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병영 문화의 고통스러운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가 연일 화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도 인기 있는 배우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다루는 메시지에 공감한다. 물론 작품의 밀도 있는 완성도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면면이 궁금해진다. 이 작품에서 얼굴을 알린 배우도 있고 오랫동안 독립영화 계에서, 혹은 아이돌로 활동하던 배우도 있다. 이들이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와 <D.P.>에서 보여준 연기를 비교해보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천상 배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여준 배우들을 소개한다.
황장수 병장
이름: 신승호
나이: 1995년생
출연작: 영화 <더블패티>
드라마 <계약우정><열여덟의 순간> <좋아하면 울리는> <에이틴> 시즌 1, 2
실제 군생활 당시, 정말 저런 고참이 있었지 싶다. <D.P.>에서 가장 못된 성격을 지닌 고참 황장수병장을 연기한 배우 신승호는 데뷔 이후 고등학생 역할을 많이 맡다가 <더블패티>에서는 씨름 유망주인 우람을 연기했다. 11년 동안 축구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운동을 그만둘 때는 애정을 쏟아 하던 터라 너무 힘들었었다고. 하지만 이후 오래전부터 제안받았던 모델 일을 시작했고 서울패션위크 데뷔, 슈퍼모델 선발대회 출전 등의 성과를 이뤘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모델 활동 당시에 큰 도움을 준 박둘선 선배가 연기를 해보지 않겠냐”고 추천해서 라고. <더블패티>의 백승환 감독은 그를 두고 “본능적으로 몸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이강 병장
이름: 홍경
나이: 1996년생
드라마 <학교 2017><라이브><라이프 온 마스><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홍천기>
입에 담기도 괴로운 ‘대공포발사쇼’라는 만행을 저지르던 류이강 병장은 조석봉 일병과 근무 상하번을 할 때마다 "오따쿠, 오따쿠." 라고 깔보며 괴롭히던 인물이다. 그를 연기한 홍경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면 깜짝 놀랄 것 같다. 다른 어떤 출연작과 비교해도 <D.P.>의 이강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기 때문. <정말 먼 곳>의 홍보를 위해 씨네21 동영상 인터뷰에 출연해서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카메라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씨네21 유튜브 채널에서 그의 현실 본체의 면면을 볼 수 있다.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먼저 시작했다. <추리의 여왕><학교 2017>로 시작해 <라이브><라이프 온 마스> 등에 출연했고 <결백>에서 장애를 지닌 정수 역을 연기하며 2021년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날 수상 소감에서 “스타일리스트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려견들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배우들을 검색하다가 황장수 병장을 연기한 신승호 배우와 의외의 접점을 발견했다. 홍경 배우의 반려견 이름 중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있다. 신승호 배우의 인스타그램 프사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최준목 일병
이름: 김동영
나이: 1988년생
출연작: 영화 <기방도령><제8일의 밤><열두 번째 용의자><독전><말모이><7호실><군함도><용순><밀정><위대한 소원><무수단><신촌좀비만화><끝까지 간다><완득이><열여덟, 열아홉><청춘 그루브><굿바이 보이><마음이…><짝패><가족의 탄생><사랑해, 말순씨><엄마 찾아 삼만리><사랑을 놓치다><눈부신 하루><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꽃피는 봄이 오면><말죽거리 잔혹사><바람의 전설><내 마음의 풍금>
<D.P.> 2화 ‘일장춘몽’ 편에서 호열(구교환)과 준호(정해인)에게 지하철에서 붙잡혔던 탈영병 준목을 연기한 배우 김동영은 다른 출연 배우보다 데뷔 시기가 빠르다. 씨네21은 그와 2006년 <눈부신 하루>에 출연했을 때 인터뷰했다. 1988년생 광주 출생인 그는 이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광주에서 살다가 초등학교때 서울로 이사를 와 홀어머니와 함께 자랐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머니의 권유로 초등학교 3학년때 연기 공부를 시작했고, 2004년, 고등학교 1학년 때 <꽃피는 봄이 오면><말죽거리 잔혹사> 오디션을 보고 덜컥 합격하며 본격적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껏 29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허치도 병장
이름: 최준영
나이: 1988년생
출연작: 영화 <젊은이의 양지><유열의 음악앨범><판소리복서><아워바디><국가부도의 날><샘><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싱글라이더><글로리데이>
전작들에서 주로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청년 세대의 역할을 많이 맡았다. <아워바디>에서는 청년세대의 공허한 현재를 몸 만들기로 돌파하려는 달리기 동호회 회원 민호 역을, <젊은이의 양지>에서는 치열한 경쟁시대를 사는 불안한 청년으로 등장했다. <D.P.>에서 그가 연기하는 허치도 역시 꿈 많은 대학생임에도 아픈 할머니를 부양해야 한다는 현실에 압박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배우 최준영은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확고한 목표를 갖고 살아왔다. 어릴 때는 “배우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삶의 일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진정성을 가진다면 나도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마음먹고 노력했다고 한다.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를 좋아하고 롤모델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크리스천 베일이다. 또 한국 배우로는 하정우 배우처럼 다양한 역할, 작업에 도전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그와 작업한 정지우 감독은 그를 두고 “감독이 조절하는 게 어려운, 연기에 첨언을 할 필요가 없는” 배우라고 말했다.
조석봉 일병
이름: 조현철
나이: 1986년생
출연작: 출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국경의 왕><말모이><초행><터널><마스터><차이나타운><뎀프시롤: 참회록><서울연애><가족영화><건축학개론>
연출 <척추측만>
각본 <판소리 복서><뎀프시롤: 참회록><서울연애><척추측만>
조석봉 일병을 연기한 배우 조현철은 <D.P>가 던지는 메시지를 가장 격렬하게 대변하는 캐릭터다. 특히 6화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를 울렸다. 그는 십여년 전부터 독립영화계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인정받고 있는 배우이자 단편 <척추측만>(2010)을 비롯한 여러 편의 연출작까지 내놓은 감독 출신이다.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이제훈)의 친구 동구 역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고, <D.P.>의 한준희 감독과는 <차이나타운>에 이어 두 번째 협업이다. <차이나타운>에서 그가 연기한 홍주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엄마(김혜수)에게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상당히 어눌한 인물"이었는데 조석봉 일병이 지닌 불안한 눈빛 속에서 <차이나타운>의 홍주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극중 그가 연기한 조석봉 일병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또 그쪽으로 진로를 고려하던 젊은이였던 것처럼 실제 조현철 배우도 진로를 고민하던 어린 시절에 그와 유사한 고민을 했다. 어릴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디즈니 작품들을 섭렵하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그쪽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쉬리>(1999)가 흥행하면서 "왠지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비슷하게 보였고 영화를 하면 애니메이션보다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겠구나" 싶어 진로를 변경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서강대 인문학부에 들어갔다가 한 학기 만에 자퇴, 다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와 연출을 공부하게 됐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평소에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그런 내 모습을 많이 털어버리게 되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힙합 뮤지션 매드클라운과 한 살 터울의 친형제다. 과거 두 사람이 씨네21과 나눈 대화에서 조현철 배우의 실제 성격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다.
-- 매드 클라운_근데 동생한테 궁금한 게 있다. 나는 가족이라 그런지 동생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동생이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차이나타운>의 홍주 역할도 그렇고 대체로 어눌하고 ‘또라이’ 같은 인물을 많이 연기하잖나. 그런 모습이 평상시의 동생 모습이랑 상당히 닮았다. 얼마 전에 사촌동생을 만나 <차이나타운>에서의 현철이 연기가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워낙 평소 모습과 비슷해서) 연기를 안 하던데?”라고 하더라. (일동 웃음) (조현철을 보며) 네가 정말 연기를 잘하고 있는 거야?
조현철_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 나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항상, 늘, 궁금하다.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