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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든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어떤 것 중 굳이 우선순위를 가리거나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 자체를 힘겨워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내 인생의 영화’를 소개해달라니 정말이지 어려운 미션이 아닐 수 없다.
동네에서 ‘비디오 가게 아들’로 불리며 반 친구들의 부러움 속에 신작 비디오를 가장 먼저 보던 초등(국민)학교 시절부터 어쩌다 보니 (아마도 최후의 물리 매체로 예상되는) 블루레이를 직접 만드는 ‘비디오 제작 업자’로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당시를 살아온 시대의 풍경과 함께 박제된 듯 아직도 내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이른바 ‘인생 영화’를 꼽는다면 대부분의 할리우드 키드가 그렇듯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들로 리스트가 채워지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굳이 ‘인생’을 거론하면서까지 내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영화로 더 집요하게 범위를 좁혀보자면 역시 <멜랑콜리아>(감독 라스 폰 트리에, 2011)라는 작품이
[내 인생의 영화] 백준오의 <멜랑콜리아> 블루레이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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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면에 <칠전팔기 구해라>라는 드라마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슈퍼스타 K> 김용범 PD의 기획.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시선을 끌었던 건 기획의도였다. <슈퍼스타 K>가 되지 못한 사람들, 즉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의 시간이 드라마에서 다시 흐른다. 아예 새로운 기획이 아님에도 조금만 뒤집고 설정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또 다른 생명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tvN의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흥미로운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타이틀 이후 화면에 비치는 영상은 워런 비티와 아네트 베닝,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들이다. 사랑하는 연기를 하고 나면 사랑이 싹트는가,의 실제 예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는 이 점에 주목한다. 어긋난 사랑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를 배치하고,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배우들의 감정선의 변화를 추적한다. “연인 역할을 하고 나면 실제 연애 감정이
[김호상의 TVIEW]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사랑하는 연기 후엔 사랑에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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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책상물림이라고만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나 과소평가였지. 주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 또한 “지가 행보다 앞서는 것이지만 중요성은 오히려 행에 있다” 하셨으니, 이 가르침을 실천에 옮기고자 일군의 교수들이 분연히 일어섰다. 미학과 교수들이 인문대 구역 환경 미화 작업을 시작했던 것이다(이 미학이 그 미학이 맞는지는 논외로 치도록 하자).
문제는 이거였다, 나 하고 싶은 거 하자고 다른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먹기로 교수 뺨치는 직업은 사장밖에 없다는 것. 교수들의 노예주 근성이란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청소부 청년의 재능을 알아보고 몸소 잡역부 사무실까지 행차한 다음 보석과 정신과 진료까지 주선하는 <굿 윌 헌팅>의 착한 교수도 명함 한장 주머니에 챙기기가 귀찮아서 아주 자연스럽게 조교한테 넘기더라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순간 초대형 명함 지갑인 줄 착각했어.
어쨌든 노예를 부려먹으려면 일단 노예가 있어야 한다. 미학과 교수들은 묘목을 옮기고 땅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교수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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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잘 즐기고 돌아왔다. <씨네2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를 통해 만난 감독들 중 나카시마 데쓰야와 고이즈미 노리히로 감독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예전 에디토리얼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바로 두 감독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털어놓은 것이다. 몇해 전 한 해외 비평가가 ‘한국 감독들은 왜 그렇게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집착하는지’ 물어본 적 있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심지어 1위 <명량>과 2위 <국제시장>으로 시작하여 9위 <베테랑>과 10위 <괴물>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원작이 있는 영화가 단 한편도 없다(물론 <명량>의 원작은 이순신의 <난중일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아마도 현재 세계영화계 전체를 놓고 봐도 이례적인 일일 것이다. 당장 상반기 한국영화만 봐도 그렇다. 이번 호에서 듀나,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부러운 일본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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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주제로 한 영화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할 <고스트 버스터즈>(Ghostbusters, 1984) 리부트가 미국에서 개봉했다. 빌 머레이를 비롯한 초기 ‘버스터즈’들은 나오지 않는다. 이 시리즈에 추억이 깃든 1980년대 소년, 소녀들에겐 아쉽겠지만 유령 사냥꾼들은 ‘걸 크러시’(girl crush)라는 시대 조류에 따른 건지 전부 여성으로 교체되었다. 이제 막 쏟아지기 시작한 외국 리뷰 웹사이트를 보니 평론가와 관객 사이에 호불호가 제법 갈린다. 원래 몸 쓰는 전투 요원들이 아닌 ‘과학자(맞다, 이과 출신들이다) 여성’들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내용을 떠나 퍽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흥겨운 멜로디에 누가 들어도 대번 ‘80년대식’임을 알 수 있는 레이 파커 주니어의 주제곡은 지금 들어도 명곡이다. <유령 대소동>이란 제목으로 방영한 애니메이션 시리즈에도 고스란히 멜로디가 실렸다. 시리즈의 영원한 마스코트, ‘먹깨비’와 ‘마시멜로 맨’은 <
[마감인간의 music] 유령 대소동 - Various Artists, <고스트버스터즈>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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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밤. 심야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적이 있다. 주차장을 가긴 번거로워 대충 건물 뒤편 으슥한 곳에 차를 댔는데 근처에 패스트푸드점 유니폼을 입은 청년이 있었다. 잠깐 쉬러 나온 모양이었다.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모습이 흔한 광경일 수도 있었지만 갑자기 마음 한켠이 덜컹 내려앉았다. 분명 안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잠깐 쉬러 나온 것이다. 한기가 느껴지는 가을바람이 부는 밤이었다. 둥실 떠 있는 달빛 아래에서 반팔을 입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를 보고 죄책감이 느껴졌다면 너무 감상적인 걸까. 당시 나는 영화를 막 개봉시키고 실망스러운 흥행 결과에 심란해져 있었다.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어 영화를 보러 나왔는데 한쪽 세계에서는 그 시간까지 몸을 움직이며 돈을 벌고 잠깐의 휴식조차 남의 눈을 피해 하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대중예술을 한답시고 영화를 만들었지만 과연 그들의 일상에 대한 존중이 내게 있었던가, 하는 죄책감과 반성이었다. 순간이었지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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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실제론 조연이었다)이라는 문구로 광고한 판타지영화 <던전 드래곤>(2000) 개봉 소식에 “보러 가자, 소극장에 개봉하면”이라고 친구와 결의하던 순간을. 그리고 그날이 왔다. 요즘처럼 비가 죽죽 쏟아지는 날이었다. 나는 극장 앞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었고, 친구는 오지 않았다. 나는 비에 젖은 채 홀로 똥 같은 영화를 보았다. 나름 즐거운 기억이다. 이렇듯 옛날부터 판타지영화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 이하 <워크래프트>)을 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워크래프트>는 게임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영화다. 물론 게임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듯, 게임 원작 영화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개봉도 하기 전에 로튼토마토에서(<디 워>(2007)보다 낮은) 21점을 받았다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잘나신 평론가들의 박한 점수는 얼라이언스의 결집
[내 인생의 영화] 송승언의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언젠가 <오버워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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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는 <경멸>(1963)을 준비하며, 두 가지의 새로운 경험을 기대했다. 먼저 프랑스 최고 스타였던 브리지트 바르도와 협업하는 것이며, 미국의 제작자를 통해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었다. 두개의 소망은 모두 실현됐다. 그런데 작업과정은 고통과 이에 따른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브리지트 바르도도, 미국의 제작자 조셉 레바인(대표작은 <졸업>(1967))도 고다르의 새로운 미학을 이해하지 않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미국인 제작자 역할을 맡은 잭 팰런스는 아예 말도 건네지 않았다. 고다르는 스타와 제작자로부터 거의 외면당한 채 촬영을 진행했다. <경멸>의 주요 무대는 로마와 나폴리 앞의 카프리 섬이다. 촬영 당시의 현장 분위기 때문인지, 아름답기로 소문난 카프리 섬도 고다르의 영화에선 ‘이방인의 태양처럼’ 고독하고, 부조리해 보였다.
카프리에서 겪은 고다르의 외로움
<경멸>은 이탈리아의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나폴리의 세 화산섬- 카프리, 프로치다, 이스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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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스캔들로 기자회견을 하는 남편 곁을 지키는 모멸스러운 상황에서 남편 옷의 실밥에 눈이 가는 아내. 미국 <CBS> 원작과 tvN 리메이크 <굿와이프>의 강렬한 시작은 동일하다. 그리고 리메이크는 헌신적인 아내가 기자회견장을 벗어나 남편의 뺨을 때리는 반전 대신, 실밥으로 향하던 김혜경(전도연)의 시선에 전후 맥락을 만드는 것을 택했다.
구둣발로 들어와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 태준(유지태)을 낯선 사람 보듯 아래위로 훑어보던 플래시백에 이어, 혜경은 한번 더 자기를 믿고 따라달라는 태준의 말을 “내가 왜”라고 끊어낸다. 마치 당신의 해명은 필요 없다는 듯, 물음표를 제거한 침착한 어투에 찌푸린 미간과 탐색하듯 움직이는 눈동자. 혜경의 시선은 자신이 판단해 동기를 찾겠다는 의지와 연결된다. 혜경이 변호사로 취업한 로펌의 조사관 김단(나나)이 남편을 용서할 거냐고 묻자 혜경은 답한다. “용서 안 해요. 그냥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생각하고 관찰하려고요.”
[유선주의 TVIEW] <굿 와이프> 천천히 생각하고 관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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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업계에서 좀비영화가 시들해진 건 이 소재가 의외로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좀비영화는 저예산으로 정치사회성을 풍자하고 드러내기에 매우 적합하다. 그러나 대개 흥행이 전혀 되지 않는다. 또한 많은 예산을 들여 재난 블록버스터를 만들기에 매우 적합하다. 그러나 재난 블록버스터의 소재로 이미 너무 익숙해서 새로울 게 없다는 사람들의 생각이 주판을 두드리며 투자대비 효용을 따지는 제작자들을 금방 포기하게 만든다.
사실 좀비영화처럼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소재는 드물다. 이건 애초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통해 현대적인 좀비의 레퍼런스를 만들어낸 조지 로메로 감독이 좀비라는 괴물의 정체나 원리에 대해 명확히 설정하기를 거부했기에 가능했다. 우리가 지금 좀비라는 단어로부터 떠올리는 형태의 좀비가 탄생한 건 바로 이 영화부터다. 그는 인터뷰를 할때마다 “나는 좀비가 어디서 왔는지, 왜 나타났는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덕분에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부산행>이 좀비영화라는 장르로 증명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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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주세요”라고,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말썽인 영화제에 최근 복귀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말했다. 지난 7월7일 제1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식에서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자문위원장이기도 한 김동호 위원장의 그 말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다이빙벨>로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에 그 박수 소리가 다들 통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예술감독은 바로 20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초대 프로그래머이자 실질적인 산파나 다름없었던 김홍준 교수다.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로 해촉됐던 그가 올해 20회를 맞이한 부천영화제 개막식 때 공로상을 수상했다.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것은 올해 초 최용배 신임 집행위원장이 취임하고, 당시 영화제를 떠났던 김영덕 프로그래머가 12년 만에 복직하고, 또 지난 6월 정지영 감독이 민간 조직위원장으로 선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20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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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댄스 신에는 독특한 연례행사가 하나 있다. 바로 ‘톱100 디제이’ 랭킹 투표다. 1993년부터 영국의 <디제이 매거진>(DJ Magazine)이 주최해온 투표로, 독자들에 의해 매해 최고의 인기 디제이 100명이 선정된다. 이곳에 순위가 오르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 유명한 톱100 투표가 지난 7월6일 시작됐다. EDM이 세계적인 장르로 떠오른 시점이라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디제이들의 투표 독려 광고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즈음 <디제이 매거진>의 광고 지면은 디제이들의 자기 홍보로 넘친다. 캠페인 비용으로 엄청난 액수를 쏟아붓기도 한다.
지켜보는 마음은 씁쓸하다. 아티스트에 랭킹을 매기는 것도 이상한데(올림픽도 아니고!), 서로 뽑아달라고 광고전까지 벌이다니, 얼마나 황당한가. 최근엔 이 투표를 없애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의 독설가들은 이 투표가 쓰레기라며 강도 높은 직언을 날리기도 한다
[마감인간의 music] 랭킹의 의미는? - 디미트리 베가스 앤드 라이크 마이크, 마틴 개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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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한 마리가 뽀르르 손안에 날아들었다. 살짝 입김을 불어주었는데 손 위에 똥을 찍 싸더니 그만 죽고 말았다. 좋아할 틈도, 똥을 쌌다 나무랄 틈도 없이 죽은 것이었다. 곁에 있던 여자친구가 새를 죽이면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며 나무랐다. 나는 새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새를 죽였다는 사실은 더욱 믿을 수 없었다. 녀석을 손에 안은 채 귀로 가져갔다. 행여 심장 소리가 들리지는 않을까. 나의 숨을 멈추고, 너의 박동을 들으려 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따뜻했다(곧 식겠지). 아직은 부드러웠다(곧 굳겠지).
내가 죽인 걸까. 단지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 입김은 죽으라는 것도 열심히 살라는 지시나 명령도 아닌 그저 인사였을 뿐인데.
나를 원망했다. 일단 죽었으니, 내 손에서 죽었으니 나를 원망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새를 원망하고 있었다. 하필 내 손에 날아와 까무룩 죽어버리다니. 죽을 때가 되어서 죽은 것은 아
[노순택의 사진의 털] 새야, 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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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입을 모아 망했다 말하지만, M. 나이트 샤말란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감독이다. 사실 나는 영화라는 매체를 다소 가늘게 눈을 뜨고 의심하며 보는 편인데, 때로 영화가 자신이 영화임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곤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짜라고, 이곳에 굉장한 것이, 진실이 있다고 말하는 듯한 영화들, 어떤 진실을 포착해내는 기적이 정말로 가능하다고 믿는 듯한 영화를 볼 때, 나는 불편함을 느끼고야마는 것이다. 정말? 진짜? 그게 진짜야? 진실이 거기에 있어? 자꾸 그렇게 묻고 싶어져서.
내가 샤말란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다. 샤말란의 영화는 언제나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그의 영화는 이야기 속에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전개되지만 마지막에 와서는 그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 사실 이건 그냥 이야기야, 환상이야, 허구일 뿐이야, 그리고 너는 너의 삶=현실을 살아가야 해, 라며 갑자기 발을 빼고 영화를 끝내버린다. 세
[내 인생의 영화] 황인찬의 <레이디 인 더 워터> ‘이야기’를 돌려보내는 작은 모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