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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을 펴보면 ‘숨은 스틸 찾기’라는 꼭지가 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스틸사진가 한세준은 이 꼭지의 산파 중 한명이다. 사연은 이렇다. 거슬러 올라, 때는 <괴물>이 개봉하기 전이었다. 우연히 제작사에 들러 스틸북을 들춰봤다. 붉은 교각 위에서 혼자 떨고 있는 배두나의 손이 보였다. 그리고 배우를 달래기 위해 감독과 스탭이 한강의 교각 위를 서커스맨처럼 수시로 오가는 사진도 있었다. 아니 저 위험천만한 스틸은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걸까.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만 나눴던 스틸사진가 한세준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고, 이후 우연한 자리에서 본 그가 찍은 다른 현장 사진들은 호기심을 더 끓게 만들었다. 다섯명의 스틸작가들의 화첩 공개 특집 기사(<씨네21> 551호)에 이어 지난해 봄 개편 때 ‘숨은 스틸 찾기’라는 고정꼭지가 만들어졌던 건 그런 배경에서다. <해피엔드> <섬>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한세준] 찍어내야 한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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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모두 어쩔 수 없이 조금씩의 오해를 품고 시작된다. 당연히 수긍해주리라 생각했던 가벼운 질문이 끊이지 않는 논쟁으로 옮겨가고, 호의를 갖고 건넨 말도 까칠한 날을 달고 돌아온다.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사람이 같은 주제를 놓고 말을 하니 이야기가 쉽게 만나는 건 어쩌면 이상한 일인지 모른다. 게다가 대화의 상대가 배우라면 오해의 골은 더 깊어진다. 매번의 인터뷰를 일정한 틀 속에 넣고 사고하려는 기자와 반쯤 답을 담고 물어오는 질문에 같지 않은 답을 꺼내려 고민하는 배우. 수애와의 인터뷰를 기다리며 이전 인터뷰 기사들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단아함, 강인함, 고전미 등. 그녀를 수식하고 있는 말들은 서로가 비슷했고 그걸 보고 꺼내놓았을 질문도 뻔해 보였다. 다시 한번 답을 담아 질문을 던져야 하나. 게다가 <님은 먼곳에>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까지 가는 여인 순이의 이야기다. 시대극이고, 고전적이며, 강단도 있다. 수애와 순이를 놓고, 단아함과 강단을 놓고 이
[수애] 내 안의 나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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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얼마나 좋아요. 그 자연, 그 햇빛! 바람 불면 아, 바람 좋다. 볕이 내리쬐면 아, 볕 좋다. 웃통 벗고 돌아다니면서 예쁜 돌 찾고. 살면서 언제 또 그런 모래바람 속에 갇혀보겠어요. 아아, 중국 말이에요 중국. 오죽하면 사람들이 너 중국 촬영이라 <놈놈놈> 하는 거지 그랬다니까요. 하하하. 사실 김지운 감독님이 저한테 좋은 놈 주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솔직히 어떤 사람들은 나쁜 놈이 더 멋있다는데 그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어요. 근데 이미 주변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좋은 놈이 다른 놈들에 비해 묻힌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요. 가만히 있으면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게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거 아닌가요? 사람들이 넘겨짚는 것처럼 송강호 선배, 이병헌 선배를 의식하지도 않았고. 누가 어떻게 비교를 하건, 나는 늘 그냥 아이고 날씨 좋다~ 이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 이제 말 타나, 타볼까. 태구 잡나, 잡아볼까. 하하하하.
[정우성] “말 달리며 총 돌리는 장면은 목숨 걸고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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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 놀라요? 눈매가 변했다고? 무리도 아니죠. 일년 동안 악역만 셋을 연기했다고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창이, <아이 컴 위드 더 레인>의 수동포, 그리고 얼마 전 촬영 끝난 <G. I. 조>의 스톰 섀도까지 셋. 하도 눈에 힘을 주다보니 눈이 찢어졌다는 말 들어요. 으흐흐. 매니저가 그러데요? “형, 이제 멜로는 못하겠다.” 악역이 겹쳐 수월할까 했는데 웬걸 악한 캐릭터끼리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말하자면 <놈놈놈>의 ‘나쁜 놈’ 창이는 잔혹한 짓을 저질러도 관객은 낄낄거리면서 보아야 하는 인물이에요. 왜 <장화, 홍련>에서 처음 귀신 나오는 대낮장면 기억하죠? 엄청 무서운데 웃음이 비식 새나오는 그런 느낌. 김지운 감독과는 <달콤한 인생>을 찍은 이후 일을 떠나 친구처럼 지냈어요. 같이 커피도 마시고 혼자 가기 버름한 영화 시사회 있으면 감독님이
[이병헌] “새로운 악당이 나타났다고 말해주면 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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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보인다고요? 아, 조금은. 어제 <박쥐> 밤촬영을 하느라 거의 잠을 못 자서 그런가봅니다. <박쥐>에 관해서도 궁금해하시는 건 알겠는데 나중에 상세하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 오늘은 <놈놈놈>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에, 그럼…. 김지운 감독님과는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그분의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에 제가 출연했고, 또 제가 처음 단독 주연을 맡은 건 그분의 두 번째 연출작인 <반칙왕>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언젠가 꼭 다시 한번 하자, 이랬는데 <괴물> 촬영 끝날 때쯤 “다음 영화를 함께하자”는 말을 나눴죠. 당시만 해도 <놈놈놈>이 될지 다른 무엇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랬는데 <우아한 세계> 제의가 들어왔어요. 어차피 시나리오를 쓰셔야 하니까 감독님께 양해를 구했죠. 그런데 문제는 <밀양>을 하게 된 거예요. 죄송스런 마음으로 말씀을 드렸는데
[송강호] “이상한 놈은 아무래도 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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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나타났다. 좋은 놈 정우성, 나쁜 놈 이병헌, 이상한 놈 송강호. 정말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까 싶었던 세명의 배우들이 한데 모인 것이다. 비현실적이다. 한 가지 불행한 일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세 배우가 펼쳐놓은 당찬 무용담과 거친 고행담, 진한 체험담과 아픈 실패담, 그리고 농담과 진담까지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늘 그렇듯, 지면과 시간의 한계라는 핑계로 둘러댈 수밖에 없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속 이들의 생생한 연기라는 점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만주웨스턴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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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배우들 고생한 거 이제야 알겠습니다.” 7월11일 <궤도> 개봉을 앞두고 서울을 찾은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 찍는 건 능숙하지만 찍히는 건 고역이라며 사진기자가 셔터를 몇 차례 누르지도 않았는데 손사래친다. “여름이지만 선선하다”는 고영재 프로듀서의 말만 믿고 긴팔 와이셔츠만 챙겨왔다는 그는 서울의 뙤약볕 아래서 얼굴을 찡그리는 순간 카메라 앞에서 촬영 때마다 고문당했을 배우들이 먼저 떠올랐다고 덧붙인다. <궤도>는 대사없이 “인물들의 시점숏으로만” 이뤄진 독특한 형식의 영화. 손이 없어 상대를 쓰다듬지 못하는 남자와 말을 못해서 상대를 부르지 못하는 여자는 끝내 합치되지 않는 평행의 철길 궤도 위에서 눈으로 말하고 눈으로 만진다. 23명의 옌볜 조선인 스탭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궤도>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받았고, 올해 로테르담,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호평받았다. “옌볜에는 쓸 만한 극장이 하나밖에 없어서” 현
[김광호] “양팔이 없는 최금호씨의 삶에서 시작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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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적벽대전>에서는 손권이 왜 전쟁을 피하려는지 자세한 내막이 드러나지 않는다. 손권이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이해했나.
=내가 이해한 손권을 만약 현대에 적용한다면 그는 매우 지혜로운 지도자 또는 국가의 관리자가 되었을 것 같다. 그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 사람 중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을 이용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전쟁을 주저한 이유는 당시 오나라가 비록 작은 땅덩어리이긴 하나 충분히 부유했고 백성들도 평안히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그걸 깰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전쟁을 선택한 건가.
=(옆에 앉은 금성무, “제갈량이 속여서”. 일동 웃음) 제갈량은 손권과 조조를 모두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미리 알고서 그에 맞춰 계략을 짠 것이다. 그러니까 손권이 제갈량에게 속은 거다. (웃음)
-손권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이전에 고전극을 찍어본 경험이 없어서 그 점에서 우선 흥미를 많
[장첸] “손권은 두려움과 용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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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여러 영웅들이 등장하는데 본인은 제갈공명 말고 다른 역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유가 뭔지.
=아마도 내 자신이 그만큼 지혜롭고 똑똑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제갈공명은 지혜롭고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영웅을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전투를 잘하는 용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갈공명은 지혜로 전쟁을 하는 사람이다. 나는 한번도 지혜로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다. <적벽>의 출연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명장>을 찍고 있었다. 몸을 써서 전쟁을 하느라 힘들어 하고 있었는데(웃음), 머리를 써서 전쟁을 한다기에 흥미로웠다.
-영화에는 지략가가 두명이다. 제갈량과 주유. 둘은 똑같이 지혜롭다. 차이라면 주유는 현장을 뛰고 제갈량은 뛰지 않는다는 것뿐인데 두 인물을 분별하는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 둘을 모두 지혜로운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 일반적으로는 둘이 서로를 견제했다고 알려졌는데, 감독은 그 둘
[금성무] “제갈공명 말고 다른 역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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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의 주유는 매우 전형적인 스타일의 영웅이다. 마음에 드는 다른 캐릭터로 조조를 꼽았다. 이유가 뭔가.
=그가 갖고 있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그는 도덕률과 같은 어떤 규칙에 구속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주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면 얼마나 짜릿할까, 얼마나 흥분될까 싶었다. 내가 보기에 주유는 매우 완벽한 사람, 정면의 얼굴만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워낙 해보고 싶은 인물이었는데 사실 이번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베이징어라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준비기간이 부족해서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조조를 했으면 관객에게도 신선함과 궁금증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의외의 조합이라고 여겼을 것 같다.
-오우삼이 해석한 <삼국지>는 어떤 것인가.
=마찬가지다. 감독이 바라보는 <적벽대전>은 <삼국지>에 대한 매우 정면적인 시각의 영화다. 단결, 용기,
[양조위] “주유는 정면의 얼굴만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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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혼자서 떠난 여행이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들은 전날의 과음으로 오지 못했고, 그는 애인과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예쁜!)여자가 술을 사달라며 다가온다.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어쩌겠는가. 115분짜리 장편독립영화인 <낮술>은 이 찰나의 선택에서 빚어진 찌질한 여행담을 담고 있다. 모든 문제는 술에서 시작한다. 술을 사달라던 여자는 같이 바다에 가자며 남자의 기대를 부추기지만, 갑자기 나타난 애인과 사라진다. 다른 여행지에서 다시 만난 이 커플은 역시 남자에게 술을 권하며 다가온 뒤, 다음날 아침 그의 바지를 벗기고 지갑을 뺏어 도망간다. 이야기 그대로 <낮술>은 ‘술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구를 지닌 교훈극이다. 술을 권하며 호의로 다가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선의로 믿어야 할지, 불의로 의심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그는 돌아가고픈 마음과 남자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귀향을 미룬다. 이 여행의 끝이 어딘지도 모른 채.
[노영석] 어떤 사람은 극장에서 술 마시고 나온 것 같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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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자고 전화를 걸었더니, 대뜸 푸념이 들려왔다. “바빠 죽겠어요. 내가 지금 정말 후회하고 있다니까….” 예상 못했던 건 아니다. 지난 6월6일 첫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는 수많은 앵글의 장면이 빠른 속도로 채워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은수가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멈칫하는 순간의 공기와 온도가 살갑게 담기기도 했다. 당연히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호평이 블로그를 채웠고 원작 소설의 판매량과 O.S.T의 다운로드 횟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그러한 매력은 그만큼 많은 시간에 공을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이뤄낸 성과일 것이다. 그러니 영화감독이, 그것도 차분한 호흡으로 영화를 연출하던 사람이라면 전쟁터나 다름없을 드라마 촬영현장이 무척 버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24시간을 초단위로 나누고 있을 사람에게 인터뷰를 제의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다행히 박흥식 감독은 시간을 내주었다. 강남의 촬영현장에서 마포에 있는 편집실로 가는 길목의 한 시간. 약속시간
[박흥식] 스케줄에 쫓겨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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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쟝센단편영화제가 6월26일부터 열리는 7회 행사를 앞두고 류승완 감독을 새 얼굴로 내세웠다. 2002년 1회 때부터 줄곧 영화제를 꾸려왔던 이현승 감독이 명예집행위원장으로 한발 물러서는 대신 류승완 감독이 대표집행위원을 맡아 박진표 심사위원장 등과 함께 올해 축제를 이끌게 된다.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대표집행위원을 맡게 됐지만, 신작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의 후반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입장이니 부담이 적지 않을 터. 게다가 영화제 규모 또한 몰라보게 커졌다. ‘장르의 상상력展’이라는 소규모 이색 영화제는 이제 출품작이 740여편에 달하는 대규모 행사가 됐다. 몸을 둘로 쪼개야 할 만큼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촛불집회에 나가 시민들과 어깨를 함께 겯는 일도 마다않는 류승완 감독을 만났다.
-72시간 연속 촛불집회에 나갔다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다.
=나간다는 말만 해놓고 그동안 못 나갔다. 72시간 연속집회도 별다른 징후가 없었으면
[류승완] “내 조감독 4명 중 3명이 미쟝센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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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축 늘어지는 품새가 여간 피곤한 모양이 아니다. 하룻동안에 이미 15건의 인터뷰를 시간차공격처럼 척척 해치웠다는 말을 들으니 살짝 겁이 난다. 이 배우 설경구, 까칠할 때는 꽤 까칠한 인간인데 피곤에 절어 비협조적으로 나올까 걱정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어휴, 힘들어. 나 그냥 갈게. 당신 마음대로 써줘”라고 말한다. 약간 부아가 나 “그럼 가시든가”라고 농을 던지니 자세를 곧추세우며 “일하자, 일!” 한다. 빈둥대다가 결국 사건에 임하면 악다구니로 밀어붙이는 강철중처럼 그는 자연스레 감기는 눈꺼풀을 치뜨며 대화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설경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 중 하나라고 평가했던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를 다시 입는 소감부터 물어봤다.
-<공공의 적>의 형사 강철중을 다시 연기하는 건 어땠나.
=나쁘진 않았다. 검사 강철중보다는 좀더 비어 보이는 형사가 나았다. 권력을 가진 자가 공공의 적을 잡는다는 건 매력이 없지 않나. 경찰이
[설경구] “요새 다 힘든데 강철중이라고 살기 편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