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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는 14년간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을 아홉 시즌에 걸쳐 연기했다. 뮤지컬 <영웅>을 감명 깊게 본 윤제균 감독과 뒤풀이 현장에서 영화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몇년 뒤, 정성화가 다음 시즌 무대에 섰을 때 정식으로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단언컨대 정성화보다 이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배우는 한국에 없다”는 윤제균 감독의 신뢰는 결과물을 통해 증명됐다. <영웅>은 뮤지컬과 영화, 매체의 차이를 고민하며 치열하게 캐릭터 표현을 고민한 정성화로 인해 성립된다.
-영화 <영웅> 프로젝트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때를 기억하나.
=<댄싱퀸> 크랭크업날 회식 자리에 윤제균 감독님이 오셨다. CJ ENM 영화 파트 분들도 소개해주시더니 “여러분, 제가 5년 안에 정성화 주연의 영화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장담하는 거다. 그리고 딱 5년 뒤 영화 <영웅>에 캐스팅됐다. 약속을 지키신 거다. 처음 영화화 소식을 전해주실 땐 캐스
[인터뷰] ‘영웅’ 정성화, “절반의 익숙함, 절반의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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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그날의 총성이 다시 울려 퍼진다. 윤제균 감독의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할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하기까지의 1년을 기록한 작품이다. 안중근(정성화)은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르며 동지들과 결기를 되새기고, 설희(김고은)는 정보원으로서 이토 히로부미의 곁에서 소식을 착실히 수집해 본국으로 전한다. 뮤지컬 무대의 웅장함을 그대로 옮기되 감정을 극대화해 흡인력을 높이며 2022년의 겨울을 화려하게 장식할 <영웅>에 관해 배우 정성화, 김고은과 대화를 나눴다.
*이어지는 기사에 <영웅> 정성화, 김고은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영웅’의 영웅들: 배우 정성화,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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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룹> 배역 오디션을 앞두고 문상민이 가장 바랐던 역할은 궐 밖의 들풀같이 자유로운 구석이 많은 성남대군이었다. 작품에 참여할 수 있기만 바라던 소원은 어느새 가장 원했던 역할로 이루어졌고, 다각도의 고민 끝에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성남대군을 완성해냈다. “각본에서 성남대군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했다. 각본대로만 해도 목표를 다 이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바라본 성남대군을 조금씩 덧대보고 싶었다. 형인 세자(배인혁)와 있을 때, 연인 청하(오예주)와 있을 때, 숙적 대비마마(김해숙)와 있을 때 등 관계마다 성남대군의 다른 포인트를 부각해 입체적인 인물로 보여주고자 했다.”
2년 전 팬들을 위해 제작한 <문상민 24시간 밀착 Vlog>에서 그는 웹드라마 <인어왕자: 더 비기닝>의 대본을 숙지하는 과정을 담았다. 8분10초 분량의 영상에서 대본 공부만 3분가량을 차지했으니 적지 않은 시간이었다. 시험 기간을 맞아 전공 서적을 탐독하듯 대사마다
[WHO ARE YOU] '슈룹' 문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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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의 특별한 이력 중 하나는 각기 다른 작품으로 세번의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미성년>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십시일반>으로 2020 MBC 연기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구경이>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번이나 ‘신예다움’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책임감과 두려움을 해사한 웃음으로 이겨내는 그를 보며, 캐릭터의 의문스러움과 의뭉스러움 사이를 경계 없이 오가는 그만의 자유로움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디즈니+ <커넥트>에서 김혜준은 이랑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자기만의 탄력성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조이길 거듭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김혜준 배우에 대해 “순진무구해 보이지만 미스터리함을 지니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 특징은 <커넥트>의 이랑과도 닮아 있다.
=감독님이 나를 보신 것처럼, 나도 이
[인터뷰] ‘커넥트’ 김혜준, “과장된 외면에 슬픔을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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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5일, 2022 청룡영화상 이후 가장 화제성 있게 언급된 이름은 배우 고경표였다.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꼽히는 고경표는 컷 소리에 서늘한 연쇄살인마로, 다시 컷 소리에 명랑한 자기 자신으로 무리 없이 넘나든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말처럼 “몰입이 강한 배우”다. 올해 영화 <우라까이 하루키> <헤어질 결심> <육사오>, 드라마 <서울대작전> <월수금화목토>까지 부지런히 선보인 그가 <커넥트>의 빌런 진섭으로 돌아왔다. 전작의 어떤 캐릭터와도 닮지 않은 인상과 제스처로 고경표는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그려냈다.
-최근에야 완성본을 봤다고. 어땠나.
=신선하게 빠져들었다. 빠른 호흡의 영화가 많은 시대에 상대적으로 느린 호흡으로 흘러가면서도 인물의 정서를 깊게 전달한다고 느꼈다. 장르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고 인물들의 관계나 캐릭터의 사고방식이 독특해서인지 컷이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데도 몰입해
[인터뷰] ‘커넥트’ 고경표, “몰입의 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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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리액션의 배우다. 스스로 빛을 발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는 그만큼 이목을 끈다. 반면 주변과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그에 맞는 리듬을 선보이는 리액션은 자칫 ‘받쳐주는’ 연기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리액션은 상대를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호흡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내가 아닌 우리, 개인이 아닌 작품. 상대를 관찰하고 작품을 파악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정해인의 연기는 그래서 연기가 아닌 작품 그 자체가 된다. 역설적으로 정해인 배우의 이런 특질은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 되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커넥트>의 동수는 모든 장면에 있지만 모든 장면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동수는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최상의 통로로 거듭난다.
-<커넥트>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서로 다른 두 남자가 연결된다는 소재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인터뷰] ‘커넥트’ 정해인, “좋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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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정해인)는 장기밀매 조직에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다. 불현듯 눈앞에 보이는 낯선 풍경이 자신의 눈을 이식한 연쇄살인마의 시선이라는 걸 깨달은 동수는 자신의 눈을 되찾기 위해 연쇄살인마를 쫓는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신인류 ‘커넥트’를 다룬 웹툰 <커넥트>가 일본 장르영화계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와 만났다. 12월7일 전편이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커넥트>는 원작보다 한층 어둡고 독특한 비주얼로 가득하다. 극 속에서 귀와 팔이 뚝뚝 잘라져나가는 고통을 겪는 동수는 정해인이, 기묘한 미감을 가진 섬뜩한 연쇄살인마 진섭은 고경표가 열연했다. 동수를 돕는 정체 모를 소설가 지망생 이랑은 김혜준이 맡아 만화적이고 초현실적인 각각의 캐릭터에 개성 있는 숨결을 불어넣었다. 최초로 한국 드라마 연출을 맡은 미이케 다카시와의 작업, 여느 때보다 상상력이 필요했던 <커넥트> 현장의 이야기를 세 배우에게 들었다.
*이어지는 기사에 <커넥트&g
신인류의 탄생, 상상력의 진화 : ‘커넥트’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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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연인>의 유진은 자기 연민보다는 욕망에 충실하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엄마가 집을 떠난 후돈을 벌기 위해 노래방 전단지를 돌리고, 손님이 남기고 간 피자를 은박지에 포장해가는 곤궁한 상황에 서도 이성과의 성애적 욕구에 눈을 뜬다. 담대한 이야기를 유난하지 않은 표정으로 이끌어간 신예 황보 운은 <만인의 연인>이 사실상 데뷔작이다. “당시 회사가 ‘주인공은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캐릭터 중심으로 오디션을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내가 하고 싶은 건 유진밖에 없었다.”
5년 동안 썼던 일기장을 들고 가 과거 연애 경험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주인공 역할로만 오디션을 보고, 한달 넘게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자 새벽 5시에 PD에게 결과를 묻는 문자를 보내는 등 거침없는 당돌함을 눈여겨본 한인미 감독은 캐스팅 모험을 감행했다. 황보운은 기회를 운이 아닌 노력의 발판 으로 받아들이는 영민한 초심자다. 그리고 매일 영화 사무실을
[WHO ARE YOU] '만인의 연인' 황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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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술꾼도시여자들> 이후 이선빈은 한선화, 정은지와 게임 광고를 찍고 새로 출시된 비빔라면의 새 모델이 됐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칸 현지 레드 카펫에 서기도 했다. 흥행과 화제성을 가늠하는 몇몇 지표 외에도 <술꾼도시여자들>은 데뷔 초부터 줄곧 도도하고 빈틈없는 이미지로 각인되어왔던 이선빈이 낚아챈 적시타다. 개그맨을 꿈꿨지만 재능이 없어 대신 예능 프로그램 방송 작가로 커리어를 쌓게 된 안소희는 사회생활이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평범한 직장인이 가장 이입할 만한 인물이다. 만취 상태로 대기업 회장에게 1분16초 동안 속사포 욕을 날리고 장례식장에서 무너지는 감정을 연기하는 등 배우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신도 많다. 캐릭터 스펙트럼 면에서나 연기 방식에 있어서나 담대한 확장을 가능케 했던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주변으로부터 “전보다 자유로워졌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12월9일 티빙에서 공개되는 <술꾼도시여자들2&g
내 안의 평범함을 꺼내어: ‘술꾼도시여자들2’ 이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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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가 있지 않나. 남들은 다 아니라고 하는데 나 혼자 괜찮다고 말할 때. 혜진은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할 때도 경학을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권소현이 연기한 <그 겨울, 나는>의 취준생 혜진은 관객과 같은 위치에서 인생의 혹한기를 버티는 공시생 남자친구 경학(권다함)을 바라본다. 관객은 혜진의 시선에서 때론 경학을 염려하고 때론 경학을 질책하고 싶어진다. “혜진은 취업 이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경학을 향한 마음 모두가 달라진다. 그래서 정체해 있는 경학을 자꾸만 재촉하고 싶어 한다.” 혜진의 마음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건 권소현이 배역에 쏟아부은 노력 덕일 것이다. 상대역인 권다함과 프리프로덕션 기간에도 일주일에 네댓번 만나며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었고 촬영 전부터 함께 노량진 일대를 답사하며 지역 분위기와 수험생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혜진과 직장 상사의 일본어 대화 장면 또한 권소현을 통과하며 그 결이 풍성해졌다. “시나리오에는 ‘일본어로 대화한다
[WHO ARE YOU] '그 겨울, 나는' 권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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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현장은 내게 고향과도 같다.” 인터뷰 초반부터 서현우는 자신의 진심을 또렷하게 언급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정직한 후보2>,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등 상업영화와 드라마의 조·주연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와중에도 그는 ‘올해 단편을 하나도 못 찍었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갈증을 드러낸다. 독립영화인들의 간절함을 알기에, 서독제 폐막식 사회자로 참여한 5년간 서현우는 관객과 공명하며 그들의 열망을 존중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독제 폐막식 사회자로 축제에 참석하고 있다. 사회자로서의 첫발은 어떻게 딛게 됐나.
=처음에 김동현 서독제 집행위원장님이 선뜻 제안을 주셨는데 사실 굉장히 기뻤다. 나 역시 독립영화로 시작해 영역을 확장해나간 배우이기 때문에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되도록 오래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욕심일까. 그 정도로 애정이 많다. 해외 촬영이 있어도 와서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웃음)
[인터뷰]2022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 사회자 서현우, “진심으로 좋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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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김한결 감독(<가장 보통의 연애>)의 단편 <구경>으로 처음 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공민정은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총 55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장·단편, 단역에서 주연까지를 가로지르며 부지런히 활동한 숫자만 놓고 보면 이제 제법 노련한 표정의 배우가 연상되지만 공민정은 여전히 “아직 제대로 갖춘 것 없이 이제 막 시작한 느낌”이라고 차근히 말한다. 그건 과한 겸손이라기보다 연기에 대한 자신의 떳떳함과 제대로 된 쓸모를 고민하는 가장 공민정다운 발상이다. 그렇게 <이장> <희수> <파로호> 등 인상적인 독립영화를 거쳐 연기의 근육을 기른 그는, <82년생 김지영> <연애 빠진 로맨스>처럼 개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중저예산 상업영화들과 입소문 난 드라마들인 <갯마을 차차차> <작은 아씨들>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로
[인터뷰]2022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 사회자 공민정, “사랑의 온갖 모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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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22년이다. 강산이 두번 바뀌고 다섯번의 월드컵과 네명의 대통령을 거쳐오는 동안 권해효는 서독제와 함께했다. “서독제 시즌이 오면 촬영이든 해외 일정이든 어느 것도 이것보다 더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 이젠 삶의 한 부분이 된 서독제를 통해 그는 초겨울이 바짝 다가왔음을 깨닫는다. 바닷가에 남은 모래 줄무늬로 파도의 깊이를 짐작하듯, 권해효에게 새겨진 영화제의 잔상으로 긴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서독제 개막식 사회자를 맡아온 지 22년차다. 한 가지를 오랫동안 하는 게 어려운 세상에서 지난 20여년을 돌아보면 어떠한가.
=처음에는 10년만 하려고 했다. (웃음) 그런데 어느덧 10년이 흘러 40대 후반이 되었을 때 생각을 고쳐먹었다. 매해 서독제에 처음 오는 친구들에게 ‘어서 와’ 하고 반겨주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독립영화라고 하면 상업영화로 가기 위한 전 단계나 저예산 소규모 영화 정도로만 생각하는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로서 관객이 독립
[인터뷰]2022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권해효, “22년차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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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1일부터 9일까지 1년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제작 환경은 더욱 얼어붙었지만 그럼에도 영화인들은 본연의 열기로 작업을 이어가며 꾸준히 창작의 활로를 개척해왔다. 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축제의 장에 배우 권해효, 공민정, 서현우가 뜻을 함께한다. 권해효 배우는 서독제 개막식의 사회를 본 지 어느덧 22년차에 접어들었고, 서독제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공민정, 서현우 배우는 올해 나란히 폐막식 사회를 맡았다. 축제 당일처럼 슈트를 갖춰입고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모습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했다.
*이어지는 기사에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개·폐막식 사회자 권해효, 공민정, 서현우 배우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독립 영화의 속깊은 친구들 :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개·폐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 공민정, 서현우를 만나다