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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재난과 한국영화를 겹쳐 본 첫 번째 기억은 정윤철 감독의 단편 <기념촬영>(1997)이었다. 1997년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송일곤 감독의 <간과 감자>와 더불어 최우수상을 공동수상한 <기념촬영>은 1994년에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건이 있던 바로 그날 단짝을 잃어버렸던 대학생 수진이 세월이 흘러 지하철역에서 과거의 기억과 맞닥뜨린다. 오래전 아침, 깔깔거리고 웃으며 등교하던 친구들, 하지만 미처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던 수진은 친구 소연을 먼저 버스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그 버스는 바로 그 시간에 성수대교를 지났다. 살아남은 수진은 기억 속에서 친구를 그리워하며 그의 영혼을 달래주려고 한다. 영화는 사고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좇아가는 빠르고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사회적 살인’이 벌어진 그날 아침 이후, 망각의 시간을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그로부터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과연 그로부터 달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포스트 4·16 시대의 충무로, 우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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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애플뮤직에서, 새로 나온 O.S.T를 보고 무슨 ‘힙합 복고 영화’가 하나 나왔나보다 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니, <더 겟다운>(The Get Down)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디스코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70년대 후반, 사우스 브롱크스를 배경으로 힙합 문화가 막 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바즈 루어만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10년 이상 기획해 만들어냈다고 한다. 연기자들은 대체로 신인이거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인데, 윌 스미스 아들로 잘 알려진 제이든 스미스가 힙합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역할의 조연으로 출연한다.
<더 겟다운>은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과 당시 흑인 빈민가의 사회상을 지루하지 않게 연결하며 하나의 성장 드라마로 훌륭하게 그려낸다. 예전의 뉴욕과 게토였던 사우스 브롱크스를 표현하는 영상미도 훌륭하고, 주인공 그룹 각각의 드라마도 잘 살아 있다. 그 시절을
[마감인간의 music] 70년대 후반의 힙합과 디스코 - <더 겟다운> 사운드트랙(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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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말까? 몇년 동안 갈등하게 만든 밉상의 가전제품, 에어컨. 어느새 가구 보급률이 80%에 육박한다지만 쉽게 들여놓지 못하는 가난이 그 갈등의 첫째 요인이다. 또 전기요금 폭탄 맞을까봐 마음대로 켜지도 못한다는 주위의 볼멘소리도 발목을 잡는다. 거기에다 생태주의적 소신이랄까, 가뜩이나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에어컨 냉매를 하나라도 줄이고픈 소박한 고집이랄까. 중고 에어컨을 달아주겠다는 주인집 친절에도, 시나리오를 빨리 쓰게 하려고 에어컨을 달자는 프로듀서의 사악한 꾐에도 손사래를 쳐왔다.
하지만 폭염 앞에 장사 없나 보다. ‘지구촌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지난해 기록을 가볍에 제쳐버린 올해의 이 기록적인 폭염 앞에서 소신이 빙하처럼 녹아내리고 있다. 선풍기도 춥다던 시골집 노모는 마침내 에어컨을 켰다며 배신을 선언했고, 전기세 10원도 아까워하던 알뜰의 여왕인 막내 여동생마저 항복하고 에어컨을 장만했단다. 서울에 노란 망고만 화룡점정처럼 열리면 딱 아열대 지역의 풍모를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에어컨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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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시리즈 6편까지 드로이드 R2-D2를 연기한 배우 케니 베이커가 지난 8월13일 타계했다. <스타워즈> 팬들만 알아보는 스타였던 베이커의 사진을, 처음으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보드빌 극장 출신 배우 베이커는 낙천적이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한다. “케니는 R2-D2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는 조지 루카스의 말은, 바지런한 해결사 R2-D2의 성품이 누구에게 빚졌는지 말한다. 드로이드의 외형 안에 인간 배우가 들어 있지 않았더래도, 우리는 R2-D2와 C-3PO에게 지금만큼 따뜻한 애착을 키울 수 있었을까?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08/07
한편 한편 짚어보니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소피(루비 반힐)는 <칼라 퍼플>의 셀리(우피 골드버그) 이래, 스필버그 장편영화의 첫 번째 여성주인공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사이드 아웃>과 유사한 노선으로 소녀를 그린다. 영화가 상투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드림 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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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내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 십수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우리는 잘 어울렸고 모두가 우리의 결혼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어리고 예쁜 소년이 나타났다. 나는 남자친구도 좋고 예쁜 소년도 좋았다. 그래서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났다. 너무나 달콤한 지금과 부유하고 안정된 미래,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들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두 남자 모두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진정 TV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바로 그 재수 없는데 좀 부럽고 그래서 욕 나오는, 바로 그런 짜릿한 상황인 것이다. 나를 향한 사랑의 늪에 빠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두 남자를 보면서 결심했다. 이 지옥은 내가 만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벌을 받아야 한다. 지금 내게 가장 가혹한 벌은, 두 남자 모두를 잃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달링들아, 우리 그냥 다 같이 벌 받자. 자, 이제 모두 안녕!
그때 그 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나는 다음 생에서까지 그
[내 인생의 영화] 이경미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불공평하도록 가혹한 공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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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로셀리니는 안나 마냐니에게 호기 있게 약속을 하나 했다. “다음 영화는 너의 경력에서 분수령이 될 거야.” 마냐니와 함께 <사랑>(1948)을 찍은 뒤였다. 그는 다음 영화가 화산섬에서 촬영될 거라는 아이디어만 밝혔다. 황무지에 가까운 척박한 땅, 외지인에 대한 폭력적 배타주의, 문명과 먼 원시적인 일상 등이 화산섬의 특성인데, 로셀리니는 바로 그것이 전후 패전국 이탈리아의 현실이라고 봤다. 마냐니는 그 섬을 배경으로 배타주의의 폭력에 저항하는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역은 마냐니에게 가지 못했다. 알다시피 잉그리드 버그먼이 로셀리니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 때문이다. 로셀리니는 자신과 영화를 함께 만들고 싶다는 할리우드 스타의 편지를 받자마자 미국으로 갔다. 그리고 그 역은 버그먼에게 돌아갔다. 로셀리니와 버그먼이 찍기로 한 화산섬이 바로 스트롬볼리이고, 걸작 <스트롬볼리>(1950)는 그렇게 탄생했다.
로셀리니와 버그먼, 스트롬볼리에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무명의 화산섬들, ‘영화의 섬’으로 변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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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환기 파리의 좋았던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는 JTBC 드라마 <청춘시대>의 연남동 셰어하우스 이름이기도 하다. ‘소심이’ 유은재(박혜수), ‘생계형 철의 여인’ 윤진명(한예리), ‘외모 센터’ 강이나(류화영), ‘연애 호구’ 정예은(한승연), ‘여자 신동엽’ 송지원 (박은빈) 등 홈페이지의 유형화된 캐릭터 소개는 우아한 건물주 할머니(문숙)의 여흥을 위해 구색을 맞춘 멤버처럼 보였으나, 우려와 달리 할머니는 자기 인생을 즐기는 데 여념이 없고 다섯명의 하우스메이트들은 첫인상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관계에서 자발적으로 쓰는 가면과 거짓말을 통해 서로 보고 보여주는 면모가 인간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거듭 확인한다. 또한 자기 삶의 궤도와 다른 궤적을 그리는 타인과 일시적으로 같은 시기,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 비교하거나 선망하고 낮은 자존감 때문에 상대의 상을 일그러뜨리기도 하며, 때로 서로 자존심을 채워주는 역할을 알면서 주
[유선주의 TVIEW] JTBC 드라마 <청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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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감독은 너무 해외영화제를 겨냥한 영화를 만드시는 것 같아요”라고 한 아역배우가 얘기한 적 있다. 오래전 가졌던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인데(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얘기한 명언, “그렇게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보세요.”), 실명을 밝힐 수는 없고 지금은 사실상 활동을 접은, 당시 10대 초반의 배우라고만 얘기해두겠다.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몇편을 제외하고는 그들 감독의 영화를 보지 못했을 것이 빤한 이 어린 배우가 무슨 의도로 그런 얘기를 꺼냈는지 궁금했다. 어쨌건 무척 진지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감독에 대해 물었을 때, 자신은 영화보다 뮤지컬이나 소설을 즐겨 읽는다며 분명 ‘괴테의 <호두까기 인형>’을 좋아한다고 했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을 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자신은 다양한 예술을 즐긴다며, 역시 진지했다. 아무튼 얘기할 때 틀린 정보들이 많았지만(-_-;) 배우로서 시종일관 진지하게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아역배우 트로이카, 10년 뒤에 다시 모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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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렉트로닉 댄스신에서 가장 핫한 보컬은 누구일까?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저스틴 비버다. 얼마 전부터 일렉트로닉 히트곡들에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엔 잭 유의 <Where Are U Now>에서, 올해엔 메이저 레이저의 <Cold Water>에서 보컬을 맡았다. <Where Are U Now>는 빌보드에서 8위, <Cold Water>는 현재 2위를 기록 중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발표한 솔로 앨범 《Purpose》는 스크릴렉스 등 일렉트로닉 프로듀서들과 함께 만든 앨범이었고 그중 <What Do You Mean?> <Sorry> <Love Yourself>가 빌보드 1위에 올랐다. 모두 일렉트로닉 성향의 곡이었다. 보컬만 얹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에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요즘 정말 인기인 <Cold Water>에도 목소리뿐만 아니라 작곡을 보탰다.
처음엔 원래
[마감인간의 music] 댄스곡의 맛 - 메이저 레이저, (피처링 저스틴 비버, M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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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이었는지 모른다. 관측 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이 될 거라고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꼬박 1주일,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를 맨몸으로 걷겠다는 각오보단 모두들 쉬러가는 황금 휴가철에 ‘이 짓’을 하겠다는 각오야말로 쉽지 않았으리라.
우리는 걸었다.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제주시 탑동까지 돌았다. 반은 서쪽으로, 또 반은 동쪽으로 걷고 보니 200km가 넘는 거리였다.
우리는 누구였을까. 강정마을 주민이었다. 잠시 왔다가 각자 품게 된 어떤 마음 때문에 강정에 주저앉고 만 지킴이였다. 평범한 시민이었다. 기륭/콜트콜텍/동양시멘트/쌍용차의 해고노동자였다. 용산과 세월호, 참사의 유족이었다. 종교인이었다. 인권활동가였다. 시인이었다. 만화가였다. 혹은 농부였다. 네살배기 연우가 있는가 하면, 여든네살 배종렬 어르신이 계셨다.
우리는 외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폭력으로 얼룩진 해군기지를 철수하라! 주민과 지킴이에게 청구된 34억5천만원 구상권을 철회
[노순택의 사진의 털] 팔월의 미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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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한 시즌을 끝낸 <쇼미더머니>를 보며 블랙넛이 생각났다. 지난해 시즌 화제의 캐릭터였던 그는 바지를 내린 등장도 파격적이었지만 특유의 익살맞은 가사, 특히 처음 보는 종류의 펀치라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시즌4의 주인공이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도 탄탄했는데, 탈락과 합격을 번복한 심사위원들 바로 눈앞에서 디스랩을 한 순간은 전 시즌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꼽는 가장 힙합적인 명장면이기도 하다. 빛나는 재능에 유머감각을 겸비한 캐릭터는 충분히 인기몰이를 할 만했다. 하지만 그가 일베 회원이라는 주장과 과거에 발표했던 곡들의 성희롱적 요소가 논란이 되어 비난이 일기 시작하더니 끝내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한 채 그대로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다.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예술가에게 실망스러운 인격을 발견했을 때 그의 작품을 어떻게 향유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지곤 한다. 작품은 그것을 창작한 예술가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일까. 훌륭한 작품은 쉽게 접할 수 없기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예술,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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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전화 바로 받으시네. 나야. 준이. 염천(炎天)을 건너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그런데 뭐 하나 물어볼게. 아버지는 인생의 영화가 뭐야? 내가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문득 생각나서. 아버지가 나보다 영화를 많이 봤잖아.”
“내가 너보다 영화 많이 봤지. 30년을 더 살았는데. 술도 내가 너보다 30년은 더 마셨어. 그런데 넌 독주 좀 줄여. 몸이 남아나겠냐? 내가 전에 말한 <태양은 가득히>는 봤어? 알랭 들롱 나오는 거. 아직 안 봤다고? 아, 자식이 아버지 말 되게 안 들어. 아, 나는 영화 많이 봤지. 청량리 신도극장, 돈암동 동도극장, 신설동로터리 동보극장. 그리고 나 열일곱살 때 청계천 양복점에서 같이 일하던 형이 있었거든. 내가 한정이 형, 한정이 형 하고 불렀지. 아, 그 형 보고 싶네. 아무튼 그 형 애인이 신설동 동보극장 사장집에서 식모살이를 했는데 간혹 공짜표를 얻어다줘서 그땐 더 많이 봤지.”
“그래서 아버지 인생 영화가 뭐냐고. &
[내 인생의 영화] 박준의 <박하사탕> 아, 아름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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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의 태석(재희) 이래 최고의 영화적 은신술 아닐까?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거인은 새벽 런던 거리를 사람들 눈을 피해 돌아다닌다. 키가 7m인데 눈에 띄지 않는다니 대체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마크 라일런스, 그리고 애니메이터들은 영화 도입부 거인이 귀가하는 과정을 통해 비결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거인은 일단 빠르고 조용한 바람처럼 움직인다. 위기가 오면 키 큰 나무들 사이에 끼어들고, 동상인 척 가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필살기는 실루엣을 조작할 수 있는 망토. 망토를 이용해 거인은 벽의 일부가 되고, 밤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그림자로 변해 존재를 지우는 셈이니 <빈 집>의 태석이 보여준 신공과 비슷한 데가 있다.
08/05
착한 아이 콤플렉스 따위 저만치 내다버린 로알드 달의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스티븐 스필버그보다 팀 버튼 계열의 감독에게 어울리는 원작으로 보인다. 하지만 <E.T.>(1982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진격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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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를 다시 보는 것처럼 가끔 고전 게임을 꺼내 플레이한다. 잘 만든 게임은 몇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도 좋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내겐 중학생 시절 감동과 눈물을 안겼던 <창세기전2>가 그런 게임이다. 며칠 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조커와 할리퀸을 보고 문득 <창세기전2>의 흑태자가 생각났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란 무엇일까. 그게 순전히 캐릭터의 힘일까. 보석 같은 캐릭터들을 매번 학대하는 DC에 이 글을 부친다.
이제 슈퍼히어로영화가 지겹다. 정확히는 슈퍼히어로‘들’이 쇼케이스처럼 전시되는 영화에 지쳤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슬프게도 예고편으로 충분한 영화였다. 예고편만큼 착실하게 캐릭터를 소개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정작 본편에 와선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어떻게 수습할지 몰라 방치해버린 인상이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최근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들은
[송경원의 덕통사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비롯한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에 생략된 체험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