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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하는 인류학자, 이마무라 쇼헤이 회고전
인간의 깊은 욕망을 거침없이 탐색해왔던 이마무라 쇼헤이의 작품을 상영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9월 6일부터 24일까지 서울극장 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이번 상영전에는 데뷔작 <도둑 맞은 욕정>(1958), <복수는 나의 것>(1979), <나리야마 부시코>(1983) 그리고 유작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2001)까지 총 17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또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장남이자 영화감독인 덴간 다이스케가 강연 및 시네토크에 참석해 아버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관람료는 8천원이며 맥스무비, YES24에서 온라인예매를 하거나 6일부터 현장예매를 하면 된다.
극단 산울림, 3년 만의 신작
극단 산울림이 3년 만의 신작 <이방인>을 발표한다. 이번 작품은 산울림의 158번째 정기공연으로,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을 재해석한 것이다. 임수
[culture highway] 뮤직 너드의 선곡 센스를 영접하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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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것들은 ‘발견한다’는 감각보다는 ‘발견된다’는 감각으로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는 예술적 재능을, 학문적 총기를, 또 누군가는 평생을 추구할 아름다움을 그렇게 만난다. 나는 아마도 로잘린 투렉이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평생 잊지 못할 텐데, 바흐와 로잘린 투렉의 조합과, 그 음악이 전과 다른 방식으로 나를 ‘건드린’ 어느 오후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 느낌을 말로 설명하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음악에는 당할 수가 없다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음악을 글로 재현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세상 어디를 가도 음악은 통해. 언어의 장벽이 없어. 감동을 공유할 수 있어. 우리는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까, 음악가가 정말 부러워.” 이 말은 참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어딜 가도 통하지만,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꿀벌과 천둥>, 음악을 상상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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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음악과 함께 피크닉을
잔디밭에 누워 디즈니의 명곡 레퍼토리를 듣는다면? <인어공주> <알라딘> <라이온 킹>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수록곡을 라이브 연주로 들을 수 있는 <디즈니 인 콘서트>가 9월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다.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 이번 공연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이다. 올림픽공원의 너른 잔디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다과를 나누며 수준 높은 연주를 감상하는 상상만으로 9월이 기다려진다. 잔디밭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지정석인 로열석과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석도 있다. <겨울왕국> 한국어 버전의 주제곡을 부른 뮤지컬 배우 박혜나가 스페셜 게스트로 공연을 찾는다. 피크닉석 4만원부터 테이블석 24만원까지.
명장의 선율로 귀호강할 시간
2007년, 예순한살의 나이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을 완수한 피아니스트 백건우. 그가 10년만에 다시 베토벤 소나타
[culture highway] 디즈니의 음악과 함께 피크닉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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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집은 그 시집의 시간을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살게 한다. 신용목의 이번 시집은 그런 시집이었다. 나는 해가 천천히 지는 여름 동안 그의 시집을 읽었다. 읽는 동안 나는 이 시집이 씌어지던 시인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 허수경 시인의 추천사가 꼭 내 마음 같아서 잠시 옮겨 적는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는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신용목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세 번째 시집 <아무날의 도시>에 이어 삶의 고통을 근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관조한다. 그러나 그 관조에는 냉담자의 시선이 아니라 언제든지 달려가 사람을 안을 수 있는 보드라움이 있다. 상황은 분명 어둡지만 시선은 따스하고 거기에는 모두 제각각 성실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서정시 중에서도 누구보다 서정적인 시인의 시가 동시대에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가 ‘아무날의 도시’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낮은 지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거
씨네21 추천도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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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가라면 출판사의 에디션보다는 자신만의 북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더 매력적일지 모르겠다. 사계절1318문고에서 109권의 책 중 10권을 엄선한 에디션을 마주했을 때, 과연 전부 읽을 만할까 의심이 들었다. 이금이 작가의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읽다가 정신을 차리니 동이 터 있었다. 한권을 해치우고(?) 다음 권을 읽다 보니 ‘엄선’이라는 말에 수긍이 되었다.
박지리 작가의 <맨홀>, 최상희 작가의 <델 문도>, 김해원 작가의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박상률 작가의 <봄바람>, 그리고 이금이 작가의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까지 총 5권의 한국 소설, 그리고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리운 메이 아줌마>, 로버트 뉴턴펙의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마이테 카란사의 <독이 서린 말>, 라헐 판 코에이의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창신강의 <
씨네21 추천도서 <사계절1318문고 20주년 기념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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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옆집 소녀 이미지와 천상의 목소리로 인기를 얻은 컨트리 가수 케일리 타운은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스토커의 협박에 시달린다. 지속적으로 케일리에게 메일과 편지를 보내는 스토커의 정체는 에드윈 샤프. 그는 케일리가 메일 주소를 바꿔도 귀신같이 알아내, 망상에 사로잡혀 마치 사귀고 있는 연인처럼 연애편지를 보낸다. ‘너를 만나러 갈 거야. 너도 나를 기다리는 것 알아.’
편지의 마지막에는 항상 애정을 담은 XO가 인장처럼 박혀 있다. 미국 드라마 <가십걸>을 본 사람이라면 XOXO가 무슨 뜻인지 쉽게 알 것이다. XO는 편지나 카드의 말미에 쓰는 미국식의 친밀한 표현이며 ‘키스와 포옹을 담는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스릴러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디버의 ‘캐스린 댄스’ 시리즈 세 번째 책인 <XO>는 인기 가수를 좇는 스토커와 그와 두뇌싸움을 펼치는 여성 수사관 댄스의 이야기다.
인공 댄스는 행동분석가로 범인의 눈빛, 몸짓, 목소
씨네21 추천도서 <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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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서, 입속에서 맴맴 도는 말이 있다. 지금 이 풍경을, 이 마음을, 이 떨림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지 어떤 문장으로도 지금의 기분을 완전히 그려낼 수 없다. 보통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리고 여행지에서 넋을 놓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을 때가 그러하다. 어쩌면 여행과 연애의 닮은 점은 그것이다. 그것들은 실재하는 마음의 동요를 글로 담아내기가 어렵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은 여행지에서 떠올린 사랑의 기억,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의 우물에서 끌어올린 연애의 밀어들을 글로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어떤 여행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떠올랐는지는,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너무 아름답고 적요해서 차마 글로 적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풍경과 마음을 어렵게 써내려갔다는 사실. 문장과 어우러지는 여행 사진이 감흥을 더한다. 분명 한번도 본 적 없는 곳의 사진이고, 작가가 찍은 사진인데도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낯익은 사람
씨네21 추천도서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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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가장 근작(2013년 출간) 장편이자 열한 번째 소설책이다. 2017년에 나온 작가의 소설집이 있음에도 <씨네21> 북엔즈의 서가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꽂은 이유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9월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짧게 압축된 문장은 매우 힘이 있어 읽히는 속도감이 엄청나다. 단숨에 읽히는 것이 아쉬워 ‘작가의 말’을 들여다보니 이런 설명이 뒤따랐다. ‘이번 소설은 유난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루에 한두 문장씩밖에는 쓰지 못한 날이 많았다. 처음에는 꽤나 답답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주인공의 페이스였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아닌가. 그래서 마음을 편히 먹고 천천히 받아적기로 했다.’ 은퇴한 연쇄살인범, 알츠하이머에 걸린 그는 가끔 ‘살인의 추억’을 복기하며 살아간다. 우연한 기회에 살인을 멈춘 그는 피해자의 아이였던 딸을 키웠는데 어느 날 마을에
씨네21 추천도서 <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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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 것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통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를 지배하고 하루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도 한다. ‘감정’ 이야기다. 우리는 슬픔, 분노, 서운함, 질투 등의 감정을 나쁜 감정이라 여기고 그것을 즐거움, 기쁨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다. 그런데 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고 그저 ‘서툰 감정’만 있다면?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일자 샌드는 다수가 자신의 감정의 정체를 몰라 당황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나 화났어’라고 표현하는 단순한 감정 표현 안에는 분노, 실망, 슬픔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의 감정을 도표화한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바로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인데, 나의 감정이 곧 내가 아니며 내가 가지고 있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일자 샌드는 주지시킨다. 타인의 행동과 외부의 충격이 불러온 나의 감정에 지배당하지 말 것. 그리고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씨네21 추천도서 <서툰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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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위가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밤이면 가을이 당도한 듯도 싶다. 물론 못 견디게 뜨거웠던 여름이 끝났다고 안도하기엔 이르다. 무더위는 언제나 우리가 방심할 때 다시금 찾아오니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밤, 불면이 이어지면 평소에 잘 읽히던 장르 소설마저 책장이 더디 넘어간다. 8월의 마무리와 함께 계절이 갈무리되는 때, 허망하게 반 토막이 나버린 1년에 머릿속까지 복잡하다면 술술 잘 읽히는 책을 집어 들어야 할 때다. <씨네21> 8월의 북엔즈에는 장르 소설과 시집, 여행 에세이와 교양 심리학, 청소년 문학 등 다양한 갈래의 책들이 꽂혔다.
심리치료사 일자 샌드의 <서툰 감정>은 그동안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던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돌아보고 정리를 하게 해주는 교양 심리학 서적이다. 이성과 대비되는 영역으로서 수치화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세밀히 분석했는데, 누구나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알면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9월 영화 개봉
씨네21 추천도서 - 8월 북엔즈 서가에 꽂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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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 음악을 라이브로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의 주옥같은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것도 한스 짐머 음악감독의 지휘와 함께. 10월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의 구성 프로그램 <한스 짐머 라이브>에 한스 짐머가 참석한다. 한스 짐머가 직접 선별한 19인조 밴드가 이번 공연에 함께할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에는 <라라랜드>의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도 참석해 <저스틴 허위츠가 지휘하는 라라랜드 인 콘서트>로 그의 바통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예매는 멜론티켓에서 할 수 있다.
20세기의 목격자 <라이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라.” 보도사진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라이프> 매거진의 모토다. 포토저널리즘을 표방한 <라이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격
[culture highway] 한스 짐머 음악을 라이브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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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시네필의 바캉스
올해로 12회를 맞은 한여름의 영화제 ‘시네바캉스 서울’이 7월 26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올해는 5개 섹션에서 40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오즈의 마법사>(1939), <올리버!>(1968) 등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영화는 물론,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감독의 <탐욕>(1924) 등 할리우드 고전기의 무성영화도 준비됐다.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난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미니 특별전도 개최된다. <유랑극단>(1975)와 <율리시즈의 시선>(1995) 등 여섯편의 대표 작품이 상영된다. 장르영화와 함께 무더위를 씻는 ‘미드나잇 무비’ 섹션과 한국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작가를 만나다’ 섹션도 마련됐다. 감독과의 대화, 시네토크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놓치지 말자.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cinematheque.seoul.kr)에서.
[culture highway] <비밀의 숲> “안 무너집니다!” 이제 책으로 읽는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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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완벽’이 가능할까? 관계를 빼고 개인을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완벽해 보이는 타인은 있을지 몰라도 ‘완벽한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와 반대로, 자칭 완벽한 사람이 있다 해도 주변 사람들 역시 그를 완벽하다고 평가해줄까? 완벽이라는 것은 사고실험에서나 가능하다고 믿는 나같은 사람은 누군가가 완벽한 사람이라거나 완벽한 커플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래?” 하고 눈썹을 치켜뜬다. 완벽하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의구심이 커진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이후 여성 작가가 쓰고 여성이 주인공인 심리 스릴러 분야에서 가장 반복해 도마에 오르고 토막나는 것은 바로 완벽한 가정이라는 신화다. 주변 사람들이 약간은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치 백화점 카탈로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가정 말이다. 남들 보기에 완벽하다는 것은 삶의 다양한, 예측 불가한 요소를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닐 텐데, 자신의 일, 식욕, 청결에 완벽을 기하는 것에 그치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비하인드 도어>, 완벽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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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서늘한 오케스트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는 독일의 작곡가 프란츠 왁스만의 음악이 빠질 수 없는 영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영화의 테마곡을 감상하는 콘서트 ‘썸머 나이트 오케스트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8월 11일, 12일 양일간 밤 10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한국의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크리스토퍼 리가 지휘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전석 3만원의 착한 가격은 덤.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 하나티켓, 예스24 등에서 예매 가능하다.
여성 디바의 목소리로 역사를 묻다
대중문화를 통해 1960∼70년대 아시아 국가들의 격변기를 읽어내는 전시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가 열린다. 냉전 이데올로기와 전쟁, 군사독재와 산업화라는 경로를 공유해온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를 반추하는 자리다. 특히 남성 위주의 군부문화에서 소외된 여성과 타자의 목소리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김추자 등 아시아
[culture highway] 한여름 밤의 서늘한 오케스트라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