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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의 놈이를 유지태가 연기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동명 원작의 작가인 홍석중은 놈이의 모습을 임꺽정으로 묘사한다. “뼈마디가 굵어서 엄장이 대단해 보이는데 부드러운 살맛이라고는 꼬물만큼도 없어서 온통 울근불근한 뼈와 힘줄과 힘살로만 만들어진 사람 같았다. 이목구비의 선들이 어찌나 굵고 날카로운지 얼핏 그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해도 부지불식간에 두려움과 비슷한 존경이 자아올랐다.” 하지만 어디 유지태가 그런 인물이던가. 큰 키에 무용으로 다져진 그의 몸매는 매끈한 뼈마디와 부드러운 힘살로만 이루어진 듯했고, 선이 없는 이목구비는 편안한 미소를 자아내 데뷔 초기의 그를 스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내츄럴시티> <거울 속으로>에서 보여준 강한 남성상이나 <뚝방전설> <올드보이> 등에서 연기한 악역마저도 유지태가 간직한 태는 그대로 돋보였을 정도다. 지난 5월25일 공개한 <황진이>에서 등장한 유지태의 놈이 또한
도시적인 느낌의 임꺽정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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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반짝거리는 금발 머리에 청량한 하늘빛 눈동자, 그리고 미끈하게 뻗어나간 몸매. 묘사의 상투성만큼이나 그녀의 시작은 전형적이었다. 1994년, 발그레한 조명 아래 스타킹을 걷어올리며 짐 캐리의 눈을 튀어나오게 만들었던 <마스크>의 그녀는 ‘금발 미녀’라는 말이 흔히 제시하는 이미지 그 자체였다. “골 빈 마네킹”류의 꼬리표가 즉각 따라붙었고, 사람들은 섹시한 포즈로 반짝 눈길을 끈 여배우의 미래는 너무나도 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3년. 그녀는 줄리아 로버츠에 이어 할리우드 여배우 중 두 번째로 ‘2천만달러 클럽’(영화 한편의 개런티가 2천만달러를 넘은 배우들을 일컫는 말)에 합류했고, 마틴 스코시즈의 <갱스 오브 뉴욕>을 포함해 30편에 가까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금발 미녀가 아닌 <슈렉>의 녹색 괴물로 사랑받고 있다. 카메론 디아즈, 그녀를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카메론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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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고원>은 우연이 빚어낸 독특한 영화다. 5년 전 히말라야 산맥의 라다크에 발을 들인 것도 우연 때문이었고, 이후 배우까지 겸하게 된 로드무비를 우여곡절 끝에 만들게 된 사연 또한 우연의 연속이다. 원하는 대로 이뤄진 것 하나 없었지만, 김응수 감독은 <천상고원>이 자신이 영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20대는 세상과 싸우느라, 30대는 세상에서 헤매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야 좀 편안해졌다”는 김응수 감독은 흡사 “육체의 소멸을 통해 정신적인 탄생을 맛보는” 영화 속 K 같았다. “저기 하늘의 쪽빛 좀 보라고!” 두 차례의 라다크 여행만으로는 갈증이 다 가시지 않은 것일까. 5월31일 개봉하는 <천상고원>의 스탠디 포스터를 가리키며 그는 연신 흥분의 입맛을 다셨다.
-라다크를 처음 간 게 언제인가.
=2002년 <욕망> 편집 끝나고서다. 허전하고, 할 일도 없고. 게다가 월드컵도 끝났다. 재충전의 기회도 필요해서 떠
나도 이게 영화가 될까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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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송혜교는 요즘, 촬영 때보다는 편안하지만 6월6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긴장과 걱정이 뒤섞인 채 있고, 두 번째로 경험해보는 영화 홍보 스케줄에 “이 직업이 노가다가 아닐까”를 자문 중이다. 표지 촬영과 인터뷰가 있던 5월15일 화요일 저녁, 송혜교는 세 군데 매체와 인터뷰를 치르고 온 터였으며 전날 월요일에도 타 매체 표지 촬영 및 인터뷰로 진을 뺀 뒤였다. 그러나 세상의 프로페셔널들은 심신의 피곤함을 핑계로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파랑주의보> 촬영현장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라고, 스튜디오에 도착해서는 “어머,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하고 활달한 인사를 건넨다. 낭랑한 친밀함에 기자는 가슴이 떨렸다.
영화계를 이제 막 알아가고 있는 프로페셔널 연기자 송혜교는 지금 자신의 두 번째 영화 <황진이>로 다소 무거운 부담들을 한꺼번에 떠안고 있다. 그중에는 본인의 의지와 전혀 무관한 것들도 있다. 어떤 고민들일까. 영화배우 송혜교를 둘러싼 세 가
세 가지 고민에 대처하는 혜교의 자세, <황진이>의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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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유위강 감독과 맥조휘 감독이 같이 영화를 해보지 않겠느냐며 시나리오를 건네주더라. 두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건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에 크게 망설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영화계에서 잘 알려진 프로페셔널한 인물들이지 않은가. 유위강은 유연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서 배우들의 말을 늘 경청한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가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일을 진행한다.
-아방이라는 인물을 연기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연기를 위해 체중감량이라거나 근육 단련이라거나 하는 특별한 준비과정을 거쳤는가. 이 영화를 하기로 한 주요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촬영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특별히 다른 걸 할 필요는 없었다. <상성: 상처받은 도시>에서 나는 액션 신이나 격투 신을 많이 찍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근육을 특별히 키울 필요도 없었고(웃음). 아방은 전직 경찰관으로 술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던 인물이다. 그래서
타락천사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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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전설의 고향>. 얼마 만이던가. 충무로에 정통 사극 공포영화가 나온 것이 말이다. 70, 80년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던 일명 ‘처녀귀신’ 영화들. 흰 소복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으스스한 곡성을 일갈한 뒤 힐끗 노려만 봐도 오금이 저리던 그때 그 시절의 영화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처녀귀신에 대한 대부분의 것들이 이제 추억으로만 자리잡은 때, 정통 사극공포영화를 표방한 <전설의 고향>이 등장했다. 매년 충무로에서 5편 내외의 공포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되지만, 사극공포영화는 공포영화 제작 붐이 일어난 뒤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전설의 고향>은 소멸되다시피 한 사극공포영화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관심을 끌지만, 김지환 감독이 그간 공포영화 애호가로서 유명했기에 더 주목받았다. 그는 1997년 영화진흥위원회 상반기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한 <좋은 친구들>로 당선된 뒤, 한 영화주간지에서 약 4년
<콩쥐 팥쥐>의 팥쥐가 겪었을 남모를 고민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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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한번 야구장이나 같이 가자며 벼르던 차에 인터뷰가 잡혔으니 끝나는 대로 가자고 서로 약속했다. 지금 그는 필시 제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딱딱한 일 얘기는 이쯤 하자고 은근히 재촉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때때로 일만큼이나 일하다가 만나 알게 된 사람과의 정을 믿는다. 그때 즐거워한다. “청춘이라는 말이 일단 아주 좋고요, 주말마다 모여 찍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싹터 즐겁고요”라고 <마이 제너레이션> 직후 그가 했던 말을 잊지 못하겠다. 도대체 요즘 세상에 누가 그리움이나 청춘이라는 몹시 애틋해 쓰기 두려운 이런 말을 사용하나,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노동석은 남들이 감당하기 힘들어 잘 쓰지 않는 이 낱말의 생기와 결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고 끌어안는다. 그런 다음 거기서 영화를 시작한다. 그가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은 두 번째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선보였다. 그리움, 청춘, 대개의
훌륭한 소년은 그렇고 훌륭한 중년이 돼야지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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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시는 거죠?” 첫인사를 나누며 ‘월드스타’라고 불렀더니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김윤진은 “일부러 놀리려고 혀를 굴려서 ‘워어ㄹ드 스타ㄹ’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쩔 건가. 김윤진은 실제로 월드스타인 것을. 2004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로스트>에서 선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온 그는 MSN이 뽑은 ‘세계의 미녀 22인’으로 꼽혔을 뿐 아니라 <인 스타일> <맥심> <아레나> <TV가이드> <스터프> 등 유명 잡지의 표지와 화보에 자신의 모습을 선보였다. <로스트>의 세 번째 시즌 촬영을 막 마친 그는 <세븐데이즈>라는 영화를 찍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괴당한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한 살인범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역할을 맡은 그는 남편의 말에 순종적인 <로스트> 속 ‘해변의 여인’에서 역동적인
한국 배우이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특별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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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못 심각한 제목 <숙명>. 송승헌의 새 작품이 결정됐다. 2004년 겨울, 갑작스런 군 입대로 공백에 들어갔던 송승헌이 3년여 만에 얼굴을 내밀었다. 병역문제로 시끄러웠던 시간의 정적을 깬 소식이라 모양새도 조심스럽다. 한국의 남자배우라면 군대는 숙명인 걸까. 연예인이 짊어진 도덕의 무게는 이상하게도 한국에서 더욱 커 보인다. 공인이란 말로 오해되고, 스타라는 수식어로 치장되는 직업. 안타깝지만 이들에겐 모범생의 책무가 따른다. 연기로 평가되고, 태도로 점검받는다. 세상의 모든 말은 항상 스타를 향해 무딘 날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 스타는 의외로 만만한 존재인 걸까.
송승헌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잡음을 들었다. 군대 입대 당시의 뉴스부터, 제대 이후 복귀작에 대한 소식까지. 송승헌이 없는 동안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말들을 쏟아냈다. 무뎌진 시간 속에서 그의 소식은 포털사이트 뉴스 게시판의 뒷면으로 조금씩 멀어져갔지만, 그 잔향은 여전히 요동의 신호만을 기다
‘남자다워졌네’란 말을 듣고 싶다, 새 영화 <숙명>으로 돌아온 송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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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배고픈 하루>는 각박한 현실이 숨통을 꽉 조여올 때 이를 일순간에 뛰어넘는 판타지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다. 영화 속 판타지가 현실을 도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읽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순간이 현실의 압력에 의해 압사 직전에 놓인 인물들의 고통을 쓰다듬어주는 할머니의 약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상어>는 <배고픈 하루>의 김동현 감독이 그 다음해인 2005년에 완성한 장편 데뷔작이다. 2005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던 <상어>는 자신의 영화가 이 세상을 향한 치유의 손길이 되기를 바라는 김동현 감독의 영화적 경향이 여전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2005년 작품이었던 <상어>가 개봉을 앞둔 지금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처음 만난 사람들>의 촬영을 이제 막 마치고 편집을 준비하고 있다.
-배용균 감독의 조감독을 했다는 정도가 널리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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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항상 ‘<인어공주>의 박흥식이 아니라…’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야 했다. 2005년 <역전의 명수>를 내놓을 때만 해도 박흥식 감독은 그저 그런 상업영화 감독 중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그의 데뷔작을 너무 쉽게 ‘그냥 코미디’ 혹은 ‘그저 상업영화’로만 간주하고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의선>이라는 제목을 가진 그의 두 번째 영화는 적은 예산으로 만든 소품 느낌의 영화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붙드는 요소가 풍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박흥식’ 또는 ‘박곡지 편집기사의 남편’이라는 호칭 대신, ‘<경의선>의 박흥식 감독’으로 불릴 그를 만나 영화와 삶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경의선>은 제작이 끝난 지 꽤 오래됐는데 뒤늦게 개봉을 하는 심정이 남다르겠다.
=영화는 지난해 부산영화제 시기에 맞춰서 마무리지었다. 사실
하방연대로 감싸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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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왠지, 쉬워 보인다. 값싸 보인다는 말이 아니라 쉽게 읽힐 것 같은 사람이란 뜻이다. 깊고 길게 팬 보조개로 천진하게 웃는 단 한컷의 사진을 보면 그것이 그녀를 말하는 전부 같다. 긴 금발을 귀 뒤로 넘기면서 “오, 저는 생각없이 사는 게 좋아요, 인생은 즐거운 거잖아요?”라고 한마디 던져주고 푸른 잔디밭 너머로 폴짝폴짝 뛰어가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특히나 국내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는 커스틴 던스트는 배우라기보다 또래 여자들이 닮고 싶은 멋진 스타일을 가진 할리우드 유명인사쪽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또, 쉽게 소비해버리고 두번 곱씹을 필요는 없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커스틴 던스트는 끈질긴 생명력의 장수 여배우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3살 때부터 카메라 앞에 섰고 7살에 첫 영화를 찍어 지금까지 50편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를 인터뷰하는 해외 다수 언론들은 매번 커스틴 던스트에게 ‘아역배우로 출발해서 지금껏 큰 부침없이 연기 인생
너는 자유다, <스파이더 맨3> <마리 앙투아네트>의 커스틴 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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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에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에 1 대 2로 지고 있던 8회말 1사 3루의 아슬아슬한 상황. 김재박은 방망이를 짧게 쥐고 번트를 가져다 댔다. 사실 야구 문외한들이 보기에 번트란 건 그리 폼나는 행위가 아니다. 게다가 그는 투수가 높이 외야로 던진 공을 맞추기 위해 다리 긴 양서류처럼 폴짝 뛰어오르고 말았으니, 팀을 승리로 이끈 깜찍한 포즈는 한국 야구사에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현재 LG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김재박은 요즘도 “번트는 야구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장쾌한 홈런도 아니고, 시원한 안타도 아니고, 번트가 야구의 기본이라고?
더 나아가서, 박규태 감독은 <날아라 허동구>를 통해 “번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격”이라고 정의한다. 열한살짜리 허동구(최우혁)는 아이큐 60이 안 되는 학습 지진아. 동구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급우들의 컵에 물을 따라주는 일이다. 주전자만 보면 신이 절로 난다. 하지만 권위적인
번트는 홈런보다 더 귀중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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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 처절하게_ 이영애
그에게 <친절한 금자씨>는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같았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등의 국제적 인지도는 덤이었다. “연극적인 데가 있는 작품이었다, 브레히트적인 ‘거리두기’가 두드러지는.” 금자는 낯선 인물이었다. 자신의 감각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도전해야 했다. “너나 잘하세요” 같은 짧은 대사에도 고민이 많았다. “솔로 해도 되고, 파나 미로 해도 되는 연기 아닌가. 그래서 더 어려웠다.” 감독으로부터 ‘한번 더’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복수를 끝낸 금자의 일그러진 미소 장면에 이르러서는 “100% 금자에 가장 가까워진 상태”로 편하게 찍을 수 있게 됐다.
<친절한 금자씨>는 이미지의 장벽을 높게 쌓아올린 CF의 여신이란 대중의 편견에 분명한 균열을 냈다. 하지만 이날의 힘든 사진촬영 내내 범접하기 힘든 미소를 유지하던 그는 여전히 신비스런 아우라에 몸을 숨긴 까다로운 여배우로 보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
마지막 총성 그리고…,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그리고 감독 박찬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