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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우울해도 만화는 나오고 있다. 신간 리스트가 온통 일본 만화로 도배되지만, 새롭게 출간되는 한국 만화도 있다. 싸구려 종이에 인쇄도 엉망으로 잉크가 번져나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읽힌다. 전작단행본이라는 출판형태는 물량 중심의 출판이 만들어낸 상흔이지만 그래도 잡지가 속속 폐간되는 요즈음 신인들에게는 소중한 데뷔의 장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 이 지면에서 소개한 <말리>도 전작단행본을 통해 빼어난 ‘한국 만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도깨비 신부>를 발표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 8월 막 세권째를 발표한 변미연도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작단행본의 신인이다. 변미연의 <미스티>는 2003년 1월에 첫권, 5월에 2권, 8월에 3권이 나왔다. 여자친구에게 크게 끌리지 않는 남자가 무언가 공허해 보이는 또 다른 남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그에게 빠져든다는 이야기의 기본구조는 낯익다. 이른바 ‘야오이 코드’라고 불리는 평범한 구조인데, 변미연은 이
이야기꾼이 나타나다,변미연 <미스티>(Mi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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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라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가사처럼 음악인 조용필을 잘 표현하는 문장은 없을 것이다. 저 가사가 조용필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상할 정도다. 그래서 그는 50줄을 넘긴 나이에도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다.그가 ‘오르려 애쓰는’ 음악적 영토가 오페라 혹은 뮤지컬이라는 사실은 몇 차례의 인터뷰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라는 순수음악계의 인물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위대한 탄생의 멤버를 포함한 대중음악계의 인물들이 대거 초빙되었다. 두 부류의 음악인들은 앨범의 각 트랙에서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난다.그 ‘만남’은 <태양의 눈> <도시의 오페라> <꿈의 아리랑> 같은 야심작들에서 가장 유기적이다. 급박하게 몰고 가는 드럼, 날카롭게 찔러대는 기타, 이리저리
오페라의 한 막이 흐르 듯,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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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 무대는 텅 비어 있다. 나뭇잎 사이에 요정이 몸을 숨기는 오래된 나무도 없고, 요정의 왕과 여왕이 부딪치는 화려한 궁전도 없다. 생나무 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틀 몇개와 광목천, 악사들을 위한 조그만 자리가 전부다. 극단 여행자가 2002년에 처음 무대에 올린 <한여름밤의 꿈>은 한껏 비워낸 이 무대처럼, 셰익스피어의 희극에서 인물과 그들의 관계만 남겨놓은 채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리고 그 여백을 채우는 건 전혀 우아하지 않고 솔직한 대사와 온몸으로 무대를 휘젓는 배우들, 동양적인 리듬, 부담없는 춤과 노래다. 도깨비불이 객석의 어둠을 타고 내려오는 처음부터 <한여름밤의 꿈>은 자신이 고전의 사생아에 불과하진 않으리라고 자신있게 선포한다.이야기만 놓고 보면 <한여름밤의 꿈>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사랑하는 벽과 항은 벽의 결혼식 전날 숲속으로 야반도주하고, 벽의 정혼자 루와 루를 짝사랑하는 익이 그뒤를 쫓는다.
관객도 무대의 일부인 듯,연극 <한여름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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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나는 지인들과 함께 만화 공부 모임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나 그렇듯이 그 모임에서도 토론이 끝날 즈음에야 고개를 들이미는 사람들이 한둘씩 있었다. 그런 지각생들의 태도는 이상하게도 양극단을 달린다. 어디 기어들어갈 구멍이라도 없나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차가 막히네’ 하며 되레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그날의 지각생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후자라 할 수 있었는데, 왠지 그 태도가 당당해 아무도 눈치를 못 채고 지나가버렸다. 헐레벌떡 계단을 올라온 그는 우리를 한번 꼬나보더니 가방에서 묵직한 책 한권을 꺼내 탁자 위에 쿵 하고 떨어뜨렸다. “아이 참, 무거워 죽겠네.” 보통의 만화 잡지 두권을 옆으로 붙여놓은 듯한 엄청난 크기. 소문의 만화 창작 및 비평지 <계간 만화>(서울산업진흥재단·새만화책 펴냄)였다.판형에 걸맞은 짜임새는 아마도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만화 서적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책일 것이다. 외국의 만화책으로는 크리스 웨어의 <애
거인의 만화책,자리를 찾다 <계간 만화>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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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껴안은 임권택에 대한 간절하고 세밀한 접근
난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 책은 무려 607장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같은 분량으로 2권이다. 1214쪽으로 이루어진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한다>는 임권택 감독과 정성일 평론가 사이의 대화다. 아니 강박이며 집념이며 집요함이다. 나는 그 대화에, 그 간절함에 귀를 기울인다. 한국 영화사와 근대사의 틈새 속에 봉인되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빨치산의 아들로 성장한 임권택이 ‘무국적’의 액션영화들과 검술, 사극, 새마을영화를 거쳐 한국의 근대사를 담아내기까지 그의 말들은 정말 가슴에 “사무친다”. 예컨대 임권택은 70년대를 이렇게 말한다. “이를테면 세상은 가고 그저 변두리에서 우물우물 따라사는 그런 인간으로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서”(216쪽), 연좌제에 묶여 살다가 장관의 특별한 허가를 얻어 대만영화제에 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아무도 한국에 관심
임권택에 대한 세밀한 접근,<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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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카툰을 권한다‘디지털’이라고 말하자 ‘돼지털(어찌 들으면 되지퉁이라고도 들린다)?’이라고 되묻는 CF가 있었다. 흔히 디지털이라고 하면 기계와 인간이라는 낯설고 차가운 금속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CF는 디지털이 오히려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고 주장했다. 그럴까? 정말 디지털 기술이 이 험난한 세상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을까?지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3. 너무 적은 공간을 풍부한 볼거리로 채워 동대문 옷가게 스타일처럼 느껴지던 디지털 카툰전에서 그 가능성의 한 자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 걸린 카툰은 액자가 아닌 LCD 모니터를 통해 존재했으나 현란한 움직임이나 음향을 동원하지 않고 나지막하고 잔잔하게 반복되며 LCD 모니터를 액자로 변환시켰다. 전시디렉터인 모해규 작가가 오랜 시간 의지를 갖고 준비한, 작은 움직임과 주기적 반복, 약간의 음향이 어우러진 디지털 카툰은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아날로그와 만나 더
카툰 작가 12인의 디지털 작품집 <굿모닝 디지털,굿모닝 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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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 뉴 헤비스(Brand New Heavies)가 왔다 가더니 이번엔 인코그니토가 온단다. 공연은 화요일인 2003년 8월26일 오후 8시에 어린이대공원 내 돔아트홀로 잡혀 있다. 인코그니토(Incognito) 하면 브랜 뉴 헤비스와 더불어 1990년대 영국의 애시드 재즈 열풍을 이끌어갔던 리더의 하나. 기타를 치는 장 폴 “블루이” 모닉(Jean-Paul “Bluey” Maunick)을 빼고는 오리지널 멤버가 거의 다 바뀌긴 했지만, ‘인코그니토’가 결성된 것은 무려 24년 전인 1979년이다. 당시는 디스코가 휩쓸던 때. 재즈, 록, 훵크(funk) 할 것 없이 디스코가 모든 것을 먹어치우던 시기였다. 미니멀하고 쾌락주의적인 디스코는 그 전까지만 해도 분화되어 있던 훵크와 퓨전 재즈, 하우스 댄스가 혼합되어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는 ‘익명’의 시대를 만들어놓았다. ‘익명’이라는 이름을 지닌 밴드 ‘인코그니토’는 바로 그러한 혼융의 한가운데에서 그루브에 몸을 맡기는 익명의 퓨전 훵
그루브에 몸을 맡겨라!인코그니토 한국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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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물 위를 나는 원숭이어른들은 말한다. “돈만 걸면 말이다. 모든 게 재미있어지지. 가위바위보도 지상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수 있지.” 아이들은 말한다. “친구가 더 좋아요. 옆에서 누군가가 함께 달려준다면 집 앞 골목길도 올림픽 경기장만큼 신나는걸요.” 그렇다면 한판에 수억원이 오고가는 어른들의 도박과 오직 달리는 게 좋아 최고로 향해 뛰어가는 소년들의 스포츠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소년 경정(競艇) 만화란 어떤 모습일까?도박판으로 간 스포츠맨경마, 경정, 경륜 등의 게임은 ‘스포츠’와 ‘도박’이라는 승부욕의 양대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어, 1980년대 이후 전문 소재에 크게 발을 넓힌 일본과 한국 만화에서 즐겨 다루어져왔다. 그리고 그중 많은 작품들이 ‘도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영만의 <오늘은 마요일>이나 다나카 마코토의 <갬블러 레이서>와 같은 작품에서도 드러나듯이, 골인 지점에 들어서는 주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스포츠 경정 만화 <몽키 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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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중음악의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여자 보컬을 앞세운 모던 록 밴드이다. 조금은 수줍은 듯, 기타를 퉁기며 눈을 내리깔고 노래하는 여자 보컬이 없으면 밴드 못 만들 정도. 물론 이런 스타일의 모던 록을 하는 밴드들 내부에도 많은 편차가 있긴 하다. 뷰렛 같은 밴드는 더 스트레이트하고 러브홀릭은 더 대중적인 느낌이며 스웨터는 조금 깜찍한 느낌. ‘라이너스의 담요’라는 신예는 어느 쪽일까?밴드의 색깔은 귀여운 목소리의 보컬리스트이자 플루트 주자, 그리고 키보드도 치는 왕연진이라는 뮤지션이 많이 내고 있다. 뒤를 받쳐주는 두명의 기타리스트, 강민성, 배기준 역시 생톤 위주의 리듬 플레이를 차분하고 즐겁게 해주면서 튀지 않고 쿨한 느낌을 밴드의 음악에 가미한다. 이용석(베이스), 이용희(드럼)로 이루어진 리듬 파트는 8비트의 리듬을 중심으로 약간 재즈적인 분위기도 풍기는 흥미로운 리듬을 구사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강렬한 드러밍이라든가 튀는 베이스 플레이를 하지 않고 차분하게 뒤에서 밴
차분하고 예쁜 모던 록,라이너스의 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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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해가 보일 것 같다. 오랜 시간 동안 어둡고 습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높고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낮고 답답한 하늘이 본모습이라고 믿었다. 가끔 높고 푸른 하늘을 보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리만 컸고, 구름을 밀어내는 방법도 한심한 수준이었다. 그때 한쪽에서 조용히 맑은 하늘을 보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시작되었다. 열번의 숟가락이 한 공기의 밥을 만들 듯, 작은 노력이 모여 맑고 화창한 하늘을 만들어냈다. <십시일反>을 읽은 감상이다.굴레를 벗어나<십시일反>은 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하고 창작과비평사에서 편집, 출간한 만화책이다. 박재동, 손문상, 유승하, 이우일, 이희재, 장경섭, 조남준, 최호철, 홍승우, 홍윤표 모두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만화의 모양은 참여한 작가들의 개성만큼 각각 다르다. ‘한겨레그림판’에서 보여준 박재동식 한칸만화도 있고, 1∼2페이지를 활용한 손문상의 만화도 있다. 홍승우, 홍윤표는 짧은 호흡에서 최대
맛있는 비빔밥,기획 인권만화 <십시일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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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시드 재즈 모음집지난 10년간의 록음악계의 언어를 지배한 가장 영향력 있는 낱말인 ‘얼터너티브’(alternative)는, ‘대안’을 찾는다는 정치적 행위와 결부되어 록음악의 장르를 다시 젊은이들의 생활양식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 이 낱말은 그 이전의 팝이 ‘텍스트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는 점은 간과된 듯하다.지난 10년간을 풍미한 또 다른 지배적 낱말인 ‘애시드’(acid)가 바로 이와 같은 차원에서 작용한 ‘얼터너티브’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애시드’는 원래 환각제(LSD)의 이름이다. ‘애시드 록’이라는 말은 ‘사이키델릭 록’의 동의어로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낱말이 90년대적인 ‘애시드 재즈’의 의미로 사용될 때에는 ‘애시드 록’ 같은 일대일 대응식 조어법(즉 약을 먹고 하는 록이라는)의 순진함을 벗어나는 복잡함을 지니고 있다. 우선 90년대식 ‘애시드 재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60∼70년대의 ‘애시드 하우스’라는 장소가
전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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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슈호의 <헬로우 블랙잭>의사라는 직업은 만화 주인공의 숙명인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극적인 능력의 소유자인 의사는 검객과 총잡이와 같은 살인청부업자의 정반대편에서 숱한 명작의 주인공들이 되어왔다. 전설의 명의(名醫) ‘블랙잭’의 이름을 단 사토 슈호의 <헬로우 블랙잭>(서울문화사 펴냄) 역시 그 반열에 끼기 위해 지금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근래 보기 드문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있고, 국내에서도 점차 독자를 넓혀가고 있는 이 작품은 과연 새로운 의사만화의 전형이 될 수 있을까?의사만화에는 보통 두 가지 경향이 존재한다. 하나는 <블랙잭> <닥터K>와 같은 천재 외과의가 초인적인 능력으로 무수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프로페셔널 만화이고, 다른 하나는 <닥터 고토 진료소>와 같은 변두리의 따뜻한 의사생활을 그린 휴머니즘 만화다. <헬로우 블랙잭>은 그 두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대 의학계의 문제를
선생님,그럼 고래심줄로 꿰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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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위대한 선물무라카미 하루키는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02년,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를 발표했다. 7년 만의 신작에서 하루키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있으면 돼… 너는 귀를 기울이고 그 메타포를 이해하면 돼’라고 말한다. 그 세월 동안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일까? 그건 전혀 아니다. 여전히 하루키는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라고 말하지만, 그 의미는 미세하게 변화했다. ‘사물이 계속 훼손되고, 마음이 계속 변하고, 시간이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계’에서 도망치기를 원하는 심정은 동일하지만, 결국은 돌아간다. 세계의 폭력성은 여전하지만, 돌아가서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된다.<해변의 카프카>는 15살 생일을 맞은 소년의 가출에서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15살의 소년’이 되기를 원하는 그는, 자신의 이름을 카프카라 짓는다. 카프카는 체코어로 까마귀라는 뜻이고,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해변의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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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신문의 만화담당 기자를 만났다. “윤태호씨의 <야후>가 20권으로 완간되었는데, 작가와 대담 한번 하시죠.” 순간 머릿속에 우아한 포즈(이를테면 낙엽이 지는 거리를 걷고 있는)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좋죠.” 짧게 답했다. 꽤 시간이 흐른 뒤 전화가 몇번 오가고 날짜가 잡혔다. 7월16일. 흔쾌히 약속을 잡았다. 다시 <야후>를 읽기 위해 책장을 뒤졌더니, 몇권이 빠진다. 16권부터는 아직 사지 못했다. 각각 2개의 공간으로 분리된 만화책장을 뒤져 이빨을 맞춰도 빠지는 권수가 많다. 다음날, 시내 대형 서점의 만화코너를 찾았다. K서점. 없었다. <야후>가 없었다. 그보다 만화매장이 더 넓다는 Y서점. 있다. 하지만 역시 이빨이 빠져 있다. 뒷부분 몇권을 채웠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온라인 서점에 접속했다. 먼저 제일 큰 온라인 서점이다. 있다. 그런데 막상 주문을 하니, 5일 이후나 배송
풍자와 재담으로 감싸인 탁월한 서사,분투 끝에 구입한 <야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