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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지아장커: 펜양에서 온 사나이>는 월터 살레스 감독이 지구 반대편 동료 시네아스트를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극장에서 못 튼다는 사실만 빼면 오늘날에는 디지털 촬영 복제 기술로 누구나 영화를 만들고 볼 수 있으니 정부의 상영 금지도 무의미하다고 인터뷰하던 지아장커는, 문득 다른 기억에 사로잡혔다. “어느 카페에서 개봉하지 못한 <플랫폼>을 틀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막상 가보니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통유리창이라 영화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검은 천을 구해 가리고 나니 비가 새기 시작했어요. 정상적 영사로, 진짜 의자에 앉아, 불 꺼진 방에서 볼 수 없는 내 영화가 슬펐습니다. 극장에서 틀 수 없는 내 영화가 정말 슬펐습니다.”
08/27
저녁 7시 명동. <침묵의 시선>을 알리기 위해 서울을 찾은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을 만났다. 그의 첫 영화 <액트 오브 킬링>을 보고 다들 놀랐던 점은 대량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잘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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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전자음악 그룹 탠저린 드림을 이끌고 있던 에드거 프로스는 1973년 영국의 버진 레코드로부터 계약을 맺자는 전화를 받는다. 보통 크라우트 록(Kraut Rock)이라고 불리는, 독일 전자음악에 심취된 소수 팬들을 겨냥해서 음악을 만들던 프로스의 입장에서는 당시 신생 레이블로 성공을 거둬 영국과 미국에 배급망을 갖추기 시작한 버진 레코드의 제안에 아마도 무척 고무되었을 것이다.
버진 레코드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음반 제작사가 아니라 런던 노팅힐 게이트에 위치한 작은 레코드 가게였다. 이 가게의 문을 연 리처드 브랜슨과 닉 파월은 유럽 대륙의 프로그레시브 록과 전자음악 음반들을 직접 수입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사업은 소수지만 광적인 런던 컬트팬들로 인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러자 브랜슨과 파월은 음반 가게에 머물지 않고 음반 제작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했는데, 그렇게 해서 그들이 제작한 첫 번째 음반은 당시 열아홉살의 마이크 올드필드가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이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음악은 악몽 혹은 일장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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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의 <우리 지금 만나>가 깔린다. 나영석 PD가 탑승한 콤비버스에 차례로 올라타는 사람들은 그의 옛 동료들, <해피투게더-1박2일>의 전 멤버들이다. 이승기, 강호동, 은지원, 그리고 도박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 중이던 이수근. 이들이 함께할 프로젝트는 중국 고전 <서유기>를 패러디한 웹 예능물 <신서유기>다.
tvN과 네이버가 합작해 네이버 TV캐스트에서 볼 수 있는 <신서유기>는 글을 쓰는 시점에 이미 조회수 1500만회를 바라보는 대성공을 이루어냈다. 나 PD 특유의 여행, 미션, 그리고 벌칙으로 이어지는 진행 코드는 여전하다. 손오공을 이수근으로 정하고, 머리에 금고아를 씌운 후 저주파 치료기를 부착해 작동 권한을 삼장법사에게 준다는, 코믹하지만 의미심장한 설정에 이어지는 첫 미션은, 손오공의 고향인 서안에서 바로 그 삼장법사를 정하는 것이다. 웹 콘텐츠라는 태생과 목적에 맞게 모든 에피소드의 상영
[김호상의 TVIEW] 면죄부 논란에 대처하는 영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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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에서 우연히 케이크숍의 주방보조 겸 견습생 기범(유아인)을 맞닥뜨린 복싱 선수(조희봉)는 순간 얼어버린다. 과거 최연소 동양웰터급 챔피언이기도 했던 기범을 링 위에서 만난 적 있는 그의 회고에 따르면, 기범은 수많은 여성 팬을 몰고 다니던 ‘링의 아이돌’이면서도 상대 선수에게는 더없이 가혹했던 ‘냉혈 꽃사슴’이었다. 당시 영화에서 유아인을 묘사했던 냉혈 꽃사슴이라는 별명다운 느낌을, 세월이 흐르고 흘러 <베테랑>에 와서야 확인한 것 같다. 그런데 <사도>에서는 또 다른 얼굴이다.
그처럼 요즘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고 있다. <씨네21>과의 인터뷰(지난 1021호 <사도> 커버스토리)에서도 그 스스로 얘기하듯 ‘소년성’이라는 특질을 온전히 간직한 채로 여러 캐릭터들을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디카프리오’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은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유약하고
[에디토리얼] 유아인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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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예상한 대로 검은 고양이, 갈가마귀 혹은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포의 사진이 나온다. 그리고 구글에서 다시 러브크래프트의 이미지를 검새해보면 역시 예상한 대로 러브크래프트의 사진과 함께 그가 창조한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이미지가 나온다. 물론 그가 창조한 악마의 서적 <네크로노미콘>(Necronomicon)도 함께다. 자, 그럼 이번엔 “포&러브크래프트”로 검색해보자. 예상한 대로 둘을 함께 그린 일러스트레이션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데, 둘을 동업자/형제/라이벌 등으로 묘사한 그림들이다(한번 찾아보라. 졸귀).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오른쪽 그림이다. 포는 갈가마귀를 머리에 얹고 있고, 러브크래프트는 어항에 그의 피조물- 크툴루- 을 담아서 가지고 있는데, 러브크래프트가 말을 걸고 있다. “포씨, 머리 위에 갈가마귀가 앉아 있는 거 아세요?” 포가 대답하길, “네, 알아요”. 그러자 러브크래프트의 반응은… “
[곡사의 아수라장] 어느 지옥행 열차에 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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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들은 음악을 다시 들으면 좋아했던 곡들 중 어렴풋한 기억을 동반할 때가 있다. 특별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어도, 냄새나 감각의 한 종류 같은 무엇이 그 안에 있다.
요즘 음악은 예전보다 훨씬 쉽고 다양하게 들을 수 있다. 깊은 조예가 없어도 취향과 기분에 맞춰 알아서 모르는 곡들을 알려준다. 음반은 죽어간다지만, 음악과 음원이 여전한 시대에 역설적으로 내게 특별한 노래는 어쩐지 적어진다. 음악이 어떠한 상황의 중심이 아니라 극 전반에 깔리는 배경처럼 되어서일까. 어느 ‘문화’들의 변천을 생각할 때, 주어나 주체만 다르지 엇비슷하게 엇비슷한 방향으로 ‘대세’가 되어 흐르는 걸 함께 떠올리면 얘기의 주어를 패션이나 옷으로 바꿔도 별반 지장은 없을 것이다.
더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는 2001년 미국 시애틀에서 결성한 인디 록 밴드다. 총 7장의 싱글을 발매했지만, 정규 음반은 2003년 《Give Up》 딱 한장만 냈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마감인간의 music] 10년 전 그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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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과 <아메리칸 울트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술을 가르치는 일은 애초에 가능한가? 좋은 예술 교육이란 무엇인가? 바스티엥 비베스의 만화 <폴리나>에 등장하는 무용 교수 보진스키와 <미라클 벨리에>의 음악 교사 토마슨(엘릭 엘모스니노)이 힌트를 줬다. 위대한 스승에 관한 일반적 관념과 달리, 두 교사는 제자의 대리 부모 역을 자임하지 않는다. 학생이 말하기 전에 집안 사정을 묻는 법이 없고, 인생의 금과옥조가 될 대명제를 던져주지도 않는다. 대신 본인의 교실에 들어온 예술가 지망생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정확히 어떤 종류의 재능인지 파악해서 알려준다. 무엇보다 나쁜 습관이 어린 몸에 배지 않도록 경계한다. 세상은 네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고 따끔하게 환기시키는 이 선생님들은 동시에 자신의 콤플렉스를 학생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08/20
에드거 라이트가 중도하차하고 페이튼 리드의 연출로 완성된 <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폴 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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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아빠 회사에서 발행하던 사보에 내가 쓴 일기가 실린 적이 있다. 그 페이지를 스크랩해둔 아빠 덕분에 얼마 전 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그 스크랩북을 넘기는데 열살이던 내가 남긴 몇 구절이 뭐랄까, 짠한 뒷맛을 남겼다. “내일은 눈이 펑펑 안 왔으면 좋겠다. 내일은 얼음이 꽝꽝 안 얼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자전거 타고 회사에 가다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까. 그럼 아빠가 엄마한테 월급봉투 못 갖다줄 거니까.” 때이른 조숙이 애어른을 만들었나, 돈이라는 것이 몸에서 땀을 내야 벌린다는 걸 꽤 일찌감치 알아버린 나는 그만큼 돈이 무섭다는 사실 또한 모르지 않아 대학에 들어가던 그해부터 닥치는 대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댔다. 무엇보다 내겐 특별한 의미에서의 가욋돈이 필요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되도록 남이 쓴 글을 많이 읽어야 득이 됨이 당연한데, 책이란 것이 고전은 고사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신간 속에 섞여 나오니 서점 들락거리기가 내겐 방과 후 과외 수업이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우리 사과를 닦아 먹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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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약간 부끄럽지만, 치킨을 먹을 때의 개인적인 취향이 있다. 퍽퍽한 가슴살 부위를 치킨 무를 절여놓은 단촛물에 찍어먹는 것인데, 육질이 촉촉하고 연해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소금이나 소스를 찍어먹는 정도를 벗어나 샛길로 빠지는 기쁨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더 맛있게 먹으려 골몰하는 타인의 팁들이 궁상맞고 집요할수록 매료되는데, 김준현, 문세윤, 김민경, 유민상 네 코미디언의 ‘먹방’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첫회를 보고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었다. 감자탕 볶음밥에 깍두기를 썰어넣고 한술 크게 뜬 문세윤이 숟가락의 밑면을 고기 찍어먹던 겨자간장이 담긴 종지에 스치듯 적시자, 김준현의 탄성이 터진다. 상대의 기술을 인정하는 눈빛으로 “대단한 친구”, “먹을 줄 아는 친구” 등의 찬사를 던지고, 서로 교감하는 것이다.
돈이나 시간처럼 한정된 비용의 실패 없는 선택을 장담하는 맛집 프로그램과 미식 블로그들에 시큰둥해지던 차에, 이들의 식도락은 맛을 증폭
[유선주의 TVIEW] 맛있는 케미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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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이 나는 도시들이 있다. 보고 있는 대상들이 지나치게 아름다워 왠지 믿기지 않고, 신비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파올로 소렌티노의 <그레이트 뷰티>(2013)에서 동양인 남자가 로마의 아름다움에 반해 사진을 찍다, 기절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나에겐 그런 현기증을 안긴 도시가 셋 있다. 로마, 파리, 그리고 베네치아다. 세 도시 모두 어리둥절한 채, 하루 종일 멍하니 바라보며 걷기만 했다. 지도도 잠시 잊고, 그냥 목적 없이, 건물과 건물 사이, 광장과 광장 사이를 헤매고 다녔다. 하루 종일 얼마나 걸었던지 저녁에 탈진이 됐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도시에 혼 들려 있었음을 알게 된다. 괴테도 <이탈리아 기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저녁이 되니까 피곤하고 기진맥진해진다”고 고백할 정도니, 경험이 낮은 나로서는 당연한 흥분이었다. 베네치아에는 기차로 도착했는데, 중앙역인 산타 루치아역에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운하의 장관에 잠시 넋을 잃고 말았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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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김도훈 편집장과 대학 시절 같은 영화동아리였다. ‘영화탄생 100주년’이라는 표현이 뭔가 거대한 역사의 중심에 선 것처럼 울컥하게 만들었던 90년대. 마음이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팠던 때였다. 그렇게 한손에는 시티폰, 허리에는 삐삐 차고, 옆구리에는 굳이 <키노>와 <씨네21>을 쌍으로 끼고 다니면서 디아스포라와 시뮬라크르에 밑줄 좍.
당시 ‘구본승 머리’를 고수했던, 하지만 구등신도 팔등신도 아니기에 어림잡아 육본승이라 불렸던 동아리의 브레인 김도훈은 강의시간이 빌 때면 종종 비디오를 빌려와 작은 감상회를 열었다. 하지만 동아리방 벽에 <레옹>과 <라이온 킹>, 그리고 <시계태엽 오렌지> 포스터 등을 붙였다는 이유로 일부 열혈 선배들로부터 ‘미제의 앞잡이’ 취급을 받던 그였기에 그 선정작들 또
[에디토리얼] 웨스 크레이븐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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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아주 재밌는 페스티벌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테크노 뮤지션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이 기획한 ‘열받아서내가만든페스티벌2015’다(이하 내만페). 지난 8월22일 이태원 클럽 놈코에서 열렸으며 클럽 신이 들썩거릴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물론 수만명이 몰렸기 때문에 대성황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놈코에 들렀던 사람들의 만족도와 클럽 신에 일었던 화제의 정도를 생각하면 커다란 파장이었다. 이태원에서 소규모로 열린 이 축제가 이만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축제 포스터와 함께 게시된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의 기획의 변 때문이었다. 바가지 바이펙스써틴은 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유가 “너무 화가 나서”라면서, EDM 열풍에 편승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수준 낮은 페스티벌이 너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된 EDM 디제잉을 넘어 일렉트로닉 댄스의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는 “안티 커머셜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내만페에는 무려 40명의 디제이가 참가했고 3
[마감인간의 music] 메시지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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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한 사회가 짊어지고 있는 갈등의 양상은 다양하다. 그것은 단순한 의견 충돌일 수도 있고 위계에 의한 소통의 문제일 수도 있으며 이해관계에 따른 분쟁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혹은 역사적 상흔을 두고 남겨진 자들 사이에 처리해야 할 사과와 용서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실 갈등이 없는 사회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다. 중요한 건 어떠한 문제해결과정을 거쳐 이러한 갈등을 ‘다루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더불어 그런 문제해결과정이 사회 전반에 어떠한 학습치를 남기느냐가 중대하다. 거기서 한 사회의 수준과 격,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 결정된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거기 갈등이 있는데 갈등이 없다고 치부되어버리는 사회에서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일반적으로 과거의 가해자가 지금도 여전히 힘 있는 가해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침묵으로 지워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지금 우리가 들여다볼 나라가 바로 그런 나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병든 자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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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4>와 <오피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침묵의 시선>에서, 50년 전 인도네시아 민간인 학살로 형을 잃은 아디는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방문해 왜 그랬는지 묻는다. 누구 하나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죄하지 않는 가운데 유일하게 사과하는 사람은 아버지의 잔혹 행위가 금시초문인 여인이다. 아버지를 평생 존경해온 효녀의 얼굴은 대화가 진행될수록 굳어가고, 아디가 피살자 유족임을 밝히는 순간 쩍 하고 금이 간다. 아버지의 체면을 지키려는 안간힘 와중에도 그녀의 눈은 충격과 연민을 감추지 못한다.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이제부터 우리 가족처럼 지내요.” 둘은 포옹하지만 떠나는 아디는 씁쓸해 보인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떤 부피의 고통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인은 아디가 좀더 머물길 바라지만 차마 붙들지 못한다.
08/17
<판타스틱4>에 대한 혹평은 일약 에스컬레이터를 올라탄 느낌이다. <뉴욕타임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