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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가장 근작(2013년 출간) 장편이자 열한 번째 소설책이다. 2017년에 나온 작가의 소설집이 있음에도 <씨네21> 북엔즈의 서가에 <살인자의 기억법>을 꽂은 이유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9월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의 짧게 압축된 문장은 매우 힘이 있어 읽히는 속도감이 엄청나다. 단숨에 읽히는 것이 아쉬워 ‘작가의 말’을 들여다보니 이런 설명이 뒤따랐다. ‘이번 소설은 유난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루에 한두 문장씩밖에는 쓰지 못한 날이 많았다. 처음에는 꽤나 답답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주인공의 페이스였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아닌가. 그래서 마음을 편히 먹고 천천히 받아적기로 했다.’ 은퇴한 연쇄살인범, 알츠하이머에 걸린 그는 가끔 ‘살인의 추억’을 복기하며 살아간다. 우연한 기회에 살인을 멈춘 그는 피해자의 아이였던 딸을 키웠는데 어느 날 마을에
씨네21 추천도서 <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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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내 것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통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를 지배하고 하루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도 한다. ‘감정’ 이야기다. 우리는 슬픔, 분노, 서운함, 질투 등의 감정을 나쁜 감정이라 여기고 그것을 즐거움, 기쁨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다. 그런데 감정에 좋고, 나쁨은 없고 그저 ‘서툰 감정’만 있다면?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일자 샌드는 다수가 자신의 감정의 정체를 몰라 당황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나 화났어’라고 표현하는 단순한 감정 표현 안에는 분노, 실망, 슬픔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의 감정을 도표화한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바로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것인데, 나의 감정이 곧 내가 아니며 내가 가지고 있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일자 샌드는 주지시킨다. 타인의 행동과 외부의 충격이 불러온 나의 감정에 지배당하지 말 것. 그리고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씨네21 추천도서 <서툰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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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더위가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밤이면 가을이 당도한 듯도 싶다. 물론 못 견디게 뜨거웠던 여름이 끝났다고 안도하기엔 이르다. 무더위는 언제나 우리가 방심할 때 다시금 찾아오니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밤, 불면이 이어지면 평소에 잘 읽히던 장르 소설마저 책장이 더디 넘어간다. 8월의 마무리와 함께 계절이 갈무리되는 때, 허망하게 반 토막이 나버린 1년에 머릿속까지 복잡하다면 술술 잘 읽히는 책을 집어 들어야 할 때다. <씨네21> 8월의 북엔즈에는 장르 소설과 시집, 여행 에세이와 교양 심리학, 청소년 문학 등 다양한 갈래의 책들이 꽂혔다.
심리치료사 일자 샌드의 <서툰 감정>은 그동안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던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돌아보고 정리를 하게 해주는 교양 심리학 서적이다. 이성과 대비되는 영역으로서 수치화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세밀히 분석했는데, 누구나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알면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9월 영화 개봉
씨네21 추천도서 - 8월 북엔즈 서가에 꽂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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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 음악을 라이브로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의 주옥같은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것도 한스 짐머 음악감독의 지휘와 함께. 10월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7’의 구성 프로그램 <한스 짐머 라이브>에 한스 짐머가 참석한다. 한스 짐머가 직접 선별한 19인조 밴드가 이번 공연에 함께할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에는 <라라랜드>의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도 참석해 <저스틴 허위츠가 지휘하는 라라랜드 인 콘서트>로 그의 바통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예매는 멜론티켓에서 할 수 있다.
20세기의 목격자 <라이프>
“인생을 보고, 세상을 보라.” 보도사진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한 <라이프> 매거진의 모토다. 포토저널리즘을 표방한 <라이프>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해 격
[culture highway] 한스 짐머 음악을 라이브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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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시네필의 바캉스
올해로 12회를 맞은 한여름의 영화제 ‘시네바캉스 서울’이 7월 26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올해는 5개 섹션에서 40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오즈의 마법사>(1939), <올리버!>(1968) 등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영화는 물론,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감독의 <탐욕>(1924) 등 할리우드 고전기의 무성영화도 준비됐다.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난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미니 특별전도 개최된다. <유랑극단>(1975)와 <율리시즈의 시선>(1995) 등 여섯편의 대표 작품이 상영된다. 장르영화와 함께 무더위를 씻는 ‘미드나잇 무비’ 섹션과 한국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작가를 만나다’ 섹션도 마련됐다. 감독과의 대화, 시네토크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놓치지 말자.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cinematheque.seoul.kr)에서.
[culture highway] <비밀의 숲> “안 무너집니다!” 이제 책으로 읽는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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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완벽’이 가능할까? 관계를 빼고 개인을 떠올려도 마찬가지다. 완벽해 보이는 타인은 있을지 몰라도 ‘완벽한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와 반대로, 자칭 완벽한 사람이 있다 해도 주변 사람들 역시 그를 완벽하다고 평가해줄까? 완벽이라는 것은 사고실험에서나 가능하다고 믿는 나같은 사람은 누군가가 완벽한 사람이라거나 완벽한 커플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래?” 하고 눈썹을 치켜뜬다. 완벽하다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의구심이 커진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이후 여성 작가가 쓰고 여성이 주인공인 심리 스릴러 분야에서 가장 반복해 도마에 오르고 토막나는 것은 바로 완벽한 가정이라는 신화다. 주변 사람들이 약간은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치 백화점 카탈로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가정 말이다. 남들 보기에 완벽하다는 것은 삶의 다양한, 예측 불가한 요소를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닐 텐데, 자신의 일, 식욕, 청결에 완벽을 기하는 것에 그치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비하인드 도어>, 완벽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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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서늘한 오케스트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는 독일의 작곡가 프란츠 왁스만의 음악이 빠질 수 없는 영화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영화의 테마곡을 감상하는 콘서트 ‘썸머 나이트 오케스트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8월 11일, 12일 양일간 밤 10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한국의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크리스토퍼 리가 지휘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전석 3만원의 착한 가격은 덤. 롯데콘서트홀 홈페이지, 하나티켓, 예스24 등에서 예매 가능하다.
여성 디바의 목소리로 역사를 묻다
대중문화를 통해 1960∼70년대 아시아 국가들의 격변기를 읽어내는 전시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가 열린다. 냉전 이데올로기와 전쟁, 군사독재와 산업화라는 경로를 공유해온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를 반추하는 자리다. 특히 남성 위주의 군부문화에서 소외된 여성과 타자의 목소리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의 김추자 등 아시아
[culture highway] 한여름 밤의 서늘한 오케스트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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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아픈 적이 있었던 사람들이 건강을 자신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제대로 먹고 꾸준히 운동하며 투병하기 전보다 더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그전보다 이기적이 되는 경우도 봤다. 놀랄 일도 아니다. 삶이 언제고 갑작스럽게 끝나버릴 수 있음을 경험하고 살아남았다면 누굴 위해 시간을 허비하겠는가.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는 여러 면에서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이 두권의 책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최근 갑작스레 두 번째 암 수술을 받게 된 분의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많은 사람은 회복에 확신이 생기면 열렬한 운동 애호가가 되곤 했다. 큰 병을 앓은 사람일수록 “나는 아프기 전보다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두 번째 수술을 받은 분은 첫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고 믿던 시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수술 전과 다름없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픈 몸을 살다>를 읽다 보니 근심이 생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픈 몸을 살다>, 그리고 다시 삶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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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축제, 2017 서울인기페스티벌
사람들의 기운이 모이면 축제가 된다. 그래서 인기(人氣)다. 2016년 첫발을 디뎠던 서울인기페스티벌이 폭발적인 참여와 반응에 힘입어 올해 한층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8월 12일 오후 4시부터 새벽 4시까지 난지한강공원 젊음의 광장에서 진행되는 2017 서울인기페스티벌은 한강사업본부가 주최하는 한강몽땅여름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다. 뮤지션 20팀의 릴레이 공연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단체가 한데 모여 틀에 얽매이지 않은 전시와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여름 밤 진정한 축제를 만끽하고 싶다면 한강으로 달려가자.
한국에서 만나는 무민의 모든 것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국내 최초로 <무민원화전>이 열린다. 9월 2일부터 11월 26일까지 84일간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된다. 화가 토베 얀손이 직접 그린 <무민> 원화부터 <무민> 저작권사가 소장해온 미공개 작품까지 볼 수 있
[culture highway] 한여름 밤의 축제, 2017 서울인기페스티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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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시집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은 아침달무늬 시선집 시리즈 첫 책이다. 겨울의 언어들이 유독 많이 실린 책인데, 그 단어들이 숨막히는 여름밤에 따끔하게 와 꽂힌다. “(전략) 올해는 여전히 올해로 남을 것 같다고 내년이 되어도 여전히 더 남은 것이 있을 것 같다고 또 며칠은 봄의 근처로 조금씩 움직여 나갈 것이다.”
<마흔 두 개의 초록>의 이 마지막을 읽다가 그렇게 조금씩 흔들어 여기까지 온 또 한해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 코너를 돌면 가을이 오고 분명 겨울도. 그리고 다시 봄이, 여름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시 <겨울 숲에서>는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눈이 내린 겨울 숲을 상상한다. 안인지 밖인지 몰라서 나는 길을 잃는다.”
덧붙여 아침달 시선집의 판권 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책을 만든 이들은 성 정체성, 젠더, 나이, 신체, 사회적 지위, 국적과 인종을 이유로 한 폭력을 거부합니다. 이 책의 출간과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겨울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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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 다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르다. 자기만의 지옥을 품고 살고, 자기만의 천국은… 글쎄. 그래서 ‘노하우’라는 말만 들어도 어딘가 기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성공한 방식이 정말 나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이하 <이동진 독서법>)에서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말하는 독서법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다르다. 다른 부분만큼 같은 부분이 많구나. 나에게는 소설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친구가 있었다.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세상에 알아야 할 지식이 얼마나 많은데 만들어낸 이야기를 시간 들여 읽느냐고. 그 질문에 대한 이동진의 답은 이렇다. 첫째, 한번뿐인 인생에서 간접경험이라는 것은 때로 직접경험보다 더 핵심을 보도록 돕는 경우가 있다. 직접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것을 책으로 대리체험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경험을 한 것조차도 책을 읽는 일을 통해 더 깊게 생각하거나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둘째, 문학은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책을 말하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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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지산 밸리록!
7월 28일(금)부터 30일(일)까지 경기도 이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2017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이 열린다. 만나기 힘든 국내외 뮤지션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꿈의 라인업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시규어 로스, 고릴라즈, 메이저 레이저, 디플로, 로드, 루카스 그레이엄, 래드윔프스, 갈란트, 레이니 등 해외 아티스트는 물론 이적, 넬, 지코, 혁오, 9와 숫자들, 선우정아 with 소월, 글렌체크,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소란, 칵스, 신현희와김루트 등 국내 실력파 뮤지션도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자세한 정보와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www.valleyrockfestival.com)를 통해 확인하시길!
여름을 부탁해, 시네바캉스 서울
2017 시네바캉스 서울이 7월 26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총 다섯 섹션에서 30여편이 상영된다. <오즈의 마법사>(1939)를 비롯해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시
[culture highway] 올해도 어김없이 지산 밸리록!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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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가 아니고 ‘詩누이’다. 시(詩)를 편안하게 읽도록 도와주는 누이. <詩누이>는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감정과 종종 떠올리는 단상들, 유년 시절의 추억 등을 귀엽고 다정한 그림체로 풀어낸 일상툰 에세이면서, 곱씹어 읽어보고 싶은 현대시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책이다.
어린 시절, 절인 배추를 지고 시장으로 나간 엄마를 기다리며 자매는 종이접기를 한다. 종이학도 접고 동서남북도 접고 비행기도 접고 종이공도 접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깨면 엄마가 돌아온다. 기형도의 <엄마 걱정>이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는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사회적 이미지를 위해 ‘가면’을 쓰고 안정적이고 사려 깊은 사람인 척하지만 사실 혼자 있을 때는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지낸다고 고백하며, 나와 타인의 ‘가면’에 감정을
씨네21 추천도서 <詩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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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두개골이 부서진 채 병원으로 실려온다.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 증거가 온몸에 남아 있다. 아기 엄마는 지적장애로 인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담당 의사인 저자는 아기를 학대한 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드디어 나타난 아기 아빠는 ‘무언가 어긋나고 틀어진 느낌’의 섬뜩한 눈빛을 쏘아보내며 자신이 동거인일 뿐이라고 상황을 뭉갠다. 아동 학대로 경찰서에 신고하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막막함을 느껴야 했던 이 사건에, 저자는 ‘악마를 만나다’라는 제목을 단다.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저자는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을 마주한다. 저자가 조금이라도 판단을 잘못하면 환자는 금세 위험에 빠지므로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구토하다 피가 나왔다는 취객은 복부 장기에 문제가 없어 잠시 쉬도록 했는데 알고 보니 식도가 파열된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조직폭력배 우두머리가 칼에 찔려 실려왔는데, 개복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를 향해 부하들이 어깃장을 놓고 주먹
씨네21 추천도서 <지독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