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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밀회>가 방송되던 시기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둘은 전혀 다른 사건이었지만,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은 올봄을 보내고 결국 내게 남은 것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언제 생이 끝날지 모르고 어떻게 삶의 이유를 잃을지 모르는 이 세상에서 도대체 무슨 마음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
먹먹한 마음으로 <밀회>를 따라갔다. 스무살, 재능과 젊음 외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남자아이와 마흔, 눈부신 성공을 이뤘지만 역설적으로 무엇 하나 자기를 위한 것을 갖지 못했던 여자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밀회>는 이렇게 요약하기엔 왠지 아쉬워 자꾸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정치 드라마이기도 음악 드라마이기도 청춘 드라마이기도, 동시에 통속 드라마이기도 한 이 작품은 뛰어난 지휘자와 독주자, 오케스트라가 만나 만들어낸 우아하고도 견고한 세계였다. 그 안에 들끓던 인간들의 욕망과 위선을 굳이 돌이켜 끄집어낼 필요는 없을
[최지은의 TVIEW] ‘특급드라마’를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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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지옥’은 알다시피 B급영화를 망라한 CDF급영화를 틀어주는 상영회다. 지난 상영회에선 <클레멘타인> <버데믹> <사무라이캅> 등 내로라하는 막장영화들을 상영했는데, 그중 박중훈 주연, 김청기 감독의 <바이오맨>은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터미네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람보2>처럼 찍혔고 끝내 척 노리스 영화처럼 되어버린 이 영화에 비명을 지르지 않은 관객은 없었으리라. <바이오맨>의 열광적인 상영이 있은 뒤,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웬 미국 독립영화 하나가 상영되자 시네마지옥의 분위기는 열광, 아니, 광란의 도가니로 변해버렸고 관객의 울부짖음은 <바이오맨>의 반응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더 룸>. 방이란 뜻이다. 왜 제목을 방이라고 지었는지는 감독 겸 주연인 토미 웨소(Tomy Wiseau)만이 알고 있을 듯하다. 영화 내내
[곡사의 아수라장] 토미 웨소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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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8일 일기에 <온리 갓 포기브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표적>에는 여성 인물 넷이 나온다. 중앙서 강력계 형사인 강영주(김성령)와 박수진(조은지), 임신한 채 납치되는 희주(조여정)와 광역수사대원 유현영(염지영)이다(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이들이 이야기 안에서 보여주는 물리적 힘과 지력, 문제 해결 방식은 여자라서 주어지는 특권 혹은 제약과 무관하다. 여전사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경찰이고, 악녀가 아니라 그냥 악당이다. <의뢰인>의 김성령, <감시자들>의 진경과 한효주, <더 테러 라이브>의 전혜진이 구현했던 새로운 여성 인물형의 계보(系譜)가 이어진다.
4/17
배가 침몰했고 많은 것들이 함께 침몰했다. 아니, 진작 침몰하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방황하는 칼날>과 <한공주>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명제가 있었다. “내 아이만 지켜서는 내 아이를 지킬 수 없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부모의 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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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상품보다 화면만 기억되는 광고처럼 내용보다 제목이 오래 남는 영화가 있다. 임창정 주연의 <파송송 계란탁>(감독 오상훈, 2005)은 좋은 영화지만 제목만 들으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보다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실제로 라면에 파를 송송 썰어넣고 계란을 탁 깨서 끓여먹은 이도 많았을 것이다. 영어 제목도 ‘파송송 계란탁’(Son, My Enemy, Pasongsong Gyerantak)이라니. 라면과 계란의 조화는 환상적이지만 어떤 식탁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래 이 글의 제목은 ‘라면이 문제일까 계란이 문제일까’ 혹은 ‘계란이 더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죄 없는 라면과 계란에 ‘문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가해자들’의 말과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어서 모두가 정신이 붕괴된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내 생각에, 압권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서남수 장관이)
[정희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라면일까 계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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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코디언을 켤 줄 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짠한 눈으로 나를 보며 밥값을 내주곤 한다. 피아노나 바이올린과는 다르게 아코디언이라고 하면 저녁 끼니를 걱정하며 동전 그릇 놓고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가 떠오르나 보다(그래서 내가 바이올린도 했다는 건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코디언을 배우게 된 이유가 내 숱한 불행의 씨앗 중 하나이기는 하다. 가난 때문이 아니라 그걸 가르친 음악 선생 때문이었는데… 그걸 밝히기 전에 먼저 음악 선생이란 어떤 존재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음악을 가르치려면 뻔뻔해야 하는 건가. 오래전 <짱>을 보며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던 나는 진짜 선생님처럼 생긴 선생님들만 가득했던 시골 초등학교에서 홀로 베토벤처럼 헝클어진 머리에 지휘자 스타일의 검은 정장만 입고 다녔던 나의 음악 선생, 정확하게 말하면 밴드부 지도교사를 떠올렸다. 초등학교였으니 음대가 아니라 교대 나왔을 텐데, 카라얀 행세를 했었지.
당시 한창 인기 많았던 차인표가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문득, 나의 슬픈 아코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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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할로윈,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가상의 웨스 앤더슨표 공포영화 트레일러로 화제를 모은 데 이어 동영상 사이트 ‘비메오’에 “<포레스트 검프>를 웨스 앤더슨이 만들었다면?”이라는 전제로 연출된 가상 예고편이 등장했다. <초콜릿 상자 같은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인 루이 파케 감독의 2분 길이 영상은 웨스 앤더슨이 애용한 바 있는 푸트라 서체와 대칭 구도, 소품의 ‘각’(角)에 집착하는 앤더슨의 정리벽을 인용하고 있다. 새우 더미에 섞인 홍합을 골라내는 대목이 클라이맥스다.
4/10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하루 종일 촬영장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고 나면 “나한테도 농담 대사가 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같은 슈퍼히어로물인 예전 출연작 <판타스틱4>만 해도 에반스는 ‘한 유머’ 하는 인물을 연기했으니 뒷목이 뻣뻣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흰소리를 함부로 던지는 순간 캡틴 아메리카 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다크 나이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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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중 연합군이 독일의 드레스덴 지역에 가한 무차별 항공 폭격으로 민간인 수만명이 숨졌다. 현장의 목격자였던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분열적 혼란을 경험했다. 그는 독일계 미국인이었고, 미군으로 참전하여 독일군에 포로로 잡혔다. 폭격을 퍼부어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쪽은 아군인 미군이었고, 지하 도살장으로 피신시켜 그의 목숨을 살린 쪽은 적군인 독일군이었다. 그는 살상의 가해자인가, 아니면 피해자인가?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 보네거트는 <제5도살장>에서 이 드레스덴을 배경으로 세웠는데, 작중 인물이 정신분열에 시달리기에 사건이 놓인 시간축마저 뒤죽박죽이다. 그런데 ‘드레스덴 폭격-도살장-정신분열-시간축 교란’이라는 심상의 연쇄고리를 경험한 것은 보네거트뿐만이 아니다. 군사정권 시절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했던 김근태는 수기에서 그 인상을 보네거트와 흡사하게 기록하고 있다.
“인간 도살장, 이것은 지나친 표현일지 모릅니다. (…) 직접 고문을 당할 때는 극도로 혼란되어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분열과 착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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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을 과감하게 열고 외국 자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만이 우리 경제를 살릴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전 경제부총리 김재갑(이호재)의 자서전 출판기념회 연설 내용이 너무나 앙상해서 웃음이 터졌다. 한국 경제가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를 경험하기 이전의 회상 장면인가 싶었으나 2014년 현재 시점이다. 4조원이 넘는 가치의 한민은행을 1조원대의 헐값에 가져가겠다는 국제적 헤지펀드 팍스의 한국 지사장 마이클 장(엄기준)에게 제값을 치르라고 저항하는 사위이자 금융정책국장 서동하(정보석)를 제지할 때도 “금융시장이 개방돼야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라고 하며 책상다리 긁는 소리를 하고 있더라. 어찌된 일일까?
KBS <골든크로스>는 특정 개인, 조직,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고지하고 있으나, 사건의 디테일은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론스타쪽 대리인이었던 거대 로펌 그리고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전망치가 9%대에서 6%대로 급락해
[유선주의 TVIEW] 종잇장 같은 악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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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 백작? 아니다. 아수라는 그렇게 양념 반 프라이드 반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혼돈이 아니다. 아수라는 더 어지럽고 난잡한 것이다. 아수라는 고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선신이었는데, 어쩌다가 불교로 흡수되면서 원하지 않는 악역을 맡은 신이라고 한다. 제석천이랑 싸워서 재앙과 기근을 경품으로 타갔단 얘기도 있고, 아수라들이 죽어서 쌓인 전쟁터가 혼돈에 빠지자 그걸 경품으로 착각하고 일부러 져주었다는 얘기도 있고.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본의 아니게 불교에 위장취업하게 된 아수라는, 섭섭함을 숨기지 못하게 깽판을 치게 되었으니, 그게 바로 아수라다.
그래. 난장판 혹은 깽판이란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의할 것. 더 어지럽히고, 더 어질러놓는다고 해서 아수라장이 되진 않는다. 특히 요즘같이 삶 자체가 아수라장인 시기엔 웬만한 아수라장으로는 전두엽에 기별도 안 간다. 살면서 깽판을 하도 보니 이젠 영화 속에서 어설프게 연출된 깽판 장면을 보게 되면 감독과 제작진의 고충
[곡사의 아수라장] 갈팡질팡하는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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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화창한 아침나절 바다 한가운데로 배 한척이 가라앉고 있었다. 순식간에 온갖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를 잠식해버린 그 이름 ‘세월호’. 언론에 공개되기 몇분 전만 해도 그저 타본 사람이나 기억했을 소소한 이름 하나가 초혼에 바쳐진 그것처럼 모든 이들의 간절함 속에 여기저기 토해지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밤 폭우 속 느닷없는 파도에 휘말려 손도 써볼 새 없이 뒤집힌 상황이라면 그 소요 그 소란에 어떤 수긍이라도 가련만 마른하늘에 배 떨어지는 이 전대미문의 참사를 놓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낼 수 있는 자, 그 누구일지 한편 궁금해지기도 하는 바였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큰 덩치를 어쩌지 못한 채 가라앉은 배, 그 안에 내 자식 내 부모 내 형제가 갇혀 있음에도 아이고 배야 그저 외쳐부르는 것 말고 네 할 일은 없다 못질 쾅쾅 해댄 손모가지가 내 국가란 사실이었다. 죽어가는 국민을 살려내지 못한 것만으로도 국가가 져야 할 죄목은 얼마나 무거운가. 그럼에도 아래로 더 아래로 네 탓이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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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드라마가 줄줄이 결방을 알렸다. 시사회 연기 소식이 속속 날아왔다. 배우들의 인터뷰도 취소되었다. 얼마를 쏟아부은 영화, 몇년이 걸린 앨범 소식도 사라져버렸다. 청해진해운 세월호가 서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모든 것이 멈췄다. 그럼에도 일상은 멈출 수 없이 흘러간다. 다만 문득 머리가, 몸이 멈추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한심해서. 살아 있는 내가 너무 무력해서.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TV는 지옥이었다. 성수대교가 뚝 잘리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거짓말 같은 광경을 이미 봤는데도,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배 안에 갇혀 있던 사람 하나도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는 건 끔찍할 만큼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특보는 끝없이 슬픔과 분노를 쥐어짜냈고 자극적인 영상과 오보가 쏟아졌다. 민간잠수부를 자처한 이의 인터뷰를 방송한 MBN은 그의 말이 거짓임이 드러나자 사과에 앞서 “방송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인터넷과 S
[최지은의 TVIEW] 멈춰 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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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걱정 없이 해맑아서 골치였던 상사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놀기만 하다가 그 천성을 버리지 못하고 직장에서도 계속 놀고만 있는 철부지로 살아온 세월이 어언 반세기, 상사에게도 드디어 험한 세상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인가. 나는 기뻤다. 기쁜 나머지 3X년을 갈고닦은 필살의 애교를 장착하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부당니임, 요즘 무슨 걱뎡 있으쩨요?” 그는 흠칫했다. 겁먹은 것 같았다. “아니, 뭐… 옆집에 무당이 이사를 와서….” 굿이라도 한다는 건가. “그건 아닌데… 그 무당이… 닭을 잡아.” 겁먹은 그의 눈이 촉촉해졌다.
상사의 이웃인 박수무당은 이따금 두집 사이 공터에서 하얀 수탉을 잡아 피를 뿌린다고 했다. 심약한 도련님은 그 피비린내와 비명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태생이 잡초인 나는… 오옷, 제대론데! 흥분하고 말았다. 나도 연화보살과 같은 건물에 살아봤지만 닭 피는커녕 병아리 눈물도 구경 못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진짜 무당이구나,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이런 무당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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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1일 일기에 <론 서바이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방이 레드 라이트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온리 갓 포기브스>에 없는 것은 동기와 캐릭터이고 넘치는 것은 운명과 조명이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게 특별히 헌정된 영화답게 <온리 갓 포기브스>에는 조도로프스키의 컬트 <성스러운 피>의 그녀 못지않은 ‘지옥에서 온 엄마’(크리스틴 스콧 토머스)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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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실화에 기대지 않은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소수파로 밀려나고, 예고편은 물론 예고편의 예고편, 예고편의 속편이 시간차 배포되는 시대에, 신작 영화를 아무 정보 없이 보러 가는 일은 점점 드물어진다. 경험이 축적되면서 ‘나쁜 전조(前兆)’의 목록도 나름 생긴다. 촬영 과정의 잡음, 밑천을 몽땅 노출하는 트레일러, 뷔페식 장르 명명(예컨대 ‘휴먼액션멜로 대서사극’), 언론 시사가 없거나 늦다는 소식 등등을 접하게 되면 영화 기자들은 <스타워즈>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무)자막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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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이 사납다. 동성애에 관한 기사를 검색하지 못하겠다. 눈이 아플까봐 손가락을 고이 접곤 한다.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이 극성을 초월해 거의 광기 수준. 연일 기독교 신문들과 보수 언론이 동성애에 쏟아붓는 저주의 기사들이 한강을 범람시키고도 남을 지경이다. 물론 이전 한국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목사님들께선 그동안 휴거와 재산 증식에 관심이 많았지 동성애에 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교회 영업 품목에 동성애는 해당되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근본주의 기독교가 미국의 수입품이어서 그런지 패악질로 이름 높은 그 동네 목사들 따라 ‘동성애 반대’를 한국 보수 기독교의 영업 품목 1위에 올려놓았다. 국립국어원을 압박해 ‘사랑’이란 개념을 이성애로 한정짓는가 하면, 아이티 목사들과 함께 ‘지구촌동성애저지국제연대’를 창설했다. 자기 종교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동성애 반대를 끌어온다는 것 자체가 애절한 자기부정이다. ‘이웃 타자에 대한 사랑’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사랑, 알지도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