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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버스를 타고 하루 열몇시간씩 이동하는 날이 이어졌다. 창밖의 풍경은 가끔 화성 같았고, 대체로 그곳이 그곳 같았다. 지평선을 원 없이 보던 나날이었다. 가이드는 지루한 낮의 사막을 지나며 밤의 사막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는 별을 보기 위해 인간이 만든 불빛이 없는 높은 곳에 이르러 모든 불을 끄고 차에서 내렸는데, 다음 순간 너무나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단다. 하늘이 별로 가득한데, 그 모두가 마치 쏟아져내리는 듯 했다고. 가장 많은 별과 가장 큰 두려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압사당할 공포를 느끼며 별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밤의 자연에 대해 모르는 건 그 외에도 많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달빛 속을 걷다>는 걷기에 대한 글 다섯편을 엮은 책이다. 첫글이 표제작인데, 밤산책에 대해 썼다. 자연관찰가로 사상가로 유명한, <월든>의 작가답게, 그는 밤의 자연 속을 걷는다. “눈 못지않게 냄새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달빛 속을 걷다> 도시인간풍의 자연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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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문은 닫아걸고 갇혀 지내지만 개인성이 보장되는 공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삶인데 아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 같다. 은폐와 폭로의 쾌감은 알면서 말이다.”(<고독할 권리>)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나를 뺀 세상의 전부>와 이근화 시인의 산문집 <고독할 권리>가 출간됐다. 당연한 노릇이겠으나, 관심사도 정서도 문장의 생김도 시와 산문이 서로 멀지 않다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시와의 비교는 무용하다. 그저 산문으로 이 작가들을 만날 일이다. 김소연 작가가 사계를 따라가며 이런 것과 이렇지 않은 것 사이의 다름과 경계를 탐색하는 글을 쓰며 반짝거린다면 이근화 작가는 다른 장소, 낯선 존재, 예술작품들이라는 타자 사이에서 관계성을 고민한다는 인상을 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근화 시인의 딸들과 김소연 시인의 친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결국 문장을 빚는 건 사람이다 싶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고독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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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온 가게에서는 반드시 그 가게의 이름을 딴 커피를 마시는 거예요.” 처음 방문한 카페가 커피를 잘하는 집이면 나도 항상 그렇게 한다. 가게 이름을 딴 블렌드 커피를 마신다. 이른바 ‘시그니처’ 드링크인 셈이다. 최근 한국에는 자기 가게 스타일로 원두를 배합한 블렌드 커피가 메뉴로 있는 경우가 줄었지만 말이다. 요코이 에미의 만화 <카페에서 커피를>에서 죽은 아내가 한 저 말을 떠올리며 커피숍 이름을 딴 커피를 주문하는 백발의 남자가 경험하는 감정들을 따라가다가, 커피 한잔에 담긴 것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은 연작 단편집이다. 한 이야기의 배경에 등장한 인물이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혹은 뒤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마지막에 이야기가 하나로 뭉쳐지는 식은 아니다. 그저 커피 한잔을 비우듯 이야기는 마무리. 끝. 카페에 가서 마시는 커피만 등장하지도 않는다. 도심부터 농촌까지 놓이는 곳이 바뀌며 수명을 이어가는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카페에서 커피를> 할 얘기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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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화’ 역사의 기록
초창기 한국 영화사를 기록한 책 <한국근대영화사>가 출간됐다. 2019년은 한국영화역사 100년이 되는 해다. 그 오랜 기간 가운데 최초의 극장이 설립된 1892년 이후부터 1945년까지는 한국영화 역사의 초석을 다졌던 시기로, 이때 만들어진 영화는 ‘조선영화’라고 불렀다. 이 책은 당시 제작됐던 영화들과 그 제작 과정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제 막 영화가 유입되고 극장이 설립되면서 산업이 형성되어가던 시절의 ‘영화판’은 왕조의 몰락과 일제강점기 등 당대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념할 만하다. 전 한국영상자료원장 이효인, 현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정종화, 한상언 박사가 함께 썼다.
소년 만화가 꿈꾸던 대결이 펼쳐진다!
<점프 포스> 한국어판 예약이 1월 17일부터 시작된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에서 2월 14일 발매예정인 <점프 포스>는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의 인기 작품
[culture highway] <영화의 얼굴창조전>, 배우의 얼굴은 어떻게 완성될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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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으로 탐구해 실용적 결실을 얻는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과 법학자 솔 레브모어가 노화라는 ‘생의 지속’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함께 책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을 썼다. 키케로의 <나이듦에 관하여>의 형식을 차용하면서 변화시켜 60대에 들어선 두 친구의 대화형식을 의도했는데, 한 주제에 대한 두 사람 각자의 의견을 읽을 수 있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은 나이듦과 우정,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리어왕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적절한 은퇴 시기를 생각한다, 중년 이후의 사랑, 노년의 빈곤과 불평등에 관하여,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차례로 논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의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이타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데, 앞의 논의들에서도 이타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엿볼 수 있다.
나이듦을 긍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당신에게는 남길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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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이 좋아하는 일이니 비가 오면 몸 안에서 즐거움이 솟구친다. 기분이 가라앉았던 날도 몸을 움직이면 활기가 생긴다.” 비 오는 날이 좋다는 글에서 서화숙은 즐거움을 언급한다. 좋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노력하는 세계를 벗어나, 그는 이제 매일의 삶에서 즐거움을 길어낸다. 32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부암동의 마당 있는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돈을 벌기 위해 남의 손을 빌려야 했던 것들을 직접 하며 살아가는 삶, 술을 빚고, 메주를 띄우고, 원피스를 만든다. 이게 다 서울 시내에서 하는 일이다. 노하우 전수보다는 세계관을 바꾸는 은퇴자의 삶. 이제부터의 삶을 이모작, 삼모작 해야 한다면 귀 기울여볼 만한 옵션이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나머지 시간은 놀 것> 매일의 삶에서 즐거움을 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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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우울은 흔히 부정적으로 이해되는데, 그 안에 깃든 창조적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책은 이미 꽤 있었다. 앤서니 스토 역시 그런 책을 쓴 적이 있다. <고독의 위로>라고.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는 <고독의 위로>와 연결지어 읽으면 좋을 텐데, 혼자 살며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독의 위로>가 친구가 되어준다면, 관계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면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쪽이 좋을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전혀 비슷하지 않은 책들 같아 보이지만, 둘 다 자기 안의 절망을 알고 직시하는 힘을 말한다.
1980년에 나온 이 책은 윈스턴 처칠의 우울증에 대해 분석해 유명해졌다.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에 ‘검은 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친숙하고 오래된,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감정이라는 뜻이리라. 생애의 대부분을 검은 개와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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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여느 때와 같은 주말 강둑에 올라간 소년들(<착한 여자의 사랑>), 해변을 산책하다 아지트로 향하는 절친한 두 여자(<자카르타>), 집의 배관을 고치러 온 남자에게 쿠키와 차를 권하는 부인(<코데스섬>), 고속도로를 이동하는 차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외계인놀이를 하는 아이들(<추수꾼을 제외하고는>) 등등.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4인 가족이나 노부부, 여자 친구들의 일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들의 삶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끼어들면서 주인공에게 ‘선택’을 종용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삶에 전환점이 되어 주인공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혹은 겉으로는 달라진 게 없더라도 마음속에 비밀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게 된다. 특별히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 아닌데도 삶은 그렇게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틀린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먼로가 창조한 인물들은 언제나
씨네21 추천도서 <착한 여자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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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수’라는 용어가 있다.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유래한 용어로, 2차 창작을 하는 작가들이 자기 소망을 투영한 오리지널 캐릭터를 그렇게 부른다. 자기의 분신 같은 인물을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의 주인공들과 어울리게 하고 그들의 사랑을 받게 하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당연히 그 과정에서 원작의 설정이 뒤틀리기도 하고, 읽는 쪽에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작가의 자기애가 흘러넘치는 광경이 펼쳐진다. 나카타 에이이치의 <메리 수 죽이기>는 2차 창작을 하던 여자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기사라기 루카라는 펜네임으로 제법 인기를 끌게 되지만, 어느 날 작품 속의 메리 수에 대한 지적을 받은 뒤 고민이 시작된다. 도무지 메리 수를 없애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르자, 아예 메리 수에게 원하는 걸 현실 세계의 자신이 실현시키기로 마음먹는다. 욕망을 투영할 대상을 자기 자신으로 삼기로. 그리고 현실의 자신이 사랑받게 되자 창작으로부터 멀어진다. <메리 수 죽이기>는
씨네21 추천도서 <메리 수를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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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세랑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좋아한다.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때면, 그 안의 인물들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얇고 여린 끈으로 그 인물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 단편 <효진>에 나오는 화자의 남자친구 같은 사람도 그렇다.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만 빛내며 판다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면 가끔 짠해. 그런 날은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거든.” 그리고 화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너도 힘들구나, 그게 우리 관계의 바탕인 거 같아.” 힘든데, 그 자리에 멈춰서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만 있지 않다. 정세랑의 문장은 독자를 어디론가 흘려보낸다.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혼 세일>에서 이혼을 앞두고 물건을 정리하는 이재는 정말로 고래를 해체하듯 살림을 친구들에게 넘겨버린다. 이재는 캠핑 카라반을 타고 떠날 생각이다. 막 출발한 친구에게 이재가 달려와 건넨 물건은 장아찌 담글 때 쓰는 누름돌이다.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으로 역할을 하는 돌
씨네21 추천도서 <옥상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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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 친구들과의 메신저방에서 가장 뜨겁게 공유된 글이 김영민 교수의 칼럼이었다. 칼럼의 제목은 ‘추석이란 무엇인가’였다.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 당신의 미래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온다면 도리어 그들에게 근본적 질문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너 취직 언제 할 거니?”라고 묻는 친척에게 “당숙이란 무엇인가요?”라 되묻고 “결혼 언제 할거냐?”고 묻는 엄마에게는 “결혼이란 무엇인가요?”라고 반문하라는 것이다. 이 칼럼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칼럼이란 무엇인가. 이쯤되면 가늠이 되겠지만 이 글의 8할은 우아한 농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영민 교수의 에세이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교수님들이 신문에 쓴 칼럼을 그다지 즐겨 읽지 않지만 글쓴이가 김영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가르치려들지 않고, 글에 특별한 교훈을 넣어 우매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강박도 없다. 책의 제목만 보면 비관주의자의 선언처럼 읽힐 수도
씨네21 추천도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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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는 매호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들의 인터뷰가 실린다. 하나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그들은 말한다. 아마도 영화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모두 다른 답을 하겠지만, 인터뷰마다 공통된 말이 있다. 영화란 절대 혼자 만들 수 없는 공동 작업이라는 것. 영화 전문 출판사 포컬프레스가 출간한 인터뷰북 시리즈 <필름크래프트>에도 이같은 영화인들의 현장감 있는 말들이 실려 있다. 7권 중 <영화감독>편에 참여한 감독들의 영화가 어떤 고민들 속에서 만들어졌는지 그들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역시 흥미진진하다. 한국 감독 중 유일한 참여자인 박찬욱 감독은 “나는 혼자 시나리오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옆에 누군가 앉아 하나의 컴퓨터에 두개의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해서 같은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중략)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영화 연출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즐거움이다”라고 밝혔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씨네21 추천도서 <필름크래프트> 세트(촬영감독, 영화감독, 에디터, 프로듀서, 프로덕션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시나리오작가 전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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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의 영혜가 식물이 되어버린 이유를 나는 알아야만 했다. 물구나무 선 채 뼈가 줄기가 되고 살에서 잎이 돋아난 여자, 그 연유를 예민하고 가부장의 폭력에서 찾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다. 무엇이 망가졌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 ‘어째서’를 납득해야만 했던 나는 한강의 소설집을 세권이나 읽고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소설의 세계에서, 적어도 한강 소설의 세계에서 인간의 삶이 부서지고 추락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극이며 사는 내내 사랑은 상실되고 상처는 돋아나고 죽음은 다가온다. <채식주의자> 연작에 뿌리가 된 <내 여자의 열매>의 아내는 평온하고 고요한 세계에 산다. 조용히 누워서 집 밖의 굉음을 들을 때마다 남편에게 묻는다. “다들 어딜 저렇게 달려가는 거야?” 한강 소설집의 여성 인물들은 고요하지만 세상에 무감하지 않다. 그들은 내내 무언가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가만히 서 있는 식물이 그 동
씨네21 추천도서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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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이 서점일 것 같지만, 의외로 가장 빠르게 새해에 대비하는 것이 서점가다. 11월부터 2019년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출간되고, 12월 중순이면 경쾌한 표정을 한 1월 잡지가 서가에 누워 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게 좋다>의 김영민 교수는 새해라고 해서 ‘행복의 계획’을 하지 않는다고 썼다. 날짜, 시간이라는 것이 인간이 정해놓은 약속에 불과하며 새로운 계획은 언제나 실망을 동반할 뿐이지 않느냐고 말이다.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해도 먹고 싶은 건 생각난다는 제목의 서적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자리했던 2018년을 정리하며, 12월의 <씨네21> 북엔즈 서가에는 담담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들을 모았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재발간된 한강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앨리슨 먼로의 단편소설집 <착한 여자의 사랑>, 영화감독, 촬영감독, 에디터, 프로듀서와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2월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