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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영화잡지를 만들자.” 10년도 더 된 오래전, 타 영화잡지의 한 선배가 그런 얘기를 꺼낸 적 있다. 믿기 힘들지만 월간지 <키노>와 <스크린>과 <프리미어>를 비롯해 주간지 <씨네21>과 <필름2.0>과 <무비위크>와 <씨네버스>, 그렇게 무려 7개의 영화잡지가 공존하던 시절, 1박2일 출장으로 다들 모였던 누군가의 방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때였다. 영화잡지 수가 반 토막난 지금 오히려 타 잡지에 어떤 기자가 있는지, 아무개 기자는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때만 해도 수시로 교류를 가졌었다. 해외 출장을 가서 같은 방을 쓰는 일도 잦았고, 거의 모든 한국영화가 촬영현장 공개를 하던 때였으니까, 비록 소속된 잡지는 달라도 꽤 친하게 지내던 때였다.
물론 그 선배가 농담처럼 그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당연히 친분 때문이 아니라 잡지들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었다. A잡지는 섭외에 성공했는데 넌
[에디토리얼] 국정 영화잡지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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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이름과 앨범 이름 모두 사람들을 당황시키는 쪽에 가깝다. 솔직히 나도 ‘이게 뭐지?’ 하면서 그냥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앨범을 중간 정도 들었을 때 확신했다. 이거, 물건이구나. This is a thing.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것, 불완전함의 부각이라는 의미를 지닌 와비사비룸은 에이뤠, 제이플로우, 장유석으로 구성된 힙합 그룹이다. 그리고 와비사비룸의 두 번째 EP인 《물질보다정신》은 요즘 발매된 그 어떤 한국 힙합 앨범보다 확고한 정체성과 색깔을 지니고 있다. 비록 이 앨범에 담긴 그들의 메시지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앨범 내내 유지되는 그들의 선명하고 각 잡힌 태도가 주는 쾌감을 거부하기란 아무래도 어렵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탄탄하다.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섞이고 변하기 전’의 힙합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프로듀서만의 기운과 변칙을 군데군데 더해 신선함을 불어넣는 솜씨가 놀랍다. 수준의 차이는 늘 이런 미묘한 부분에서 결정된다. 랩 역시
[마감인간의 music] 밥말리처럼 나도 원초적인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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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바람 불면 날아갈 것처럼 연약한 50대 남자 선생님이 있었다(학교가 산에 있어서 산바람이 너무 세면 휘청거리기는 했다, 진짜로). 피골이 상접하고 창백하고 피부가 처지고 기운이라고는 없어서 폐병 걸린 일제시대 지식인처럼 보였던 (근데 왜 지식인들은 동서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폐병에 걸리는 걸까) 그분에겐 반전이 하나 있었으니…. “얘들아아아아! 장조로 선생이 서른아홉살이래애애!”
세상살이 험한 걸 몰랐던 소녀들은 경악했다. 뭐라고? 그럼 우리도 20년만 더 살면 저렇게 되는 거야? 아니지,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조로 선생만 이 모양으로 늙은 거야!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미스터리는, “조로 큰딸이 우리 학교 3학년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버지는 서른아홉인데 딸은 열아홉, 우리 혹시 일제시대 즈음에 살고 있는 건가. 소문을 물고 돌아온 우리 반 제비양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진상은 이랬다. 아들 귀한 가문의 5대 독자로 태어난 조로군은 대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조선시대 왕은 왜 빨리 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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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주간. 해운대의 밤은 밝고 소란했다. 대기업 투자자와 유명 감독들이 중력처럼 사람을 끌어가고 남은 빈자리에서, <소수의견>으로 연을 맺은 배우 권해효씨와 동틀 때까지 술을 마셨다. 특별한 배우다. 영화에서 주어지는 한정적인 역할을 소화할 때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일 때 눈부시게 빛나는. 정교하고 단단한 사유, 날카롭고 넉넉한 언어, 강박적으로 엄격한 윤리관, 소탈하지만 세련된 인품. 스크린은 그를 포장하기는커녕 밀봉시켜버린다고 느껴진다. 권해효가 권해효 같은 배역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 도달하지 못한 수준의 인물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우니까. 나는 어떤 작가에게도 그처럼 깊고 그득한 지적 품위를 느껴본 적이 없다.
영화 미술로 경력을 시작한 권해효는 1992년 <명자, 아끼꼬, 쏘냐>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충무로 시스템의 막바지 세대였던 셈이다. 그때와 지금, 한국영화가 어떻게 달라졌냐는 질문에 그는 잔을 단숨에 비워내더니 이렇게
[손아람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제약으로부터의 해방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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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차례씩 들락거리던 한 사진 동호회에 전설처럼 내려오던 책이 있었다. 잊을 만하면 누군가가 책과 사진을, 또는 그에 관한 에세이를 올려놓았고, 회원장터에 책이 올라올라치면 많은 댓글과 관심 속에 빠르게 누군가의 품으로 사라져갔다.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던, 전몽각의 <윤미네 집>이 그 책이었다. 1990년에 1천부만 출간되어 전설이 된, 2010년 1월1일에 20년 만의 재출간으로 화제가 된 그 책. 최근에는 한 tv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중 누군가는 흑백으로만 채색된 윤미네 집에 첫발을 들여놓게 된다.
tvN의 <비밀독서단>은 책을 읽는 모임을 카메라로 비춘다. 그들의 주장대로 비밀 지하실에서 책을 읽고, ‘갑질에 고달픈 사람’,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단원 각자가 책을 펴놓고 형광펜으로 또는 4B연필로 굵은 밑줄을 그어가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박준의 &
[김호상의 TVIEW] 우리가 아직도 책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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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어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야 되나 고민고민하던 중에 황송하게도 대한민국 방송계 고위직 한분이 아이템을 직접 정해주셨다.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나잇 앤 굿럭>(2005).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 영화는 1953년부터 이듬해까지, 매카시즘이 미국에서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때부터 급격한 몰락을 겪던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CBS>의 시사 프로그램 <시 잇 나우>(See It Now)의 제작진은 광풍의 주인공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을 상대로 두려움 없이, 집요하게 싸움을 걸었고, 결국 그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시 잇 나우>의 간판이었던 전설의 진행자 에드워드 머로(데이비드 스트레이션)의 논리 정연한 논평은 이 영화를 통해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새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21세기의 미국이 이 영화를 필요로 한 이유
매카시즘과 별 상관없는 21세기 미국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데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우리는 공포에 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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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평균 몸무게가 늘었나 했다. 한국 신예 감독들의 몸무게 말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모더레이터로 GV를 진행하며 만난 <소통과 거짓말>의 이승원 감독과 <스틸 플라워>의 박석영 감독을 보면서 그 육중한 체구에 압도당했다. 이번호 특집에서 다뤘다시피, 한국영화의 비범한 미래라 불러도 좋을 감독들이니 영화계를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길 권하는 바이다. <스틸 플라워> GV 당시 “감독님이 전작 <들꽃> GV 때보다 살이 더 찌신 것 같은데 이유가 뭔가요?”라고 사뭇 진지하게 질문하던 한 관객의 걱정스런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비단 감독들뿐만이 아니다. 2년 전과 비교해 예상치 못한 검진 결과에 당황한 장영엽 기자, 왠지 굴욕적인 기분이 든다며 한사코 위내시경을 받지 못하겠다는 김성훈 기자, 담담한 표정으로 검진을 기다리고 있는 이주현 기자 모두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만 부르지 말고 잡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
[에디토리얼] 젊은 감독들의 집념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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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로 오랜만에 음악가를 만났다. 지소울(G.Soul•김지현)이다. 언론과 대중이 붙인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JYP 엔터테인먼트 15년 연습생 출신’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이다. 과연 데뷔는 하는 건가, 싶었던 지소울이 드디어 올해 1월 데뷔 미니음반 《커밍 홈》(Coming Home)을 내고, 지금까지 세장의 싱글음반을 냈으니 꽤 부지런히 작업물을 선보인 셈이다. 지난 9월10일 공개한 세 번째 미니음반 제목은 《더티》(Dirty)다. 장르로 음악을 가를 때 사람들은 그를 알앤비(R&B) 안에 가두려고 하는데, 요즘 젊은 음악가들이 그러하듯이 지소울도 하나의 음악 장르에 종속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지금껏 선보인 곡 중 가장 빠른 비트를 배경에 깐 《더티》의 곡들도 그렇다. 직접 쓴 가사들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더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음반 이름과 같은 <더티>(Dirty)다. 요즘 이 음반을 자주 듣기도 했지만, 사실 원고를 써야겠다고 결심한
[마감인간의 music] 본격 추천하고 싶은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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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어요.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좋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그 어떤 말보다도, 이 말은 가장 어른스럽게 세상을 포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별일이’까지는 그것 참 내 기준에서는 도무지 용납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듯하지만, 이내 ‘다 있어요’라며 어찌됐든 앞의 말을 껴안아 어루만지며 화해하려 애쓰는 것 말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다. 그렇다고 내가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곧 비정상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참 좋은 말이 가장 아름답게 쓰인 영화 가운데 하나를 골라보았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2007)다.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지 않았다면 훨씬 현실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 속의 라이언 고슬링은 대단히 망가져 있으니 대충 용납해보기로 하자.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별일이 다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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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다치는 일을 식은 죽 먹기처럼 하는 사람이다. 세명이나 되는 제부들은 아픈 엄마를 볼 때마다 이렇게 탄식하곤 한다. 아무리 봐도 인하대병원 돈은 장모님이 다 벌어다주는 것 같다니까요.
지난해 추석에는 펄쩍 뛰는 빨간 대야만 한 광어를 회로 치다가 엄마 손이 칼에 베였다. 피가 줄줄 새어나오는 손이 무슨 대수라는 양 수건으로 둘둘 감은 채 병원에 간 엄마는 도합 아홉 바늘을 꿰맸고, 그러고 돌아와서는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붕대 감은 한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그놈의 광어새끼를 마저 회로 쳤다. 우리는 초고추장인지 엄마의 핏물인지 입에서 알싸하게 씹히는 광어회 접시를 좋다고 다 비워냈다.
올해 설날에는 연안부두에 가다가 트럭에 차가 받히는 교통사고로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 목에 깁스까지 한 채 절대안정을 요하는 의사의 소견에도 엄마는 외출증을 끊고 나가 장을 봐서는 뭇국을 끓이고 삼색 나물을 볶으며 육전에 어전을 부치고 사과에 배에 감에 대추를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아프니까 엄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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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채로 곯아떨어진 친구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아이섀도를 닦아주는가 하면, 맨 얼굴로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만나러가는 친구를 급하게 불러 세워 자기 입술의 립스틱을 손가락으로 옮겨 발라주는 사이. 김혜진(황정음)과 민하리(고준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고 스무살부터 10년간 동거한 각별한 친구다. 둘의 친밀함과 신체접촉의 수위는 가끔 연인이나 부부처럼 보일 정도. 하지만 어린 시절 미소녀였으나 사춘기를 지나며 ‘역변’한 혜진과 9등신 ‘모태미녀’ 하리의 다정한 모습이 언제나 그늘 없이 말끔한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철저하게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고 틈만 나면 요가나 운동을 하고 있는 하리에게 “아, 재수 없어. 예쁜 것들이 더 독해요”라며 혜진이 격의 없이 던지는 말이 그렇다. 혜진도 미소녀 시절엔 악성 곱슬머리를 감추려 꾸준히 파마와 드라이로 관리했었다. 그런데도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드는 노력을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다. 화려한 생일파티에 초라한 일상복 차림의 혜
[유선주의 TVIEW] 우정, 평범해서 비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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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환상적인 일탈’을 하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토마스 만에 따르면 역시 그곳은 베네치아다.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주인공의 고백을 통해 밝힌 사실이다. 토마스 만이 그 일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일일이 말하지 않았지만, 에로티시즘의 위반이 상상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테다. 베네치아는 ‘금지’라는 문명의 명령에 반항하도록 유혹하는 공간이다. 그러기에 토마스 만은 베네치아를 ‘믿을 수 없는 미녀의 유혹’에 비유했다. 일탈은 그 유혹에 몸을 맡기는 행위일 테다. 일탈, 곧 죄를 짓는 불안이니, 어쩌면 우리는 베네치아에서 금지를 위반하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운명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폴 슈레이더의 광기의 도시
폴 슈레이더는 아직도 감독이기보다는 발군의 시나리오작가로, 또 비범한 영화비평가로 더 유명한 것 같다. 슈레이더는 마틴 스코시즈의 대표작 <택시 드라이버>(1976), <분노의 주먹>(1980) 등의 시나리오작가이자,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죽음에 이르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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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영화제 데일리 마지막 9호를 작업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풍성하고 즐거운 만남이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졌고 <씨네21> 또한 영화제와 함께 스무살을 맞은 해라 그 기분이 더 특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제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데일리 사무실로 비보가 날아들었다. 데일리 후반부를 책임진 신두영 편집기자에게 서울로부터 “차 좀 빼달라”는 한 낯선 남자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빨리 KTX 타고 가서 차 빼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손홍주 사진부장의 걱정까지, 그렇게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함께 영화제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물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주차 문제여서 굳이 ‘서울행’을 할 필요는 없었음도 밝혀둔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특집을 보면 알겠지만, 올해 부산은 그야말로 화려한 게스트들의 성찬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특집호 커버를 장식한 탕웨이를 비롯해 하비 카이틀, 나스타샤 킨스키, 소피 마르소, 나가사와 마사미 같은 배우들은 물론 허우샤오시엔, 지아장
[에디토리얼] 부산에서 띄우는 첫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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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가 “너 요새 뭐하니?”였단다. 청춘이란 곧 청년실업(혹은 3포)이란 공식이 생리가 되어버린 작금이기 때문이겠지만, 사실 영화인들에게 저 생리란 경기를 타지 않는 생의 사실이다. 공상하고 궁상 떨고 꿈꾸는 게(때로는 악몽이지만) 직업인 영화인들은 몇번의 명절을 지나도 철들지 않는 철부지 어린이나 같기 때문이다. 철부지가 직업병이라. 그걸 다시 되새기고 싶었을까. 추석날 나만의 성장영화들을 다시 꺼내보며, 차례상 배추전을 팝콘 대용으로 처먹었던 나는 여전히 철부지인가?
가출하고, 장례 지내고, 귀가하기
먼저 성장영화는 가족영화가 아니다. 성장영화에서 가족은 언제나 분열적으로만 등장하며, 성장을 임무로 하는 어린이 주인공에 대해 으레 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스탠 바이 미>에서 아버지는 주인공에게 “형 대신 네가 죽었어야 했어”라고 말한다. <굿 윌 헌팅>에서 주인공에게도 적이란 자신을 학대하던 아버지였고, 나아가 자신을 멸
[곡사의 아수라장] 대지에서 하늘로 내리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