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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훈은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변함없는 입담으로 무장한 TV프로그램 <상상플러스>나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이 큰 인기를 끌었고 영화 <내 생애 최악의 남자>에서는 생애 첫 ‘주연’이라는 이름으로 열연했다. 이제는 농담 섞인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컨츄리 꼬꼬’라는 이름으로 해체 5년 만에 연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 마침표는 KBS 연예대상이었다.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거물들을 제치고 얻어낸 결과였다. 혹자는 그들에 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적고 파워도 덜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그들과 달리 그가 꾸준히 영화배우 활동을 겸했고 심지어 연예인 축구단 가수팀의 주전 공격수로 ‘피스 스타컵’의 득점왕 및 MVP를 차지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적어도 그들보다 더 바빴으면 바빴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대상받은 방송인’이라는 칭호에 비하면 아직 그는 영화배우로서는 자신의 굳건한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 여느 방송인이나 가수 혹은
[탁재훈] “내 욕심은 정극 연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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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엄마가 아니다. 소매치기 엄마다. 게다가 전과 17범. <무방비도시>의 강만옥은 형사 아들 앞에서 뺨 맞는 수모를 당하고, 젊음을 감옥에서 탕진하고 나서도, 다시 남의 지갑을 탐하는 그런 못 말리는 엄마다. <우리형> <해바라기> 등에서 생활력 강하고 품 넓은 엄마 역을 소화했던 김해숙에게 강만옥은 정말 변신다운 변신이다. 그 또한 연기를 시작한 지 35년이 되어서야 맘속에 품고 있던 욕망 하나를 풀었다고 말한다. 애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강만옥이라는 역할을 만들었던 욕심 덕에 그는 지난해 여름 머리채 잡혀 끌려가면서 악다구니를 쓸 수 있었고, 한쪽 다리 절면서 면도칼을 원없이 씹을 수 있었다. ‘무방비도시’에 다녀온 뒤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졌고, 그래서 다음번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무방비도시> 시사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진 탓에 영화를 보지 못하고 이뤄졌다
[김해숙] “소매치기 엄마 역할 자체가 쾌락이고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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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근질근질하다. 강풀 작가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스케치북에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입이 쩌억 벌어질 듯한 액션장면들이 가득했다. 육해공을 모조리 이용한 총력 액션집이다. 강풀 특유의 캐릭터들이 굳은 입술과 놀란 눈으로 스케치북 바깥을 노려보고 있다. “악. 이거 진짜 재밌겠다.”“재밌죠? 재밌죠?” “네. 재밌겠어요.” “맞아요. 재밌을 거예요.” 이쯤되면 진지하게 신작의 비밀을 캐내려고 온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아니라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애와 부러워하는 사촌동생의 대화에 가깝다. 유치하지만 어쩔 도리 있나.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영화는 다름 아닌 <괴물2>다.
<괴물2>는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를 무대로 하는 일종의 프리퀄(Prequel)이며 맥팔랜드 독극물 사건으로부터 강두 일가의 투쟁 사이에 존재하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 숨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왜 봉준호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괴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강두 일
[강풀] “더 많은 괴물, 더 많은 액션이 나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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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면역이 자라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녀를 살리지 못하면 자신이 죽을 것 같은 소명을 연인에게 남기던 손예진은 어느 때부턴가 환자복을 벗고 병실을 나섰다. 더이상 그녀는 목숨 바쳐 지켜야할 여인이 아니었다. <외출>에서는 불륜을 즐기다 사고를 당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더니, <작업의 정석>에서는 무대에 올라가 광란의 샤워쇼를 펼쳤고, <연애시대>에서는 이혼한 남편에게서 잡아낸 인연의 붉은 실을 당겼다 놨다 했다. 그리고…. 급기야 이제는 진한 색조 화장과 립스틱, 면도칼로 무장한 희대의 소매치기다.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그녀가 분한 백장미는 몸 구석구석에 카리스마와 냉소를 가득 채운 여자다. 등 뒤에는 지독한 아픔을 지니고 있지만 소매치기 조직을 운영하며 잔인한 술수를 부리는가 하면, 위기 앞에서도 외려 상대의 기를 질리게 만든다. 게다가 어떤 남자도 이성을 잃게 만드는 치명적인 눈빛과 몸짓까지.
2008년을 일주일 앞둔
[손예진] 영원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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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는 해마다 잊힌 한국의 옛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김기영, 이만희, 정창화, 김수용 감독, 그리고 배우 김승호 등이 이 회고전을 통해 현재의 관객과 멋진 대화를 나눠왔다. 이두용 감독은 진심으로 여기 추가하고 싶은 이름이다. 1981년 <피막>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그는 한국영화의 세계화라는 화두의 원조쯤 되며(같은 해 임권택 감독이 <만다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 1983년 <물레야 물레야>는 현재 한국 영화인들에게 어떤 상징과 같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첫 번째 한국영화였다. 1970년대 데뷔 초의 그는 <어느 부부>(1971) 등을 통해 당대의 주류라 할 수 있었던 낡은 멜로드라마의 관습과 싸웠고, <용호대련>(1974)으로 시작된 이른바 태권 액션영화의 놀라운 활력은 홍콩과 일본의 액션영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독창성을 보여줬
[이두용] “후배 감독들이 인정해준다는 사실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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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은 만 열아홉살 소년이다. 무엇이든 이제 ‘처음’일 게 많은 나이. 그는 인생의 제2기에 돌입해 있다. 2007년 가을,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으로 배우 장근석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 전인 2006년 가을, 드라마 <황진이>로 탤런트 장근석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그전에도 장근석은 이미 스타였다. 밝은 햇살 아래 친구와 함께 학교 담장을 멋지게 뛰어넘는 모 교복CF, 고아라와 함께 새하얀 교실에서 춤추는 모 이동통신CF는 이미 장근석의 알려진 얼굴을 이용한 것들이었고 봉태규, 현빈, 한예슬, 이윤지 등이 출연한 시트콤 <논스톱4>(2003∼2004)에서 장근석은 밝은 갈색 머리칼에 꽃무늬 셔츠가 잘 어울리는 꽃미남 대학생으로 안방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장근석은 자기 이름을 내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고(<장근석의 영스트리트>), TV 가요프로그램 MC와 케이블TV 리얼리티쇼 MC를 진행하기도
[장근석] 열아홉,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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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민은 바쁘다.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인 12월19일 오후 4시30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3개의 인터뷰를 해치운 뒤였다. 1인 록밴드 ‘올라이즈밴드’ 뮤지션 우승민은 2001년 첫 음반을 낸 뒤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다 올해 초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나오면서 2007년 버라이어티쇼계의 최고 ‘신인’으로 떠올랐다. 알려진 것처럼 그는 올 초 강호동을 통해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도 맺었다(강호동 소속사). 우승민은 최근, 군대 간 남자친구들을 기다리는 네 커플의 이야기 <기다리다 미쳐>에서 부산 출신의 늦깎이 신참 ‘허욱’ 역으로 출연했는데, 사실 이 영화가 그를 캐스팅할 무렵에 우승민은 지금과 같은 조명 세례 속에 있지 않았다. <기다리다 미쳐>쪽이 운이 좋은 건가?
“쌉니다. 진짜 쌉니다.” 억센 부산 사투리로 우승민은 자신의 몸값이 겁나게 싸서 케이블채널 <M.net>의
[우승민] “감독님한테 내 안 쓰믄 후회할 거라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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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김강우는 생계형 배우다. 먹고살고자 연기를 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가 연기한 남자들은 대부분 끈질기게 사는 법을 고민하곤 했다. 이름이라도 남겨 영원히 살기를 바라거나(<실미도>의 민호), 좌절이 두려워 숨이 차도록 뜀박질을 하거나(<나는 달린다>의 무철), 몸의 흉터를 훈장처럼 떠벌리면서도 다치지 않으려 야심을 버리거나(<태풍태양>의 모기). 그런가 하면 밤마다 악몽을 꾸면서도 다른 이의 삶을 위해 1분을 아꼈고(<경의선>의 만수), 최고보다는 영원한 장인으로 남으려 칼을 들었다(<식객>의 성찬). 아마 배우로서 김강우가 보낸 지난 7년도 그들 못지않은 생존투쟁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로” 현장에 나갔고 어떤 감독이든 간에 “살아남기 위해서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는 그도 한때는 <경의선>의 만수처럼 잠을 설치며 살았다. “그래도 가끔은 좋은 꿈을 꾸면서 잤
[김강우] 어느 성실한 청춘의 생존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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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블루스>를 보고 나면 드는 생각. 이 감독 참 독하구나. 비좁은 택시 안에 카메라며 조명이며 녹음장치까지 달아놓고, 한손으로는 운전하고 한손으로는 카메라 스위치 조작하며, 머리와 입으로는 인터뷰하고, 눈으로는 관찰하고, 그 와중에 생계까지 챙겨야 했을 버거움이라니. 혹은 그 모든 걸 되새기며 뻔뻔하게 연기까지 해내다니. <택시 블루스>는 그런 집요함이 아니었더라면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최하동하 감독은 그가 만났던 승객을 찍은 실제 화면과 그들과 마주치며 겪은 경험에 살을 붙인 픽션을 뒤섞어 <택시 블루스>를 만들었다. 정작 본인은 “기록의 습관이 항상 피곤하다”고 말해도, 이 영화는 그 피곤한 습관의 집적물인 셈이다. 그는 요즘 뉴욕에 산다. 누군가는 이제 그럼 뉴욕의 택시운전사를 하러 갔느냐고 진부한 농을 걸지 모르겠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특별히 목적을 두고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버리지 못하는 일은 있다. 요
[최하동하] “내 경우엔 편향되어야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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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권 더 그레이트! <은하해방전선>을 보았다면, 빛나는 은색 유니폼을 입고 두팔을 ‘L’로 붙여 포즈를 취하는 그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혹은,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 영재의 입이 되어주는 눈부신 복화술의 주인공을 기억할 것이다. 어린이영화 스타로 아이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지만, 이제는 진지한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남자. 능글능글한 속물성이 싫다기보다는 귀엽고, 또 종종 애처로워 보이는 <은하해방전선>의 혁권을 연기한 것은 그 이름 그대로, 박혁권이다. ‘혁권 더 그레이트’의 위용이 웃음과 함께 묘한 기시감을 가져다주었다면, 당신이 맞다. 그는 올 한해 화제가 됐던 드라마 2편에 출연했다. <하얀거탑>에서 장준혁 바로 아래 의사로, 증언대에서 양심을 슬쩍 감추었던 홍상일 교수가 바로 그였고,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은근한 카리스마로 팬심을 샀던 국정원 요원 기호 또한 그였다.
1993년 산울림 소극장 단원으로 출발해 뮤지컬과 연
[박혁권] “박혁권이 아니라 박혁권이 하는 연기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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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의 시작
정일우: <거침없이 하이킥> 중간에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시나리오도 너무 좋고 캐릭터도 너무 좋아서 사무실에 졸라서 감독님 미팅을 하게 됐다. 사실 좋다는 데 딱히 이유가 있겠나. (웃음) 지우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랑은 상반된 캐릭터이기도 했고.
이연희: 나도 역할이 너무 좋아서 하고 싶었다. 그전까지 내가 맡았던 역할들이 너무 우울하고 약하고 마지막에 죽는 경우도 많았는데(웃음) 요번에는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로맨틱코미디, 조금 가벼운 역할을 찾던 중에 이 캐릭터가 딱 들어왔다.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지만 잘 안 들어오더라. (웃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도 좋았고. <러브 액츄얼리>도 재미있게 봤다.
정일우: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좋아한다.
이연희: <내 사랑>은 옴니버스식인데 한 커플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서 새로운 커플의 이야기가 시작
[정일우, 이연희] 예전과 다른 캐릭터라서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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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의 시작
감우성: 혼자서 끌고가지 않는 작품을 한 게 나는 <내 사랑>이 처음이다. 부담감이 그만큼 적었고, 또 각 파트들의 이야기가 다 따뜻한 뭔가를 느끼게 해주더라고. 어떤 하나의 파트라도 허술했다면 아마 <내 사랑>을 안 했을 것 같다. 이야기들에 다 고르게 관심이 가는 걸 보니, 기획된 영화의 느낌이 안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최강희: 보통 나는 매니저한테 대본을 전해 받을 때 어떤 캐릭터인지를 제일 먼저 물어본다. 근데 <내 사랑>은 매니저가 대본을 주면서 “이거 딱 누나야” 하더라. 그래서 호기심을 갖고 읽어보게 됐다. 읽으면서 이게 나는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요새 그런 특이한 캐릭터가 많긴 하지만, 내가 하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감우성: 시나리오 보고 나서 남는 게 없으면 할 이유를 못 찾는 거다. 내가 안 나와도 되는 부분들도 분명히 따뜻한, 정감어린
[감우성, 최강희] 고만고만한 멜로라면 안 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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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크리스마스, 선물, 캐럴… 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장식하는 단어들의 연상법 꼭대기에 서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역시, 사랑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극장가를 찾는 <내 사랑>은 그 이름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 하나만을 열렬히 노래하는 영화다. 지하철 기관사 세진(감우성)과 종잡을 수 없는 4차원 정신세계의 소녀 주원(최강희), 소주잔을 기울이며 슬그머니 애정을 싹틔우는 대학생 선후배 지우(정일우)와 소현(이연희), 까칠한 홀아비 카피라이터 진만(류승룡)과 해바라기처럼 그를 바라보는 수정(임정은), 그리고 헤어진 연인을 만나고자 한국 땅을 밟은 프리허그 운동가 진만(엄태웅)까지. 한줄 두줄 목도리를 떠내리듯, 4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가 교차되며 알록달록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내 사랑>의 두 커플, 감우성과 최강희, 정일우와 이연희를 송년 파티에 초대했다. 화려하고 떠들썩한 축제 대신 맥주병을 부딪치고 리모컨 쟁탈전을 펼치며 뒹굴대는 느슨하고 정겨운
[감우성, 최강희, 정일우, 이연희] 달콤, 사랑스런 연인들의 송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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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개봉 직후 박희순은 영화에 쏟아진 온갖 혹평에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게 네티즌”이라며 혀를 내두른 바 있다. 그런 그가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곤 한다. <귀여워> <가족> <남극일기> 등에서 악역 전문 배우로도 통했던 그는 현재 “정신없이 소중하신”, “청초한 외모의”, “박희순 오빠” 등 어마어마한 수식어에 휩싸여 있다. 시간 순서대로 보자면 독특한 구성과 전개로 소수의 열혈팬을 만들어낸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 이후 역시나 독특하고 빠른 전개로 관객을 흡입하는 스릴러 <세븐데이즈>가 있었다. 보물을 위해 여자를 이용하는 비열한 인간인 줄 알았으나 나름의 사정을 간직했음이 밝혀지는 조폭 민철로, 한 발짝 뒤에서 오랜 친구를 지켜주는 모자라지만 정감어린 비리형사 성열로, 불같은 네티즌의 호기심을 뒤늦게 달궈버린 이 남자. 드라마 촬영과 함께 수십 개의 온·오프라인 매체 인터뷰를
[박희순] “본의 아니게 겸손해지는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