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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결산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각종 시상식과 결산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로 빼곡한 메일함만 열어보아도 2019년이 저물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씨네21> 기자들도 한주 뒤로 다가온 올해의 영화, 영화인 결산 기사 마감을 앞두고 놓친 영화들을 챙겨보는 한편, 영화인들을 만나 송년 인사를 전하느라 분주하다.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나날들을 보내던 중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사고’도 겪었다. 수요일 밤, 모 영화사 송년 파티에 참석한 뒤 I 기자의 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올림픽대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췄다. 차 밖으로 나가 시속 100km 이상 질주하는 차들을 옆으로 보내려 온 힘을 다해 팔을 휘저었는데,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이었다. 추위에 떨며 함께 팔을 휘젓던 I 기자가 물었다. “선배, 저 이번주 기사 마감 할 수 있겠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다음날 원고 마감을 걱정하는 주간지 영화기자의 삶에 애도를. 다행스럽게도 I 기자는
[장영엽 편집장] 영화계의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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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하고 압도적인 것. 그와 반대로 소박하고 예쁜 것.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내 선택은 전자일 확률이 높다. 나는 확실히 스케일에 압도되는 걸 즐기는 유형인 것 같다.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서서히 덩치를 불리고, 이내 몰아치듯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노래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최근에도 이런 곡을 하나 만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런 곡의 영상에 쏙 반했다. 바로 멈퍼드 앤드 선스의 《Delta》 라이브다. 멈퍼드 앤드 선스는 국내와 해외의 인기 온도차가 극심한 걸로 유명하다. 해외에서는 몇만 관객이 꽉 들어차는 아레나형 공연장을 단숨에 매진시키는데 한국에서는 얼마 전 1천석 단위의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물론 이 공연, 전에 없이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멈퍼드 앤드 선스 역시 대만족하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무대가 스펙터클할수록 그들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자, 이제 유튜브에 ‘Mumford & Sons 《Delta
[마감인간의 music] 멈퍼드 앤드 선스의 《Delta》 오투(O2) 아레나 공연, ‘진짜’ 소름 돋는 라이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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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관장님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도서관 자랑을 하셨다. 이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 읽어야 하니 독자 여러분의 상상을 부탁드린다. “여기가 지방이라 어르신들이 많아요. 도서관을 잘 안 오시는 거예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노래교실을 만들었는데, 어르신들이 노래교실만 듣고 집에 가셨었거든요. 제가 여기 관장을 하게 되면서, 어르신들한테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도록 권유를 많이 했어요. 책도 빌려보시게 하고요. 책이 어렵거나 글자가 작으면 동화책이라도 읽으시라고 빌려드렸어요. 인문학 강좌도 많이 열었고요. 그렇게 해서 어르신들이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실 수 있게 도와드렸거든요. 처음에는 이게 별일 아닌 것 같아도, 저희가 3년 정도 하다보니까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내가 하기로 한 강연에는 정말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꽤 많이 참석하셨다. 그중에는 관장님이 말씀하신 할머니도 계셨다. 원래는 하루 종일 화가 난 표정으로 직원들에게 그렇게 모나게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그러
손을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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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반 사이에 두명의 20대 여성이 세상을 떠났다.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와 구하라의 죽음에 그들이 살아 있었을 때 그랬듯 엄청난 양의, 그러나 사뭇 다른 논조와 방향의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이 악플 문제를 비판하면 댓글창에는 ‘기레기’가 문제라는 반격이 들끓었다. 하지만 어느 하나를 떼어 지목하기보다는 두 사람을 향했던 혐오의 기저를 직시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11월 29일, KBS <뉴스9>에서는 2017년부터 구하라의 사망 직전까지 네이버에 구하라와 관련해 올라온 기사 중 제목에 ‘단독’이 들어가고 댓글이 1천개 이상 달린 기사 5개를 선정해 거기에 달린 댓글 1만 3700개를 분석해 보도했다. 결과는 조금도 놀랍지 않다. 여성 연예인에게 가장 많이 가해지는 공격인 외모 비하, 구하라의 출신 지역을 조롱하는 호남 혐오, 데이트폭력과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 생존자였던 그를 향한 언어적 성폭력이 주를 이루었다. 새삼스럽지 않게도, 이 뉴스의 네이버 댓글
<뉴스9>의 구하라 뉴스 분석 보도, 혐오의 메가폰을 치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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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씨네21> 최초의 여성 편집장이신가요?” 편집장 임명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 1주간 <씨네21> SNS 계정을 통해 적지않게 받은 질문이다. 정답부터 말하면 내가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씨네21>에는 여성 편집장들이 있었다. 1995년 영화전문 주간지의 성공적인 창간을 이끈 조선희 초대 편집장부터 안정숙(2대), 김소희(4대) 편집장까지, 한국 영화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영화 전문지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시기의 <씨네21>을 여성들이 이끌었다. 14년 만에 임명된 여성 편집장이라는 이유로 이분들과 나란히 호명될 수 있다는 점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1주간 사적으로 또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받았던 과분할 정도로 많은 축하와 응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도 곰곰이 생각해보려 한다.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자면, 나는 언젠가 편집장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유능하고 글 잘 쓰는 선배들이 내 앞에 쟁쟁
[장영엽 편집장] 14년 만의 여성 편집장, 그 이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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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가 새 앨범 《OFF DUTY》를 발표했다. 4년 만에 내놓는 9번째 정규앨범이다. 앨범이 싱글과 다른 점은 ‘구성’이 담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의 구성 역시 ‘다듀’답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붐뱁과 팝이 동시에 수록돼 있다. 하지만 딱히 산만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보다는 모든 다양성이 다듀로 수렴된다. 이번에도 다듀가 다듀했다. 최자가 말한다. “개코와 저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비트라도 다듀의 색깔로 변해요.” 앨범에서 예술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트랙은 <좋은 친구들>이다. 이 노래는 솔리드의 <나만의 친구>에서 한 구절을 가져와 살짝 변형해 실었다. “취해버린 아침에 나 거리에서/ 상처받은 나의 마음 달래려 했어.” 이 노래를 들은 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이 노래는 한국 힙합 뮤지션이 한국 가요를 샘플링한 흔치 않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 동시에 이 노래는 90년대 한국 가요가 샘플링의 본격적인 대상,
[마감인간의 music] 다이나믹 듀오 <좋은 친구들>, 이봉원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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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요즘 유행하는 흑당 버블티에 빨대를 꽂아 쭉 들이켰다. 어제 TV에 생중계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봤어? J의 연인인 L은 J가 이야기를 꺼낸 의도를 금방 알아차렸다. 프로그램에 나온 동성결혼 법제화 이슈를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한 국민의 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한 물음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며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J는 L에게 말했다. 우리 관계가 사회의 합의가 필요할 정도야? 우린 이미 존재하고 있잖아. 사람들은 다른 개인을 합의해줘야 존재가 가능하다고 여기나? L이 건조하게 말했다. 그게 아니라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면 우리가 누리게 될 권리를 주기싫은 거겠지. L의 대답을 들은 J가 금세 보기 싫은 얼굴이 되었다.
J의 표정을 확인한 L이 말을 덧붙였다. 그냥, 우리가 행복한 게 싫은가봐. 동성애자끼리 잘 사는 게 싫은 거지. 따지고 보면 법에서 바라보는 사회는 개인이 행복한 걸 참 싫어하지 않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사는 것도 싫어
동성이혼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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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맨>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추리 작가 할란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마침 가장의 생일을 축하하러 모였던 가족과 고용인들이 용의선상에 오른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은 마치 S. S. 반 다인의 저택 살인 미스터리 소설을 현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화다. 으스스한 수집품으로 채워진 저택은 할란 트롬비의 머릿속을 고스란히 반영한 공간으로 화려한 앙상블 캐스트에 걸맞은 무대다. 특히 각양각색의 무수한 단도를 거대한 동심원 모양으로 부착한 장식물은 가족이 한 사람씩 심문받는 숏 뒤쪽에서 섬뜩한 후광을 그리며 디오라마 노릇을 한다. 나아가 영화 후반에 탐정 브누아 블랑(대니얼 크레이그)은 할란 트롬비 사건을 가운데가 빈 도넛에 비유하는데, 칼 장식의 전체 형상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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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로버트 드니로와 조 페시는 76살, 알 파치노는 79살이다. 한 인물의 30대부터 80대까지를 70대 배우가 연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모두 잠든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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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구스 반 산트 / 출연 알렉스 프로스트, 에릭 듀런, 존 로빈슨, 엘리어스 매코널 / 제작연도 2003년
시원하게 영화를 말아먹었다. 제정신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나의 데뷔작 <삼거리극장>보다도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나랏돈이 들어간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였지만 부족한 제작비에 기꺼이 돈과 마음과 열정을 보태신 분들에게 미안해 죽을 것 같다. 작품을 믿고 지난 2년을 함께 달려온 동료들에게도 그들의 헌신을 보상하지 못한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별을 선언하고 야멸차게 돌아선 연인의 차가운 등짝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한때는 내 전부였으나 이제는 만나기 전보다 더 깊은 무의미의 블랙홀로 나를 걷어차버린 연인의 추상같은 뒷모습에 살을 에는 듯 아프다.
살다보니 이렇듯 세상이 나를 향해 등을 돌리고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노트북 폴더를 뒤져 찾아보는 영화가 있다. 2003년작,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 첫
[내 인생의 영화] 전계수 감독의 <엘리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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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성년> 중에 대원(김윤석)이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발신인은 ‘덕향 김사장’. 대원은 불륜 상대인 미희(김소진)를 그렇게 저장했다. 본명으로 저장하기 뭣하니, 처음엔 미희네 식당 이름 ‘덕향오리’를 입력했겠지. 하지만 가게 이름만 검색해도 위치가 대번에 드러나니까 덕향으로 줄였을 테고. 덕향은 또 너무 여자 이름 같으니 구차하게 김사장을 덧붙이지 않았을까?
SBS 드라마 <VIP>에도 핸드폰으로 폭로되는 비밀과 거짓말이 있다. 백화점 VIP 전담팀 차장 나정선(장나라)의 남편이며 팀장인 박성준(이상윤)은 <미성년>의 대원보다는 심플하고 교활한 수를 썼다. 그의 핸드폰에는 ‘차 진호’와 ‘차진호’가 있다. 아내의 의심을 피하려 띄어쓰기를 이용했다. 극장에선 육성으로 욕을 못해서 괴로웠지만, 드라마는 괜찮다. “너 이 새끼.”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 발신인을 알 수 없는 문자를 받은 정선의 지옥은 남편
<VIP>, “너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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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와 <필름2.0>을 지나 <씨네21>에 들어오면서 무려 13년이나 한 회사에 몸담게 될 줄은 몰랐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 개봉 당시 2015년 990호 주성치 특집을 하며 첫 번째 편집장 업무를 시작하여, 지난 1232호 홍콩영화 특집을 하며 우려를 무릅쓰고 표지에 ‘光復香港 時代革命’(광복홍콩 시대혁명)이란 문구를 기어이 박아넣은 것으로 업무를 마무리하게 되니 묘한 기분이 든다.
비겁한 변명이지만 SNS를 안 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몇달 전 평정심을 잃고 당시의 고충을 담아 마치 ‘새벽 SNS’를 하듯 불평, 불만 가득 담아 지극히 개인적인 에디토리얼을 쓴 적 있다. 지금에 와서 후회하거나 잘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선을 넘게 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전이나 후나 안팎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우울증은 더 심해졌고 오히려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는 장면들이 늘어났다.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주성철 편집장] 마지막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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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패션계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동시대 브랜드를 본다. 유서 깊은 유럽 패션 하우스 정도가 되면 이미 쌓은 유산과 넉넉한 자금으로 광범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젊고 작은 규모의 패션 브랜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패션 브랜드 역시 경험과 컬렉션만큼 나이를 먹는다.
브로콜리너마저를 무척 좋아한다. 왠지 글을 쓸 때 ‘좋아한다’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들의 음악과 20대를 보낸 사람으로서 이 직관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 그들은 학교를 나와 졸업하는 불안한 청춘을 노래했다. 집으로 가는 밤의 쓸쓸한 정서와 연애의 쓴맛이 녹아 있었다. 브로콜리너마저와 같은 시대, 같은 젊음을 바친 청춘남녀들은 마치자기 이야기 같은 노래와 멜로디에 열광했다. 그들은 성실한 밴드다. 최근에는 거의 매년 음반이나 곡을 선보였는데, 올해 세 번째 정규음반을 냈다. 제목은 《속물들》이다.
앞서 패션 이야기를
[마감인간의 music] 브로콜리너마저 《속물들》, ‘서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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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연구자가 대학교수직을 그만두며 쓴 <대학을 떠나며>라는 칼럼이 화제였다. 대학이 성과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에 흡수되면서, 교수/연구자의 본업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무익·무능하게 됐는지를 신랄하고도 아프게 고발하는 글이었다. 10여년에 걸쳐 대학원을 졸업하고, 때때로 강사 생활을 전전하며 수료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나 역시 익히 듣고 경험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내가 그 ‘퇴직’의 의미와 무게를 다 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대학 연구소 정규직 교수의 연봉이 얼마인지, 받는 혜택은 뭔지, 얼마나 많은 행정 업무를 도맡고, 얼마나 많은 논문들을 써내야 하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만큼 같은 업계에 있더라도 학생, 시간강사, 정규직 교수간의 벽은 높고 두텁다.
그럼에도 그 글은 그간 내 주변에서 학계를 떠난 사람들이 남긴 말과 자리를 떠올리게 했다. 사실, 대학원 동료부터 존경하는 선생님, 글로만 접한 학자들까지 연구자들이 업계를 떠나는 장면을 심심찮게 봐왔
“지키고 싶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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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7일 제1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는 마케도니아영화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다. 인문대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한 30대 초반의 페트루냐는 면접에서 성추행과 조롱을 겪고 귀가하던 길에, 신년 축일 행사로 사제가 강에 던진 십자가를 일등으로 건져올린다. 관습적으로 남성만 참여하던 축제의 성물을 막상 여성이 차지하자 남자들은 페트루냐를 ‘창녀’라 욕하고, 교회와 경찰은 페트루냐를 연행하나 처벌 근거가 없어 어쩔 줄 모른다. 어머니는 딸을 지지하긴커녕 고발하고, 여성 기자는 이 기회에 여론을 환기하려고 열심이다. 그 와중에 경찰서에 갇힌 이틀 동안 페트루냐는 자신의 충동과 고집의 실체가 무엇인지 점점 깨닫게 된다. 성차별을 지속시키는 권력의 종류와 작동 방식을 드러내려는 포부의 영화다.
11/11
고해성사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아이리시맨> 시사를 보러 가는 길에 내게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