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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기다렸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보석상자와도 같은, 한권으로 읽는 크리스티 공략집. 100권에 달하는 책 모두를 분석한 점이 큰 장점이다. 인기작이 아닌 다른 작품들도 요즘 출간되는 책들과 비교해 읽을 만한가? (신간이라면, 크리스티를 집어들 것인가?) 일본의 미스터리 평론가 시모쓰키 아오이는 크리스티의 책을 읽은 뒤 별점을 매기고, 줄거리를 소개하고, 작품을 분석한다. 스포일러는 본문에 적는 대신 권말노트로 넣었다. 나는 크리스티의 팬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적잖이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저자가 크리스티의 팬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냉담자의 태도로 소설들을 읽고 있다는 것도 은근히 흥미로운 대목이다. 미스터리 평론가답게, 해당 소설과 닮은 현대 범죄소설을 곁들여 설명하는 대목도 좋다. ‘공략완료’라는 마지막 장은 절대로 놓치지 말 것.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한권으로 읽는 크리스티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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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에 대해서 외부자들이 알면 가장 놀랄 만한 것은 무엇입니까?”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탐사전문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요리스 라위언데이크는 영국 런던의 금융지구인 시티를 취재하며 이 질문을 여러 번 던졌다. <가디언>의 편집인이었던 앨런 러스브리저가 그에게 요청한 것은, 일종의 초보자를 위한 금융산업 가이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시티 역시 휩쓸고 지나갔다.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금융패닉이 일어나고 3년여가 지난 2011년에 이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도, 금융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수십억 단위의 돈이 들어갔지만 감옥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라위언데이크는 시티 사람들을 취재하기 시작했지만 만나주겠다는 사람 찾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도움이 될 만한 취재는 내부고발일 수밖에 없는 상황. 철저한 비밀보장을 약속하고 녹음도 남기지 않으면서 취재 내용을 올린 블로그 게시글이 늘자 반응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침묵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상어와 헤엄치기>, 아무도 모르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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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의 현주소
영 아티스트들의 축제,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가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코엑스 D홀에서 열린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일러스트레이션 분야 대표 전시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커진 규모로 관객을 맞이한다.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디자인, 독립출판 등 관련 분야에서 750여명의 작가가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취향에 맞는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절호의 기회다. 행사 기간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관람료는 성인 1만원이다. 기획전, 세미나 등의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www.seoulillustrationfair.co.kr)에서 확인하자.
한국 문화 변동의 코드 ‘그로테스크’
태극기 집회로 상징되는 기묘한 숭배 문화, 축제와 시위의 경계가 모호한 광장 문화,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코드의 부상. 한국 사회의 주요 단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영화평론가 이창우는 신간 <그로테스크 예찬>에서 외환 위기
[culture highway] 싱어송라이터의 명가, 안테나뮤직의 레이블 콘서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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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이 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있다. 주행 중에 도로 옆에 세워진 미니밴과 그 옆의 한 양복 차림의 남자를 보게 된다. 차를 세우고 상황을 알아보니 남자는 차가 고장이라며, 숙모님을 태워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섯 사람이 차로 이동하게 되는데, 문제의 ‘숙모님’인 미시마씨는 알고 보니 “미래를 본답니다”. 사람의 얼굴만 보면 많은 것들이 떠오른단다. 그 말을 듣고 일행 중 한 사람이 “제 얼굴은 어떻게 보이나요?”라고 묻고, 미시마씨가 뒷자리의 사람들을 핥듯이 둘러본다. 별말 없이 목적지에 도착한 미시마씨는 그들에게 말한다. “도쿄로 돌아가세요. 지금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늦습니다. 두분에게서 사상(死相)이 나왔습니다.” 당신이라면 이 말을 듣고 어떻게 하겠는가? 소설 속 네 사람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야행>의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 밤, 오쿠히다>의 줄거리다.
교토를 무대로 한 청춘, 판타지, 유머, 로맨스를 소설 속에 두루 구사해온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야행>, 여름엔 괴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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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누아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7월 6일부터 23일까지 ‘다크 시티: 필름누아르 특별전’을 연다. 폭력과 부패가 만연한 암흑 세계를 그린 13편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난다. 빌리 와일더의 <이중 배상>(1944), <선셋 대로>(1950), 미국 B급영화의 제왕으로 불리는 에드거 G. 울머의 <우회>(1945), 마이클 커티스의 <밀드레드 피어스>(1945),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키스 미 데들리>(1955) 등이 포함됐다. 찰스 비더 감독의 <길다>(1946)의 상영후에는 한창호 영화평론가와 함께하는 시네토크도 준비돼 있다. 상영과 시네토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cinematheque.seoul.kr)에서 확인 가능하다.
독립예술가의 베이스캠프
제20회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하 프린지)이 7월 19일부터 22일까지 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열린다. 1998년 대학로 ‘독립예술제’에서 출발한 프린지
[culture highway] <쇼미더머니> 시즌6, 6월 30일 첫방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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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겜춘문예
재단법인 게임인재단 주최로 ‘제1회 게임을 사랑하는 게임인 겜춘문예’가 열린다. 6월 19일부터 7월 2일까지 참가할 수 있는 이번 겜춘문예는 전국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문예창작 공모전이다. ‘모두다’ 공식 페이스북 ‘겜춘문예’ 공고 게시글(http://durl.me/ev827i)에 시, 시조, 랩 등 자신의 창작물을 글이나 영상, 포스터, 카드 뉴스 등 자유 형식으로 작성해 댓글을 올리면 된다. 대상 500만원, 최우수상 200만원, 우수상 100만원 등 총 1천만원의 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놀이문화, 게임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다양한 의견을 나눠보자.
매혹의 하모니카, 전제덕이 온다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3년 만에 새 앨범 《And so it goes》를 발표했다. 미국의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조지 벤슨의 <Breezin’>, 재즈 피아니스
[culture highway] 아리아나 그란데, 한국 온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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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올 킬러, 에드 시런이 온다
벌써 몇달째 어딜 가나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가 흘러나온다. 아니, 벌써 몇년째 에드 시런의 노래가 영국, 미국 할 것 없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Thinking out Loud>로 올해의 노래상을 받았던 1991년생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이 10월 29일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2015년 이후 2년 만의 내한공연이다. 6월 15일부터 티켓 예매가 시작됐다. 예매 전쟁의 승자가 되길!
강령술사의 저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디아블로3> 확장팩 ‘영혼을 거두는 자’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직업 강령술사를 알리기 위해 특별한 행사를 마련한다.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서교동 캐슬프라하에서 ‘강령술사의 저택’ 오프라인 행사를 마련해 즐거운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 참여를 원하
[culture highway] 물총부터 캠핑까지, 도심 속에서 더위를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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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사건을 비롯한 검찰의 어두운 민낯은 평소 TV만 보아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법조계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함으로써 왜 검찰의 힘이 지나치게 커졌고 이를 바꾸기 힘들어졌는지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친다. 대담을 진행한 최강욱 변호사는 군검찰에서 일하며 군법무관임용법 헌법소원 위헌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여러 굵직한 이력을 갖고 있고, 현재 <정봉주의 전국구> 등의 방송에도 출연 중이다. <권력과 검찰: 괴물의 탄생과 진화>는 그가 긴 검찰 출입 경력을 가진 <한겨레> 선임기자 김의겸, 검사 출신 국회의원 금태섭, 판사 출신 법조인 이정렬, 변호사 김선수와 나눈 대담을 정리해 검찰이란 괴물이 탄생한 배경을 짚는다. 김의겸 기자는 검찰의 권력이 지나치게 커진 이유를 민주화 과정에서 불거진 부작용으로 보았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의원은 ‘내부자들’의 입장에서 검찰의 속내를 말한다. 전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권력과 검찰: 괴물의 탄생과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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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모두 주인공의 환각이었다는 식의 반전은 흔하다. <우먼 인 캐빈 10>은 처음부터 이같은 의심을 하게 만든 후 시작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자꾸만 벌어지는 이상한 일은 정말 망상에 지나지 않을까? 여행잡지 기자 로라 블랙록의 집에 라텍스 장갑을 낀 강도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패닉 상태의 그는 마음을 추스르고, 이미 예정돼 있었던 초호화 부티크 크루즈선 ‘오로라 보리 알리스호’의 첫 항해에 참여하게 된다. 로라는 바로 옆칸인 10호실의 핑크 플로이드 셔츠를 입은 여성에게 메이블린 마스카라를 빌린다. 그날 밤 옆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로라는 핏자국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렸을 때 10호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핏자국도 사라졌으며, 승무원들은 10호실에는 원래 투숙객이 없었다고 말한다.
로라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고 모든 것이 그녀의 망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우먼 인 캐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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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있어 꼼꼼한 취재만으로 메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로 일하다 지난 2월 변호사로 전업한 소설가 도진기는 이를 극복할 강점을 갖고 있다. 법 분야에 대한 디테일한 서술이 가능한 그는 보다 촘촘한 장르 소설을 써왔다.
<킬러퀸의 킬러>를 제외하면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공개된 적이 있는 작품들이다. <악마의 증명>은 곳곳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소재의 8작품을 한데 모아 읽을 수 있는 단편집이다. 단편집의 이름이기도 한 <악마의 증명>은 강도 살인 사실을 부인하는 일란성쌍둥이 형제와 호연정 검사의 두뇌 싸움이다. <정글의 꿈>은 젊은 시절 열정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노인이 병실에서 예전에 했던 조각을 다시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선택>은 <악마의 증명>에 등장한 호연정 검사가 변호사로 전향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연정은 절벽에서 추락해 모녀가 숨진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악마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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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 한 여자의 몸속에 거꾸로 들어 있다.” <넛셸>의 화자는 아직 태어나기 전의 태아다. 그의 어머니 트루디는 남편 존을 죽이기 위해 자신과 불륜 관계에 있는 남편의 동생 클로드와 음모를 꾸미고 있다. 하지만 태아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트루디는 밖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리를 듣고, 트루디의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고, 그가 섭취하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 라디오를 즐겨 듣고 음악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방송을 선호하고, 팟캐스트 강의와 자기계발 오디오북도 좋아하는 트루디의 성향은 주인공을 놀랍도록 지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넛셸>이 <햄릿>의 독특한 재해석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율리시스>를 좋아하는 등 어떠한 취향과 해박한 지식을 가진 화자는 자신을 임신한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한다. 자신이 끝끝내 태어나서 아버지의 죽음을 저지할 것인지 함께 파멸하는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넷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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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북엔즈는 상상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책들이 마련돼 있다. <넛셸>은 <속죄>의 이언 매큐언의 신작으로 철저한 취재를 통한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였던 작가의 전작들과 달리 오로지 상상에 기댄 전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밀어붙인다. <악마의 증명>은 현직 변호사 겸 장르 소설 작가 도진기의 단편집으로, 실제 법조계에서 일하는 필자가 담아내는 디테일이 다방면에 녹아 있다. <우먼 인 캐빈 10>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환상인지 실제인지 계속 독자를 혼란케 한다. 마지막으로 <권력과 검찰: 괴물의 탄생과 진화>는 현직 변호사가 전·현직 법조인들과의 대담을 통해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말한다.
<넛셸>은 어머니와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을 알게 된 태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듣는 것만으로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실존적 고민을 할 만큼 성숙해질 수 있음을 전제하는 비현실적 설정을 장편소설에 담아
[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 상상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신작 도서 네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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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도 올해는 힘내야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때가 있는 법이니. 일본은 요사이 어떤가요? 또 이상한 이즘이 유행하고 있습니까? 일본의 유행 변화는 참으로 조릿대 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감각입니다.” 여행을 떠나와, 두고 온 것들을 막연하게 근심하는 감각이란 정말 근사하지 아니한가. 돌아가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듯싶어지고 심지어는 나 자신이 정말 달라진 기분이 되기도 한다.
한껏 감상에 젖은 문장을 쓴 이는 하야시 후미코다.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 원작인 <뜬구름>을 썼고, 또한 나루세 미키오가 동명의 영화로 만든 <방랑기>는 그녀의 히트작이다. 1930년 펴낸 <방랑기>는 후쿠오카현 출신으로 도쿄에 상경해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가난하게 살았던 자신의 삶을 녹여낸 작품이었다. 근대 일본 여성의 가난과 순탄치 못한 연애, 도시에서의 삶을 그 누구보다 치열한 방식으로 살아내고 글로 옮겨 적은 작가다. 그녀의 <삼등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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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모뉴먼트 밸리로
착시를 이용한 게임 <모뉴먼트 밸리>의 후속작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엄마와 딸이 주인공이다. 둘이 함께 차근차근 모험하다가 건물의 이음매가 무너지면서 떨어질 때, 가슴 철렁하는 기분이 되는 것은 <모뉴먼트 밸리>를 플레이해본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슬픔과 불안일 터. 6월 6일 출시되자마자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카르티에가 ‘하이라이트’친 작품은?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 기획전 <하이라이트>가 5월 30일부터 8월 15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카르티에재단 아시아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론 뮤익, 사라 지 등 대표 소장품을 포함해 100여점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카르티에 재단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가진 작가 이불의 <천자>도 공개되며,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작가의 프로젝트 그룹 파킹찬스(PARKing CHANce)는 <공동경비구역 J
[culture highway] <너의 이름은.> 또 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