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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관객 수가 좀체 떨어질 줄 모르는 <추격자>의 흥행기세로, 제작자인 김수진 영화사 비단길 대표는 축하전화를 받기 바쁘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제작자로 걸고 만든 영화는 최근 <음란서생>(2006)과 <추격자> 두편이지만, 그에게 축하전화를 해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김수진 대표가 지난 20년간 영화계에 몸담고 지내면서 알아온 지인들이거나 사업 파트너들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영화일을 시작한 김수진 대표는 당시 하명중영화제작소, 신도필름 등을 거쳐 20대 초반에 영화기획정보센터라는 회사를 꾸릴 만큼 이미 당찬 사업가였다. 그는 <꽃잎> <나쁜 영화> 등 한국영화 기획에 참여했고 <레옹> <퐁네프의 연인들>과 같은 영화를 수입해 흥행시켜서, 한국에 짧게 프랑스 예술영화 수입 바람이 일기도 했다. 올해로 영화일을 한 지 꼭 20년이 된 그는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겐 “충무로 원로”라는 별명 아닌
[김수진] “시나리오 보고 모두가 반대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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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말들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배우 하지원은 데뷔 뒤 지난 11년간 한결같이 확신했고 선언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열심히 해야 살고 있다는 힘을 느낀다”, “나는 언제나 새롭게 배우는 걸 즐긴다”. 물론 착하고 성실하며 의리있는 배우로 칭송받던 그녀는 언제나 아무런 고민없이 오로지 연기에 투신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이 어디 그렇던가. 착하고 성실하다는 말은 그저 미덕일 뿐이고, 건실한 어조의 말들은 자신의 속내를 감추려는 겉치레로 오해받는다. 그녀는 언제나 “지금 연기하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지만, 언제나 너무 좋기만 한 건 없다는 사실을 세상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짓궂은 짓인 줄 알면서도 그녀의 고민을 넘겨짚어봤다. 그것이 정말 그녀의 고민이든 아니든 간에.
“그런 말들이 정말 고마워요. 저는 진짜 신나서 하는 건데, 사람들은 저를 악바리라며 너무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주세요. 다만 저는 준비 안 되는 건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일
[하지원] “어느덧 11년, 하지만 지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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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길. 압구정 한 카페에서 박은혜를 기다리다 문득 이 문구가 떠올랐다. 화려한 외모로 TV에서 주목받아 드라마, CF로 인기를 이어가거나, 연극으로 시작해 충무로에서 연기력을 쌓아 성공하는 케이스 혹은 TV스타의 이미지를 깨고 강한 캐릭터의 연기로 2막을 여는 배우 등. 거친 카테고리가 쉽게 여배우를 분류하곤 하지만 사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배우들이 더 많다. 꾸준히 어딘가에 출연하곤 있지만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거나 비슷한 캐릭터의 연속이라 굳이 그 배우일 필요성이 없는 경우들. 어쩌면 대다수의 배우들은 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미지의 전쟁 같은 연예계에서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만든다는 건 꽤나 힘겨운 일이다. 여배우의 길은 정해진 성공의 케이스로 들어서기 위한 힘든 경주처럼 보인다. 스타되기보다 더 어려운 배우의 위치 찾기.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밤과 낮>에 출연한 박은혜를 보며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들
[박은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으면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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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제일 귀한 가보란 말이야!” 발끈하여 깨진 꽃병의 조각을 찾기 위해 분수로 뛰어드는 세실리아(<어톤먼트>)는 웃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이제 막 좀더 거친 세계를 엿보기 시작한 상류층 아가씨다. 남매처럼 함께 자란 가정부의 아들 로비를 향한 마음은 스스로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장난스럽게 빛나는 눈과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입매만이 진심을 보여준다. 감출 수 없는 풋풋함. <슈팅 라이크 베컴>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키라 나이틀리에겐 여전히 그게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간 유명세를 더한 작품 대부분이 시대극이라니, 예쁘장한 영국 여배우에 대한 편견일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코르셋을 집어던지는 귀족 아가씨(<캐리비안의 해적>), 여전사로 부활한 귀네비어(<킹 아더>), 진흙탕을 마다않는 고집쟁이 아가씨(<오만과 편견>) 등 적당히 고귀한 출신의 그녀들은 언제나 다른 세상을 열망했다. 이를테면 <로마의 휴일
[키라 나이틀리] 교정을 거부하는 영국 여인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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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희는 흔치 않은 배우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안달하지 않고, 망가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추격자>의 미진이 그러하고, <궁녀>의 월령이 그러하다. 어느 여배우가 피칠갑을 하고 바둥거리고, 입벌린 시체 연기를 하는 것에 주춤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서영희는 남다르다. 죄수복을 입든지(<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아니면 만삭을 했는지는(<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는 중요치 않다. “평생 연기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그녀에게 중요한 건 잠깐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다 내보일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여배우’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휴대폰은 어쩌다 잃어버렸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개인 홈피에 갔더니 대문에 먼저 연락해달라는 메시지가 있던데요.
=아. 지난해에 잃어버린건데. 홈피에 자주 들어가는 건 아니라서 그냥 뒀죠. 어쨌든 다들 문자를
[서영희] “연기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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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명이다. 2007년은 그에게 가장 정신없는 한해였고 올해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06년 <그해 여름>을 개봉한 뒤 잠시 달콤한 휴식을 취했던 그는 2007년 초부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돌입했고, 초여름에는 기무라 다쿠야와 <히어로>를 찍었고, 한여름과 가을에는 중국에서 트란 안 훙 감독의 <아이 컴 위드 더 레인>(I Come with the Rain)을 촬영했으며,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투어를 가졌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G. I. 조>(G. I. Joe)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최근 10개월 가까이 걸린 <놈놈놈>의 대장정을 마친 그는 말 그대로 촬영이 끝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1월23일 <놈놈놈>에서 자신의 촬영분량을 모두 마친 이병헌은 현장에 싸갔던 짐가방을 챙겨들고
[이병헌] “지금은 나를 다시 한번 발견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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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다. 한바탕 코미디가 벌어지는 스튜디오 밖에서 류승범은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입이 귀에 걸리는 웃음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고함도 없었다. <라듸오 데이즈>에서 PD 로이드를 연기한 류승범은 여느 때와 달리 온도가 낮다. <주먹이 운다>의 괴력의 몸부림이나 <품행제로>의 코믹한 제스처가 없다. 2006년 <사생결단>을 끝내고 2년. <가족의 탄생>과 <만남의 광장>에 카메오로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작품 활동을 잠시 쉬었던 그는 말수가 줄어서 돌아왔다.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류승범은 매일 웃겨줄 것 같고, 폭발할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로이드란 캐릭터는 나른한 게 매력이다. 나도 거기에 꽂힌 거고. 어쩌면 이 영화가 심심해 보인다는 말이 나에겐 칭찬일지도 모른다.”
류승범의 영화는 항상 캐릭터가 드러나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표현대로 “캐릭터의 성장이 드라마의 성장과 연결되는”
[류승범] 열혈청년, 지금부턴 하나씩 비우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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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미소짓고, 호탕하게 웃으며, 잘 찌푸리고, 종종 한숨을 쉬는 그는 마냥 따르고픈 큰언니 같았다. ‘이혜영식’ 우아한 말투와 평범한 엄마의 수다를 오가는 모습은 무대 위 모노드라마에 열중한 여배우의 모습처럼 낯설기도 했다. 그러니까 천생 배우. 중학교 1학년까지 함께 살았던 아버지는 감독 이만희였고, 배우의 꿈을 독려했던 어머니는 한때 배우였다. ‘모든 사람들이 너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라’고 가르쳤던 어머니 밑에서 이혜영은 당연하다는 듯 배우를 꿈꿨고, <티켓> <땡볕> <성공시대> 등에서는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배우였으며, 파리 생활과 결혼과 출산 등으로 90년대 공백기를 보낸 뒤에도, 변함없이 뜨겁고 한결같이 거침없는 모습은 스크린 안팎에서 거의 다르지 않았다. 복귀작으로 여겨졌던 <피도 눈물도 없이>의 전직 금고털이 경선 이후에도 5년. 금융계의 거물 강 회장(변희봉)과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가 서로의 몸을
[이혜영] “배우라서, 여자라서 더 행복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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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114분으로 완성되어 첫 공식 시사회를 열었다. 그러고 나서 듣자하니 이틀 만에 102분으로 줄었다. 자극과 고민이 없었다면 쉽게 단행할 만한 일이 아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이 마지막 작업은 그야말로 애간장을 태우는 일일 것이다. 정윤철 감독은 잠시 식사를 하는 사이에도 취재진에게 “에필로그가 좀 길던가, 어떻던가?” “환상장면은 어때 보였나?” “좀 늘어지는 것 같던가?” 등등 의견을 물었다. 오늘 밤이라도 또다시 어딘가 손을 볼 태세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다시 작업실로 달려갔다. 설날에 개봉일자를 맞추고 달려온 이번 영화가 확실히 촉박하게 진행됐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충무로 슈퍼맨 계열에 이름을 올릴 만큼 에너지 넘치는 정윤철 감독이 아닌가. 그는 민감할 만한 질문에도 “이류영화” 슬로건을 걸고 넉살 좋게 눙을 치는 여유를 보였다. 아직 결전의 힘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그 힘을 쏟아붓고 있는 그를 만났다.
-다시 손
[정윤철] “애초에 이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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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의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춘자란 캐릭터가 이보영이란 배우와는 선뜻 부합하지 않는 느낌이더라.
=그전에는 워낙 고운 여자들을 연기했으니까. (웃음) 하지만 춘자는 단순한 속물인데다가 백치미까지 있는 여자다. 보통 이런 여자들은 감초 역할을 하지 않나. 아무래도 전면적인 여자주인공으로 나오기는 힘든 캐릭터일 것 같았다.
-이전에 출연한 작품과 비교해서 연기하기에 어떤 재미가 있던가.
=감정의 기복에 엮일 필요가 없다는 게 즐거웠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기복이 심해서 연기를 하지 않을때도 우울한 적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단순하고 명쾌했다. 마음도 편안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점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과도한 액션은 아니지만, 액션연기 때문에 운동도 배웠다고 들었다.
=사실 대역도 많이 썼다. 아무래도 내가 힘이 달리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더라. 복면을 쓰고 나오는 장면도 많았고. (웃음) 그래도
[이보영] 잘리지 않고 근면성실하게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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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피곤해 보인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아니, 살은 오히려 쪘는데. 피곤한 거야 예전부터 그랬고. (웃음) 이제 좀 많이 지치긴 한 것 같다. 예전엔 차에서 한번도 자본 적이 없는데, 요새는 타기만 하면 완전히 기절한다.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원스 어폰 어 타임>까지 쉴새없이 작품을 했으니, 지칠 만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밤샘 촬영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 사랑하는…> 때까지만 해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일단 이번 작품 홍보를 끝내고 쉬게 될지 말지를 고민할 것 같다.
-<원스 어폰 어 타임> 현장 기사를 보니 “우울 3부작 이후 첫 작품”이라고 했던데,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게 아무래도 선택에 영향을 준 건가.
=뭐, 모든 작품에는 각자의 재미가 있다. 슬픔에 대한, 우울함에
[박용우] 이번엔 성룡이나 주성치식 코믹 액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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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최고의 사기꾼, 여자는 희대의 도둑이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의 봉구와 춘자는 전설의 보석인 ‘동방의 빛’을 두고 대결한다. 그들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으나 현장에서도 그들의 대결은 만만치 않은 듯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은 “남녀배우가 만났지만, 그럼에도 서로 묘한 경쟁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증언한다. “한 배우에게 편중된 흐름의 영화가 아니어서 그런지 서로를 상당히 의식하더라. (웃음)” 하지만 시나리오 속의 봉구와 춘자는 오히려 짝패가 돼보는 것도 좋을 만큼 각자의 장기가 뛰어난 사람들이다. 봉구가 천부적인 연기력과 혼이 담긴 거짓말로 사람들을 홀리면, 그 틈을 타고 빼어난 몸매와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진 춘자가 담을 넘고 벽을 타고 들어가 보석을 훔친다. 그리고 멋지게 한탕을 끝낸 두 사람의 파이팅. 여배우에게는 실례였을지 모르겠지만, 이보영에게 두꺼운 뿔테 안경을 씌워 애써 여성스러운 모습을 지우려 한 건 건 그 때
[박용우, 이보영] 누가 이들을 말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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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아니다. 아직은 언니들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그들보다 더 잘한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독특한 제 멋을 결코 숨기지 못한다. “옆모습이 김희선을 닮았어요”(사진기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꺾어 웃으며 “제가 가끔 옆으로 보면 다른 사람처럼 보여요”라며 반은 어이없다는 듯 반은 너무 고맙다는 듯 웃을 때 보면 여배우치고 소탈하다. 유연한 농담 실력은 물론 수준급이지만 인터뷰 도중 들락거리는 누군가에게 신경 쓰이니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눈빛으로 “이거 제가 알아서 할게요” 말할 때 보면 서늘한 강단도 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조은지가 맡은 역할은 국가대표 핸드볼 골키퍼 수희다. 위로는 아줌마 언니들을 두고 밑으로는 새카만 후배를 둔, 실력은 좀 떨어져도 희소성 때문에 겨우 버티는, 실력보다 국가대표급 깡다구로 살아가는 선수다. “공 던지다가 손 접질린 소리 언니도 있는데”라며 끝끝내 아니라고는 하지만, 골키퍼였던 탓에 <우리
[조은지] “정말 간절히 슛을 막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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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에게.
안녕 조니, 난 팀이야. 너의 단짝 미스터 버튼이지. 뭐랄까, ‘단짝’ 말고 좀더 섬세한 표현은 없을까? 우리의 관계를 단지 ‘단짝’이란 말로 표현하긴 너무 서운해서 말이야.
우리가 벌써 여섯편의 영화를 함께했군. <가위손>(1990), <에드 우드>(1994), <슬리피 할로우>(1999),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유령신부>(2005) 그리고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 와, 이런 커플이 또 있을까? 무려 17년 동안이나 창작 작업을 함께했다니. 미국의 역사를 한 인물의 전기처럼 다루길 좋아하는 마틴 형은 그의 짝꿍을 로버트에서 레오나르도로 바꿨잖아. 물론 마틴 형은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었지. 초상화의 주인공을 바꿀 때도 됐어. 그 사이 인생관도 많이 변했을 테니 말이야.
<스위니 토드…>가 개봉을 앞두었을 때 <프리미어>
[조니 뎁] 내 생애 최고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