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 멜로영화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시기 - <커피 메이트> 오지호·윤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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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7-02-28

<커피 메이트>(감독 이현하)에서 오지호와 윤진서는 커피 친구다. 일면식도 없는 둘은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나 합석하게 된 사이다. 서로의 연락처를 모른 채 오로지 커피숍에서만 만나 대화를 나눈다. 혹여나 밖에서 마주치더라도 아는 체하지 않기로 한다. 그들만의 특별한 규칙 속에서 서로의 과거와 생각 그리고 감정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희수(오지호)와 인영(윤진서) 두 남녀의 대화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인 만큼 오지호, 윤진서 두 배우의 호흡과 집중력이 관건이다. 웬만한 영화보다 많은 대사 양을 함께 감당해낸 까닭일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오랜만에 만난 오지호와 윤진서는 서로에게 익숙한 듯 무척 편안해 보였다. 윤진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 많이 긴장했는데 오늘은 덜 떨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윤진서_ 잠을 못 이뤘을 만큼 생생했다. 인영처럼 결혼한 여자는 아니지만 뭔가 공감이 됐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이지 않나. 과거가 현재의 인영을 이해하는 데 좋은 단서가 됐고, 설득이 됐다.

=오지호_ 당시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매니저를 통해 시나리오를 받았다. 다양한 장르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컸다. <커피 메이트>를 읽어보니, 일정만 맞으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윤)진서가 상대 역할이라고 들어서 딱이다 싶었다.

-그간 맡았던 장르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희수는 일상적인 면모를 요구하는 캐릭터다. 그 점에서 도전해보고 싶었던 건가.

오지호_ 그동안은 사랑을 하고,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을 주로 맡지 않았나. 이 시나리오를 보니 오로지 대화와 눈빛으로 감정을 주고받는 사랑은 또 무엇일까 궁금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의 감정, 슛 들어갈 때의 감정 모두 다를 것 같아 도전해보고 싶었다.

-인영은 의사 남편을 둔 주부다.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진서씨와 많이 다르지 않나.

윤진서_ 내게 인영 같은 성향이 없는 건 맞다. 하지만 여성이고, 결혼할 나이가 되니 결혼한 또래 친구들로부터 안정적인 삶에 대한 얘기를 듣곤 한다. 배우로서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내게 그런 얘기가 솔깃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행복해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그렇게까지 돈이 필요한 것도, 돈을 많이 쓰는 인간도 아닌데 말이다.

오지호_ 진서 같은 친구가 결혼을 하면 인영 같은 캐릭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자유로운 영혼이 의사 남편의 삶에 맞춰 살 때 무료하고 지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 점에서 진서가 인영과 잘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윤진서_ 아,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오지호씨가 희수 역을 맡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

윤진서_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희수가 목수여서, 우락부락한 사나이 같은 외모를 상상했다. 나중에 인영의 남편이 희수를 만났을 때 굉장히 자존심을 상할 법한 상남자를 생각했던 거지. 그런데 서구 미남형인 (오)지호 오빠가 맡았다고 해서 되게 의외였다. (웃음)

오지호_ 하하.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오히려 내가 남편 역할이었으면…(웃음) 고 임성민 선배님처럼 멜로영화에 출연하는 게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커피 메이트> 시나리오가 들어온 지금이 멜로 연기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영화는 같은 커피숍에서 희수와 인영, 두 남녀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화와 내레이션의 비중이 큰 까닭에 배우로선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윤진서_ 같은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까닭에 감정이 1부터 10까지 왔다갔다하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때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을 놓치면 대사의 간격이나 아주 미묘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전달되지 않으니까.

-대사 량이 많던데.

윤진서_ 영화 속 대사는 시나리오 속 그것의 반 정도에 불과하다. 대사를 많이 들어낸 거다. 대사가 많아서 매번 아찔했고, 힘들게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오지호_ 무엇보다 부담이 됐던 건 대사 양이 많아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을까였다. 배우들이야 대사가 길어도 연기를 할 수 있지만 관객이 그 많은 대사를 다 들어줄 여력이 있을까. 그래도 그 많은 대사를 그대로 보여줬으면 싶었다. 공들여 찍어서 버리기가 아까니까.

-인영과 희수는 어떤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좀더 극단으로 치달았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다른 이야기가 됐을 것 같은데.

윤진서_ 인영은 평범한 삶을 싫어하고, (희수와의 만남이) 정말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어떤 선을 넘게 되면 진짜 불륜이 되니까.

오지호_ 캐릭터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희수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막연하게 들어줄 수 있는 인영이라는 여자를 카페에서 만난 거다. 두사람의 감정이 좀더 직접적으로 표현됐다면 지금과 다른 영화가 됐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어떤 찜찜함이 있는 지금의 영화가 좋다. 그게 <커피 메이트>라는 영화가 가진 색깔인 것 같다.

-실제로 희수와 인영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

윤진서_ 내 삶을 영화의 설정에 비유하는 건 좀 그렇다. 삶을 살아가는 각자의 방식이 있지 않나. 인영은 지루한 삶에서 벗어서 조금 힘들더라도 내 삶을 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영이 생각한) 정상 범주에서 탈피한 거다. 그 점에서 여성으로서 어떤 쾌감을 느꼈던 까닭에 내가 인영이었다면 인영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오지호_ 진서와 생각이 약간 다른 것 같다. 희수였다면 아마도 인영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아니, 정말 만났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는 여자가 없었으니까. 선을 넘을 수밖에 없는 거지.

윤진서_ 남편이 있는 여자인데도? 하하하.

-근데 두 남녀가 매일 커피만 마시는 게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손도 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오지호_ 나도 얼마나 답답했겠어. (웃음) 이 작품은 속 시원하게 해소시키지 않는 성격의 이야기인 것 같다. 윤진서 커피 마시며 대화하는 게 훨씬 재미있지 않나.

-실제로 커피 메이트를 삼고 싶은 사람이 있나.

오지호_ 진서. 같은 배우인데 내가 갖지 못한 모습이 너무 많다. 진서는 영혼이 굉장히 맑고 생각이 자유롭다. 그런 생각에 자극을 많이 받는다. 돈, 계산 필요 없어. 난 그게 안 된다. (일동 폭소)

윤진서_ 나도 지호 오빠. 커피를 잘 타줄 것 같다. 하하. 오빠뿐만 아니라 이현하 감독님과 셋이서 커피 메이트하고 싶다.

-둘이서 대답을 일부러 맞춘 것 같다.

오지호_ 아니다. 나와 달리 감독님과 진서가 와인에 대해 잘 안다. 두 사람이 와인을 마시며 와인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잘 들으면 참 재미있다.

윤진서_ 세 사람 모두 너무 다르다.

오지호_ 그래서 재미있다.

-되돌아보면 <커피 메이트>는 어떤 작품이 될 것 같나.

오지호_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그걸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는다. 그저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도전을 하고 싶다. 모든 장르를 좋아하지만 그중에서 멜로는 항상 하고 싶다. 그 점에서 <커피 메이트>는 중요한 작품이다.

윤진서_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대사 하나 하면 10분이 그냥 간다. 기진맥진이 됐다. 지금은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두번은 절대 못하겠다. 아무도 모르지만,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자 큰 산이었다. 혼자서 큰 산을 잘 넘어왔다는 사실이 굉장히 고맙다.

실제인 듯 아닌 듯

오지호, 윤진서에게 각각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씩 꼽아달라고 했다. 오지호는 “인영이 지나가던 행인에게 폭행 당한 희수를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 상황에서 진서가 그렇게 울 줄 생각도 못했다. 그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진심이 나왔던 것 같다”는 게 오지호의 설명. 윤진서는 “인영과 희수가 빙고게임을 할 때 인영이 오기를 부리는 장면”을 꼽았다. 희수에게 우기는 모습은 윤진서의 실제 모습과 다르다고 한다. “평소 그런 성격이 아닌 까닭에 그 장면을 찍을 때 살짝 걱정되기도 했는데 의외로 귀엽게 나왔더라. 무척 생소했다.(웃음)”는 게 윤진서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