연히 다른 동급생들도 좋은 학교에 진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매일 파티에 가고, 연애를 하고, 별 생각 없이 학교에 다닌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모두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다는 것. 충격에 빠진 몰리는 공부만 했던 과거를 탓하며, 에이미에게 고교 마지막 파티의 밤을 불태우자고 제안한다.
몰리 역을 맡은 비니 펠드스타인과 케이틀린 디버는
[뉴욕] <클루리스>를 잇는 청춘코미디 <북스마트> 평론가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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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짐 맥브라이드 / 출연 리처드 기어, 발레리 카프리스키 / 제작연도 1983년
서른해쯤 전 초겨울. 고3이었던 나는 대학입학시험을 쳐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재수를 결심하고 있었다. 그해 여름 자전거 사고로 몸을 다쳐 수술과 입원을 하고 학교와 병원을 오가며 고등학교 시절을 겨우 마무리 중이었다. 실패는 어떤 일의 결과로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그때 나의 실패는 곧 닥쳐올 예정된 실패여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쉽게 격해지고 쉽게 우울해지는 날들이었다. 나는 막바지 시험 공부에 열중해 있던 친구들에게서 떨어져나와 자주 혼자 서성댔다. 혼자 쏘다니거나 혼자 영화를 보러다녔다. 그날 밤도 야간자습 시간의 교실을 빠져나와 시내 뒷골목의 낡은 극장을 찾았다. 객석이 겨우 50석 정도 됐던 그곳은 삼개봉, 사개봉도 더 된 낡은 영화를 거는 싸구려 소극장이었는데, 이름은 번듯하게도 명보극장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날 명보극장의 낡은 간판에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애절한 사랑’이란
[내 인생의 영화] 이원태 감독의 <브레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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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탁 치니 억 하고”를 치면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 관한 기사와 게시물이 쏟아져나온다. 21살 청년의 참혹한 죽음에 부검의는 ‘목 부위 압박에 따른 질식사’라는 소견을 내놓았지만, 전두환 정권 말기였던 당시 강민창 내무부 치안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며 단순 쇼크사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SBS <런닝맨> 제작진은 한번도 검색하지 않은 모양이다. 게임을 준비하던 김종국이 “노랑팀은 1번에 딱 몰았을 것 같아”라고 추측하는 순간 마침 노랑팀인 전소민이 사레들려 기침을 하자 “1번을 탁 찍으니 엌 사레 들림”이라는 자막을 넣으면서, 이 ‘드립’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상황을 희화화할 때 써도 될지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제작진 중 누구도 지난해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에서 “탁 치니 억 하고 올라오는 대물 벵에돔”이라는 자막을 넣어 비
[TVIEW] <런닝맨>, 그게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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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제작 영화사 두둥 / 감독 조철현 / 출연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최덕문, 남문철, 정해균, 정인겸 / 배급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개봉 7월 24일
세종대왕만큼 널리 잘 알려진 위인도 없다. 그럼에도, 아니 그러므로 세종대왕의 일화는 끊임없이 발굴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09), <사도>(2014)의 각본을 쓰며 내공을 쌓은 조철현 감독의 첫 연출작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세종대왕(송강호)은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할 우리의 문자를 만들고자 하지만 문자와 지식을 독점하여 권력을 향유하려는 신하들의 반대가 끊이지 않는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세종은 조력자를 탐문하던 중 조선 왕조의 억불 정책으로 인해 가장 낮은 곳에 있던 신미 스님(박해일)을 만나고, 그와 의기투합한다. 한글 창제 자체는 익숙한 소재지만 조선시대의 불교라는 이색적인 접근을
[Coming Soon] <나랏말싸미>,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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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 주만에 약 2억 7천만 달러(우리돈 약 3,187억 원 / 6월4일 환율 기준)를 벌어들이며 제작비를 전부 회수한 <알라딘>. 개봉 전에는 흥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빈번히 등장했지만, 이를 모두 뒤엎은 성적이다.
팬들이 <알라딘>에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부분은 단연 윌 스미스가 연기한 지니. 스틸컷 공개 당시에는 “이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웬걸.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니가 영화를 ‘하드캐리’했다. 윌 스미스 특유의 코믹 연기와 지니가 만나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는 평이다. 또 하나의 영화 속 ‘파란색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지니 외에 영화 속에서 모습을 비췄던 파란색 캐릭터들에는 누가 있을까. 그 예시들을 찾아봤다. 수많은 이들 중 자신의 ‘최애’를 골라봐도 좋겠다. 실사영화를 중심으로 했으며, 혹시 빠진 캐릭터가 있다면 댓글에 남겨주시길.
<아바타> / 네이티리, 제이크 등
우선 파란색 피부는 이질적인
대세는 BLUE! 재미로 모아본 영화 속 파란색 캐릭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